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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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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버린 재능(3)

쏴아아아―

나는 동굴 속에서 비를 피하며 빗소리를 들었다·

15년·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김영훈이 무림맹을 창설하고 초대 무림맹주가 된 지 15년·

그는 천하제일인의 이름으로 3년 만에 연국 무림을 전부 손아귀에 넣었다· 혼란스러운 정사파의 문파들은 전부 안정을 찾았고 수많은 무인들이 그의 업적을 칭송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 몇 년간 무림맹의 대소사가 아닌 무언가 다른 일에 두문불출하는 듯 했다·

‘아마 수도자들이 찾아왔겠지·’

수도자들의 힘에 놀란 그는 조수월무록으로 수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뛰어다닌 것일 터였다·

그리고 무림맹주에 오른 지 5년째·

그는 돌연 무림맹주직을 은퇴하고 심산유곡에 은거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나는 대충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마 심산유곡에 숨어있는 수도자들과 전 무림의 암중에서 암약하는 수도자들을 상대하러 떠났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10년째·

초대 무림맹주 영훈의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죽었으려나·’

아니면 이전의 삶들과 마찬가지로 수도자들에게 악착같이 쫓기면서도 살아있으려나·

나는 이상하게 그가 죽었어도 그리 슬프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15년간 미친듯이 비무를 하며·

얼굴 곳곳에 흉터가 남은 것처럼·

내 마음에도 어느덧 흉터가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흉터 속에서 그는 어쩌면 내 삶에서 희미한 존재가 되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바뀐 15년동안 내 별호도 다시 바뀌었다·

무한투광에서 무한투괴(無限鬪怪)로·

그러나 그 외에는 바뀐 것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일류 후기였으며 절정의 벽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언제까지!”

나는 빗물을 쏟아내는 탁한 하늘을 보며 왠지 속이 답답해져 고함을 질렀다·

“언제까지 검만 휘두르라는 거냐! 대체 언제까지! 아직도 부족하단 말이냐! 아직도!? 왜 누구는 검을 휘두르면 깨달음을 얻는데 왜 누구는 흉터만 얻어야 하는 거냔 말이다!”

하늘은 답이 없었다·

“회귀하고 이십 년간! 이십 년간 쉬지 않고 싸우고 죽이고 수련했다! 단 한시도 검에서 손을 뗀 적이 없어!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해야 인정해 줄 것이냔 말이야! 왜 내게는 단 한 번의 깨달음도 주지 않는 거냔 말이다!”

으아아아아아!!!

미친 듯이 하늘을 향해 고함을 쳤다·

그러나 여전히 하늘은 비만 쏟아 낼 뿐이었다·

얼마 후 내가 내지른 함성이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알고 있다· 내 잘못이지·”

그래 모든 것은·

회귀 첫 날·

내가 여우를 마주할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놓쳤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날 찾아온 돈오를 갈무리했다면 어쩌면 그날 바로 절정지경에 올랐을 수도 있을 것을·

그날의 깨달음을 잡지 못해 나는 아직도 나뭇잎을 쫓았던 그때의 검처럼·

여전히 이 경지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아침에 깨달음을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그 마음을 되새기지 못한 탓이다·

뿌득····

나는 이를 악물며 동굴 속에서 검을 뽑고 단악검법을 다시 연습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펼쳤던 검로(劍路)가 내 손에서 흘러나온다·

1초식부터 24초식까지의 식(式)과 비기(秘技)가 이어져 나왔다·

15년간 내가 펼칠 때 내보이던 허점을 개선하고·

더욱더 완벽한 검초를 펼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다·

앞으로도 변할 일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더 하란 말인가!

“아 아아··· 아아아아!”

나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검초를 펼쳐 본 후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더 이상 검초에 약점이 없어졌다·

더 이상 개선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절정의 벽은 보이지 않는다·

“끄아아아아아!”

어째서 나는 왜 아직도 이 경지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인지·

그런 의문과 분노를 품으며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통스레 우짖을 뿐이었다·

***

비가 그쳤다·

나는 동굴에서 나와 본래 목적지였던 소열현의 방립문을 찾아가 비무행을 마치고 나왔다·

나와 방립문 문주 장로들이 삼 연전을 치렀고

나는 전부 5초식 안에 그들을 패퇴시켰다·

그들 모두 나와 같은 일류 후기의 고수였지만 이제는 일류 후기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전 경험을 가진 내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동급의 누구도 감히 내 검로를 막아서거나 끼어들어 파해할 수 없었다·

지난 수 년간 연국 무림 곳곳으로 내 명성이 울려 퍼지며 내 검법에 대한 연구도 곳곳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내 검법에 대한 파해식이 이곳저곳에 알려졌다·

나는 내 검에 대한 파해식을 찾은 수많은 무림인들을 찾아가 비무를 했고

다시 파해식에 대한 역 파해식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내 검법에는 허점이 점차 사라져갔고 오늘날에 이르러·

단악검법은 한없이 무결(無缺)에 가까워져 갔다·

‘대문파의 절정 고수들 역시 내 검법을 내가 한층 진화시켰다고 칭찬했을 정도니·’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절정 고수들에게 삼초지적이 될 수 없었다·

절정 고수들을 찾아 비무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무결에 가까운 검술로도 절정 고수들은 이길 수 없었다·

심지어 독과 암기 등의 잡기를 모두 동원해도 말이었다·

파해식에 역 파해식마저 만들어 둔 상황이었으나 내가 검법을 펼치는 족족 절정 고수들은 내 검초를 모조리 파해해 버린 탓이었다·

역 파해식을 펼칠 새도 없이 그들은 나를 제압하고 나는 계속해서 그들과의 비무에서 패배할 수밖에는 없었다·

‘일류와 절정을 가르는 벽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그들에게 무수히 패배하면서도 나는 절정에 이르는 조건조차 알 수 없었다·

예전 무협 소설에서 본 것처럼 공력으로 전신의 미세 혈도를 뚫어보기도 하고·

외공(外功)을 익히기도 하고·

인간이 아닌 짐승들과 싸워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일류의 경지였다·

절정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공의 화후가 깊어지고 잡기가 늘고 조금 더 검술이 강맹해지고 조금 더 명성이 늘었을 뿐·

나는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

“···후우·”

나는 한없이 우울해져 객잔으로 가 술을 주문했다·

그때였다·

방립을 쓴 한 남자가 내가 앉은 탁자에 대뜸 합석을 했다·

“형장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오만?”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이외다·”

“나 역시 그 기분을 잘 알지· 해야할 것을 모두 했는데 눈앞에 길 자체가 없어서 답답한 그 마음· 정말 숨이 턱턱 막히고 거대한 압박감이 목을 조르는 것 같지·”

“····”

“하지만 그러고만 있어도 여전히 길은 보이지 않소· 내가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도 없던 길이 생기지는 않거든· 그러니 별 수야 있나· 어디 정말 다른 길이 없나 별의별 짓을 다 해 봐야 알지·”

나는 이내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어떤가 지금 형장의 심정이 이렇소?”

“···맞습니다 대협· 초대 무림맹주께서 어인 일로 이 투괴에게 공감하여 주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5년만에 보는 김영훈이었다·

그는 방립을 벗으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얼굴은 어쩐지 피곤에 쪄들어 있었다·

“오랜만이네· 은현·”

“오랜만입니다·”

우리는 서로 작게 웃고는 술을 시켜 마셨다·

“몇 년간 무얼 하다 오셨습니까·”

“세상에는 수도자란 족속들이 있더군· 우리가 이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 보았던 하늘을 날아다니던 그 괴물들과 같은····”

그는 내게 자신이 수도자들과 전투를 벌인 지난날의 일들을 말해 주었다·

“축기기 수도자까지는 내가 무공으로도 어떻게 상대가 가능했네· 하지만··· 결단기라는 경지의 수도자부터는 말 그대로 재해였어· 난 결단기 수도자와 맞서며 그의 손을 자르고 간신히 도망칠 수 있을 뿐이었네·”

“흠···?”

나는 무언가 지난 삶과 달라진 부분을 눈치챘다·

‘결단기 수도자에게 ‘도망’쳤다?’

이전의 삶들에서 그는 그저 결단기 수도자에게 패배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삶에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무려 그가 결단기 수도자에게서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조수월무록을 통해 그가 이전 삶에서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그것도 이십 년은 더 빨리!

두근 두근····

나는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번 생 안에 무림인이 수도자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희미한 흥분을 느끼며 그를 격려했다·

“영 대협은··· 결국 결단기의 수도자들조차 이길 수 있으실 겁니다!”

“하하 금칠은·”

그는 조금 부정적인 듯 했으나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듯싶었다·

그의 무공 재능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었으니까·

‘나와는 다르게 말이지·’

하늘이 내린 재능·

하늘이 버린 재능·

그것이 나와 그의 차이다·

나는 이번 생 안에 절정에 이를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반드시 이번 생 안에 더욱 더 높은 경지를 발견해 낼 것이다!

“자네가 내 얼굴에 금칠을 할 수 있는 것도 결단기 수도자의 힘을 목격하지 못해서겠지···· 뭐 그런 건 둘째치고 내가 오늘 자네를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다네·”

“찾아온 이유?”

“그래 바로··· 자네에게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야·”

“···! 무슨·”

그러나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앞으로 나는 결단기 수도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도전할 걸세· 그들에게 도전하며 내 재능을 극한으로 갈고닦아 무림인이 수도자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야 말 거야· 무림인의 무공이 더욱더 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일세·

그런 만큼 앞으로 내 목숨은 굉장히 불안정해지겠지· 나는 앞으로 살아 있다면 5년에 한 번씩 자네를 찾아가겠네· 그리고 자네에게 내가 그들에게 도전하고 살아남을 때마다 얻은 심득(心得)을 맡길 걸세·”

탁!

그는 내게 한 권의 책자를 건냈다·

책자의 제목은 없었다·

“이번에 내가 결단기 수도자와 싸워 도망치며 얻은 심득일세· 그 심득을 바탕으로 조수월무록에 몇 가지 내용을 추가한 게지· 이 서책을 부디 잘 보관해서 후대에 전해주게·”

“····”

“그리하여 언젠가 후대가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노니는 수도자들에게 맞설 수 있게· 그 길을 닦아 주게나· 이게 내가 맡기는 유언일세·”

“···맡아 두겠습니다·”

“고맙군·”

그는 싱긋 웃으며 술잔을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역시 지금 일류 후반에서 절정의 벽을 넘지 못해 답답한 모양이네만· 지도 대련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니 필요 없을 것 같고· 과제를 하나 주자면··· 검기(劍氣)를 하루 종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게나· 그럼 조금 도움이 될 걸세·”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게 포권을 했다·

얼마 후 김영훈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딱히 몸을 날리거나 신법을 펼친 게 아닌 말 그대로 허깨비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지난 삶에서 봤던 영훈 형님의 마지막 모습과 같다·’

지난 삶의 경지에 벌써 이른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번 생에 정말로 무림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왔던지라 아직도 구름이 조금 우중충했으나

아까보다는 구름이 옅어져 그 너머로 언뜻언뜻 푸른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그래 나 역시 계속 정진하자·”

***

김영훈과 다시 헤어지고 6개월이 지났다·

우웅―

“크윽···!”

나는 그가 내게 주고 간 과제·

‘하루 종일 검기를 유지’하는 것을 시도하던 중 집중력의 고갈로 결국 검기를 해제해 버리고 말았다·

‘미친 검기를 어떻게 온종일 유지하라는 거지?’

단순한 내공 고갈의 문제가 아니다·

검기란 검신합일의 경지에 들어서는 최소한의 조건·

한 마디로 검기를 하루 종일 유지한다는 건 하루 종일 검신합일을 유지한다는 의미였다·

‘사파 놈들이랑 하루 종일 싸울 때도 온종일 검신합일을 유지하는 건 무리인데·’

물론 가능이야 하다·

검신합일이라 함은 익히고 있는 검법을 완전히 체화했다는 증거이니·

그 검법에 담긴 이치를 하루 종일 행동에 담는다면 가능은 했다·

이론상으론·

‘밥 먹고 똥 싸고 얘기할 때마저 모조리 검신합일을 유지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보통 사람의 정신력으로 가능이야 한 일인가·

‘절정 고수들도 이렇게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온종일 검신합일을 유지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절정 고수들조차도 듣는다면 학을 떼며 당장 그만두라고 할 정도의 미친 짓·

하지만·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

그래·

절정 고수들도 하지 않을 짓이다· 아마 절정 고수들 역시 절정 고수가 되기 위해 이런 짓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나는 해야 한다·

재능이 없기 때문에·

‘둔재가 천재를 따라잡으려면·’

천재를 넘어설 정도로 미쳐야 하는 것이다·

부우웅―

나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검기를 검에 불어넣었다·

‘천재보다도 훨씬 훨씬 미쳐야 한다!’

뇌가 바싹 졸아들어 가는 느낌이다·

기혈이 뒤틀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나는 이 미친 수련을 이어 가다가 원기가 상해서 김영훈보다도 일찍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하리·

‘아침에 깨달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검기를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흡이 가빠 오고 기혈이 요동친다·

머리가 텅 비어 가며 생각이 잘 되지 않는다·

점심때부터 불어넣은 검기를 저녁때까지 유지하는 중이었다·

‘저녁에 죽어도 좋다!’

나는 그렇게 검기를 유지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한 중소방파에 들러 비무를 청했다·

***

“오랜만이군·”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5년이 지났다·

김영훈이 다시 내게 찾아왔다·

“안색이 창백하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원기가 상하려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해서라도 절정지경에 이를 수 있다면야·”

그랬다·

검기를 하루 종일 유지하는 수련을 5년 동안 반복하며·

그동안에도 끝없이 비무와 실전을 겪었음에도·

나는 아직도 일류 후반이었다·

도무지 다음 경지의 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 말에 김영훈은 조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반로환동으로 젊어져 탱탱해진 그 미간에 작게 주름이 졌다·

“그 수련을 끊이지 않고 했는데도 경지를 올리지 못한 건가?”

“예· 뭐 덕분에 검기에 대한 이해도는 동급 무사들보다 훨씬 높아지긴 했습니다·”

이제는 검이 아닌 젓가락이나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종이나 천에도 검기를 불어넣어 검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이젠 동급 경지의 무사들에게는 무공에 상관없이 실전 경험과 검기의 이해도 하나만으로 무조건 3할의 승률은 먹고 들어갈 정도였다·

그러나 여전히 절정 고수들에게는 삼초지적이 되지 않았다·

“흐음····”

그의 눈이 검을 잡고 있는 내 손으로 향했다·

“기이하군· 이전보다도 훨씬 검과 하나가 되었는데 아직도 절정경에 이르지 못했다라· 자네 정도의 실전 경험을 겪은 이라면 그 수련으로 충분히 절정경에 이르리라고 생각하고 내준 과제였네만····”

“····”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것이 내 재능이다·

하늘이 내팽개쳐 버린 재능·

“···휴우· 그래도 너무 상심 말게· 자네 정도의 열의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절정지경에 오를 걸세· 솔직히 내가 내준 수련 과제이긴 하지만 그런 미친 짓을 정말로 해내고 있을 줄은 몰랐네·”

“감사합니다·”

나는 검에 검기를 불어넣으며 나직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제 반나절 동안은 쉬지 않고 검에 검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

반나절을 넘어가면 슬슬 머리가 아파 오고 기혈이 요동쳤으나 그래도 반나절을 더 버티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그 시간을 버티면 기혈이 뒤틀리기 시작하고 한 시진에 한 번 꼴로 코피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도 아직 의지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을 버티면 정말로 죽을 것을 알기에 그 이상은 억지로 시도하지 않고 있었다·

‘깨달음이 찾아올 때라면 몰라도 아무 감도 잡히지 않는 지금에야 그냥 죽는 건 개죽음이다·’

그 때문에 나는 굳이 무리해서 죽기보다는 그 시점부터는 검기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아마 정말로 하루 종일 검기를 무리 없이 시전할 수 있다면 그때는 조금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꼭 성공하길 바라겠네· 그리고 여기·”

김영훈은 나와 잡담을 나눈 후 또 한 권의 무제의 책자를 건네주었다·

“이번에 결단기 수도자와 싸우고 얻은 심득이네· 이번에는 내 실력을 정확히 가늠하고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결단기 수도자의 법술을 최대한 버티다가 도망치는 것에 성공했지·”

“단지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 심득이··· 이 정도인 겁니까?”

나는 살짝 어이가 없어 그가 내민 책자의 두께를 보았다·

조수월무록 총본과 두께가 비슷하다·

“결단기 수도자는 자연재해야· 자연재해에게서 도망치는 데에 성공했으니 이 정도 심득이면 충분히 자연스러운 게지·”

“허어····”

나는 혀를 내두르며 그가 내민 심득을 받아들였다·

“···제가 잘 보관하여 후대에 전하겠습니다·”

“고맙다 은현·”

그는 껄껄 웃으며 술을 잔 따라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다시 결단기 수도자를 찾아 다녀 보지· 다음번에도 살아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다· 그리고··· 이번에도 수련 과제를 하나 주자면 이번에는 지나다니는 주변의 ‘모든’ 풍광과 공간을 항상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다녀 보면 좋을 거다·”

“주변의 모든 풍광 말입니까?”

“그래 전투나 비무 시에 항상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하기 위해 주변의 공간을 머릿속에 담아두곤 하잖느냐· 전투 시에만 행하는 그 작업을 ‘항상’ 할 수 있게 해 보라는 거다·”

“그건 무슨····”

지난번 검기에 대한 수련 과제 역시 그랬지만 이번에 주고 간 수련 과제 역시 정신 나간 수준이었다·

말이 풍광을 머릿속에 담는다지 사실상 나보고 인간 CCTV가 되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공간각을 항상 깨우고 있으라는 건데·’

안 그래도 검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느라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데 여기에 또다시 시종일관 공간각을 유지하라는 소리였다·

‘···머리가 터지진 않겠지?’

나는 불길한 생각을 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휴우· 됐다· 김영훈은 지금껏 무림인 중에서 그 누구도 오른 적 없는 고금제일의 경지에 오른 천하제일무(天下第一武)· 그가 저런 과제를 내주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날부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은 전부 기억에 담아 두고 어느 위치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

회귀한 지 햇수로는 30년째·

그리고 공간각을 항상 켜 둔 지는 5년째에 이르렀다·

이제 검기에 대한 이해도는 그 누구보다도 높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항상 검기를 유지하고 다니는 이 정신 나간 행위 역시 이제는 아예 인이 박여 버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검기를 항상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공간각 역시 머리가 아프기는 했으나 꾸준히 연습을 한 바·

결국에는 인간 감시 카메라처럼 항시 주변의 풍경과 사물의 위치 공간의 크기 등을 계산하는 것 역시 아예 습관으로 자 리잡게 할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지만 이 역시 익숙해지니 할 만해졌다·

상시 검기 유지와 상시 공간각을 수련한 후·

이제는 동급 경지의 일류 무사를 상대로 공간각과 검기의 이해도 실전 경험으로만 4할의 승률을 무조건 먹고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고무적인 일은·

‘절정 고수를 상대로 3초가 아니라 4초를 받아 내는 데에 성공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절정 고수와 한 합이라도 더 주고받는 게 가능해졌다는 의미이니 말이었다·

그래·

나는 분명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언젠간 반드시 절정에 이르고 말리라!

***

나는 다시 김영훈과 만났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김영훈은·

얼굴에 흉터가 한둘 생겨나 있었다·

“그 흉터는····”

“결단기 수도자와 싸우다 생겼지·”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껏 그는 몇 번의 생을 걸쳤어도 몸에 흉터가 생기는 일 따위는 없었다·

무공을 익히며 한 번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수도자들과 싸울 때조차 흉이 남을 뻔한 상처는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런 그가 흉터를 입은 모습은 참으로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번에는····”

그러나 흉터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했다·

“결단기 수도자의 손을 두 번 연속해서 자를 수 있었다! 그러고도 도망쳤지! 하하! 하하하하!”

“···!”

“하하하 너도 봤어야 하는데· 그 고고한 수도자 놈이 한낱 범인(凡人) 따위에게 당해서 분노에 눈이 돌아간 모습을!”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는 지금 무림인의 한계를 점차 뛰어넘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씩 전승된다·’

내 회귀에 의해 이득을 얻는 이는 비단 나 자신뿐이 아닌 것이다·

세기의 천재 역시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넘어 그 너머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턱―

난 그가 내게 내민 이번에 결단기 수도자의 손을 두 번 연속해서 자르며 얻었다는 심득을 받아들었다·

‘이 심득들을 다음 삶의 김영훈에게 준다면····’

어쩌면 그는 또다시 한계를 벗지 않을까?

그의 천무(天武)의 자질이라면·

계속해서 길을 개척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무림인의 몸으로 수도계를 평정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내 목표는 기본적으로 오기조원에 이르러 수도자가 되어 경지를 높이고 다시 이전 세계로 돌아가 회귀 능력이 없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꼭 무림인이 수도자를 이기는 것이 삶의 목적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그의 행적을 보고 있노라면·

무공(武功)·

수도선술이 아닌 인간의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그런 무(武)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과 기대가 샘솟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맡아 두겠습니다·”

나는 그의 심득을 받아들였고 김영훈은 씨익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나저나 넌····”

문득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어쩐지 동정의 빛이 어렸다·

“···아직도 절정경에 이르지 못했군·”

“척 보면 알 수 있는 겁니까···?”

“그렇지· 네 시선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도 절정경에 이르면 이해가 될 거고· 사실 검기를 상시 유지하라느니 공간각을 상시 활성화하라느니 하는 건 모두 절정경에서 얻을 수 있는 [시야]를 네 육신의 감각을 이용해서 최대한 모방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정도만큼이나 절정경의 세계를 모방하게 했음에도 어째서 네 시야는 모방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를 않는 건지····”

“····”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재능이 둔재라는 건 알았지만 이건 숫제··· 네가 아예 무(武)에 맞지 않는 체질인 건지도·”

“····”

김영훈은 내 침울한 표정을 보며 다시 잔을 들이켰다· 나 역시 말없이 잔을 들이켰다·

“좋다 그럼 될 때까지 네게 절정경의 세계를 모방시킬 수밖에 없지· 앞으로 네가 해 왔던 것처럼·

공간을 기억하고· 소리를 기억하고 피부에 닿는 온도와 촉감을 기억하고 미각마저도 기억해라·

오감의 모든 것을 끊임없이 활성화해서 극한까지 단련해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상태에서도 역시 검기를 끊임없이 유지하며 계속해서 실전과 비무를 겪어라· 이것만이 재능이 없는 네가 절정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절정 고수들의 ‘시야’라·

“···제게 그런 것들을 알려 주시는 이유는·”

지금껏 절정경 이상의 무인들은 절대로 일류 이하에게 절정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말해봤자 이해도 못하고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들이 일류 고수에게 단편적으로나마 절정지경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는 경우는 하나·

“제가 절정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까?”

일류의 극의에 달해·

절정의 영역을 넘보는 이들·

초일류의 무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경우였다·

“···솔직히 네 손을 보면 어째서 아직도 일류 후반인지 알 수 없다·”

김영훈이 검을 잡은 내 손을 보며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절정 이상의 무림인들은 그 아래의 존재들과는 완전히 다른 눈을 가지게 되지· 삼화취정 오기조원도 각자 마찬가지고· 그리고··· 오기조원의 극한에 달한 내 시선으로 봤을 때·

넌 지금 네 검과 손이 반쯤 녹아들어 있는 형태다· 보통의 일류 무사는 그즈음 되면 절정 고수로 넘어가곤 하는데 넌 어째서 아직도 ‘시야’가 열리지 않는지 모르겠군· 그래서 단편적으로 정보를 주는 거다·”

검과 손이 반쯤 녹아들어 있다라····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냥 손이 검집에 올려져 있는 형태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내가 최근 간혹 느끼는 기분이었다·

마치 검과 손이 녹아 하나가 된 것 같은····

‘그런데 오기조원에 이른 고수는 내 심상을 읽기라도 하는 건가·’

멀다·

도대체 저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니·

그런 건 생각하지 말자·

“···감사합니다· 귀한 조언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수련하겠습니다·”

끄덕·

그는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금 내 눈 앞에서 허깨비처럼 사라져 버렸다·

나는 객잔에서 시킨 요리를 전부 먹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간을 기억하고 다음은····’

그래 소리를 기억해 보자·

나는 들려오는 모든 잡다한 소리의 정보를 머릿속으로 집어넣었다·

뇌가 터질 것 같았지만 이 역시 익숙해질 것이다·

소리가 점차 익숙해지면 다음번엔 온도와 습도 촉각 등의 정보를·

다음 번엔 미각에 대한 정보를·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실전을 겪어·

‘반드시 절정 고수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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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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