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다 (2)
천무신마(天武神魔) 김영훈이 창시한 신마결(神魔訣) 이후로 절정 이상의 무림인이 수도자의 의식에 혼선을 주는 방법이 전 무림에 퍼져 나갔다·
초반에는 그저 고위 무림 문파의 원로들을 대상으로 느릿느릿 퍼져 나갔던 무공 구결이었다·
하지만 천무신마 김영훈이 결단기 수도자이자 청우맹의 핵심인 청문령과 대등히 싸웠다는 이야기가 수도계에 퍼지고 범인들의 귀에마저 들어간 이후·
그가 창시했다고 전해지는 신마결은 무림 곳곳에 퍼졌다·
애당초 김영훈이 곳곳에 수주를 주며 구결을 퍼뜨렸다는 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범인들을 다스리는 연기기 수도자들은 무림인을 완전히 얕볼 수 없게 되었다·
잘못하면 아무리 귀족이나 황족이라 해도 경지 높은 무림인에겐 목이 잘릴 수도 있다·
고계 수도자들이야 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무림인들이 조금 강해진다 하더라도 광범위 파괴법술을 행사할 수 있는 그들이라면 별 신경 쓸 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연기기 중계 이하의 수도자들은 달랐다·
그들이야말로 범인들을 다스리는 핵심·
여태 그들이 ‘가축’ 취급을 해 왔던 범인들이 반격을 할 수 있게 된 걸 안 이상 더 이상 오만함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연기기 6성 대원만의 수도자인 진위연 역시 눈앞의 사내를 보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틀림없이 삼화취정의 고수··· 천무신마의 신마결도 틀림없이 익혔을 테니 일반적인 연기기 6성이었다면 꼼짝없이 당했겠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연기기 12성 이상이나 사용할 수 있는 상급 법기를 들고 왔으니 말이었다·
법력을 조금 많이 먹는 것이 흠이었지만 영력을 보충할 영석도 충분하니만큼 승산은 충분했다·
‘내가 이긴다!’
그녀는 사자 머리가 양각되어 있는 붉은 색의 불진을 들어 올리며 법술을 발동했다·
“리(離) 십양(十陽)!”
화르르르륵!
열 개의 불덩이가 불진에서 튀어나오며 사내를 덮쳐 갔다·
그녀의 옆에 있던 진씨세가의 외부 구성원·
장혁 역시 결인을 맺으며 진위연을 보조했다·
‘기회다 아가씨에게 잘 보인다면 진씨세가 본가는 몰라도 황궁에서의 지위는 올라갈 터! 아가씨에게 잘 보여서 천체소장의 자리를 얻을 것이다!’
콰아아앙!
얼마간 천체소 안쪽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두 명의 수도자는 천체소에 침입한 간악한 무림인을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격전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장혁과 진위연은 무림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겼다! 하하 전투 와중 막힌 부분이 뚫려 연기기 7성으로 진입할 완벽한 근간이 이뤄졌어!”
진위연은 전투 도중 일어난 기연에 기뻐했다·
“잘 했다 장혁! 너에 대해서도 축기기 장로님들께 말해 주마! 천체소장 아니 네 충심과 능력이라면 천체소까지 총괄하는 제례부의 서장을 맡아도 되겠어!”
기쁨에 찬 그녀의 말에 장혁 역시 뛸듯이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감사합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꿈만 같았다·
* * *
“연기기 7성이··· 눈앞····”
“장로님이··· 나를 인정해 주셨····”
나는 눈앞에서 정신없이 코를 골며 곤히 자는 아이들을 보았다·
‘오랜만에 이런 녀석들을 보니 꽤 귀엽군·’
현시점에서 금신천뢰문의 제자 중 가장 경지가 낮은 아이들도 연기기 11성이다·
그조차 금신천뢰문에 막 입문하자마자 광한계에서 끌려온 이들이었다·
원래 수계 출신 제자 중 현재 축기기를 달지 못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내게 연기기 7성조차 넘지 못한 녀석은 전명훈 이래로 처음이었다·
‘굉장히 신선하군··· 연기기 6성이라·’
난 숨결을 크게 들이쉬며 천체소 전체를 가득 채운 수면법술을 거뒀다·
“귀여운 것들· 좋은 꿈 꾸거라·”
나는 벌러덩 드러누워 자는 적포 노인에게 허리를 숙여 배를 벅벅 긁어 주었다·
그는 좋은 꿈을 꾸는 것인지 헤실헤실 웃었다·
우우웅!
자연스레 내 영기가 그에게 깃들며 체내에 깃든 불순물을 녹였다·
아마 이후 그는 일평생 잔병치레는 안 해도 될 터였다·
그리고 내가 연기기 6성 수도자를 쳐다보자 내 시선에 그녀는 연기기 7성으로 향할 완벽한 기반이 저절로 체내에 쌓였다·
“무럭무럭 크려무나·”
나는 더 있다가는 귀찮은 녀석들이 자꾸 찾아올까 싶어 아예 천문 자료들을 전부 들어 저물도에 넣은 후 공간을 쪼개 황궁 바깥으로 나갔다·
‘그냥 근처 객점에 가서 읽어야겠군·’
아무래도 마음 편히 읽으려면 그게 나을 듯 싶었다·
* * *
오랜만에 먹어 본 하계의 음식은 꽤 맛있었다·
‘생각해 보니 결단기에 이른 후로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군·’
원영기에 이르고서는 물조차 한 잔 마신 적이 없었다·
음식이 없어도 생명력이 범인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솟아났으니 말이었다·
“점소이 소면 한 그릇만 더 내오게·”
“예 나리!”
나는 소면을 한 그릇 뚝딱 해치운 후 천문 자료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우선 5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천문 흔적들··· 해와 달 별들의 흐름을 읽어 보고····’
나는 천문 흔적을 읽어 내려가며 거기에 법술들을 대입해 보기 시작했다·
‘칠십이지살 삼십육천강의 흐름을 천문에 대입한 후 거기에서 계속 올라가면서 십이지율 십천간에 맞춰 가면····’
나는 허공에 영기의 흐름을 작게 띄워 놓고 천문 현상의 흐름에 맞게 기초법술들을 작게 구현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눈앞의 영력 덩어리들이 하나의 형상을 취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음? 뭔가 형상을 취한다고?’
나는 이렇게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을 줄은 몰랐기에 그 형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옆자리에 있던 무림인 중 하나가 다른 자리의 무림인에게 젓가락을 날려 생사결을 신청하고 갑자기 객점이 생사투의 현장이 되었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 형상에 집중했다·
그것은 작은 고깔 같은 형상이었다·
‘역삼각형? 역으로 된 원뿔? 뭐지 이건?’
부스스····
그러나 원뿔의 자세한 형상을 더더욱 관측하려 하자 원뿔은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뭔가의 상징인가? 하지만 단순한 역삼각형은 상징이라기엔 너무 간단해· 아니 더 자세한 형태를 관측하려 하자마자 흩어졌으니 나중에 더
살펴볼 필요가 있으려나·’
옆에서 생사투를 하던 무림인 중 한 명이 검강을 뿜으며 자신이 삼화취정의 노고수라는 걸 밝혔고 상대 무림인 역시 그 급의 고수임이 밝혀졌다·
‘다시 한번 만들어 볼까·’
의념을 교란하며 다투는 무림인들의 병장기가 강기를 담고 몇 번 나를 후려쳤다·
나는 맞은 부위를 벅벅 긁은 후 다시 눈앞의 법술을 움직여 형상을 만들어 냈다·
‘흠!’
내가 다시 그 형상을 관측하려 하자 그 형상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흠···· 일단 내 의식으로도 관측이 힘들다· 아무래도 조금 더 의식 크기가 커지면 쉬우려나· 그리고··· 수계의 천문 흐름 자체를 더 관측한 자료들이 필요하겠어· 연국의 자료로만 생성한 것이라 부정확한 것일 수 있으니····’
마침내 정신없이 싸우던 무림인들이 피를 쏟으며 양쪽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서로 피를 쏟으며 상대와 의형제를 맺고는 객점을 나가 버렸다·
생각을 마친 나는 소면 한 그릇만 더 나오면 먹고 가기로 하고는 눈앞의 영기 덩어리를 흩어 버렸다·
‘성제국 쪽은 나중에 금신천뢰문에 받는 게 제일 정확할 테고 나중에 벽라국과 북방 대초원도 가 봐야겠어· 동방도 한번 가 볼 필요가 있고·’
오래 걸리진 않을 터였다·
“점소이 소면 다 됐나?”
그리고 나는 인근 탁자 밑에 숨어서 벌벌 떠는 점소이를 발견했다·
객잔 전체가 폭풍이라도 지나간 듯이 박살이 나 있었다·
“아 아이고 손님·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괴물들이 손님을 몇 번 쳐다보다가 아무런 반응조차 없으시니 엄청난 고수인 줄 알고 무서워서 의형제 맺은 척하고 나간 게 틀림없습니다·”
“응? 뭐가 날 쳤나?”
“소 소면은 무료로 대접하겠습니다·”
“고맙군·”
나는 객점에서 소면을 무료로 얻어먹은 후 보답으로 다 망가진 객점을 목 속성 법술로 회복시켜 준 후 나섰다·
‘너무 집중하다 보니 눈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주의를 못 분산시켰군·’
이상했다·
아무래도 그 원뿔은 정말로 미약했지만 사람을 홀리는 기이한 마력(魔力)을 지닌 듯했다·
‘더더욱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군·’
청문령은 도대체 뭘 봤던 것일까·
최소한의 단서는 필요했다·
* * *
“이곳이··· 수계인가·”
전명훈은 금해민과 금뢰전에 앉아 정무를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원로님?”
“아닐세· 그럼 일단 다음 들어오라 하게·”
“예 그럼 다음은 벽라국 공묘세가의 사절입니다·”
“벽라국이면····”
“성제국 옆에 있는 연국의 너머에 있는 나라입니다·”
“말 그대로 옆옆집인가· 사절은 누구지?”
금해민은 명부를 읽으며 말했다·
“공묘세가··· 오 저도 아는 사람이군요· 축기기 3대 위인 공묘천색의 아들인 공묘희입니다· 자질이 뛰어나 공묘천색 밑에서 열심히 수학하여 결단기 원로가 되었지요·”
“···축기기 3대 위인? 결단기가 원로? 아니 그리고 아들인데 공묘희는 여자 이름이잖나·”
“축기기 3대 위인은··· 후 설명하려니 입이 아프군요· 차후에 이 자료를 읽어 주시지요· 결단기가 원로인 건 본래 수계에 있던 원영기 이상의 수도자들은 지난 비승 때 전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알겠네·”
“또 공묘희의 이름이 여자 이름인 건····”
전명훈은 머리가 아팠다·
새로 자리를 잡은 수계라는 곳·
원래 수계 출신인 제자들은 광한계를 떠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좋아했지만 아예 광한계 출신인 제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오지(奧地)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원래 광한계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이마셨던 영기가 수계에는 극도로 희박했다·
거기에 자원도 희박했고 세계의 크기도 좁았다·
또한 그들로선 난데없이 가족들이 있던 광한계에서 수계로 떨어진 셈이었으니 비승 같은 원대한 명목도 아닌 이유로 가족들과 떨어진 셈이었다·
그리고 그건 전명훈 역시 비슷했다·
그 역시 비승자 출신이라곤 했지만 어쨌든 그는 등선향에서 광한계의 땅을 밟은 것이었지 수계의 땅은 한 평도 밟아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 어색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미칠 것 같은 것은 따로 있었다·
‘저놈들··· 지금 뭘 하는 거지?’
전명훈은 천인기의 방대한 의식 영역으로 눈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공묘희를 맞이하면서도 금뢰전이 있는 금뢰봉 저 아래쪽·
그곳에서 ‘거래’를 하는 연기기 수도자들이었다·
“이번에 어렵게 구한 원로님의 손톱 가루일세· 지난번에 깎았던 걸 약방에 가져가 곱게 빻는 것이지· 이건 전 원로님 이건 서 원로님일세·”
“천인기 태수의 육신···!”
“우선 전 원로님은 뇌도공법만을 익히셔서 뇌도공법에 대한 힘이 이 가루에도 서려 있지· 그리고 서 원로님은 뇌도공법 이외에도 무수한
법을 익혔기 때문에 특히 서 원로님의 가루는 모든 방면에서 사용이 가능함세·”
“상태도 좋고 영기도 준수하군· 상품 약재야· 영석 40개·”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지금 천인기 수사의 육신을 고작 그따위 가격으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다·
불호령을 내리려다가도 자신의 손톱 가루를 밀매하는 제자의 얼굴을 뜯어보니 지난 뇌겁에서 쌍수도려를 잃은 녀석이었다·
‘미치겠군· 손톱을 훔쳐다 판 걸 혼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모른 척해 줘야 하는 건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정무를 끝내고 성제국을 돌아다녀 보면 그의 의식 영역에 무수한 수도자들의 암시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최근 성제국에서는 ‘천인기 수사의 육신 일부’로 만든 약재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전명훈과 서은현의 손톱 머리카락 타액 등으로 만든 약재들이었다·
기분이 나쁘다고 머리통을 뽑아 버릴까 고민하다가도 약재를 팔며 함박웃음을 짓고 점차 뇌겁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제자들을 보니 내버려 둬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애초에 수계 사람들한테 천인기 수도자들은 신(神)이나 다름없다고 했었나·’
그렇게 생각하면 저들은 신체(神體)를 거래하는 것이었다·
‘수계에는 영기가 희박하니 뭐··· 저럴 수도 있···나?’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봐도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하니 의식 영역에 잡히는 저 웃음을 보자 또 뭐라 하기가 힘들었다·
‘···뭐 정 그러면 내 건 더 이상 외부로 매매하지 말라고 해야겠군·’
전명훈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서은현 것만 외부 유통을 허락해야겠어·’
“···이상 저희 공묘세가는 벽씨세가와 함께 조씨세가의 유물을 얻어 연구했기에 단약 기술도 일취월장했으며····”
어느덧 눈앞의 공묘희의 가문 소개가 끝나가고 있었다·
“또한 북향함대를 만들 때 기술자들을 파견해서 ‘북향함’의 기술 이전도 받아 냈습니다· 한 마디로 저희 가문은 차원을 넘는 북향함도 원하신다면 제작이 가능합니다·”
‘북향함··· 제작자 이름이 북향화라 했었던가? 무슨 서 장군이 떠오르는 웃기는 이름이군·’
“훌륭하군· 차원을 넘는 기술은 비승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 꼭 기억해 두겠네·”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묘희를 물려 보냈다·
‘이름은 웃기지만 금해민의 설명을 들어 보면 흑색귀골곡의 최중요 신물의 열화판이라는 건데···· 인족 육대종문의 신물 급을 어쨌든 열화해서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기억해 둬야겠어·’
* * *
나는 시간이 날 때 진씨세가의 영역도 잠시 들러 의식 영역으로 쓸어 보았다·
제자들은 대부분 늙어 죽고 그 후손들이 살아 있었다·
나는 그를 확인한 후 벽라국 측으로 날아가려 했다·
그때였다·
[주인님·]
“음? 홍범?”
나는 저물도 안쪽에서 들려오는 영언에 저물도로 손을 집어넣어 홍범이 봉인된 옥구슬을 꺼냈다·
홍범이 위험한 순간이 지나간 후에는 그냥 자력으로 빠져나와 보겠다 해서 놔두던 차였는데 아무래도 봉인의 해석을 끝마친 모양이었다·
“다 됐느냐?”
[예 나가겠습니다·]
“그래·”
나는 옥구슬을 들어 올렸다·
얼마 후 옥구슬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그 안에서 시커먼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름 금신천뢰문에서 신경을 쓴 봉인인지라 나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송구하옵니다만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러마·”
나는 인근에 내려앉아 적당히 진법을 치고 홍범이 든 구슬을 내려놓았다·
‘독기가 점차 강해지는군····’
홍범은 봉인된 상태에서도 독 연구를 계속한 건지 그의 독공은 그 안쪽에서 더더욱 농밀해져 있었다·
“훨씬 강해졌구나·”
[예· 봉인을 순수하게 독(毒)으로만 해체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다 보니 최근 독공의 어떠한 경지를 엿보는 중입니다·]
“독공에서 경지라고 할 만한 건····”
나는 흠칫 놀라며 물었다·
“무형지독(無形之毒)!?”
[예·]
나 역시 한때는 독술사였기에 그 경지를 알고는 있었다·
그리고 수도계에 들어와서도 한번 심심해서 알아본 적도 있었다·
어떤 독보다도 상위에 존재하며 경지에 상관없이 합체기 이하는 누구든 중독시킬 수 있는 꿈의 독!
하지만 독공의 세계에서도 워낙 전설적인 일이었기에 그냥 망상으로만 취급하던 것이었는데 홍범은 그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얻은 건 아니고 아마 한참 시간이 걸릴 겁니다·]
“허어 아니다· 기다릴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무형지독은 저승과도 어떠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쨌든 홍범의 성취를 기뻐해 주며 앉아서 기다렸다·
치이이이이―
‘진법이 홍범의 독기에 녹아 버리는 건가···?’
나는 앉아서 진법을 바라보며 홍범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약 반나절이 흘렀을 때였다·
콰아아아앙!
갑자기 진법 밖에서 강력한 법기가 날아와 진에 부딪혔다·
아무래도 공격용이라기보다는 다른 용도의 법기인 것 같았다·
‘흠 수도자들인가· 그런데 이 녀석들 수준으로 어떻게 이 진법을 찾은 거지· 뭔가 수가 있나·’
꽤 많은 이들이 몰려왔다·
[그 진법 안에 계신 분은 나와 주십시오·]
나는 징징 울려 퍼지는 영언에 의아해하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진씨세가의 가주께서 귀하를 찾고 계십니다· 나와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들을 보며 허허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얘들아 잠시 이곳에 앉아서 할 게 있기 때문에 그건 곤란하단다·”
내 담담한 목소리에 영언을 터트린 수사는 곤란한 기색이 되었다·
[음 보아하니 결단기 대선배님이신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선배님께서 앉아 계신 곳은 진씨세가의 땅입니다· 협조해 주지 않으신다면 아무리 결단기 대선배님이라 해도 무력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무력?”
[건방지게 들리실 수 있지만 아무리 결단기 선배님이라 하셔도 이 정도의 축기기 장로들이라면 결코 좌시하기 힘드실 겁니다· 부디 초대에 응해 주십시오·]
그들은 공손하게 내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옅게 웃으며 진법 바깥에서 나를 포위한 축기기 수도자들을 바라보았다·
약 5백 명의 축기기 수도자들이 몰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