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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207

조각난 마음 (4)

내게 있어 무(武)란 무엇인가·

월도입천에 이르며 내게 있어 무란 자유라고 생각했다·

운명의 굴레에서 발버둥 치며 회귀라는 운명을 벗어나고자 갈망했던 내 마음이 구현된 것이 지금의 무형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회귀를 벗어나기 위해서만 사는 것인가·

‘아니다·’

내 삶은 그 자체로 무수한 은혜와 감사함 속에 이뤄져 있었다·

그러므로 내 삶은 회귀를 벗어나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를 충실히 살기 위해 사는 것도 있었다·

매 순간 매 순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매 순간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을 돌아갈 수 있는 나이기에 느끼는 사실·

시간은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

그렇기에 충실한 삶을 살자·

그렇다면 충실한 삶이란 무엇이고·

내게 있어 충실한 무(武)란 무엇인가·

무엇이 나의 충실한 삶이며 무엇이 나에게 있어 진정한 무(武)인가·

‘내게 있어 무란 뭐지?’

나는 지금 당장 이 알량한 머리로는 도저히 답을 내는 게 불가능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고민해 봤자 도움 되는 것은 없다·

‘앞으로 계속··· 생각해 나가야 할··· 문제겠지·’

나는 세로로 썰린 몸을 재생시키며 점차 눈을 감았다·

아직 완전한 원영기로 회복되지 않아서인지 고작 몸이 반으로 잘린 것 가지고도 의식이 침잠하며 기절해 버린다·

‘하루빨리··· 경지를 찾아야겠군·’

나는 의식을 넘기며 잠에 들었다·

* * *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유화 그리고 규백이었다·

“일어났나·”

“여기는····”

“동굴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으나 나는 내 옷매무새가 정리되고 땀이 닦여져 있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규백이 내가 깨어날 동안 나를 보살펴 줬군·’

규련의 조각인 그녀라지만 그녀 역시도 규련의 본성을 이어받아 선했다·

내가 그녀의 성품에 대해 생각할 때 그녀가 말했다·

“대놓고 보여 주더군· 함천존자께서·”

“···?”

“나 역시 너희 대련을 봤잖느냐· 함천존자께서 너희에게 주신 깨달음은 나 역시도 멀리서나마 알 수 있었다· 적은 힘으로도 큰 힘을 이길 수 있다 약자로서 강자를 상대하는 법을 몸에 익혀라· 전체적으로 그런 뜻이 아니었나?”

“예 맞습니다·”

“존자께서는 나에게도 그 말을 하고 싶으셨나 보군·”

그녀는 동굴 속에서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존자의 깨달음을 전달받으며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강자였던 규련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 사실 규련이었던 시절부터 정확히는 서휼을 만났던 시점부터 강자는 없었다·”

우우웅!

그녀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새끼손가락과 연결되어 있는 희끄무레한 선이 허공 어딘가로 이어진 것이 보였다·

“쭉 서휼에게 매달려 오기만 했었지· 그래 나는 서휼을 만난 날부터 사랑에 사로잡힌 약자였다· 나는 약자 주제에 스스로를 강자라고 착각하며 앉아 있었기에 존자는 내게 가르침을 주기 싫어했었던 거겠지· 그래····”

뚝 뚝뚝····

규백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규련의 조각 난 마음일 뿐이다· 그녀의 찌꺼기일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서휼을 사랑했던 마음을 절절히 이어받았어· 동시에 그녀의 광한지약 역시 이어받았다· 지금껏 입으로는 서휼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외쳐 왔다· 하지만···!”

그녀가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절규했다·

“동시에 나는 규련의 마음을 이어받았기에 서휼을 사랑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내가 나 스스로가 너무 무섭다· 서휼이 너무 증오스럽지만 동시에 서휼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공포스러워! 내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답해다오 너라면 혹시 답을 알고 있지 않으냐?”

규백은 절규하며 내 손을 잡고 물어 왔다·

유화는 동굴 입구로 나가 우리의 사이에서 시선을 돌렸고 나는 규백의 절규를 들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되물었다·

“한 가지 규백 님께서 서휼을 사랑하든 증오하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습니까?”

“···?”

“서휼은 규련 선배를 어찌 생각하는가· 이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닙니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다·

누군가가 반응을 하면 상대가 받아 주어야 관계가 형성된다·

지금 규백은 서휼을 향해 자신이 온갖 반응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서휼이 그녀의 반응을 받아 줄지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서휼이 당연히 규백 님의 반응을 받아 줄 것이라는 생각은 강자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규련 선배님도 확인하셨듯 서휼은 규련 선배님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

“규백 님께서는 서휼과의 관계에 있어 관계의 약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서휼은 당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규백 님은 지금 서휼에게 어떤 반응을 던질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서휼이 규백 님을 바라봐 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 말에 규백의 동공이 커졌다·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규백 님 규백 님은 지금··· 스스로 답을 구해 놓으시고 제대로 답을 확인하기가 두려워 제 앞에서 울부짖는 것처럼 보이시는군요·”

나는 규백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규백 님께서 생각하신 답을 말해 주십시오· 당신은 어떤 답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네 말이··· 맞다·”

규백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나는··· 그래· 지금 서휼을 사랑할지 증오할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휼이 나를 상대라도 해 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지· 네 말이 맞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목표를 정했다· 네 말대로 심도공법이라는 걸 익히겠다· 심도공법이라는 걸 익혀서 어떻게 해서라도 서휼과 다시 만나서···! 서휼의 감정을 제대로 확인할 것이야!”

“···훌륭하십니다·”

나는 규백의 결의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나는 규백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손을 이렇게 뻗으십시오·”

규백에게 내공심법을 익히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녀는 사축기 지족인 규련의 생명력이 낳은 일종의 규련의 부산물이었으니·

그녀의 기경팔맥은 인간과 완전히 달랐다·

겉모습만 인간을 닮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겉모습이 인간을 닮았다는 건 겉모습이 필요한 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 뜻·

규백은 내 지도에 따라 팔다리를 움직여서 기를 끌어모으는 기공을 익히고 내가 가르쳐 주는 대로 무공을 익혔다·

규백에게 가르친 무공의 이름은 용형비호조(龍形飛號爪)·

용의 움직임을 본뜬 조법(爪法)이었다·

붕 부웅 붕붕!

내 지도 아래에 규백은 상당히 빠른 성취로 용형비호조를 익혀 나갔다·

“음 익히기 쉽군· 심도공법이란 것도 별거 아닌 거 아니냐?”

“규백 님께서 재능이 있으신 덕이지요·”

“뭐 그것도 맞겠지·”

그녀는 서휼을 만나겠다는 일념 아래에 용형비호조를 미친 듯이 수련했다·

물론 그녀가 빠르게 용형비호조를 익히는 이유는 당연했다·

‘애당초 내가 규련의 본체의 움직임을 보고 기억해서 만든 무공이니까 당연하겠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황룡 일족인 규련의 움직임을 보고 만들어 낸 무공이다·

그런 만큼 규련의 조각인 규백에게 그보다 잘 맞는 무공은 없었다·

새로운 무공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닌 무공을 통해 본래 자신의 움직임을 재현하게 하는 것이니 말이었다·

물론 그녀 자신에게 최고의 적성을 지닌 무공을 수련시키는 것 외에도·

그녀는 정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용형비호조를 수련했다·

오로지 서휼을 다시 만나기 위한 일념으로!

그렇게 하계에서의 10년이 흘렀다·

* * *

쿠구구궁!

“끼르르륵!”

“끄에에엑!”

“끼에에엑!”

한적한 숲속·

그곳에서 커다란 폭음이 울리며 한 나무가 쓰러졌고 나무 근처에 있던 짐승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나무의 밑동 부분·

그곳에서는 한 갈의의 여인이 손을 털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벌써 용형비호조를 대성하셔서 조강(爪罡)을 사용할 수 있으실 줄이야·”

그녀는 규백이었다·

규백은 내 칭찬에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굽혔다·

부우웅!

황금빛 기운이 그녀의 손가락 위로 날카롭게 서리며 조강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도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피처럼 흐르던 정순지력을 이제야 재활 훈련으로 다시 구현시킬 수 있게 됐을 뿐이다 그마저도 정순지력을 구현시키는 데에 초식이 굳이 필요하니 한참 멀었지·”

“정순지력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규백 님·”

난 그녀가 내뿜는 수십 개의 의념들을 바라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벌써 삼화취정에 오르셨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규백의 집념은 놀라울 정도였다·

아무리 자신에게 최고의 적성을 가진 용형비호조에 내가 붙어서 가르쳤다지만 말도 안 되는 세월 안에 삼화취정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녀 역시 그래도 합체기에 도달할 뻔한 규련의 조각이란 건가·’

재능은 만상으로 달라 보여도 결국 통하는 법이 있는 법이었다·

또한 규련은 외법기축으로 사축기 대원만을 찍은 황룡이었고

사축기 대원만을 찍기 위해 아래 경지 수사들을 학살하는 것이 아닌 동 경지 수사를 네 명 격살하여 사축기 대원만에 오른 전사였다·

그런 만큼 실전 경험의 경험치 자체는 어마어마하게 많았으며 그 경험치를 이어받은 규백 역시 상당한 속도로 무공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었다·

“이 기세라면 수십 년 안에 오기조원은 물론이고 등봉조극에도 도달할 수 있으시겠군요·”

“흥 아부는 필요 없다· 수십 년 걸려서 재활 운동에 겨우 성공하는 것만큼 어불성설인 것도 없지·”

물론 그녀는 무공을 단순히 ‘재활 운동’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했지만·

‘어쨌든 이 정도 속도라면 어쩌면 본래 맞춰 놓았던 시간 안에 비승할 수 있을지도·’

서휼에 의해 하계로 떨어졌다지만·

아직 이번 생의 내 목적들은 유효했다·

‘금신천뢰문에 진선이 강림하기 전 그 전에 비승해서 금신천뢰문의 천뢰번을 도둑질한다·’

그 중에서도 금신천뢰문은 시간 제한이 있으니 되도록 빨리 비승해서 천뢰번을 훔치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이라도 비승은 할 수 있다·’

원유도 평소처럼 입고 있었고 거기에 원영기 수행은 전부 되찾았다·

거기에 흑룡 진혈에 담긴 태음의 힘을 통해 음신(陰神) 역시 키워 나가고 있었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원영 초기를 끝마치고 원영 중기에 도전할 수 있을 터였다·

‘지금 내 육신의 강도라면 경지는 천인기 이하일지언정 공간 압력을 버틸 수 있어·’

정통 비승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성계에서 공간 균열에 몸을 싣고 광한계의 좌표를 향해 몸을 날리면 되니까·

광한계의 좌표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다만····

‘함천존자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그냥 날릴 수는 없지·’

최근 장익에게 지도를 받으며 그동안 나도 몰랐던 무공의 미진함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유화는 지난번 얻었던 구현 3단계·

그녀의 말로는 하현 마지막에 대한 깨달음을 성숙하는 중이었으며 나는 답천의 극한에 달려가며 점차 답천 너머의 경지에 대한 감을 잡아 가고 있었다·

‘느긋하게 600년 정도만 수련하면 답천 너머도 도달할 수 있을 것 같군·’

하지만 이번 생에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런 것으로 시간을 끌어선 안 될 터였다·

‘이미 회귀 햇수 20년 차·’

금신천뢰문의 진선은 회귀 햇수 7 80년 차에 나타난다·

내가 마음 놓고 수련할 수 있는 시간도 50년 남았다·

‘50년 안에 유화와 규백과 함께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 올라가 제대로 서휼의 얼굴에 한 방을 먹여 줄 요량이었다·

‘기다려라 서휼···!’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 마침내 회귀 햇수 70년이 되었다·

* * *

끼끼끼끽!

나와 규백 그리고 유화와 장익은 원숭이들이 몰려 있는 습지에 도착했다·

이 행성에는 딱히 문명화된 지성체가 없었다·

요수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행성 자체가 영기가 희박하여 별로 많지는 않았다·

다만 많지 않다는 것이었지 없다는 것은 아니었고·

오늘 찾아온 요수도 그런 부류였다·

“누가 이 어르신의 영역에서 소란이냐!”

쩌렁쩌렁한 요족어가 울려 퍼지며 습지 안쪽에서 축기기 대원만 수준의 거대원숭이가 튀어나왔다·

나는 원숭이를 보며 규백에게 신호를 보냈다·

규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들이쉬었다·

후우우우―

그녀의 등 뒤로 아홉 개의 구체가 떠올랐다·

위이이잉―

그와 동시에 아홉 개의 구체가 그녀의 등 뒤에서 회전하며 일순간 규백의 의식 영역에 녹아들었다·

파아아앗!

그리고 규백의 의식 영역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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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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