372화· 환혼진을 향해·
[꼬끼요오오오오! 꼬꼬꼬· 까르르르르르!]
[끄끄끄으으으!]
색관조와 금섬이 섬서의 종남파
종남제일검 태을진인을 향해 날아갈 때
“그 그는··· 살아있습니다·”
화영자는 릉인의 생존에 대해 털어놓고 있었다· 장소는 암자에서 옮겨졌다· 소림의 방장실이었고 구겨짐은 많이 펴진 채였다· 덕분에 말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어디에 있지? 아니 그전에 사형의 몸 상태는?”
장문인 릉찬이 다그쳤다·
둘러앉은 소림의 장로들도 숨을 멈추고 답을 기다렸다·
“환혼되기 전 저는··· 내공이 폐쇄되었습니다· 그 외 손상은 없었습니다· 그는 옮겨졌을 것인데····”
화영자가 잠시 머뭇거렸다·
릉찬 쪽을 바라봤다가 대공자를 바라봤다가 이내 눈을 깔고 말을 이었다·
“어디로 옮겨졌는지는··· 모릅니다·”
“그걸 믿으라고! 당장 사실대로 고하지 못하겠느냐!”
릉찬이 죽일 듯 안광을 빛냈다·
“사 사실입니다· 믿어주십시오·”
화영자는 릉찬을 향해 답하면서도 한 번씩 대공자를 살폈다· 릉찬이 눈빛만으로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지만 정작 두려운 이는 대공자인 것이다·
릉찬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화영자가 대공자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으니 이 대답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듣고 싶은 대답도 아니었기에 순순히 수긍하고 싶지 않았다· 연신 고함치며 다그쳤다·
그럼에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대공자 이자가 입을 열지 않으니 더 고통을 주어야겠네·”
쓸데없는 일이었다·
후공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 화영자가 거짓을 고할 리가·
“그럴까요?”
하지만 소림이 마음이 편해진다면야·
“부탁하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화영자가 다시금 급격히 구겨지고 오그라들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소림 장로들이 입을 틀어막았고 정작 정했던 릉찬조차 움찔거렸다·
그런 후에도 화영자의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후공이 물었다·
“화영자·”
“내가 알아낸 바로는 무당과 화산파의 장문인을 환혼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맞느냐?”
“아닙니다· 그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닙니다·”
화영자가 잘 안 돌아가는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
“무당파 화산파만이 아닙니다· 구 구대 문파··· 전부입니다·”
“흐음 놀랍군·”
“트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알겠다·”
그저 확인을 위해 한번 떠봤을 뿐·
후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동파는 제외겠지?”
“마 맞습니다·”
이 말에는 화영자의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방금 말을 듣고서야 몰라서 물었던 것이 아니란 걸 깨달은 것이다·
“회영십존의 가담 여부는?”
“소림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림의 멸절은··· 후공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고 후공이 온다면··· 뇌신존이 맞이한다고 들었습니다· 뇌신존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만 정작 후공이 아닌····”
“내 손에 죽었지·”
화영자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다시 떠올려봐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환혼진의 최대 거리는?”
“한 성의 끝에서··· 끝 정도입니다· 시안조와의 연결이 유지되는··· 거리입니다·”
그 대답에 후공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영자를 향해 손을 튕겼다· 화영자는 인지조차 못 하고 의식을 잃었다·
혼절해 머리를 떨군 모습에 소림 장문 릉찬이 갸웃했다·
“대공자 왜 살려두는 겐가?”
자비를 베푸는 것일까?
잠시 겪은 바로 대공자는 손속에 사정을 두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궁금해졌다·
“장문인의 사형인 릉인 대사께서 자신의 몸을 찾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만··· 그냥 죽일까요?”
“아····”
릉찬이 멍해졌다·
경황이 없어 거기까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듣고 보니 당연한 말이었다· 사형이 살아 있다 해도 새로 얻은 몸의 경맥이 절단되고 단전이 파괴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는 대공자가 환혼대법의 공능을 온전히 알아내려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알아낼 수 있을까?
대공자는 다시 환혼시킬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 아득하고 막연해 보였지만 대공자라면 어쩌면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인가·
“대공자 내 생각이 짧았군· 화영자는 소림이 보존해두겠네·”
“관을 준비해 거기 넣어두시면 됩니다·”
“관에? 관짝 말인가?”
“네 꽁꽁 얼려 두면 일일이 먹이고 재우며 돌볼 필요도 없습니다·”
“얼린다고? 아··· 북해빙궁!”
“함께 나가시죠· 거의 도착했습니다·”
후공은 몸을 일으켰다·
현이신녀에게 남겨 놓은 천향의 무향을 맡아서였고 선도 다시 이어져 선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멀지만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도착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어어··· 그럼세·”
릉찬과 소림 장로들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소식이 전해져 모든 소림승들도 나와 기대에 찬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느새 목이 정상으로 돌아온 혜륜도 마찬가지· 모든 소림승도 마찬가지·
‘풍제를 보는 건가?’
‘암향야가 온다!’
‘검선과 검존··· 빙궁의 궁주와 그녀의 사저·’
평생 한 번 볼 수 있을까 싶은 이들이었다·
모두가 다가오는 기운을 감지해보려 시도했지만 어떻게 해도 다가오는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오긴 오는 건가?’
‘대공자는 이걸 감지했다고?’
‘대공자가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닐 텐데····’
그러던 한순간
여섯 개의 빛줄기가 번뜩였다·
눈을 한 번 깜박였을 땐 이미 여섯 사람이 지상에 내려선 뒤였다·
“릉찬 오랜만이군·”
검존과 검선이 인사를 건넸고 현음과 현이가 예를 취했다· 반면 풍제와 당명은 대형을 향해 눈인사를 건넨 후 소림을 둘러보며 시큰둥해졌다·
부서진 전각이 여럿이었고 지면에 파인 자국도 곳곳인 것이다· 대형이 이미 끝내버린 것 같은 풍경이었기에
“한바탕 지나갔군·”
“대공자 자네 성미가 급하구만·”
전음을 사용하여 대형이라 부를 수 있음에도 당명이 굳이 입을 열어 대공자라 칭했다· 좋은 구경거리를 놓친 것이 아닌가·
거기에 후공이 웃음을 흘리며 장단을 맞췄다·
“성미가 급한 건 회영부 쪽이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소림의 외침이 우렁차게 울려펴졌다·
“소림이!”
한 목소리인 양 모두가 외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강호의 명숙들을 뵙습니다!”
우렁찬 외침은 그저 높디 높은 이들 신비하고 고결한 존재들을 만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림의 외침에는 반가움과 고마움이 가득 담겼다·
평생에 걸쳐 한 번 보기도 힘든 이들이 소림을 위해 달려온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 외침의 끝
화산의 검선이 갸웃했다·
“한데··· 소림 장문인 릉인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인가?”
다들 방장실로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탄성이 터져나왔다·
소림의 릉인이 장문인 위(位)에서 물러나고 릉찬이 장문인 자리를 계승한 것에 놀랐고 이미 릉인이 환혼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뇌신존과 흑야존의 공능에 대해 릉찬이 설명했을 때는 탄성조차 없어졌다·
그러면서 검선이며 검존이며 빙궁의 현음까지 대공자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대공자 자네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나?”
“네 그런 어둠과 고요는 처음이었습니다·”
“한데 어찌 극복해낸 건가?”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하마터면 검선보다 먼저 하직할 뻔했습니다·”
“허허····”
검선뿐 아니라 검존도 너털거렸다·
그게 운으로 될 일인가·
대공자가 먼저 소림에 도착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대공자의 경지에 대한 의문은 커졌다·
그런 분위기를 풍제가 환기시켰다·
“별것도 아닌 일로 대공자를 띄우는 건 이쯤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좋겠군·”
“그럽시다·”
대공자의 행사가 결코 별것도 아닌 일로 치부될 일은 아니었지만 서둘러야 한다는 건 모두가 공감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화산으로 가죠·”
현음신녀가 의견을 냈다·
이제 기회가 찾아왔다·
환혼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신녀의 말에 이 노부도 동감이오·”
“화산파보다는 종남이 낫지 않겠소? 거리상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무당 검존은 바로 동의했지만 화산 검선은 종남을 제안했다·
화산파로서 화산을 권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여실했고 그 마음도 모두가 읽을 수 있었다·
“흥 검선 그대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군·”
당명이 코웃음쳤다·
검선이 실실거리며 웃었다·
“들켰나?”
“하하하하!”
그 말에는 당명은 물론이고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후공도 미소를 머금었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두 곳으로 나누어 가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환혼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염려됩니다·”
“그거 괜찮군·”
“나도 그게 낫겠다 싶군·”
풍제와 당명이 바로 장단을 맞췄다·
대형의 마음을 알 수 있어서였다· 대형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환혼진을 볼 생각이고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동의하네·”
“그렇게 하지·”
“좋아요·”
검존과 검선 현음이 뒤를 이어 동감을 표했다·
변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이미 소림에도 변수가 나타나지 않았던가· 소림의 위험은 예상보다 빨랐고 또 거대했다·
만약 대공자가 먼저 도착하지 않았다면
소림에 와서 보았을 광경은 달랐을 터였다·
‘묘하네·’
이야기가 더 오가는 가운데 릉찬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 그였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왜 대공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환혼진에 대한 궁금함보다
대공자의 위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는 릉찬이었다·
마무리는 일사천리도 진행되었다·
소림은 소림을 비우고 떠날 준비로 분주해졌고 그 한편으로 관도 준비했다· 현이신녀의 손에 얼어붙은 화영자는 관 속으로 들어갔다·
그 와중 릉찬은 선물을 준비했다·
“대공자·”
“작별인사입니까?”
후공은 빙긋 웃어보였다·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는 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인사도 인사네만 자네에게 줄 것이 있네·”
“무엇일까요?”
릉찬이 소맷 속에서 옥갑을 꺼내 건넸다·
“대환단이네· 자네가 화공신타에게 전해주게·”
“크흠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릉찬이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라면 웃을 상황도 아니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기이하기도 했다· 어째서인지 대공자와 함께 있으면 모든 게 별일 아닌 것처럼 되고 마는 것이다·
“반드시 잊지 말고 전해주게· 꼭이네 꼭!”
[꼭? 꼭? 꼬오옥? 꼬끼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
릉찬의 말에 후공이 답하기도 전
어디선가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기이한 그윽거림도·
[그으으으으으으으으윽!]
색관조와 금섬이었다·
온전히 임무를 완수한 색관조와 금섬이 본래의 휘황찬란한 색을 드러내며 소림으로 날아들었다·
[주인님 저희가 왔어요! 천하를 휘젓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