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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193

이름있는 자 (2)

“대군(大君)께서 명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원영기 장로들이 서휼에게 읍을 하며 예를 올렸다·

서휼은 광한계에 온 이후로 왕작(王爵)에서 내려와 대군(大君)의 칭호를 쓰는 것을 허가받았고 이후로는 대군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하오나 혹 대군께서 찾으시는 존재가 특정한 운명을 타고난 존재가 맞습니까?”

“그렇네·”

장로의 물음에 서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특정한 운명을 타고난 존재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정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반드시 존재야 하겠으나·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이미 늙어 죽었을 수도 있는 법입니다·”

“상관 않네· 그런 이들의 기록이라도 찾으면 내게 보내면 되네· 그런 기록들을 찾아 모아 그 존재가 윤회하는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태어날 곳을 예측해서 갈 수 있겠지·”

“예··· 하오나 최소한으로 잡아도 300년은 걸릴 것입니다· 대군께오서는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여부가 있겠는가·”

나는 서휼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서휼이 말하는 건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이다·

인과 연의 이름을 가지고 서로 다른 성별로 가까이에서 태어나·

반드시 사랑에 빠지고 반드시 한날한시에 죽는 이들·

나는 그런 이들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도대체 왜 저런 존재를 찾는 것인가····’

서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수계에서부터 그랬다·

그가 천인기라는 내가 닿지 못할 영역의 존재인 것은 둘째치고 그는 늘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계획을 짜고 그것에 맞추어 움직이는 듯했다·

도대체 무엇일까·

서휼이 바라는 것은·

“···하루빨리 수행을 늘려야겠군·”

어쨌든 원영기에 이르면 사축기인 서휼 앞에서도 살아나갈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려면 최소 저 경지는 도달해 주어야 할 것이었다·

꿈틀 꿈틀····

나는 내 방에 보관된 유리 상자·

그 안쪽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절지동물을 바라보았다·

수계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봉명인의 인력이 내게 점지해 준 인연이었다·

‘처음 만날 때는 그 마을에서 본 어미 지네가 낳았던 알이었었지·’

지난 생에서는 창천개벽문도로 처음 살아갈 때 당시·

그때 처음 붙었던 서령문의 장로를 쓰러뜨리고 얻은 요족에 대한 서적을 바탕으로 녀석을 키워 갔다·

요수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충환을 제작해 먹이고 광한계의 영기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 건지 지네는 내가 마계로 파견 가기 직전까지 잘 살아 있었다·

다만 지네로서의 수명 자체는 어쩔 수 없었던 건지 노환으로 죽어 버렸지만 말이었다·

“···이번에는 요족들의 영역이다·”

과연 이곳에서는 조금 더 오래 살아 요족으로 각성할 수 있을까·

나는 지네를 살펴보던 중 문득 ‘이름’에 대한 것이 생각났다·

‘그나저나 나도 아직까지 이 녀석에게 이름도 안 지어 줬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다·

이번 생은 아니더라도 괴군과 함께했던 회차에서는 나에게 상당한 도움을 줬던 녀석이었는데·

그냥 이름도 없이 몇 년을 지냈다 생각하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네 이름은 뭐가 좋을까····”

이름에는 운명이 깃든다·

서휼이 말해 준 광한계의 고사와도 같이 좋은 이름은 좋은 운명을 불러온다는 것이었다·

‘좋은 이름으로 지어 주는 게 좋겠는데····’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앞으로 실행될 전 지족작명과업에서 이 지네의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다·

‘그런 큰 계획이라면 녀석에게도 좋은 이름을 잘 지어 주겠지·’

거기다가 전 지족작명과업은 운명을 읽고 거기에 맞춘 이름을 지족들에게 부여하는 작업의 일환이니·

거기에서 이름을 짓는다면 지네의 운명에 딱 맞는 이름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몇 개월 뒷면 시행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리거라·’

나는 꼬물거리는 지네에게 먹이를 주며 생각했다·

지네는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 * *

전 지족작명과업·

모든 지족들의 이름을 받아 관리하고 이름이 없는 지족들에게는 이름을 붙여 줘서라도 관리하는 작업·

이름에는 운명이 담겨 있으니 이름들을 관리해서 이름의 동향을 관찰해 간접적으로 지족 전체의 운명을 알아보자는 의도의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서휼 등에 의해 진행되게 되었고 회귀 직후 2년이 조금 안 된 오늘에서야 시행이 되었다·

서휼이 작명과업을 위해 진룡맹에 보낸 원영기 장로들은 서휼에게 주기적으로 그가 부탁한 조건에 맞는 이름들을 보냈다·

물론 이름만 맞다 뿐이지 서휼이 내건 조건에 맞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전 지족작명과업이고 뭐고는 핑계일 뿐이고 저 이름의 주인을 찾는 게 서휼의 진짜 목적인가 보군·’

서휼의 성격상 지족의 운명을 알아보느니 하는 공익적인 일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리라·

그저 전세계에 퍼져 있던 지족들의 이름 그리고 이름의 ‘기록’들을 한 군데로 모아 편찬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몰아붙였을 뿐·

그의 진정한 의도란 그저 저 이름의 주인들을 찾는 것뿐일 터·

“대군께 아침 인사 드립니다·”

나는 서휼의 집무실에 찾아가 그에게 문안 인사를 올렸다·

“오오 어쩐 일인가?”

서휼은 그의 집무실 가운데에 연단로를 만들어 놓고 단약을 제조하고 있는 듯 했다·

은은한 피 냄새가 나는 것이 아무래도 요단을 통한 단약인 듯했다·

“···이번에 전 지족작명과업이 전 지족 영역에 선포되고 시행된다 들었습니다·”

“하하 그렇지·”

서휼이 싱긋 웃으며 단약로 안에 든 내용물들을 휘저었다·

“13개 대형 종족들 역시 모두 만족하는 모양일세· 아무래도 내 제안이 듣기 좋았을 테니 말이야·”

“···그렇겠지요·”

서휼은 작명과업에 반대하는 반대파들에게

작명과업에 반대하는 약소 종족이나 산수 출신 요수들을 잡아서 자원으로 만들어 반대파들에게 제공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반대파들은 전부 흡족하게 작명과업에 찬성했고 모두가 만족하는 방식으로 전 지족작명과업이 시행되게 되었다·

‘서휼의 제안에 의해 희생당하는 약소 종족만 빼고 말이지·’

그 흐름은 너무나도 역겨웠지만 아직 내 수준으로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번에 작명과업이 시행될 때 제 친우의 이름도 지어 주었으면 해서 말입니다·”

“호오 자네 친우라니? 자네 친우도 이름이 없는 건가?”

“예 제 친우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나름 소중한 친우인지라 녀석에게 좋은 이름을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하하 알겠네· 내 작명관에게 잘 부탁해 놓지· 그래서 그 친우는 누군가?”

나는 저물도에서 유리 상자를 꺼내 서휼에게 지네를 보여 주었다·

서휼은 지네를 보며 재밌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조그마한 게 자네 친구인가?”

“그렇습니다·”

“흐음····”

나는 서휼의 의념이 조금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최근에는 서휼의 의념을 알기가 힘들었으나 저런 식으로 간혹 보이기도 했다·

서휼은 뭔가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지네를 인질 삼으려고 했는데 진짜 친구가 아니라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니 가치가 없어서 아쉬워하나 보군·’

그런 의미에서 아쉬워할 확률이 10할이었다·

잠시 지네를 살펴보던 서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귀여운 친우 같으니 잘 대해 주게나· 그럼 본 군은 단약을 계속 제련하겠네·”

서휼은 음기와 양기를 지닌 푸른색과 붉은색 두 개의 요단을 연단로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연단법은 관심이 없는가? 비록 우리 요족의 연단법은 인족에 비해 달린다지만 그래도 수도를 걸어가는 데에 있어서 연단은 떼어 놓기 힘든 일이니 배워두면 좋을 걸세·”

“···마음은 감사하나 저는 제 수행도 하기 바쁜지라 연단술에는 관심 가질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연단술 역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재미있다네· 연단의 깨달음 역시 수행의 깨달음과도 연결되는 게 있으니 말이지·”

우우웅!

서휼이 음기와 양기를 뿌리는 두 개의 요단을 집어넣은 연단로 안에서는 태극(太極)의 형상이 나타났다·

“본디 요족이 익히는 요수공법의 기본이자 총의는 음양의 순환과 회전 조화일세· 하지만 하계에서부터 연단을 해 오며 깨달은 것이 있다네·”

서휼은 저물도에서 초록색의 옥병을 꺼내 안에 담긴 액체를 꺼내 태극의 빛깔이 도는 연단로에 뿌렸다·

“이건 녹립산(綠立酸)이라는 영액이라네· 음양이기가 서로 섞이지 않게 해 주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

우우웅!

서휼이 녹립산을 연단로 안에 뿌리자 서로 순환하며 섞여 가려던 태극의 형상은 더 이상 섞이지 않고 분립되었다·

“하지만 신기한 건 말이지 음과 양은 본디 서로 하나가 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네· 그렇기에 서로를 분리해 주는 영액을 집어넣어도 음양이기는 서로 섞이기 위해 움직이지·”

우우웅!

그의 말대로 음양이기가 단로 안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고 섞이기 위하여 저절로 회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음양은 함께 있으나 서로 섞이지 못할 때에 이렇게 가장 격렬하게 회전한다네·”

“····”

“잘 흐르던 음양의 흐름을 분리해 놓고 서로가 만날 듯 만나지 못할 듯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만 해 준다면 음양은 끊임없이 회전하며 무한에 가까운 힘을 낸다는 것일세· 어떤가 본 군이 연단을 하며 알아낸 사실이지만 우리 요족들의 공법에도 적용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군요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하 귀찮게 잡아 두어서 미안하네· 이제 가 보게나·”

도대체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나는 서휼에게 인사를 한 후 그의 집무실에서 빠져나왔다·

* * *

서휼은 그의 집무실에서 연단로의 안쪽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태극을 바라보았다·

“···본디 기(氣)는 곧 혼(魂) 혼(魂)은 곧 명(命)· 그러므로 기와 운명이 결국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는 미소를 지으며 서은현이 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서로 만나야 하는 운명을 아슬아슬하게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어마어마한 운명의 인력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

우우웅!

그와 동시에 서휼의 옆쪽에서 공간 균열이 나타나며 서은현과 마찬가지로 백의를 입은 인영이 나타났다·

“저어··· 서휼 님· 호풍성혈변의 구결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는데····”

“이리 오십시오· 마침 그대를 위한 단약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치직 치지직····

백의의 여성이 공간 균열을 넘어 서휼의 집무실로 들어오자 공간 전체의 음양의 흐름이 더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서휼의 집무실에 설치된 세세한 영력 회로를 이용한 법기들이 전부 빛을 잃었다·

서은현이 설치한 괴군의 회로 역시 순간적으로 작동을 멈추었다·

그 광경을 본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서휼 님·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늘····”

“아닙니다· 쓸데없는 눈을 가려 주니 오히려 좋군요·”

“···?”

“자 이리 오시지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제가 반드시 당신이 동료들과 만날 수 있도록 원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렇게 약속드렸으니까요·”

서휼은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료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은 정말 보기 좋습니다· 늘 정진하시지요·”

* * *

부우웅!

나는 유리 상자를 들고 진룡맹 봉명주를 찾아갔다·

봉명주 최상층은 오늘도 여지없이 바쁜 듯했다·

나는 봉명주 최상층에서 행정 구역을 찾아 작명과업이 시행되는 부서를 찾아갔다·

“이름을 지으러 오셨다고 하셨습니까?”

사슴벌레를 닮은 요족은 흑룡 혈맥을 드러내 사슴뿔과 비늘을 드러낸 내게 공손하게 물었다·

“그렇소· 다만 내가 아니고 내 친우의 이름이오·”

“친우분께서는····”

나는 유리 상자를 들어 그에게 보여 주었다·

“이 녀석이오· 애완동물을 데리고 와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전에 이 녀석 덕택에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 꼭 이름을 지어 주고 가능하다면 요족으로 각성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외다·”

“아··· 그러시군요·”

사슴벌레 요족은 잠시 지네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러시다면 제가 막을 이유도 없지요· 도리어 용족께서 저희 충족(蟲族)을 좋게 봐 주시는 듯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음 지네가 곤충이던가?’

“···뭐 어쨌든 큰 은혜를 입은 몸이니까 말이오·”

내 말에 사슴벌레는 조심히 지네가 담긴 유리 상자를 받아들었다·

“일단 저희 측에서 작명관에게 말해서 이름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친우분···을 요족으로 각성시키고 싶으신 것이 맞으십니까?”

“그렇소·”

“하면 이름을 지어 주시고 같은 지네 요족들을 찾아서 도움을 받아보시지요· 같은 종의 요족이라면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르신이 원하신다면 제가 알고 있는 친우들을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오 그래 준다면 감사하겠군·”

“영광입니다·”

사슴벌레 요족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얼마 후 지족의 작명관이 지네에게 걸맞은 이름을 적은 종이와 함께 지네가 담긴 유리 상자를 돌려주었다·

‘녀석의 이름은 과연····’

나는 지네의 새로운 이름은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작명관에게서 받은 종이를 펼쳤다·

지네의 이름은 홍범(洪範)이었다·

“그게 그 아이의 운명에 가장 걸맞은 이름입니다· 천족만큼은 아니지만 저희 지족의 작명관은 영기의 흐름으로 점을 쳐서 운명을 옅게나마 읽는 법을 훈련해 온 이들이고 그런 작명관이 지어 준 이름이니 분명 그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이름입니다· 홍범이라는 이름의 뜻을 설명해 드리자면····”

작명관이라는 사슴 요족은 공손하게 내게 종이에 적힌 이름의 뜻을 설명해 주었다·

“그래 고맙소· 좋은 이름으로 지어 주어서 감사하오·”

나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 후 행정 구역에서 나왔다·

‘홍범이라····’

나는 지네를 보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기시감이 드는 이름이지?’

왜일까·

나는 어쩐지 예전에 이 이름을 들은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뭐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면 알겠지·’

우선은 홍범을 데리고 사슴벌레 요족이 소개해 준 지네 요족들을 만나 봐야 할 터였다·

* * *

지족 진룡맹을 형성하는 13개 대형 종족은 다음과 같았다·

용족(龍族) 붕족(鵬族) 공작족(孔雀族) 호족(虎族: 호랑이) 호족(狐族: 여우) 마족(馬族) 원족(猿族) 귀족(龜族) 봉황족(鳳凰族) 교족(鮫族) 우족(牛族) 아귀족(餓鬼族) 충족(蟲族) 등이 13개 대형 종족이었다·

그중에서도 용족이 가장 고귀하게 여겨졌으며 충족이 가장 비천하게 여겨졌다·

애당초 다른 12개 종족은 선수의 진혈을 이어받은 선수혈통의 종족이었으나 충족은 그냥 지족 전체에 포진한 모든 벌레형 요수들의 연합체를 뜻하는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내가 찾아가는 이는 그런 충족 중에서도 유난히 세력이 약하다고 여겨지는 지네 요족이었다·

부우웅!

나는 충족 구역으로 가는 전송진을 통해 지네 요족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도착하였다·

지네 요족들은 충족 구역에서도 상당히 깊은 계곡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사슴벌레가 소개해 준 지네 요족과 만나 담소를 나눈 후 그에게서 홍범을 각성시킬 비술들을 몇 개 받아 오는 데에 성공하였다·

“제명비신대법(祭名碑神大法)이라····”

지네 요수들의 신체에 흐르는 영기의 흐름을 파악한 뒤·

그 흐름에 걸맞게 영기를 불어넣어 지네의 몸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게 한 후·

지네의 이름을 통한 제의를 지내어 지네의 뇌리에 그의 이름을 강하게 새기게 하여 영성(靈性)을 일깨우는 방법이라고 했다·

“본래는 천족들이 자기 애완 요수를 만들 때에 쓰는 방법입니다만 선수의 진혈을 받으신 어르신이라면 제의를 통해 같은 효과를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나는 지네 요족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천족 전용 비술이라면 오히려 잘 됐군·’

제명비신대법을 통하면 다음 생에는 굳이 서휼을 따라 지족을 오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도 홍범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말이니 오히려 좋았다·

나는 지네 요족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제명비신대법을 구매하여 해룡궁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신경 써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나는 새 이름을 받은 홍범을 쳐다보며 원유와 함께 대법을 준비했다·

‘앞으로는 같이 가 보자꾸나·’

방 안에 제문이 적힌 진도가 깔렸다·

나는 방음 법술을 펼친 후 지네를 진도의 정 중앙에 놓은 후 진도를 발동시켰다·

제명비신대법이 발동하였다·

우우웅!

홍범의 체내로 영기가 흘러 들어가며 홍범이 꿈틀거렸다·

나는 체내로 흘러 들어가는 영기를 녀석의 몸에 알맞게 조정하며 진도를 조작했다·

“홍범(洪範)은 이리 오너라!”

쿠웅!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진도가 발동하며 홍범의 안쪽에 있는 영기들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이름을 세 번 부름으로써 지성 없는 벌레 요수의 영성을 각성시키는 제의·

“홍범(洪範)은 이리 오너라!”

다시 한번 이름을 부르자 이름에 의해 홍범의 체내에 있는 영기들이 폭발하며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영기의 폭발은 곧 정순한 생명력이 되어 홍범의 육신을 강화시켰고 홍범의 체내 안쪽에서 영기들이 회전하며 안착하기 시작했다·

“홍범(洪範)은 이리 오너라!”

쿠웅!

이번에는 내 귀에 들릴 정도로 큰 폭발이 홍범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했으나 고통을 견뎌 내자 마침내 영기의 흐름이 녀석의 몸에 안착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름을 세 번 부르자 홍범은 마침내 영성을 각성하여 요족(妖族)의 반열에 오르는 데에 성공하였다·

키륵 키르륵····

홍범은 괴상한 소리를 토해 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기기 초기에 해당하는 기운이 녀석에게서 느껴졌다·

요족들은 영성을 가지더라도 선수 혈통을 타고난 특별한 종족이 아니라면 축기경에 이르기 전까지는 지성이 거의 없다·

축기경에 이르기 전까지는 내가 알던 이전의 지네와 크게 다를 리 없으리라·

나는 홍범에게 다가가 녀석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 보자꾸나·”

봉명인이 내게 끌어와 준 천운·

홍범은 과연 앞으로 내게 어떤 도움을 주게 될까·

‘아니 도움을 못 줘도 상관없다·’

도움을 받는 못 받든·

어쨌든 나를 찾아온 인연이니·

최선을 다해 녀석을 도우리라·

창호자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나는 홍범의 머리 부분 갑각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 살얼음판 같은 용족의 복마전 속에서 나와 함께해 다오·”

앞으로도 서휼의 아래에 있으면서 굉장히 괴롭고 힘든 일이 많을 터·

이 해룡궁에는 누구도 내 편이 없었으나 어쨌든 홍범이 있게 됨으로써 최소한 한 명의 내 편은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앞으로 잘 버텨 보자·’

이제 서휼의 아래에서 고작 2년이다·

고작 2년이지만 서휼의 따사로운 눈길을 느끼다 보면 2년이 아니라 200년은 지낸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이번 생에 정한 목적들·

용족의 진의 탐색 오혜서 근황 확인 그리고 천뢰번 절도를 어떻게든 이뤄 내려면 계속해서 버텨야 한다·

‘계속 버티며 반드시 모든 목적을 이뤄 내리라·’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영성을 막 얻은 홍범과 함께 해룡궁의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 * *

쿠릉 쿠르르릉!

나는 주변으로 몰리는 태음의 기운을 지닌 먹장구름을 흡입하며 눈을 반개했다·

‘드디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천족공법으로 어느덧 결단기 대원만 천상분야열차의 단계에 올랐고

요수공법으로도 결단기 극한에 이르렀다·

‘이제 제대로 원영기에 돌아갈 시간·’

회귀햇수 7년·

아니 [그]가 나를 시험한 시간까지 합치면 17년이었지만 어쨌든 시간의 흐름상으로는 7년이었다·

나는 7년 만에 만상인연도의 힘을 통해 원영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원영에 이르면 그때부터는 조금 더 서휼의 아래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겠지·’

또한 본격적으로 원영기 공법을 수련할 수 있으리라·

‘그럼··· 원영기로 돌아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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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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