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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ly Grand Archive’s Young Master Chapter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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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화· 천롱삭·

“···그렇게 천 년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주란이 말을 맺었다·

어느 시대에는 긴 안식이 필요했다·

어느 시대에는 천하제일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어느 때는 남자가 되기도 했다·

환혼은 모두 제자 단예령이 결성한 회영부 쪽 인물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그녀의 선택은 다양할 수 없었다·

– 주란 울지 마라·

미녀도 안에서 연능화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울지 말라고 했지만 정작 연능화도 울고 있었다·

어찌 사매를 탓할 것인가·

천 년 전에는 모두가 영원한 삶을 꿈꾸었다·

자신도 사매도 사형도·

삶이 어느 순간 끝을 맺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각자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찾아냈다·

그래서 자신은 미녀도·

사매는 환혼진·

사형은 귀기·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주란의 후회가 공허하게 흘러나왔다·

연능화는 고개를 저었다·

– 돌아간다 하여 달라질까· 그때 우리는 오만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세상 사람들을 벌레 보듯 했다· 마치 신(神)이 된 것처럼 굴었다· 착각이었다·

“그랬어요· 뛰어나지 않다 하여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고 순박함이 도리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누군가의 입가에 떠오른 한줄기 웃음이 눈부실 수 있다는 것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 맞아· 우리가 누구보다 어리석었다·

“사저 저는··· 무섭습니다·”

– 나도 무섭구나· 나도 보았으니· 하지만·

연능화가 막연히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말을 이었다·

“주란 후공이 해낼 것이다· 그는 내게 와 사흘 만에 나와 동등해졌고 이후 나를 뛰어넘었다· 나의 세계에서 그는 나를 죽일 수도 있었다· 나는 압도되었다· 그는 특별하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예지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가 천롱삭의 비밀을 풀었습니다·”

“사저?”

주란의 눈이 커졌다·

미녀도 안 사저의 모습이 일순 흔들려 희미해진 것이다·

연능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 시간이··· 다해 가는구나·

목소리도 끊어졌다 이어졌다·

긴 시간이었다· 외부의 세계와 마주하는 건 영력의 소모가 극심해 더 이상 대화를 나누는 건 무리였다·

연능화가 손을 들어 위를 가리켰다·

흐려졌다 선명했다 하면서 백팔십일이라는 숫자도 깜박거렸다· 그러다 이내 하루가 줄어들었다·

– 때가 되면 후공에게 부탁하여라· 너의 손을 잡고 함께 거닐고 싶다· 그 전에 후공과 약속한 시간이 먼저 오겠지· 분명 그는 너의 소식을 들려줄 테지· 그건 분명 좋은 소식일 테고·

“사저!”

미녀도의 흔들림이 멈추었다·

목소리도 더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연능화는 개울가 바위에 걸터앉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다시 그림이 되었다·

그 모든 이야기를 후공이 들었다·

그 이야기는 풍제와 당명에게 전해졌다·

잠시 후엔 검선과 검존에게도·

현음과 현이에게도·

– 고약하구만·

– 흠 천롱삭은 무엇일지····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새도 울었다·

모든 것이 진법·

그 햇살을 지나 후공은 주란과 마주 앉았다·

주란의 안색은 밝았다·

– 후공 지난밤 미녀도를 받아들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대가 이미 사저를 만났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요·

– 크흠 제 인맥이 넓습니다·

그 말에는 주란이 웃었다·

눈앞에 있는 이는 청년· 외모만으로는 결코 천하제일인이라 믿을 수 없는데 이런 여유를 보일 때면 믿게 된다· 거대해 보인다·

– 그리고 제게 사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고맙습니다·

그녀가 미녀도를 돌려주었다·

또한 몇 번이나 더 감사의 말을 건넸다·

후공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천 년의 만남을 주선해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 한데 후공·

– ?

– 왜 묻지 않나요? 저와 제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 지난밤 들었습니다·

– 아····

탄성과 함께 주란이 고개를 여러 번 저었다·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 그대에겐 그 무엇도 숨기기 힘들군요· 부디 그대가 숨겨진 천롱삭의 비밀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 목갑이 놓였다·

예지를 통해 서우가 보았다는 붕대·

천조각이 무엇이길래 그녀가 이토록 염원하는지 후공도 관심이 컸다·

목갑을 열자 그 안에 둘둘 말려 있는 붕대가 보였다· 후공은 큰 간극을 느꼈다· 직접 보니 결코 천조각이라 부를 수 없었다· 영기를 느낄 수 있었고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는 기물임을 알 수 있었다·

후공은 천롱삭을 꺼내 펼쳤다·

전체적으로 하얗고 군데군데 회색빛을 띠었다· 손에 닿는 촉감이 특이했다· 천잠사일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감촉은 비단에 가까웠고 매우 얇았다·

총 길이는 이십여 장(약 70미터)·

사람의 몸을 몇 번이나 휘감을 수 있을 만큼 길었다·

그 안쪽 면에 글자가 있었다·

오래전 천축의 문자·

범항의 두뇌는 보는 순간 해석했다·

– 나 천롱자· 후대를 위해 남긴다·

이는 천롱삭·

신병이요 이기다·

불타지 않는다· 찢기지 않는다· 젖지 않는다· 퇴색함이 없다· 그 무엇으로도 훼손할 수 없다· 반탄의 공능 또한 지녔다· 하지만 천롱삭의 주인이 된 자에게 기운의 오고 감은 자유롭다·

그리고 살아있다·

의지를 지녔다·

‘의지를 지녔다?’

그 문장에 이르러 후공은 갸웃했다·

자신의 신검인 번쾌친과 검령이 의지를 지녔다 하나 그건 주인이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 문장에 오래 얽매일 순 없었다·

그 아래 이어지는 문장이 얼핏 보였고 그건 실로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 혼을 가둘 수 있다·

그러니 망혼삭이기도 하다·

나의 시대에 영원을 꿈꾸는 이가 있었다·

영겁자· 그는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그는 혼을 이동하여 몸을 취하는 자· 그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나의 천롱삭이다·

후공은 잠시 눈을 떼 주란을 바라봤다·

“각주 어느 시대의 기물입니까?”

“짐작하기 힘듭니다· 분명한 건 나의 시대 이전· 아득한 과거··· 천롱자의 시대에도 환혼을 다루는 이가 있었다는 것만 확인하였습니다·”

후공은 다시금 문장을 살펴나갔다·

– 천롱삭이 있음에 그를 상대할 수 있었다· 천롱삭을 오고 가는 건 오직 나· 나의 허락이 없이는 그 누구도 천롱삭을 뚫고 들어오지도 나갈 수도 없다· 환혼대법이 없는 영겁자가 어찌 나의 상대가 될 것인가· 나는 공허한 비명 속에 죽어가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환혼의 방식이 다르다·’

자세한 설명이 없었지만 후공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천롱자는 불세출의 기인·

환혼을 위해 진법을 준비하고 상대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다면 천롱자가 굳이 천롱삭을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았으리라·

영겁자의 환혼은 즉시·

마주하는 것만으로 가능했으리라·

– 나는 환혼을 원치 않는다·

순리가 아니다· 순리를 벗어나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깊은 공허함뿐· 영겁자의 죽음이 끝이길 바란다· 더 이상 환혼을 통해 영원한 삶을 꿈꾸는 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이 글을 보았음은 천롱삭이 주어졌음은 그날이 온 것이겠지·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천재에 의해서·

이후 문장이 비었다·

공백을 지나 문장이 이어졌다·

– 연자 그대의 시대에·

그대는 환혼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는 자일 것이고·

필요한 자일 것이고·

후공은 침음성을 흘렸다·

천롱자는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기록해둔 것이다·

후공은 그제야 ‘천롱삭이 살아있다’라는 글귀의 의미를 이해했다·

천롱자의 염원이 천롱삭에 담겨 있음이다·

주란의 손에 천롱삭이 들어간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이 얻은 것이 아니다·

아득한 과거 천롱자의 안배·

이 시대 환혼이 나타났고 환혼을 막고자 한 건 주란· 마치 서로가 끌리듯 주란이 천롱삭을 손에 쥔 것이었다·

– 연자여 그대가 부디 뜻을 이루길 바란다·

그대의 시대에 순리의 길로 인도하는 자가 되길 바란다· 환혼을 창안한 자를 멸하길 바란다·

후공이 시선을 들자

기다렸다는 듯 주란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자조적인 웃음이 걸려 있었다·

– 후공 지독한 역설이죠?

후공은 그 의미를 이해했다·

지독하긴 하다·

천롱자는 환혼을 창안한 이를 멸하라 천롱삭을 남겼거늘 그의 천롱삭은 환혼진을 만든 주란에게 쥐어진 것이다·

– 각주 지금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 말씀··· 고마워요·

씁쓸한 웃음과 함께 주란이 전음을 이었다·

– 후공 한데 문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후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해결하지 못한 건 천축의 문자가 아닌 터·

그 뒤부터는 글자가 아예 다르다·

아니 과연 이걸 글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기이한 도형과 의미없어 보이는 선이 도형을 관통하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이 휘어져 그려져 있기도 했다·

– 암호로군요·

– 저는 어떻게 해도 풀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화서고 대공자를 만나볼까 생각했었다·

그가 피폐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망설였고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다· 다시 만나보려 할 때는 그가 강호를 휩쓸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얼마나 크게 상심했는지 모른다· 후공의 죽음만큼이나 상심했다· 한데 그 후공이 그 대공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 시작하죠·

후공의 안광이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잠시 후 완전한 몰입에 들면서 후공의 정수리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나왔다·

주란이 자리를 비켜주었고

그때로부터 일곱 시진(14시간)·

한순간 후공이 눈을 떴을 때

펄럭!

바닥에 놓인 천롱삭이 움직였다·

허공을 춤추듯 현란하게 너풀거리는 천롱삭을 바라보며 후공이 미소 지었다·

요결은 주란에게 전해졌다·

주란은 다시 두 시진에 걸쳐 천롱삭의 운용의 묘에 입문했다·

이윽고

그녀 앞에서 천롱삭이 연처럼 나부꼈다·

춤추는 천롱삭이 정연해지는가 싶더니 얽히고설키면서 글자를 만들어냈다·

– 그대는 의를 행하는 자인가?

천롱삭이 글자를 만들어내며 물어왔다·

주란은 살아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실감했다·

“의를 행하고자 합니다·”

천롱삭이 다시 너풀거렸고 새로운 글자가 되었다·

– 협을 아는가?

다시 천롱삭이 물어온다·

천 년 전이라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의와 협·

두 글자에 실린 힘을 느낀다·

“사람들을 구하고자 합니다·”

– 그대는 영웅이 되고자 하는가?

“어느 산야 이름 모를 풀잎처럼 머물다 가고자 합니다·”

천롱삭이 춤추며 다시 바뀌었다·

– 그 마음을 잊지 마라·

“잊지 않겠습니다·”

– 잊는다면 그대는····

현란한 움직임 속에 천롱삭이 글귀를 이었다·

– 죽는다· 천롱삭은 널 죽일 것이다· 그대는 바스러질 것이고 한 줌 혈수가 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천롱삭이 주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머리를 휘감고 목을 휘감았다·

가슴을 휘감으면서 좌정한 주란의 몸을 띄우더니 허리와 다리를 휘감아갔다·

그렇게 주란은 온몸이 붕대에 친친 휘감겼다·

머리 쪽과 허리 쪽의 붕대는 다 체결되지 않고 넘실거렸다·

드러난 건 오직 두 눈·

그리고 옅게 벌어진 입술이었다·

그 입술이 달싹였다·

“신기하구나·”

분명 친친 감겼는데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

아니 아예 감긴 느낌이 없었다·

손의 움직임도 목을 움직임에도·

이내 주란은 가부좌를 틀고 좌정했다·

눈을 감자 천롱삭이 흐르듯 움직여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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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ly Grand Archive’s Young Master

Heavenly Grand Archive’s Young Master

Heavenly Grand Archive’s Young Master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The soul of the charming and imposing Murim Alliance Leader, Hu Gong, suddenly possesses the body of a darn young man’s body one day. That young man’s name is Beom Hang. He’s the young master of the ‘Heavenly Grand Archive’, one of the three major archives of the jianghu, yet a sorry excuse of a person. In order to determine why his soul has swapped bodies, Hu Gong begins to train Beom Hang’s body. When the possessed young master of the Heavenly Grand Archive’s movements are totally different from how they used to be, it starts to attract the attention of the jiang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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