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 (4)
까딱····
전명훈이 나를 쳐다본다·
어쩐지 그의 눈은 산 사람의 것 같지 않았다·
저 눈은 흡사··· 죽은 자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 시꺼멓게 죽은 동태눈 뒤로는 무언가 뜨거운 감정이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전체적으로 죽어 있고 우울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길게 산발이 되어 있었다·
피부는 이전과 달리 훨씬 하얘졌고 눈 밑으로는 시커먼 눈 그늘이 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아 보이는 시체 같아 보이는 인상·
하지만 나는 그 시체 같아 보이는 인상에서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활화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의 녀석은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은 상태였다·
“전명훈 괜찮은 거ㄴ····”
부웅!
그리고·
다음 순간 내 턱을 향해 시뻘건 번개가 쏘아졌다·
“···!”
나는 전신에 두른 무형검으로 번개를 갈라 버리고는 녀석에게서 물러나 간격을 확보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쿠르르릉!
천둥이 울리는 것 같더니 녀석이 삽시간에 앞으로 나타나 손바닥을 펼쳐 얼굴로 가져왔다·
말 그대로 한순간 번개 그 자체가 된 듯한 형상!
파지직 콰르르릉!
녀석의 주변으로 적뢰(赤雷)로 이뤄진 일곱 개의 창이 나타나 나를 노렸다·
상 하 전 후 좌 우!
육합(六合)의 방위에서 붉은 창이 나를 노렸고 마지막 한 자루의 창은 전명훈이 직접 손으로 쥔 채 나를 향해 날렸다·
부우웅!
마지막 창이 계위를 넘어서 나에게 날아온다!
하나하나가 번개에 준하는 속도!
‘하나 진짜 번개는 아니다·’
나는 육합의 방위를 인식하며 손을 뻗었다·
붕 붕 붕 붕!
파아앗!
단 한 번!
한 번의 손짓으로 여섯 자루의 뇌창이 베여 나갔고 마지막 한 자루의 뇌창은 몸을 움직여 피했다·
츠츳!
나는 일순간 전명훈의 앞으로 쇄도하며 주먹을 뻗었다·
녀석이 방어하려는 듯 양팔을 교차하며 막아 냈으나 내 주먹이 녀석의 방어에 닿은 순간·
전명훈의 상반신은 그대로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츄칵!
“···음 오랜만에 만나고 안부 인사가 이런 꼴이라 조금 미안하군·”
츠츳 츳!
파지지직!
그러나 전명훈의 쪼개진 몸체에서는 번개가 튀기더니 얼마 후 녀석의 몸은 다시 붙어 버렸다·
“꽤··· 하는군·”
그리고 전명훈은 시체 같은 눈알을 뒤룩이며 입을 열었다·
“···?”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그에게 물었다·
“이봐···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냐?”
확실히 녀석의 정신 상태는 조금 이상했다·
상당히 불안정하다·
내 질문에 전명훈은 시체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8차 점령지··· 임시 총독이 아닌가? 감찰관의 혼(魂)을 고문해서 알고 있다·”
“···난 서은현이다·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거냐?”
“서은현···?”
“너와 같은 곳 출신! 네가 어디서 왔는지를 기억해라!”
“같은··· 곳····”
그 말에 전명훈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아아··· 으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
파직 파치지지직!
그리고 녀석의 전신에서 형형색색의 뇌전 줄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끄흐아아아아아!”
쿠르릉 쿠릉!
녀석의 등 뒤로 총 여섯 개의 깃발이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깃발은 전명훈의 등에 마치 날개처럼 꽂혀 있었다·
‘저건··· 녀석이 익힌 공법인가?’
무언가 금제 같은 것인가 했지만 영기의 흐름이 썩 자연스러운 것이 그냥 본인의 공법 특징인 것 같았다·
얼마간 사방으로 번개를 뿜으며 울부짖던 녀석은 이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시체 같은 눈알이 다시금 나를 쳐다보았다·
“···서··· 은현· 그래 기억난다·”
녀석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군· [그걸] 직시한 후로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추태를 부렸다· 적당히 이해해라·”
“[그거]?”
“닥쳐! 닥치란 말이다!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죽인다! 잘근잘근 포를 떠서 씹어먹을 것이란 말이다!!!”
쿠구구구구!
전명훈의 눈이 뒤집혀 갑자기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벼락이 떨어졌고 나는 벼락들을 피하며 잠시 녀석을 쳐다보았다·
다행히도 전명훈은 얼마 후 안정되었고·
다시금 나를 쳐다보며 음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 이런저런 얘기할 거 없고 어쨌든 너를 찾아왔다· 8차 점령지 임시 총독 서은현·”
“무슨 일이지?”
“8차 점령지에 혹여 ‘연진’이라는 금신천뢰문의 제자가 들르지 않았나? 녀석은 지금 어디로 갔지?”
“연진? 연진이라면··· 너를 찾으러 광한계 본토로 간다고 하던데····”
“본토···? 하 하하하 흐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말에 갑자기 전명훈이 미친 듯이 발광하며 웃기 시작했다·
“흐흐하하하하! 본토! 광한계로 갔다고! 엇갈렸단 말이냐!?”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왜! 도대체 왜!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냔 말이다!!!”
쿠르르르릉!
전명훈의 몸에서 시뻘건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이봐 전명훈· 진정하고····”
“다!!!”
그리고 내가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전명훈은 고함을 지르며 사방으로 번개를 뿜었다·
“다 죽어 버려라! 전부! 모조리!!!”
콰지지지지직!
쿠릉 쿠르르릉!
천지사방에 벼락이 떨어진다·
“이 땅에 있는 모든 것들 전부 다 아무런 가치도 없어! 전부 전부 전부 죽어 버리란 말이야!!!”
콰치지지직!
‘뭣···!’
붉다·
전명훈의 번개의 색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녀석의 의식이 피처럼 시뻘건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분노!
녀석은 용암처럼 뜨겁게 분노를 토해 내고 있는 중이었다·
“자 잠깐···!”
그와 동시에 녀석이 흩뿌리는 번개들은 나뉘어 떨어지며 결계를 그대로 투과해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인족은 그대로 들여보낸다는 게 인족이 행하는 법술들도 다 들여보낸다는 의미였나!’
피잇!
나는 빠르게 비둔술로 이동하여 결계 안쪽에서 전명훈이 흩뿌리는 낙뢰들을 무형검으로 전부 쳐 냈다·
저 아래쪽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한 마족들이 두런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 번개들 중 하나라도 마족들이 있는 곳에 떨어지면····’
모두 전멸이다!
쿠릉 쿠르릉!
전명훈에게서 어마어마한 벼락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저 정도면 틈을 봐서 제압할 수 있을····’
다음 순간·
쉬이이····
전명훈이 들고 있던 감찰관의 머리통이 그대로 불타 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녀석의 등에 박혀 있던 여섯 개의 깃발 중·
자색(紫色)의 깃발이 뽑혀 나가며 녀석의 번개에 녹아들었다·
한 개의 깃발이 뽑혀 나가자 녀석의 몸에서 뿜어지는 번개의 양과 질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 이건···!’
하나하나가 원영기 후기 수도자의 일격 급!
푸콱!
그리고 녀석의 등에서 다시금 하나의 깃발이 뽑혔다·
남색(南色)의 깃발이 뽑혀 나가며 녀석의 번개에 녹아든다·
쿠르르르릉!
“···!”
나는 이를 악물었다·
번개가 더더욱 강해진다·
‘생각해 보면 감찰관은 사축기 수도자일 텐데 그를 죽였다는 것은····’
저 깃발이 전부 뽑히면 놈은 사축기 수도자 급이 된다·
‘소모성 힘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폭발력이 말도 안 되게 커! 장기전은 시도도 못 하고 단기전에 끝날 확률이 높다!’
침착하자·
나는 마음을 다스리며 우선 이번에 얻은 원영을 관조하였다·
우우웅!
계위(界位)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군····’
원영기 수도자는 모두 원영기에 오르게 되면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되며 이는 원영기 수도자의 깨달음과도·
동시에 세계의 섭리와도 맞닿아 있는 사실이다·
‘기(氣)는 곧 의(意)·’
이 세상에는 높은 계위와 낮은 계위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계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세상의 물질과 생명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氣)의 계위·
기의 계위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만물의 방향을 인도하는 혼(魂)의 계위·
그보다도 아득히 높은 위치에서 세계의 진리를 인도하는 명(命)의 계위·
세상은 이 세 가지의 계위로 이뤄져 있었으며
차원의 높낮이에 따라 존재가 기(氣)로 표출되냐 영혼(魂)으로 표출되냐·
혹은 운명(命)으로 표출되냐가 다를 뿐·
한 마디로 기와 혼 그리고 운명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었다·
‘월도입천의 깨달음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강환은 하나·
즉 천지인(天地人)은 하나라는 이치로 도달했던 월도입천·
그와 같이 결국 모든 본질은 하나인 것이었다·
단지 차원의 높낮이에 따라 표출되는 바가 달랐을 뿐·
‘그래 어째서 광한계에 있는 종족을 세 개로 분류했는지 이제야 알겠군·’
어째서 심족은 천족과 지족에 한참 미치지도 못하면서 ‘삼 대 종족’에 끼어 있는가·
단순히 ‘시야’가 아니었다·
‘지족은 기의 계위에서 영기를 극한으로 끌어모아 수행을 쌓아 가고 천족은 명의 계위를 향해 제사를 지내 가며 명의 계위를 향해 끌어올려진다· 그리고 심족은 혼의 계위를 자유자재로 노니는 수행을 하는 것이다·’
나는 계위를 인지하게 된 이후에야 드디어 어떻게 인간이 수련을 하여 진선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였다·
‘기의 계위에서부터 명의 계위까지 존재를 끌어올려 기(氣)에서 태어난 필멸자가 운명(命)의 영역에 이르면 그 존재를 진선이라 하는 것이군·’
나는 원영의 생성 원리를 이해하였다·
‘기의 계위에서 끌어모은 순수한 기력을 혼의 계위로 끌어올려 영혼과 기(氣)를 합일한 것· 아니 아니지·’
영기와 영혼은 본래 하나·
단순히 차원의 높낮이에 따라 다르게 나뉘었던 것뿐이니·
영기를 끌어올려 차원의 높낮이를 너머 ‘본질’에 접속한 것!
그것이 원영이었다·
그렇기에 기는 곧 의!
어째서 법력을 쌓고 신통을 수련하는데 정신을 단련하는 구결을 익혀야 하는가·
어째서 ‘기운’을 끌어모아 경지를 높이면 수도자의 ‘의식’도 같이 커지는가·
기는 곧 혼이자 의·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었기에 그런 현상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아하하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절정경에 이르던 시절·
강시에게서도 붉은 선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절정 고수에 이르고 나서는 막상 생명체가 아닌 강시에게서는 붉은 선이 이론상 없는 게 맞다는 것을 느꼈다·
왜 의식이 없는 강시에게서도 붉은 의념의 선을 봤을까·
그것은 곧 기운은 의식이기에 강시 역시 혼이 없을지언정 기를 가지고 있다면 미약한 의(意)는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보다 더더욱 명확히 보인다·’
‘기운’의 계위와 ‘영혼’의 계위가 또렷하게 나뉜다·
그리고 거기에 영기의 흐름을 보는 요족의 시야·
심상의 색과 본질을 보는 월도입천의 시야가 합쳐지니 나는 이전보다도 더더욱 세계의 본질을 파고들 수 있었다·
‘합쳐진다····’
기와 의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그동안 나뉘어 있던 요족의 시야와 답천의 시야가 서서히 녹아들며 하나가 되었다·
의념의 색상이 영기의 음양과 합쳐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천족의 시야인 천기를 읽는 시야는 이 시야에 녹아들지 않았다·
‘진선이 되어 운명 그 자체가 되면 저 시야도 이 시야에 녹아드는 것인가·’
생명의 근원인 영기를·
마음의 근원인 심상을·
운명의 근원인 천기를·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합친 시야에는 과연 어떤 것이 보이는 걸까·
나는 그것을 잠시 상상해 본 후 시야를 다잡으며 전명훈을 노려보았다·
놈의 힘이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보인다·’
차분히 깨달음을 정리하며 시야를 바로잡자 보이기 시작했다!
천지의 결과 결이·
그 천지의 결이 인간의 의식과 뒤섞이며 신통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는 모든 과정이·
그 과정 안에서 보이는 무수한 상대의 허점이!
오로지 요족과 답천의 시야를 둘 다 얻은 나만이 볼 수 있는 시야!
부웅!
나는 전명훈이 내뿜는 번개의 결과 결·
그 정확한 틈을 향해 무형검을 뻗었다·
츄왁!
벼락이 그대로 갈라진다·
동시에 전명훈이 내뿜을 뇌전들이 거의 예지에 가깝게 어디로 향할지가 눈에 훤했다·
그리고 그 예지 속에서도 나는 녀석의 공격·
그 공격의 틈새를 찾을 수 있었다·
‘춤을 춰 볼까·’
나는 무형의 검을 잡고 허공에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검무(劍舞)에 맞춰 무형검이 흩뿌려진다·
계위를 넘나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권능인가·
원영기에 들기 이전에는 몰랐으나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다·
기의 계위와 혼의 계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넘나들며 원영을 아무 제약 없이 베어 버릴 수 있는 끔찍한 흉물!
그것이 무형검!
그리고 나는 이제야 이 흉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눈’을 얻어 냈다!
축기기 때에 얻은 정순지력이 월도입천에 무한한 기력을 보급해 주었다면·
원영기에서 얻은 이 ‘눈’은 월도답천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려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거기에 연체술로 얻은 육신의 힘이 더해지며 무형검은 기의 계위에서 육신의 힘을 받아 압도적인 패력(覇力)을 지니고 상위 계위로 날아올라 본질적인 차원에서 벼락을 베어 냈다·
슈캉!
전명훈의 등에서 청색(靑色)의 깃발이 뽑혀 나갔다·
이제는 번개 하나하나가 천인기의 일격 급!
그러나 육신의 힘·
원영기의 눈·
무형검의 공능이 더해지며 내 무형검은 전명훈이 흩뿌리는 벼락의 약한 점에 정확히 꽂히며 녀석의 번개를 그대로 베어 냈다·
슈캉!
‘어디까지 통하나 볼까?’
붕 붕 붕 붕!
보보를 디디며 검으로 내 주변에 원(圓)을 그렸다·
녀석의 번개는 점차 강해졌다·
조금씩 번개를 베는 데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전까지는 천인기 급 번개를 베어 내는 데에 아무런 힘도 안 들었다는 소리!
쿠웅 쿠웅 쿠웅!
전명훈의 등에서 녹색(綠色) 황색(黃色)의 깃발이 동시에 뽑히고 녀석의 번개 줄기 하나하나가 천인기 대원만의 공격으로 변한다·
꾸웅!
그쯤 되자 검이 무거워진다·
아무리 약점을 찾아 모든 것을 베는 검으로 강력한 육신의 힘을 실어 벤다지만 그것도 힘의 격차가 너무 커지면 한계가 찾아오는 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원영기에 이른 내 한계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점차 내 무형검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검무가 점차 빨라진다·
이것은 우공이산!
우그그그극!
전명훈의 번개를 내 무형검에 담아 그 힘을 계속해서 되친다·
점차 전신에 가해지는 부하가 극심해지지만 원영의 경지에 더불어 연체술로 단련한 육신과 답천의 경지는 본래라면 터져 나가야 할 육신을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콰앙 콰아앙!
드드드드!
위령선이 펼친 결계가 나와 전명훈의 격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점차 무색의 검이 적색의 번개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푸콱!
결국 전명훈의 등에서 마지막으로 주황색의 깃발이 뽑혀 번개로 녹아들었다·
쿠르르릉!
안 그래도 붉었던 번개가 더더욱 시뻘건 빛으로 빛나며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번개의 일격에 공간이 그대로 잘려 나간다!
‘이건 조금 무리일 것 같다만··· 그래도····’
나는 씨익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 볼까!’
크그그극!
전신에 별빛이 맴돌았다·
창령성광오채대법!
나는 별빛과 푸른빛의 기운을 극도로 미세하게 운용하며 두 기운을 내 무형검에 깃들였다·
우우우웅!
무형검이 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츠츠츠츠츳!
나의 무형검은 한 자락의 은하수가 되었다·
내 손에 들린 것은 더는 허공이 아니었다·
은하(銀河)·
자그마한 은하수가 내 손에 잡혀 있었다·
창령성광오채대법의 오의·
창익천쇄의 절기를 극한으로 미세하게 조절하여 갈아 낸 후 무형검에 불어넣은 것·
전신의 힘을 일격에 짜낸다!
‘아아····’
지금이라면·
베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피융!
우공이산으로 인하여 극한으로 치솟은 무형검의 공격력에 창익천쇄의 힘마저 더해져 무형검에 담겨 하늘을 걷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푸화아아악!
하늘을 뒤덮던 붉은 벼락의 세례가 이 일 수에 걷혀 나갔다·
나는 씨익 웃으며 피를 한 줌 토해 냈다·
우공이산을 쓰면 죽는다·
예전에는 그랬다·
“저주 역전!”
파아아앗!
전신에 깃든 우공이산의 부하가 전부 원유에게로 돌아갔다·
푸쾅!
저 아래쪽에서 내 명에 의해 마족들이 혹여라도 휩쓸리지 않게 보호하고 있던 원유가 저주인형이 되어 터져 나갔다·
결단기 대원만에 이른 녀석의 몸이 내 몸에 걸린 부하를 전부 떠받았다·
우우웅!
그리고 원유는 빠르게 이곳으로 올라와 모든 번개를 다 쏟아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전명훈을 향해 해골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촤르르륵!
전명훈의 기혈이 원유에게 빨려 들어왔다·
점차 원유는 전명훈의 기운을 빨아먹으며 터져 나간 몸을 재생시켰다·
원유에게 기력을 빨린 전명훈은 이내 비틀거리며 결계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휘이이이이!
나는 원유를 시켜 전명훈을 받아 내게 했고 녀석을 데리고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봐 전명훈·”
나는 광기와 함께 힘을 한차례 전부 쏟아 낸 전명훈을 보며 물었다·
“괜찮은 거냐?”
그리고 녀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닥쳐라·”
“뭐?”
“이해하는 척하지 마라····”
녀석이 이를 악물었다·
“나를 죽여라···· 나는 기력을 회복하면 이 일대의 모든 생명체를 남김없이 죽여 버릴 거다·”
놈의 눈 안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
“아무리 쏟아부어도 이 고통과 분노가 잦아들지 않아··· 가슴이 타는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죽여 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그러니 나를 막고 싶으면 나를 지금 죽여라 서은현!”
“···진정해라 분노는 남을 죽이는 것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야·”
“네가!”
그리고 녀석이 버럭 소리 지르며 내게 달려들어 내 멱살을 잡았다·
“네가 뭘 안다는 거냐! 눈앞에서 연인을 잃어 봤나?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게 스승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 모든 지인들이 일거에 벌레처럼 쓸려 나가는 것을 겪어 보았나? 소중한 사람이 다 죽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벌레 같은 비참함을 안다는 거냐!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는 거야! 닥쳐! 닥치란 말이다!!! 나는!!!”
전명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왔다·
“다 잃어버렸단 말이다!!!”
콰르르르릉!
녀석의 몸에서 붉은 벼락이 다시 한 차례 뿜어지며 주변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