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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236

인간은 무엇인가 (3)

‘손목을 달라고?’

나는 바로 금벽호가 내게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천인기쯤 되면 충분히 꿰뚫어 볼 수 있을 텐데 구태여 손을 달라는 건····’

아마 그로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일단 순순히 손목을 내밀었다·

그는 천천히 내 손목을 잡더니 마치 의원이 진맥을 하듯이 내 맥을 짚어 보았다·

우웅!

그리고 금벽호의 의식이 혈맥에서부터 시작하여 내 신체 전부를 한 번 빠르게 휩쓸고 지나갔다·

“···너·”

금벽호는 어쩐지 무거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의 눈에는 어쩐지 착잡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원로들로부터 듣기는 했다· 네가 본문의 모든 공법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그래· 그래서 어쩌면 한 천 년 정도 공법들을 연구하면 숨겨진 구결을 발견하고 숨겨진 공법을 발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금벽호의 착잡한 기색 안쪽에는 어쩐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감정도 섞여 있었다·

“10년 만에 결국 모든 공법을 전부 익혀서 전설로만 내려오는 공법을 재현하다니···· 이걸 잘했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법을 재현해서 네 뇌도공법 전반과 뇌성체를 함부로 날렸다고 꾸중을 해야 하는지····”

“····”

나는 겉으로는 담담하게 있었다·

하지만 금벽호가 내뱉은 말은 상당한 풍랑이 되어 내 가슴을 흔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금벽호는 한숨을 쉬며 계속 말을 이었다·

“진휘에게 들었는지는 모른다만 네가 찾아낸··· 모든 공법을 익힐 때 드러나는 그 공법의 진짜 이름은 멸신겁천결· 시조님께서 금신천뢰문에 남기고자 하셨던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역대 문주들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지·”

“그렇습니까····”

“공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 하나 익히기 시작하면 체내에서 이미 익히고 있던 뇌도공법이 전부 투명하게 무속성 법력으로 변화해서 뇌도공법으로 누려 왔던 이점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것· 둘····”

조금 뜨악한 표정으로 금벽호가 말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영근이 사라지고 몸이 범인(凡人)의 몸이 되어서 더 이상의 수행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원래 가지고 태어난 자질 자체가 소멸한다고 하지· 한 마디로··· 너는 이제 더 이상 수선이 불가능하다·”

“····”

“천인기에 이르렀다면··· 방법이라도 있었겠건만·”

확실히 체내를 관조해 보니 오기조원을 통해 만들어 놓았던 오행영근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체내에 법력은 있으나 육신이 법력을 빨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기분이었다·

영기를 정제해서 법력으로 빨아들일 수 없으니 앞으로는 법술을 쓰면 더 이상 법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금벽호는 영근을 잃은 것 자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영근 자체는 신경 쓰지 마라· 홍령체를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홍령삼이나 기타 특수한 영근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영약들을 구해 오면 영근은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건··· 네가 뇌성체를 잃었다는 것이야·”

나는 금벽호의 의념을 읽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였으나 그는 현재 복장이 뒤집혀 터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긴 천상금뢰지체가 겨우 고비를 넘게 했더니 이번에는 다른 녀석이 갑자기 범인이나 다름없어진 채로 자질을 잃어버린 셈이니·’

갑자기 눈알이 뒤집혀서 어떻게 된 거냐며 내 멱살을 잡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폭급한 성질을 생각했을 때 나름 필사의 의지로 참고 있는 것이리라·

“뇌성체를 잃은 채로··· 금신천뢰문에 남을 수 있겠느냐?”

그가 내게 물었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보단 다른 질문을 되물었다·

“그 전에 한 가지 태상장문께서는 이 ‘멸신겁천’의 구결을 아신다고 하셨습니다· 하면 이 멸신겁천의 구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등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대강은 알고 있다· 멸신겁천은 공법용이 아닌 제례용 구결로써 여러 ‘제의’와 융합해서 사용하는 신통이지· ‘제의’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공법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런 공법을 남기신 선조님의 뜻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금벽호는 멸신겁천공의 존재와 대강 어떤 공법인지만을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원래 그렇게 전해진 것일 수도 아니면 처음에는 잘 전해졌으나 세월이 지나며 전해지던 것들이 전부 전해지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혹 멸신겁천과 관련된 종문의 규약 같은 것이 있습니까?”

“흠 예전에는 있었다고 들었다만 내 대에 와서는 그런 규약들은 대다수가 전해지지 않게 되었다·”

“그렇습니까····”

나는 살짝 미간을 꿈틀거렸다·

멸신겁천과 같은 양수진이 직접 남긴 공법의 경우 분명 조금만 행동을 잘못해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공법에 대한 규정은 중요했다·

혹여나 내가 이 공법을 꾸준히 익히는 것만으로 어떤 존재의 눈길을 끌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니 그런 규정은 알아 놔야겠는데····’

금벽호가 모른다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얼마간 내 몸 상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멸신겁천을 익혔다면 더 이상 본문의 뇌도공법은 사용해도 어쩔 수가 없다· 무속성의 공법으로 변화했으니 기존의 뇌도공법의 구결을 운용해 봐야 뇌도공력으로 운용하던 구결이 제대로 운용될 리도 만무할뿐더러··· 새로 뇌도공법을 익히려 해도 멸신겁천결에 흡수당할 거다·”

“혹시··· 뇌도공법을 이제 더는 못 익히니 금신천뢰문에서 쫓겨난다거나 하는 겁니까?”

“뭐?”

그리고 내 질문에 금벽호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설령 네 재능과 오성이 모조리 사라졌다고 해도 너는 엄연한 원영 중기의 장로· 원영을 응결한 경험이 있는 이상 너는 광한계에서도 대접받는 장로 중 한 명이다· 그런 전력을 포기할 수도 없으며··· 또한 멸신겁천 역시 시조께서 남기신 유지· 너는 멸신겁천을 꾸준히 익혀 가며 그 구결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역할도 남아있다·”

‘그런가····’

나는 싱긋 웃었다·

따지고 보면 금벽호의 말은 지극히 정론이기도 했다·

“뇌성체를 잃고도 상관없느냐고 물으셨지 않습니까? 예· 상관없습니다·”

“···!”

“앞으로도 계속 금신천뢰문이 저를 받아들이는 한 이곳의 제자로 있겠습니다·”

“그렇군··· 고맙다·”

그는 내 어깨를 쳐 주었다·

‘어차피 뇌도공법을 못 익혀도 할 게 있으니····’

어찌 되었든 천뢰번은 훔쳐야 한다·

그 역시 이번 생의 목표 중 하나였으니 말이었다·

그러나 내 흉악한 목적을 아는지 모르는지·

금벽호는 대견하단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나는 흠칫 놀라 어깨를 치며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가 싶었으나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뇌도공법과 영근을 잃었지만 어쨌든 넌 종문의 인재다· 차후에 영근을 보완할 영약도 따로 보내 주마· 그리고··· 안타깝긴 하지만 어쨌든 본문의 모든 공법을 익혔던 위대한 제자이기도 하지·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예·”

그는 얼마간 나를 격려해 준 후 내 동부에서 나갔다·

그가 나간 후 나는 눈을 감고 체내를 관조했다·

무속성의 투명한 법력이 체내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드디어·”

나는 늘 조금씩 내 몸을 갉아먹고 있던·

뇌전화의 저주가 드디어 사라졌음에 미소지었다·

“해방되었다·”

뇌전화의 저주에 걸린 지 약 5백여 년·

두 번이나 죽었음에도 풀리지 않고 미약하게 남아 나를 뒤따라오던 그것은 멸신겁천의 법력이 체내에서 뇌전을 무속성으로 변화시킬 때에 완전히 해제되어 버렸다·

그동안 워낙 큼직한 일들이 일어나서 신경 쓰지 못했으나 저주가 풀렸다는 것 자체로 나는 이번 생의 주요 목적 중 하나를 이룬 것이었다·

‘물론 천인기에 오르고 천뢰번을 훔친다는 목적은 아직 이루지 않았다만····’

나는 숨을 들이마시었다·

우우웅!

내 호흡에 천지영기가 내게 들어왔다·

나는 용맥기공을 운용하며 빠르게 다시 한번 오기조원의 환골탈태에 들어갔다·

뚜두둑····

환골탈태로 바뀌는 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냥 몸을 푸는 정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오기조원의 영기가 체내로 들어가며 오행영근을 다시 생성해 내는 게 느껴진다·

“후우우····”

나는 오영근을 느끼며 새로이 만들어 낸 오영근으로 천지영기를 빨아들였다·

소모되었던 법력들이 빠르게 차오르며 나는 순식간에 만전의 상태를 회복하였다·

‘원영 중기에 올랐다·’

양신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으니 양기를 모으기만 하면 양신의 극점에 이르고 원영 후기로 넘어갈 동력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매우 쉬울 터다·

‘그럼 일단 내가 해야 할 것 얻은 것 등을 전부 다시 정리해 볼까·’

얻은 것은 귀중한 정보와 운명에 저항하는 구결인 멸신겁천·

그리고 내가 해야 할 것은 천인기에 오르는 것과 천뢰번을 훔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멸신겁천을 얻으며 해야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금신천뢰문에는 멸신겁천에 대한 전승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뭔가 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전승을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을 찾아가 봐야겠지·’

나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명계의 밑바닥에 다녀온 영향인지 몸에 생기가 없었고 곧 죽을 노인처럼 전신이 삐그덕거렸다·

하지만 한숨 자고 나니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동부의 입구로 가 요족어로 외쳤다·

“홍···범···!”

웅웅웅!

영기의 파동이 사방으로 울렸다·

얼마 후·

쿠구구구구!

마디 하나하나가 이제는 집채보다도 커진 거대한 지네가 허공을 날아왔다·

검은 갑각을 자랑하는 홍범은 내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인 일이십니까 주인님·”

“최근 10년간 금신천뢰문에 새로이 입문한 광한계 출신 신규 제자들의 목록을 가져오너라·”

“예·”

스르르륵!

홍범은 군말 없이 허공을 날아갔고 얼마 후 다시 내게 돌아왔다·

홍범의 앞다리에는 녀석의 크기에 비해 자그마한 두루마리가 몇 개 들려있었다·

“신규 제자들의 목록입니다·”

“그래 고맙다· 그럼 어디····”

나는 두루마리를 펼쳐 빠르게 명단에 있는 이름들을 읽어내렸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내가 원하던 이름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여깄군· 8년 전에 입문한 제자··· 빠른 수선 속도로 장로들의 관심을 받아 최근 녹뢰 제자가 되었다라····’

나는 목록에서 한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홍범 여기 이 녀석을 내 동부까지 데리고 와라·”

“예 주인님·”

홍범은 내 명령을 받자마자 빠르게 다시 한번 날아갔다·

‘그녀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얼마 후 홍범은 저 멀리서 한 명의 축기 초기 제자를 물고서 이쪽으로 날아왔다·

휘익 꽝!

“흐아아악! 처 천천히 던지라고!”

홍범이 툭 던지자 바닥을 구른 그 녀석은 그대로 땅에 머리를 박아 머리를 싸잡고 홍범을 부루퉁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 결단 초기인 홍범이 말없이 쳐다보자 입을 닫아야 했지만 말이었다·

녀석은 잠시 홍범을 쳐다보다가 이내 나를 보며 놀라는 듯하더니 예의를 갖추었다·

“어 어··· 금신천뢰문 녹뢰 제자 연진(淵珍)· 자뢰의 서 장로님을 뵙습니다·”

익숙한 흑백의 머리칼이 섞인 외모·

금빛 장포를 입은 조금 앳되어 보이는 수도자·

내 옛 벗인 연진이었다·

“앉거라·”

나는 동부 안쪽으로 녀석을 불러 자리에 앉힌 후 천천히 움직이며 영차(靈茶)를 준비했다·

영기가 흐르는 찻잎을 우려 낸 후 녀석에게 따라 주자 연진은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담 가지지 말거라·”

“감사합니다 장로님!”

“아 아직 맛보지는 말거라·”

나는 혹시나 연진이 먼저 마실까 봐 말렸다·

“이 뇌엽차(雷葉茶)는 금신천뢰문의 제자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좋은 차지· 장로들 역시 즐겨 마시는 차이며··· 한 모금만 마셔도 뇌도공법의 법력이 오르는 귀하디귀한 영차이다· 원영 중기 수사들조차 한두 달 치 수련한 수준의 법력을 얻으며 아마 축기기인 너라면 축기의 영성을 두서너 개는 바로 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어 어찌 이런 귀한 것을····”

“귀한 손님을 대접하려면 귀한 걸 준비해야지·”

“아닙니다· 저는 일개 녹뢰 제자에 불과하고····”

우웅!

나는 한 줄기 법력을 일으켜 내 동부에 내가 미리 쳐 놓았던 금제들을 발동시켰다·

츠츠츠츳!

동부 안쪽에 있던 결계가 발동하며 외부와 내부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자· 그럼 나오시지요 선배님·”

“에···?”

“후배 말학이 선배님은 뭘 좋아하실지 몰라 무난한 뇌엽차를 끓여 보았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군요·”

갑작스레 존댓말을 쓰는 나를 보며 연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녀석의 의념은 모조리 내게 읽혔다·

‘대체 어떻게’라는 의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우우우웅!

얼마 후 연진의 안쪽에서부터 뭔가가 올라오는 듯하더니 연진의 머리칼이 바뀌었다·

우득 우드드득····

소년이었던 연진의 몸·

그 음양이 반전되며 연진은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풍기는 소녀가 되었다·

“흐음····”

연진이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연진이 아니지·’

그녀가 나를 흘겨 보았다·

“어떻게 안 게냐?”

나는 연진의 선조·

‘연위’를 보며 인사를 올렸다·

“후배가 재주가 좀 많아야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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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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