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와 공연 (1)
몽롱하다·
나는 마치 물에 잠겨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기이한 환상 속을 부유했다·
기이한 공간이었다·
색과 색의 경계가 모호하고 동시에 수많은 지식과 역사 그리고 미래가 사방에 떠 있는 듯한 세계·
나는 그곳에서 둥둥 떠서 부유하며 몽롱한 정신을 붙잡았다·
‘나는 분명····’
천인도에 떨어지는 천겁을 맞고 정신을 잃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내가 의식을 차리고 주변을 인지하려 할 때 새하얀 섬섬옥수가 내 뺨을 더듬었다·
[그대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대가 내 이름을 발설함으로써 주께서 나를 보다 빠르게 발견하셨으니··· 끔찍한 금신자의 후예들에게서 마침내 해방되었구나·]
부드러운 목소리·
새하얀 백발을 지니고 번개로 된 옷을 입은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대는 천겁이 사나운 팔자를 가지고 있으니 나를 도운 공을 인정하여 축복을 내려주마·]
그 존재가 아련하게 울리는 음성으로 내 귓가에 속삭인다·
그리고 나는 내 존재 자체에 뭔가가 깃드는 것을 느끼며 그 존재의 속삭임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 * *
번쩍!
“···!”
나는 눈을 떴다·
주변은 잿더미였다·
마지막 기억에서 분명 천뢰번이 진선의 힘을 빌어 뭔가 심판을 내린답시고 사방으로 천겁을 뿌려 댔던 것이 기억났다·
‘여기는····’
천인도 분명 천인도였다·
그러나 내가 아는 천인도와는 달랐다·
아무것도 없었다·
번성했던 인족의 총본산은 모조리 한 줌 재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고 거리를 거닐던 이들은 모두····
지끈!
“끄으으윽!”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내 뇌리로 사람들이 기도하는 자세로 번개로 변하여 기화해 하늘로 빨려 올라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귀의하라····
―귀의하라····
―귀의····
“흐 흐악 흐아아아악!”
나는 머리를 감싸쥔 채 마구 비명을 질렀다·
지금까지 나는 몇 번은 진선을 만나 보았고 그 진선들과 꽤나 대화를 할 만하다고도 여겼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생각이 얼마나 교만하고 어리석고 우둔했는지를 깨달았다·
―귀의하라····
귓가에서 누군가가 계속! 계속 속닥이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편해질 것 같다!
그러나!
‘안 돼 안 돼!’
나는 가까스로 몸을 제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억···! 허억!”
식은땀이 뚝뚝 떨어진다·
지금까지 만난 다른 진선들이야 떠올리면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떠올리는 것 자체로 부담이 있지 않았다·
하나 지금에야 알 수 있었다·
‘전부· 전부 고작 분체 혹은 핏방울에 깃든 잔념을 마주했기에 그랬던 거야···!’
내가 오늘 본 것은 ‘본체’였다·
그리고 필멸자에게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 진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그야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귀의하라····
“흐 흐아아아아!”
나는 귓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 놀랐다기보다는 공포에 질렸다·
“이 이게 뭐야!”
내 손끝이 파직거리며 푸르게 일렁였다·
전기였다·
뇌성(雷性)이 손 끝에서 일렁인다·
하지만 단순히 뇌 속성 영력을 뿜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공포스러워하는 것은 내 손끝이 천천히 전기로 ‘변하고’있다는 것이었다·
―귀의하라····
속닥거림이 들려오자 변화하는 범위가 느릿하게 넓어졌다·
“후욱··· 훅····”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잔뜩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정말··· 이번 생은 쉽지 않군·”
번개로 변화하는 손끝은 영력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흩어져 사라졌다·
분명히 느껴진다·
내 몸을 잠식하는 이 번개는 종래에는 내 원영마저 잠식해 버려 나를 완전히 번개 그 자체로 만들어 흩어 버릴 터였다·
번개의 령이 된다거나 다른 존재로 진화한다거나 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한 줄기 번개가 되어 더욱 위대한 존재에게 ‘귀의하는’ 것이었다·
함부로 손을 자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귀의하라····
이 속닥거림이 내 귓가에서 머무는 이상 나는 설령 몸을 갈아타도 계속 이 증상이 반복될 터였다·
‘완전히 내 전신과 원영이 모두 번개가 될 때까지 속삭임이 계속되는 건가····’
어이가 없다·
공포스러운 것은 이게 딱히 진선이 악의를 가지고 한 게 아니란 것이었다·
진선이 악의를 가졌던 대상은 금신천뢰문·
금신천뢰문 방향으로 천겁의 기운이 날아가던 것이 똑똑히 기억났다·
금신천뢰문은 진선에게 귀의하는 것이 아닌 그저 모두가 한 줌 잿더미가 되어 스러졌을 터·
즉 이 현상은 진선이 내게 악의를 품고 저주를 내린 것이 아닌·
내가 진선 본체를 한 번 직시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한 번!
진선이 처음 하늘에 그 커다란 눈알을 들이밀었을 때 1초도 채 보지 않고 잠시 스치듯 본 그 한 번!
그 한번의 시선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귀의하라····
“난데없이 시한부가 되었다라····”
손끝이 조금씩 조금씩 잠식되는 속도로 보아 내 수명은 길면 1년·
짧으면 100일 안팎이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문득 어이가 없어서 광소를 터트렸다·
“흐하하하하!”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서휼을 골랐을 때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번 생은 어째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초반에는 서휼에게 이용만 당하고 서휼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하계에서 보냈을 때에는 하계여서 별다른 영향력을 쓸 수 없었고·
그나마도 다시 올라와서 천뢰번을 훔치려는 계획은 아예 실패하고·
그 직후에는 천기를 보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가 함부로 이름을 불러서 시한부 인생이 되었다·
‘정말····’
액(厄)이 가득하다·
‘환장해 버리겠군·’
나는 찌릿거리며 흩어져 가는 손끝을 잠시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시한부가 된 채로 길어야 1년이다·
‘그 안에 뭔가 다른 걸 할 역량이 될까·’
아니 그 이전에·
나는 뭘 해야 하지·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서휼과 흑룡왕 등 용족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도·
오혜서의 근황을 확인하는 것도·
천뢰번을 훔치는 것도·
모두 실패했다·
내가 이번 생에 세운 목표는 전부 이룬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뭘 더 해야 하는가·
이 짧은 시한부 인생 안에서 뭘 더 할 수 있는가·
그냥 이대로 죽음을 천천히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그래 이대로 그냥 편하게 주저앉자·
그냥····
“아냐·”
나는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냐·”
나는 도대체 뭘 할 수 있는가·
아니 그런 질문을 할 게 아니다·
질문하지 말고 일어서자·
뿌드득····
“이룬 것 하나 없는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엿 같았던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생애는 괴군의 괴뢰로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적어도 지금은 내 심장이 뛰고 내 몸이 움직이고 내 의지대로 행할 수 있지 않은가·
“후우····”
절망적일 정도로 이룬 것이 없지만 아무리 실패만을 반복해 온 생을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그렇다면!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머릿속에 드리운 그림자들을 걷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아직 한 가지· 해야 할 게 남아 있지·’
서휼의 목적 오혜서의 근황 천뢰번의 절도·
이 외에도 한 가지 더 목표한 것이 있었잖는가·
‘서휼의 결혼·’
아니 정확히는 서휼과 규련의 광한지약의 증인이 되어 주기로 한 약속·
그것을 지킬 기회는 남아 있다·
‘규백에게는 광한지약이 남아 있다·’
그 말인즉 아직 규백과 서휼은 청산해야 할 관계가 남았다는 것이었다·
둘의 관계를 둘의 인과응보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확인하는 것·
그 일이 아직 내게는 남아 있는 것이었다·
‘실패하기만 한 인생이었다·’
이제 1년이면 끝나 버릴 인생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남은 시간 안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자·
‘지족 영역으로··· 가자·’
나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지족 영역으로 가서 둘의 관계를 정리해 주자·’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법이니·
그렇게 나는 남은 인생의 마지막을 규련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기로 결심하며·
서휼에게 그 마지막 안에 어떻게라도 한 방은 먹여 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천인도에 있는 광령지로의 전송진을 일단 발동시켰다·
‘미친놈을 상대할 때는 미친놈으로 상대해야겠지·’
일단 괴군을 만날 생각이었다·
* * *
지족 진룡맹·
봉명주 인근 운심호·
그 운심호의 인근으로 봉명주의 요선루를 흉내 낸 주루가 들어섰다·
주루의 루주인 결단기 마원(魔猿)은 요선루처럼 악사와 무희를 모집했고 얼마 안 있어 두 명의 지원자가 나타났다·
“이름은?”
“유화입니다·”
“특기는?”
“금을 탈 수 있지요·”
한 명은 유화·
그녀는 금 타는 실력으로 빠르게 합격을 받았다·
마원은 유화의 연주에 가슴이 울릴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대단하군· 엄청난 수재가 들어왔어· 유화만 있다면 내 마원루도 요선루처럼 인근 요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 좋은 터가 될 거야·’
마원은 희망에 부풀어 유화를 합격시킨 후 다음 지원자와 면접을 보았다·
“이름은?”
“규백·”
“특기는?”
“춤·”
“음··· 말이 좀 짧군·”
“어쩌라는 거냐·”
“····”
다음 지원자인 규백은 마원이 대하기 곤란할 정도로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보아하니 영맥도 안 느껴지는 게 노예 종족 같은데 뭘 믿고 결단기인 내 앞에서 이러는 거지····’
마원은 까칠한 규백의 태도에 당황했으나 일단 그녀의 춤을 보기로 했다·
‘유화가 훌륭하다곤 하지만 솔직히 지금 지원자도 이 둘 말고는 없는데··· 일단 실력이나 봐야겠어·’
그러나 이윽고 규백이 일어나 보법을 밟기 시작하자 마원은 탄성을 질렀다·
‘마치 한 마리 황룡을 보는 것 같군·’
그녀의 움직임은 엄밀히 말해서는 용형비호조의 움직임이었으나 마원은 그 화려한 움직임에 규백의 무공을 보고 춤이라고 인식했다·
규백의 춤 시연이 끝나자 마원은 머릿속에 계산을 완료했다·
‘이 둘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결단기인 마원이었지만 결단기 요족 치고는 몸이 약해 제대로 싸우지도 일을 하지도 못하는 마원이었다·
그는 결국 이런 가게를 운영해서라도 수행 자원을 모아야 했다·
보통의 루주들은 노예 시장에서 노예 종족으로 팔리는 약소 종족들을 구매해 그들의 특기를 잘 개발시켜서 가게를 운영했으나 마원은 자금도 한 푼도 없었기에 노예가 아닌 직원을 데려와야 하는 처지·
“본 마원루에 원하는 봉급 조건이 있나?”
마원은 규백과 유화를 합격시킨 후 그녀들과 임금 협상을 하기 위해 그녀들을 불렀다·
“뭘 원하든 최대한 맞춰 줄 생각이 있네·”
‘어차피 기껏해야 축기 그리고 연기기도 못 도달한 노예 종족들 출신이니 큰 욕심은 없겠지·’
마원 입장에서는 거의 거저 부릴 수 있는 자원들이었기에 일단 그들의 기분이라도 맞춰 주려 마치 무엇이든 지원해 줄 것처럼 말을 했다·
그리고 규백은 그런 마원을 퉁명스럽게 쳐다보며 물었다·
“맞춰 줄 능력은 되나?”
“음? 당연히 되고말고· 뭔가 원하는 게 있나?”
“상급 청명석 백 근 일품 요호초 한 단 그리고 중급 이상의 흑정향은 기본으로 지급되는 거지?”
“···? 뭐?”
“요선루에서는 노예들한테도 지급하던 물품들이다· 여기서는 지급이 안 되나?”
“아 아니 잠깐· 청명석이나 요호초는 둘째 치고 흑정향은 하급만 해도 원영기는 되어야 구할 수 있는 물건인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거냐!”
“흠 이것도 못 해 주나?”
규백은 잠시 이해가 안 되는 듯 머리를 갸웃했으나 옆에 있던 유화가 무어라 눈짓을 주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욕심을 버리지· 그럼 기준을 조금 낮춰서····”
얼마간 규백과 마원은 서로 원하는 타협점을 찾으려 끙끙거렸다·
‘제길 춤 실력이 환상적이지만 않았으면 당장 단약으로 만들어 버렸을 노예 종족 주제에 원하는 것도 많군·’
‘규련이 살아 있었을 때 규련의 동부 앞 들짐승들이나 받는 정도의 취급으로 기준을 낮췄는데 이것도 못 들어준다고? 하계와 다를 것도 없군·’
두 요족은 서로 불만족스러워하며 어찌어찌 계약을 맺었고 유화와 규백은 일단 배정받은 숙소로 들어갔다·
“음 마음에 안 드는군·”
그녀의 방을 본 규백은 혀를 차며 들어갔고 유화가 따라들어오며 웃었다·
“규백 님께서 느끼시기에는 별로시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가난한 결단기 요족이 제공할 수 있는 방 중 상당한 수준이랍니다·”
“친한 척하지 마라 심족· 그동안은 서은현과 함께라서 가끔 어울려 줬다만 아직도 심족이란 존재는 불유쾌하다·”
“어머나 규백 님께서도 불완전하지만 하현에 드셨으니 이제는 엄연한 심족의 일원이신 걸요?”
“···흥·”
규백은 유화를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갔고 유화는 그녀를 따라 들어가며 말을 이었다·
“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거야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래서 마음은 정하셨는지요?”
“····”
규백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배정된 방의 탁자에 걸터앉았다·
지난 한 달간 건곤중역에서 지족 영역으로 돌아오며 규백은 서휼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여전히 서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알 수 없었다·
너무나도 증오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애틋했던 기억 역시 남아 있었다·
도대체 어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다·”
“한번 멀찍이라도 만나 보시겠습니까?”
“뭐? 그랬다가 놈이 알아채면 어쩌려고?”
“조금 잔인한 일이지만 규백 님 서휼은 규백 님을 보고 규련 님을 연상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게 무슨··· 하긴 그렇지·”
규백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튼튼한 비늘도 강력한 이빨도 늘씬한 본체도·
그리고 그녀의 경지도·
모두 잃어버렸다·
화형체의 외모가 똑같기는 했지만 그뿐·
화형체의 외모야 가리고 저 멀리서 보기만 하면 서휼은 절대 그녀를 알아채지 못한다·
‘보고 오면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가·’
그녀는 잠시 답답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았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모르겠군 서휼을 맨정신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서휼의 얼굴을 본 순간 폭주해서 달려들지도 몰랐다·
결국 잠시 고민하던 규백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것 같군·”
“그렇군요· 어쨌든 저도 서휼의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제 제자는 어찌 되었는지 알아봐야 하니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나도 어차피 봉명주 인근에 다녀올 곳이 있으니·”
“다녀올 곳이요?”
규백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서휼이 사는 곳 인근에 위장 취업하긴 했지만 솔직히 정말로 이딴 곳에서 춤추고 노래할 생각은 없겠지? 봉명주 인근에 결단기 수준에서 쓸 만한 자원들이 몇 개 있으니 가지러 가겠다·”
“음 뭐··· 저야 연주하는 게 좋으니 여기서 얼마나 지내도 상관없습니다만· 좋습니다· 어쨌든 자원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렇게 웃으며 규백의 방을 떠나려던 유화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는지 다시 규백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흑정향 같은 원영기 급 재료가 아니면 취급도 안 하셨던 규백 님께서 규련님이실 적에는 어찌 봉명주 인근에 고작 결단기 급 재료를 보관해 두셨던 겁니까?”
그 말에 규백은 별 것 아니란 듯이 대답했다·
“내가 보관해 둔 게 아니다·”
“예?”
“서은현이 키우던 애완 요수가 하나 있었는데 애완 요수에게 줄 수도자원을 찾길래 일전 적당한 결단기 급 자원들을 준 적이 있다· 서은현에게 그 위치는 들었으니 거기 가서 찾으면 있겠지·”
“흐음 서 도우도 애완 요수 같은 걸 키우다니 예상외군요·”
“본인은 애완 요수가 아니라 친구라 하기는 했다만··· 뭐 경지 차이가 그렇게 나는데 애완 요수나 다름없지· 서은현이 하계로 떨어질 때 광한계 봉명주 인근에 놓아두고 왔다 했는데··· 지금쯤이면 축기기는 됐으려나?”
“친구라 아 그런데 그 요수는 무슨 종족이지요?”
유화의 물음에 규백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무슨 긴 벌레였던 것 같은데··· 지네였나? 아마 맞을 거다· 그리고 서은현이 이름도 지어줬다 했는데 아마··· 이름이 홍범(洪範)이었었더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