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뱀(4)
금신천뢰문의 부문주 진휘는 자신이 제정신인가 싶었다·
아침에 서고에 데려가 적뢰공을 주고 기초에 대해 가르쳤다·
법화단전까지는 알아서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
진휘는 천영근자였기에 법화단전도 알아서 척척 만들었고 뇌성체를 타고난 서은현 역시 당연히 그 정도는 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연기기 1성의 구결을 외우는 건 조금 헷갈리니 며칠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진휘도 그랬으니까·
‘아니 좋아· 전설적인 자질이니 연기기 1성도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고 친다· 연기기 2성도 1성과 연동되니 같이 넘어갈 수 있다고 치지· 그런데····’
진휘는 도저히 그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불가해의 천재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아침에 적뢰공을 배우고 저녁에 연기기 6성? 이게 무슨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리고 그것은 진휘의 주변에 모인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지 모두가 하나같이 서은현을 괴물 보듯이 보고 있었다·
부문주인 진휘를 비롯해 문주인 금린 태상문주인 금벽호를 비롯하여 원로들이 모조리 서은현의 동부 앞에 모였다·
서은현을 빙 둘러싸고!
“그러니까··· 이 녀석에게 적뢰공을 준 게 오늘 아침이었다고?”
“그렇습니다·”
진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벽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정말로 지금 가르친 게 맞나? 혹 비선대에서 금신천뢰문과 합류했을 때 자네가 몰래몰래 가르친 게 아니라?”
“아니 태상문주님께서는 실례지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제 쪽에서 묻겠습니다· 이 녀석을 하계에서 처음 만나서 자질 검사를 하셨다 들었습니다· 그때 이 녀석이 정말로 범인이었습니까? 연기기 6성이 아니라요?”
“아니 정확히는 단수기에 들락 말락 하긴 했지· 그래··· 그렇군·”
금벽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애초에 원래부터 단수기 초입이긴 했었다· 어쩌면 칠십이지살지결이나 삼십육천강법결 십이지 십천간 구궁 팔괘 등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을 수 있지· 그게 말이 되지 않나?”
“태상문주께서도 방금 확인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이 녀석이 연기기 6성의 공법을 쌓은 건 단순히 외부 공법이 아닙니다· 순수한 ‘적뢰공’으로 연기기 6성에 도달한 것입니다!”
“····”
“외부 공법의 구결을 알고 있다고 해서 적뢰공으로 저렇게 빨리 연기기 6성에 도달한다고요? 자기 수행을 모조리 흩었다가 선각후통으로 경지에 이르는 법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정신 나간 짓을 하지 않으면 저런 짓은 불가능합니다!”
“으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금벽호는 어쩐지 잔뜩 흥분한 진휘에게 물었다·
진휘는 눈이 돌아갈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소해를 주시지요! 소해 정도의 자질이 아니라면 이 녀석의 정신 나간 자질을 절대 받아 낼 수 없습니다!”
“으음!”
금벽호의 현손녀인 금소해의 이야기가 나오자 금벽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진휘는 흥분한 표정으로 서은현을 가리켰다·
“만약 소해가 아니라면 이 녀석의 쌍수도려는 원영기 장로들로 선택해야 균형이 맞을 정도입니다· 1천50년을 살아왔지만 평생 이런 말도 안 되는 오성(悟性)은 처음입니다! 은현아 보여 주거라·”
흥분한 진휘의 명에 서은현은 앞으로 나서 침착하게 칠십이지살의 수인·
삼십육천강법결의 주언 십이지율의 영파 십천간의 문양을 모조리 구현했다·
그뿐일까 구궁과 팔괘의 이치까지 전부 장악한 모습에 금벽호는 물론이고 다른 원로들마저 침음성을 흘렸다·
“완벽하군····”
“적뢰공으로 칠십이지살지결의 이치를 다 깨쳤단 말인가?”
“흡사 선통후각이 아니라 선각후통만 수년 하여 경지를 올린 아이들을 보는 것 같군· 그만큼 완벽하다·”
원로들의 찬탄에 서은현의 눈가가 순간 꿈틀거렸지만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다·
“확실히 말도 안 되는 재능이군· 칠성제를 지내면 또 얼마나 성장세를 보일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축기단이고 뭐고 아무것도 먹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오성이 아닌가? 거기에다가 그런 녀석이 뇌성체에 원영기 급 의식을 지니고 있다니····”
잠시 멍하니 있던 금벽호는 껄껄 웃었다·
“흐하하하! 좋다! 좋구나 12만 년 금신천뢰문의 명성이 다시 세계에 울릴 때가 도래했어!”
껄껄 웃은 금벽호가 발을 굴렀다·
쿠웅!
그의 뒤편에서 흙으로 된 의자가 솟아오르는 듯하더니 금벽호의 몸에서 뿜어지는 뇌전에 녹아 유리가 되었다·
유리로 된 옥좌에 앉은 금벽호는 껄껄 웃으며 뇌전을 줄기줄기 뿜었다·
“소해 역시 벽력체를 타고 났으니 뇌성체의 쌍수도려로 주라는 말은 이해하네· 아마 둘이 쌍수를 맺는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내겠지· 하나··· 미안하지만 나는 소해를 그 아이가 원하는 사람과 맺어 주겠다고 그 아이의 어미 아비와 약속했어·”
즐거운 웃음을 짓던 금벽호는 서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저 아이와 소해를 맺어 주고 싶다면 저 아이가 소해를 반하게 하면 될 뿐이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본문의 원영기 여장로를 붙여 주는 게 낫겠지·”
“흐음····”
“그리고 뇌성체도 저럴진대 시조의 재림이라 할 수 있는 천상금뢰지체의 전명훈은 또 얼마나 뛰어난 자질을 지녔겠는가!”
금벽호는 즐겁다는 듯이 한쪽을 바라보았다·
전명훈이 금소해에게 교육을 받고 있을 전각이었다·
“개인적으로 소해의 선조로서 소해는 금신천뢰문의 상징인 천상금뢰지체를 지닌 녀석과 이어졌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만· 그것도 어찌 될지 알 수 없지·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천상금뢰지체를 지닌 녀석에게 오히려 소해가 부족할 수도 있겠군· 하하하하! 이렇게 뛰어난 자질을 지닌 천재들이 본문에 둘이나 들어왔으니 12만 년 전의 위세를 다시 가져올 홍복이로다!”
금벽호는 진심으로 기쁜 듯 임시로 만든 옥좌에서 일어나 서은현에게 다가가 서은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모든 문파가 네게 기대를 걸고 있다 서은현· 부디 기대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뇌성체가 이럴진대 시조의 의발을 진정으로 이어받을 천상금뢰지체는 도대체 얼마나 뛰어날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군! 하루빨리 소해가 예절 주입을 마쳤으면 좋겠구나· 하하하!”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아진 금벽호는 웃음을 끊이지 않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본문에는 전공점이라 하여 본문의 임무를 맡으면 전공점을 부여하고 그 전공점을 이용해서 본문의 공법서 단약 법기 법보 등을 대여하거나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태상문주로서 명하니 앞으로 서은현과 전명훈 문파의 두 천재들은 전공점 제도에서 제외시킨다! 원하는 모든 것을 전부 지원해 주어라! 알겠는가?”
“예!”
말을 마친 금벽호는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로 비둔술을 써서 날아가 버렸다·
* * *
‘금빛의 번개와 의념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군·’
나는 금벽호에게서 뿜어지는 금빛의 뇌전과 그의 황금빛 의념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전명훈이 있을 전각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초장부터 거하게 시선을 집중시켰으니 전명훈도 좋든 싫든 수련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15회차 당시·
전명훈을 멀쩡한 상태에서 처음 만났을 때 꽤 놀랐다·
그 미친 재능을 가지고서 아직도 결단기라니·
수십 년 동안 놀기만 한 게 아니고서야 그런 짓은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내가 옆에서 자극시켜 주마·’
그뿐이랴·
이해가 안되면 창천개벽문의 방법을 써서 주입시켜 주고 그래도 안되면 서휼처럼 세뇌를 해서라도 경지를 억지로 상승시켜 줄 요량이었다·
‘천뢰번은 전명훈의 손길을 두려워했다·’
분명히 기억났다·
전명훈의 손으로 천뢰번을 잡았을 당시·
천뢰번이 전명훈의 천상금뢰지체를 두려워했던 것을·
‘녀석이 경지를 되찾으면 천뢰번을 장악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렇게 되면 어쩌면 천뢰번을 수계에 봉인하는 것도 더 쉬워질 터였다·
물론 전명훈이 내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나 역시도 무력을 키워 나가야겠지만·
나는 전명훈에게 뒤처지지 않게 빠르게 경지를 올리겠노라 다짐하며 스승인 진휘를 따라 뇌운봉에서 며칠 뒤 칠성제를 지내기로 했다·
* * *
“다행히 뇌운각의 자료에 광한계의 별자리에 대한 자료가 있더구나· 이걸 보고 익히거라·”
“예·”
이미 별자리는 전부 꿰고 있었기에 필요는 없었지만 진휘의 명을 듣는 척하며 책을 휘리릭 넘겼다·
“자 그럼 솔직히 네 칠성제는 무난할 것 같으니 앞으로 칠성제를 지내고 누구를 네 쌍수도려로 데려올 건지를 정해 보자꾸나·”
“····”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렸다·
‘원영기 여장로를 나랑 맺어 준다고?’
금신천뢰문에 있는 절대 다수의 수도자들은 쌍수도려가 이미 있다·
그렇기에 여자든 남자든 대다수가 부부 상태인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내게 원영기 쌍수도려를 맺어 준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과부거나 혹은 태극진뢰신 등을 익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거나·
‘어느 쪽이든 꺼려지는데····’
거기다 내가 칠성제를 지낸 후에 쌍수를 맺겠다는 논리로 쌍수도려를 맺는 것을 피했는지라 이번에는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번에 쌍수도려를 맺고 나면 바로 폐관 수련에 들어 천족 원영기 경지를 회복한다·
그 후에 원영기 장로가 되어 쌍수도려는 필요가 없다고 하면 될 터였다·
‘실제로 과부인 원영기 수사들도 지금까지 다시 쌍수 상대를 찾지 않는 이들이 꽤 있는 걸로 보면 장로 이후부터는 무조건 쌍수를 맺어야 하는 게 아닌 모양이고·’
그렇게 되면 만사가 해결이다!
나는 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그래· 칠성제를 지낸 후의 네 쌍수 상대는 홍 원로다·”
“···예?”
‘원로? 장로가 아니라?’
원로라는 말은 곧 천인기라는 소리다·
“천인 후기 수사인 홍 원로가 앞으로 네 쌍수 상대로 배정될 거라는 게다· 이해했느냐?”
“···그렇군요· 그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혹 아까 저를 보러 오신 원로진들 중 계신 분이십니까?”
“아니다· 홍 원로는 평소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 동부 바깥으로 잘 안 나오는 성격이라··· 그녀가 어떤 사람이냐면····”
진휘는 홍 장로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듯하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음··· 음··· 좋은 사람이다· 그냥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 지금까지 그녀와 맺어진 쌍수 상대들이 다 도망치긴 했지만··· 그래도 본성이 나쁘지는 않아·”
“····”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져서 반문했다·
“왜 쌍수 상대가 도망치려 한··· 겁니까?”
“홍 원로는··· 그게 말이지 사실····”
“····”
“으으음····”
한동안 침음성을 흘리던 진휘는 진실을 말해 주었다·
“금신천뢰문 전설의 체질들을 구현해 보겠다고 자기 쌍수 상대를 데려다가 인체 실험을 해왔기 때문이란다·”
“····”
나는 말을 듣자마자 홍 원로라는 인간이 괴군에 못지않은 미치광이라는 걸 깨달았다·
“···저는 문파의 중요 인재가 아닙니까?”
“맞다· 하지만 홍 원로도 뇌성체를 지닌 너라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가 그녀의 목적은 전설의 체질들을 구현해 보는 건데 자네는 그녀가 바라왔던 목표점이나 다름없어·”
“천상금뢰지체도 있잖습니까?”
“홍 원로도 천상금뢰지체까지는 넘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뇌성체를 목표로 해 왔기 때문에 너는 절대로 해치지 않을 거야·”
“···확실합니까?”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진휘의 의념을 읽으며 물었다·
“혹 스승님께선 이미 그 홍 원로라는 분과 말을 맞추고 온 게 아니신지요?”
내 일침에 진휘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제자야! 홍수령 그 미치광이가 너를 자신에게 넘기지 않으면 어떤 발광을 할지 몰라서 일단 말이라도 전해 보겠다 했다!”
“····”
“네가 정 싫다면 평범한 과부 원영기 장로로 바꿔 주마· 홍수령이 발광은 조금 하겠지만··· 그래 봤자 괴군이 금신천뢰문에 찾아와서 패악질을 부렸던 때에 비할까· 태상문주께서 처리해··· 주시겠지····”
“····”
‘이거····’
나는 ‘홍수령’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어이가 없었으나 생각해 보니 은근 괜찮은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데?’
씨익·
‘나를 실험하려 한다고?’
괴군처럼 나를 아예 개조하려는 게 아니라면 그 정도야 용인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악명이 자자한 대신 얻을 수 있는 반사 이익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그녀가 나를 실험하려 한다는 걸 핑계로 금신천뢰문에서 도망치거나 아예 바깥으로 도망쳐도 다들 그러려니 할 거다·’
진휘의 반응을 보면 홍수령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망나니 같은 인간인지 알 수 있다·
아마 괴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미치광이인 모양·
‘거기다가 원래 상정했던 원영기 장로가 아니라 천인기 후기의 원로라면····’
그녀에게서 뇌도공법에 대한 조언을 더더욱 많이 들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그런 미치광이들은 정상인의 논리가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미쳐도 괴군만큼 미쳤겠는가·
괴군의 논리에 익숙해진 나는 그녀에게도 익숙해질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로 나를 인체 실험하려는 미치광이라면 내 예상보다 정을 덜 붙일 수 있겠어·’
어차피 인체 실험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도망 다니며 쌍수도 딱히 맺지 않을 예정이었고 나를 쫓아다니며 발광하는 모습만 보다 보면 정이 들고 싶어도 안 들 터였다·
‘회귀해도 내 정신이 붕괴될 정도의 충격은 없을 거야·’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한 식구가 되기로 한 이상 금신천뢰문의 동지로서의 정은 들 터였다·
그러나 정말로 나와 밀접하게 엮인 ‘가족’의 범위까지는 들어오지 않을 터·
‘그 정도면 회귀했을 때의 충격도 조금은··· 덜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진휘의 제안을 수락했고 진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의념을 펄펄 흘려 대었다·
* * *
칠성제의 날이 다가왔다·
나는 진휘가 만들어 준 제단 위에 올라 제의를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여지없이 다시금 먹장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끊는다·
천지영성을 받아 낼 길이 닫혀 버린다·
그 모습을 본 진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무슨··· 오늘은 제의를 지낼 시운이 아닌가? 그럴 리가··· 내가 전부 확인했건만·”
“스승님 저 구름은 무엇입니까?”
“으음 아무래도 오늘이 시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가 알기로 저런 류의 구름은 제의 당사자가 직접 씻어내면 제의에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는지요?”
“맞긴 하다만··· 너는 고작 연기기 6성에 불과하다· 네 힘으로 어찌····”
진휘의 말이 끝나기도 전·
나는 그대로 적뢰공을 끌어올리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요수공법으로 축기기에 오를 때 받아 놓았던 천뢰의 힘을 양손으로 뿜었다·
콰르르르릉!
내 손에서 뿜어진 청뢰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며 그대로 구름을 찢어발겨 천지영성이 내려올 길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진휘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이 이게 도대체····”
어찌나 놀랐는지 진휘는 내가 칠성제를 지낼 동안 나를 도울 생각조차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나를 지켜만 볼 뿐이었다·
파직 파지지직!
슈우우우―
나는 천지영성을 내려받으며 다시금 천족의 시야를 얻었음을 확인했다·
연기기 7성에 도달했다·
이전보다도 적뢰공의 성취가 더더욱 늘어났으며 무언가 막혔던 길이 뚫린 기분이었다·
“스승님 칠성제를 끝마쳤습니다·”
“···도 도대체 적뢰공으로 어떻게 그런 번개를····”
“글쎄요 그냥 하니까 되더군요·”
“허 허어 허허허허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진휘는 이내 진심으로 웃기 시작했다·
“허허···흐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이제야 내 재능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
“이것이 뇌성체로구나! 과연 본문의 홍복이로다· 뇌성체가 이 정도인데 시조님의 체질인 천상금뢰지체는 도대체 어느 정도라는 말인가! 아! 시조시여 진정 당신께서 본문을 돌보시고 계시나이다!”
나는 옆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남아있는 청뢰의 양을 계산했다·
‘이 정도면 축기기까지는 무리더라도 연기기 극성까지는 무리 없이 가겠군·’
그 정도만 되어도 상관없다·
아직 무색유리검에 저장해 놓은 천족의 수행도 전부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넘어가면 될 뿐이다·
* * *
칠성제를 지내고 다음 날이 되었다·
“네가 서은현이라는 놈이냐·”
내 동부 앞에 금색 장포를 입고 금색 혁대를 맨 인물이 나타났다·
진한 흑발을 허리까지 기른 그녀의 주변으로는 찌릿찌릿한 정전기가 흘렀다·
정전기가 잔뜩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릿결은 흑단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
깨끗한 피부를 가진 그녀는 겉보기에는 꽤 멀쩡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나는 금신천뢰문의 원로 홍수령이다· 오늘부로 네 쌍수 상대가 되었지·”
“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일단은 그녀에게 예의 바른 태도를 취하며 인사를 올렸다·
‘앞으로는 피해 다닐 처지지만 어쨌든 첫날은 잘 보여야 하니····’
그리고 그때였다·
“네 이놈!”
“···???”
갑자기 그녀가 버럭 화를 내며 발을 굴렀다·
그러자 저 바깥에서 벼락이 번뜩거리며 하늘이 울렸다·
“내가 네놈의 쌍수 상대가 되었다고 해서 정말 너와 나의 지위가 같은 줄 아느냐! 내가 문파의 어른이거늘 어찌 예법이 그따위란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성제국의 정통 예법인데····’
“나 때는 문파의 어른들이 행차하면 무조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860년 전만 해도 예법이 살아 있었거늘 왜 이렇게 방만한 것이야!”
“····”
‘···8백 년 전의 예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것인가·’
나는 순간 짜증이 났지만 일단 내가 배웠던 성제국의 전통 예법을 수정해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일단은 맞춰 주지·’
“예 후배가 미욱하여 방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쯤 했으면 됐겠지?’
그러나 어쩐지 그녀의 의념이 다시 꿈틀거리며 분노하는 것이 보였다·
‘또 뭐냐?’
“예법이 틀렸잖느냐! 다시 하거라!”
“···선배님 후학이 한 말씀 올리자면··· 제가 알기로 이게 맞는 예법입니다만?”
성제국 황실의 고문서를 뒤지고 황실의 행사를 몇 번이나 보며 확인했던 동작이었다·
틀릴 리가 없었다·
그러나 홍수령은 고집을 부리며 눈을 부릅떴다·
“네가 뭘 안단 말이냐! 8백 년 전에는 그렇게 안 했단 말이다!”
나이를 들먹이며 내 자세가 틀렸다며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졌다·
‘나이도 어린 것이 지금 내 앞에서 도대체 뭐라는 거지?’
자꾸 나이를 들먹이며 역정을 내자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그리고 홍수령은 갑자기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마구 고함을 질렀다·
“이놈! 이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 좋다 네놈이 정 예법을 고칠 생각이 없다면 내 친히 네놈의 몸을 연구해서····”
‘교육을 조금 해 주는 게 좋으려나····’
나는 성질을 돋우는 홍수령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뇌성체라고 해서 내가 특별 대우할 거라는··· 어?”
“···허·”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왜 갑자기 그녀가 내게 찾아와서 발광하며 역정을 냈는지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잡생각이 많아 쓸데없는 의념으로 선배님을 괴롭게 했군요·”
그녀의 성격이 괴랄해서 내게 갑자기 나이를 들먹이며 시비를 건 게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서 달아나고 이용하기만 하려는 의념을 풀풀 풍기고 있으니 대뜸 역정을 낸 것이었다·
“아 아니··· 어떻게····”
괴군과 창호자 오현석 이래·
나는 네 번째로 삼화취정에 달한 수도자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