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뱀(9)
전명훈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늘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을 연결해서 천기를 보는 기초적인 영통을 여는 단계·
그것이 칠성제·
그는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천지영성을 부탁하는 읠케를 치루며 생각했다·
‘이제 이 단계만 거치면···!’
꿈에도 그리던 쌍수 단계의 수련만이 남았다·
그리고 전명훈과 금진찬이 제의를 막 시작하려 할 때였다·
우릉 우르르릉!
“음?”
전명훈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스승님 먹구름 때문에 천문 현상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만···?”
“흐음···”
금진찬은 먹구름을 보며 굳은 표정이 되었다·
“···일단 잠시 기다려보자·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으니까·”
그는 입술을 꾹 악물며 말했다·
“바람이 불면 곧 사라질 게다·”
그 말에 전명훈은 자리에서 기다렸다·
금진찬과 전명훈이 칠성제를 지내는 모습은 전명훈은 몰랐으나 금신천뢰문 곳곳의 장로와 원로들이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은현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서은현은 그의 동부 위 봉우리 위쪽에 걸터앉은 채로 먹장구름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과연 너는 어떻게 천거를 극복할 것인가·”
전명훈은 물롬이고 금진찬 역시 처음에는 기다리는 듯 했으나 당최 먹장구름이 사라지지 않자 둘 모두 초조해졌다·
“스승님··· 이제 몇 시진 후면 해가 뜹니다만··?”
“나도 안다! 기다려라··· 설마 해가 뜰때까지 저 구름이 계속 자리에 있지는 않겠지!”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먹장구름은 절대로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전명훈과 금진찬은 그대로 허망하게 먹장구름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 * *
두 달이 지났다·
“하 하하··· 말도 안되는·”
금진찬은 금신천뢰문의 서고를 뒤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천거 현상이라고···? 시조님도 같은 현상을 겪으셨단 말인가?”
두 달 동안 어떤 방법을 통해서 칠성제를 지내도 전명훈의 칠성제는 번번히 먹장구름에 막혀버렸다·
이에 금벽호가 대노했음은 물론이고 금진찬과 원로진들은 서고를 뒤져가며 전명훈과 같은 사례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천거 현상’이라는 사실에까지 닿을 수 있었다·
금진찬은 그 사실을 조사하여 금벽호에게 찾아갔다·
“천거 현상이라고?”
금뢰전에서 금신천뢰문의 원로진 대다수가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금벽호는 불편한 듯이 태좌의 팔걸이를 톡톡 두들겼다·
“···그래 시조님 역시 같은 현상을 겪었다지?”
“예· 그렇습니다·”
“···시조님은 어떻게 극복하셨다 했는지는 기록에 나와있지 않았는가?”
“예··· 송구스러우나 그냥 엄청난 재능으로 극복했다고밖에 수록되어있지 않습니다·”
“그 엄청난 재능이 도대체 뭐냔 말일세···!”
“송구합니다·”
금진찬은 고개를 떨어뜨렷다·
금벽호는 한숨을 내뱉었다·
“법기로는 해결이 안 되는가?”
금뱍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그의 분석으로 현재 전명훈이 겪고 있는 현상은 일종의 천겁이었다·
다만 뇌겁의 형태가 아닌 하늘이 작정하고 제의를 방해하는 류의 천겁·
그런 류의 천겁이라면 법기를 다뤄서 본인이 뚫어버리더라도 문제가 안 될 터였다·
“상품 이상의 법기라면 능히 먹장구름을 뚫어낼 성능이 됩니다·”
“그러면 상품 이상의 법기를 쥐어주면···”
“하오나 상품 이상의 법기를 구동하려면 최소 연기기 극성 수준의 법력이 필요합니다·”
“······”
상품 법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연기기 극성이어야 한다·
하지만 연기기 극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품 법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모순이었다·
“괴군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연기기 저계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상품 법기를 만들 이가 없습니다· 광한계 곳곳에 수소문을 해 보아도 마찬가지이더군요·”
“···그렇겠지· 물론 그 미치광이 늙은이를 찾이서 괴뢰를 빌릴 일은 절대 없으니··· 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금벽호는 이마에 돋아난 힘줄을 꾹꾹 누르며 짜증을 참았다·
그러던 중 문득 그의 시선이 부문주인 진휘에게 가 닿았다·
“부문주 진휘는 서은현을 가르칠 때 저런 천거현상을 겪은 적 없소? 아 하긴 없겠군· 천거 현상이 뇌성체에게 일어났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사실··· 서은현 역시 비슷한 현상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뭣···!”
이어지는 진휘의 말에 금벽호가 눈을 부릅떴다·
“아니 왜 그걸 여지껏 말하지 않았는가!!!”
“송구합니다· 서은현 아니 서 장로는 너무 간단하게 먹장구름을 찢어버리고 칠성제를 지냈는지라··· 사실 천거 현상인지조차 몰랐습니다·”
“끄음··· 뭐 됐네· 어쨌든 그렇다면 서은현은 어떻게 손쉬운 방법으로 천거 현상을 극복했지?”
그리고 금벽호의 질문에 진휘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서 장로가 손을 들자 서 장로의 손에서 굵은 뇌전 줄기가 뿜어져 나와 단박에 먹장구름을 찢어발겼고 그대로 칠성제를 진행했습니다·”
“······”
“이게 끝입니다·”
“허허···”
진휘의 진술에 금벽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너무나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문파에 뛰어난 제자가 있어서 좋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뇌성체를 가진 제자는 저렇게 쉽게 통과하는 제의를 천상금뢰지체의 보유자인 전명훈은 왜 저렇게 헤메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햤다·
‘아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지·’
금벽호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속으로 서은현과 전명훈을 비교해 보았다·
생각해보면 서은현은 자력으로 비승을 한 주제에 원영 후기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적뢰공을 받자마자 하루아침에 6성에 오르고 칠성제의 시간까지 다 포함해도 연기기 극성에 이르는데에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입문한지 고작 1년 반인 지금·
원영 초기 극성에 도달해 원영 중기로 도약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게 보이지 않나·
그에비해 전명훈은 처음 입문하자마자 수도공법을 배우는 게 아닌 예절머리가 없어 예절 교육부터 시켜야 했고 잔뜩 기대를 한 상태에서 공법 수련을 시켜보니 서은현보다 한참은 뒤쳐졌다·
거기다가 진휘의 말을 들어보니 서은현과 전명훈은 둘 다 천거현상을 겪은 모양이었다만 서은현은 어째 한 번에 천거를 해결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더 위대한 자질을 가진 전명훈은 도대체 왜 천거를 해결치 못하고 쩔쩔 맨다는 말인가?
‘신체적인 자질은 전명훈이 우위에 있지만 오성에 있어서는 서은현이 한참은 압도하는 천재라는 건가·’
천상금뢰지체와 뇌성체가 함께 입문했을 때만 해도 금벽호는 좋아 죽을 뻔햇다·
하지만 막상 천상금뢰지체인 전명훈이 자꾸 속을 썩이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저 자질을 서은현이 가지고 태어났다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었다·
‘그랬다면 정말로 시조의 재림이었을 텐데 안타깝구나···’
금벽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일단 서 장로를 금뢰전으로 불러오거라· 서 장로가 어떻게 천거 현상을 극복햤는지 서 장로의 의견도 들어보겠다·”
그는 일단 서은현은 어떻게 천거 현상을 극복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은현을 불러들였다·
* * *
“그냥 하니까 되더군요·”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금벽호의 앞에서 말햇다·
“그러니까··· 그 ‘하니까 된다’의 정확한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느냐?”
금벽호는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솔직하게 대답해줄 수는 없었다·
천겁을 미리 맞아서 그 천겁을 저장해 놓았다가 방출해 버렸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너무 수상해 보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남의 천겁을 대신 맞아주라고 할 수도 없지·’
전명훈이 한 번 남의 천겁을 대신 맞아주면 천겁은 끊임없이 강해진다·
전명훈이 평생 그 자의 옆에 붙어서 천겁을 대신 맞아줄 게 아니라면 그런 방식은 그 자의 죽음을 앞당길 뿐이었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나라면 괴군 대신 전명훈의 팔을 뜯어버린 후 놈의 팔을 개조해 줄 수는 있다만···’
점명훈의 팔에 서 장군의 얼굴을 붙여서 서장군포를 발사할 수 있게 한다면 천거 현상은 바로 해결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괴군에게 당한 게 많은 금벽호 입장에선 바로 나를 불신해 버릴 것이란 것이었다·
‘괴뢰를 통한 방법은 안 될테고 저 놈의 오성에 더더욱 강한 비술을 익히는 것도 벅찰 테고 그렇다고 창천개벽문의 공법이나 요수공법을 전해서 익히면 그 역시 끈기가 없는 놈은 익히는 데에 몇십년은 걸리겠지·’
무공은 오히려 더더욱 안된다·
절정이나 삼화취정은 애들 장난으로 오르는 경지가 아니었고 오기조원과 등봉조극은 더더욱 그랬다·
‘내 장담컨대 전명훈을 등봉조극에 오르게 하려면 400년은 필요하다·’
무학의 일대종사의 위치에 달한 나였기에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은 무공 쪽으로는 아예 자질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금벽호가 만족할만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스승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으려나·’
나는 스승님을 떠올렸다·
청문령 그분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제자에게 도움을 주었을까·
머리를 굴려보던 나는 이곳이 ‘광한계’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 광한계에는 천지영기가 훨씬 더 많지·’
그렇다면 어쩌면 그 방법이 통할지도 모른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전명훔에게 도움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그걸 판단하는 건 일단 나다· 그러니 말이나··”
“하오나 제가 생각하기에 전명훈에게 도움이 될 법한 방법이 있습니다·”
“흠··!?”
나는 금벽호에게 내가 생각한 구상을 얘기햇다·
내 설명에 금벽호는 물론이고 모여있는 원로진들의 눈에도 희색이 맴돌았다·
“확실히··· 그런 방법이라면···!”
* * *
파직 파지지지직!
전명훈은 적뢰공으로 뇌기를 잔뜩 끌어모았다·
“빌어먹을!”
그는 울분에 차서 외쳤다·
“도대체 왜! 칠성제가 안 된다는 거야!”
그가 격분해서 소리치자 그의 주변에서 펄떡이던 뇌기가 끓어오르며 더더욱 강해졌다·
“제깉!”
그가 마구 소리를 지를 때엿다·
“소리질러봤자 아무것도 안 변해· 얌전히 고민이나 해 봐·”
맑은 목소리가 전명훈에게 다가왔다·
금빛 궁장을 입은 여인 금소해였다·
“원로님들이 천거 극복 방법을 찾느라 불철주야 노력하신다잖아· 너도 그러고만 있지 말고 뭔가 방법을 찾아봐·”
전명훈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도 방법을 찾고 있어· 그런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법기도 안된다 하고 스승님이 대신 구름을 치우면 제의가 끝나고 나는 아무리 해도 구름을 치울 능력이 없고!”
“쯧 내 말은 태도의 문제야· 솔직히 넌 잘 시간 되면 다 자고 쉴 시간에 쉬면서 방법 찾는다 하고 있잖아·”
그 말대로였다·
전명훈은 밤이 되면 잤고 쉬는 시간을 지정해서 늘 몇 시진 정도는 편히 쉬고는 했다·
그러나 전명훈은 오히려 금소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연히 사람이 잘 시간이 되면 자야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수도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면 잠 자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아· 장로님들 중에서는 몇십 년동안 잠도 자지 않고 앉아서 폐관수련만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후우·”
전명훈은 ‘장로급쯤 되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라서 그게 가능한 거겠지’ 라고 말하려 했으나 꾹 참았다·
‘예쁘지만 않았으면 진즉 꺼지라 했겠지만···’
솔직히 금소해의 얼굴은 정확히 금벽호의 취향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아 마침 그거에 대해서 조금 얘기해보려고 온 거야· 널 도와주고 싶은 친구가 있대·”
“날 도와주고 싶은 친구?”
그리고 동시에 시커멓고 길쭉한 그림자가 전명훈의 위쪽으로 치솟아 올랐다·
“흐이익!”
전명훈은 그 생김새에 흠칫 몸을 떨었다·
몇 번을 봐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생김새였다·
거대한 지네 요수 홍범이었다·
“장로님 중 한 분의 요수인데 최근 나랑 친하게 지내고 있거든·”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 뵈었었지요?]
“아 안녕하냐· 방금 전에는··· 비명 질러서 미안하군·”
전명훈은 어색하게 지네에게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제가 빨리 원영기에 이르러 화형을 한다면 해결될 문제인데 놀라게 해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예의바른 홍범의 말에 전명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야말로 미안하다· 그나저나··· 이제는 말을 더듬지 않는군?”
[금소해님께 언어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최근에는 영언이 아니라 성대로 인간의 언어를 말하는 법을 익히고 있지요·]
“호오··· 대단하구나· 과연 원영기 장로의 요수인가···”
[후후 제 주인님께서 역시 틈이 날 때마다 제 수행을 도와주시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물으면 친절히 설명해 주십니다·]
“과연 대단하신 장로님이시구나·”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나저나 네가 날 도와주고 싶다는 녀석이냐?”
[예 그렇습니다· 주인님께서 뇌도공법에 대해서도 간혹 음양의 이치를 설명하실 때 설명해 주시는데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문득 전명훈님이 최근 고생하신다는 말을 들어 도와주고자 소해 님께 부탁하여 도움을 드리고자 이리 함께 찾아왔습니다·]
“호오 어떻게 도움을 준다는 거지?”
[뇌도공법 현재 전명훈님이 익히고 계신 적뢰공의 이해를 도와드리고자 합니다·]
“···뭐? 네가 적뢰공을?”
전명훈은 지네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나 홍범은 태연하게 말했다·
[제 주인께서는 선각후통의 명사이십니다· 그분께 적뢰공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적뢰공의 위력을 10할 전부 끌어내실 수 있다면 명훈님 역시 적뢰공의 힘으로 천거를 극복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나도 선각후통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안다만 선각후통에 그렇게 뛰어난 위력이 있나?”
[물론입니다· 일단 한번 들어보시고 결정해 보시지요·]
얼마 후 전명훈은 홍범의 선각후통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전명훈이 눈을 빛냈다·
“과연···! 엄청나군· 이해가 안 되던 부분들이 바로 이해된다! 설명을 엄청나게 잘 하는구나!”
[주인님께 잘 배웠을 뿐입니다·]
“그렇다 해도 네 주력은 적뢰공이 아니라 요수의 요수공법일텐데 이런 설명이라니··· 엄청난 녀석이로군!”
전명훈은 홍범을 칭찬하며 동시에 마음속으로 홍범의 주인이라는 원영기 장로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금신천뢰문에 계시는 선각후통의 명사님이시로군· 키우는 요수조차 이토록 공법의 근간에 정통하다니···’
[만약 명훈님이 원하신다면 명훈님이 주인님께 직접 선각후통의 공부를 배울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으음···”
그러나 전명훈은 고민하는 얼굴로 은근슬쩍 금소해의 눈치를 보았다·
금소해가 홍범의 앞에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홍범 본문에서 자신의 스승이 아닌 다른 스승에게 뭔가를 배우는 건 그렇게 권장되는 사항이 아니야· 쌍수도려같은 가까운 사이라면 서로에게 뭔가를 배우는 게 허락되지만 아예 다른 스승이라면 자신의 스승에 대한 역심으로 보기도 하거든· 특히나 네 주인님은 장로님이시지만 전명훈의 스승이신 금진찬님은 원로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아 그렇군요· 제가 주제넘은 말을 했습니다· 하오나··· 그렇다면 요수인 제가 주인님의 말을 전해서 전명훈님께 도움을 드리는 정도도 아니 되겠습니까?]
“음··· 그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요수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으니까·”
그 말에 홍범은 전명훈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면 제가 주인님을 대신해서 그분의 가르침을 전명훈님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명훈은 홍범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왜 내게 이렇게 잘해주는 거지?”
[그야··· 주인님께선 늘 전명훈님을 걱정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전명훈님께서 천상금뢰지체로서 성장하여야 문파가 안정된다고 말하셨으니 그분을 모시는 입장인 저로서는 당신께 최대한 도움을 드리는 게 주인님을 위한 길이겠지요·]
“그런···!”
전명훈은 감격한 눈으로 홍범을 바라보았다·
그는 홍범에게 감동했고 그리고 홍범의 주인이라는 원영기 장로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 정도로 후학을 생각할 정도는 되어야 문파의 장로를 맡는 위치에 오르는군·’
“그 장로님의 성함을 알려다오 아니 잠깐· 아니다· 내가 추후에 경지에 이르고 나서 직접 찾아가 인사드리지· 그 전에는 알려줄 필요 없다·”
[예 뭐··· 원하신다면 그러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제게서 선각후통에 대한 강의를 들으시겠다는 것이지요?]
“그래 부탁하겠다 홍범!”
전명훈은 홍범에게 무릎을 꿇으며 가르침을 청했다·
요수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부끄러움은 없었다·
홍범의 수행은 축기기로 필히 자신보다 오래토록 수행의 길을 걸었을 요수임이 틀림없었고 그의 주인일 원영기 장로 역시 고명한 어른임에 틀림없었으니까·
‘반드시 홍범에게 선각후통에 대한 이론을 배워 적뢰공의 진짜 힘을 일깨우겠다·’
그리고 반드시 칠성제를 넘어서 눈칫밥을 주는 스승님과 문파의 원로진에게 똑똑히 알릴 것이었다·
자신이 ‘승리자’라는 것을·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 * *
“하늘이여!!!”
전명훈은 이를 갈며 먹장구름을 바라보았다·
파직 파지지직!
그의 주변으로 적뢰공의 뇌력이 충천해 있었다·
굵은 벼락이 전명훈의 주변에서 붉게 물든채로 일렁였다·
뇌전이 붉게 물드는 것은 적뢰공을 대성하여야지만 나오는 특징·
전명훈은 지난 10 년간 선각후통의 방식으로 적뢰공의 처음과 끝을 모조리 뜯어서 해체할 수 있을 정도로 수련했다·
하지만·
“왜! 나는! 아직도!!! 연기기 7성을 넘을 수 없는 거냐!!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여어어어!!!!!”
전명훈은 눈알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로 이를 갈았다·
쿠르르르릉!
연기기 6성인 상태로 홍범의 도움을 받아 적뢰공의 진의를 깨우쳤다·
붉은 적뢰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구름에 닿았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연기기 6성 수준의 법력으로는 적뢰공의 진의를 깨우쳐보았자 부족했다·
붉은 벼락은 먹구름의 끝자락을 살짝 건드리고는 스러졌을 뿐이었다·
동 경지의 연기기 6성 수준에서는 맞설 수가 없는 강력한 힘이었지만 그 정도의 힘조차도 하늘을 막아세운 구름을 뚫기는 힘들었다·
“왜! 나는! 아직도! 아직도 칠성조차 뚫을 수 없느냔 말이다!!!”
전명훈의 옆에서 금소해와 홍범 그리고 금신천뢰문에서 친해진 몇몇이 전명훈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명훈이 10년째 천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는 일은 문파 내에서 유명했다·
그리고 10년간 어느 순간부터 금진찬은 전명훈이 칠성제를 지내든 말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원로진들 역시 전명훈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직 몇몇의 벗들만이 전명훈의 곁에서 전명훈을 응원할 뿐이었다·
전명훈은 금소해와 홍범 몇몇을 제외한 모두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쓸모 있어 보일 때는 잘해주다가 쓸모가 없어 보이니·이렇게 헌신짝처럼 나를 내팽개쳐?’
듣기로는 최근 무수한 원로진들이 서은현의 동부로 모여 서은현과 뭔가를 한다고 했다·
서은현에 대한 열등감 사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울분 등이 합쳐져 전명훈의 마음에 응어리졌다·
‘분노가 강해질수록 적뢰공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명훈은 무언가 적뢰공이 변화하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공법이 감정에 반응한다· 어쩌면··· 어쩌면 더한 분노가 있다면···’
공법 자체가 진화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솔솔 들었다·
‘그래 분명 그럴 거다·’
그리고 전명훈은 그때를 기다렸다·
‘공법을 진화시키는데에 성공하면 칠성제를 뚫을 수 있다!’
칠성제만 뚫는다면 전명훈은 이 앞의 길은 평탄하리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경지를 올려··· 나를 무시한 모두에게 복수해주마!’
빠드득!
그는 이를 악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 * *
“···벌써 10년째군·”
홍수령이 내 동부에 들어와 차를 마시며 말했다·
“10년 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네놈은 좀 미친 놈 같다·”
나는 홍수령의 말에 콧웃음을 쳤다·
“멀쩡한 신입들 잡아다가 인체실험하는 홍 선배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닙니다만·”
“나쁜 의미로 한 말은 아니야· 그냥 네 능력이 너무 규격 외로 뛰어나다는 말을 한 것 뿐이지·”
그녀는 팔짱을 끼며 내 주변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무수한 뇌전의 흐름을 보며 말했다·
“금신천뢰문 뇌도공법을 전부 익혀보겠다고 했을 때는 정말로 정신 나간 놈인 줄 알았다만··· 설마 10년 안에 정말로 그 짓을 해낼 줄이야· 가장 성취가 낮은 것조차 3성 이상으로 익혀내다니 대단하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거기에··· 전명훈을 위한 계획도 솔선수범해서 착착 해내다니··· 지금 태상장문께서 뭐라고 하시는 줄 아느냐?”
“뭐라 하십니까?”
“왜 나를 네놈 쌍수도려로 정했느냐 하더군· 자기 현손녀를 네놈 쌍수도려로 억지로라도 맺었어야 했다며 피눈물을 흘리시는 중이지· 큭큭···”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피식 웃었다·
“아마 그분께서 그러셔도 금소해는 이미 전명훈과 10년간 이러니 저러니 하며 잔뜩 정이 든 모양입니다만···”
솔직히 나도 금소해가 왜 전명훈을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전명훈을 좋아했다·
정말로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전명훈에게 사랑에 빠질 운명인가보지·’
“그나저나 그 얘기 하려고 찾아오신 겁니까?”
“물론 아니지· 네가 금신천뢰문의 공법 9562개를 전부 익히는 데에 성공했다고 해서 물어볼 게 있어 온 것이다·”
“······”
“원로진들 사이에서는 소문으로만 내려왔지만 금신천뢰문의 역대 장문인들은 모두 이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더구나·”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금신천뢰문에 존재하는 모든 공법은 모두 불완전하다· 본문의 공법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본문의 공법은 전부 금신자님의 천상금뢰지체를 모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원로진들 사이에서는 늘 이러한 소문이 돌아왔지·”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쩌면 본문의 공법은 불완전한 것들이 아닌 ‘원래 전부 하나였던 완전한 공법’을 9000여개로 쪼개놓은 것이라는 소문· 그리고 ‘완전한 공법’을 익히면 시조와 같은 ‘천상금뢰지체’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말이다·”
홍수령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역대 장문인들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듯 하면서도 늘 사실을 공유해주지 않았지· 그래 모든 공법을 익혀보니 어떤가· 정말로 금신천뢰문의 공법은 원래 하나였던 공법을 쪼개놓았던 거냐?”
“···그건···”
* * *
전명훈은 그날도 역시 공법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부우우웅!
그의 위쪽에서 둔광이 번뜩이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 스승님!”
전명훈은 금진찬을 보며 예를 취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이기는 네 성취를 보러 왔다· 스승으로서 제자의 성취를 보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 최근 들어 적뢰공의 진의를 깨쳤다는 얘기는 들었다· 펼처보거라·”
“예 알겠습니다·”
‘말하는 투가 어째 평소에도 신경을 써줬다는 투로군· 짜증나게 하기는···’
그는 금진찬에 대해 속으로 짜증을 내면서도 겉으로는 예의바르게 적뢰공을 펼쳤다·
파치지지직!
그의 주변으로 붉은 번개가 몰아쳤다·
금진찬은 전명훈의 성취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군· 기본공법인 적뢰공의 극의에 달한 게 맞구나·”
“예 그렇습니다· 제자가 불철주야···”
“그나저나 말이다 명훈아· 적뢰공에 극의에 도달해도 연기기 6성인 너에 대해 원로진들이 회의한 결과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예···? 무슨 일인 겁니까?”
전명훈은 어쩐지 금진찬의 잔혹한 표정에서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천상금뢰지체를 네가 가지고 있어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여 네 육신을 갈아 단약으로 만들고 그 천상금뢰지체의 영근을 타인에게 넘겨주기로 결론이 났단다·”
“····?????”
전명훈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아 뇌가 정지했다·
“예···? 그게 무슨···”
“이해할 필요 없다·”
쿠르릉!
금진찬이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전명훈에게 손을 뻗었다·
“이리 오려무나· 마도선파연합에 부탁해서 막리세가라는 단약세가 출신의 솜씨좋은 연단사를 이미 초빙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