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아아아아아!!!”
나는 눈을 까뒤집고 비명을 질렀다·
구결!
어떠한 ‘구결’이 내 뇌리에 강제로 새겨진다!
그리고 나는 그 구결을 이해하려 할 때마다 머리통이 줄줄이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인지하며 이를 악물었다·
‘뒈진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순 없다!
나는 이를 악물고 멸신겁천의 구결을 운용했다·
동시에 나는 오행혈주번과 음혼귀주문을 합쳐 흑색귀주번을 만들어 내고 흑색귀주번의 멸신겁천의 구결을 깃들였다·
쿠구구구구!
내 정신 세계 안쪽·
그곳에 흑색의 저주문으로 뒤덮인 깃발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동시에 깃발들에 시커먼 먹장구름이 끼여 먹장구름으로 이뤄진 깃발들로 변모하였다·
콰악!
나는 멸신겁천의 기운을 깃들인 흑색귀주번을 상단전에 박아 넣으며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구결’들을 봉인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나는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커헉! 커허헉!”
쿠구구구구!
나를 뒤덮고 있던 거대한 소금 기둥이 무너져 내렸다·
만약 내가 이지를 잃고 소금 기둥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면 청문령의 것과 마찬가지로 닿는 것만으로 만물을 염화하는 소금 기둥이 되었겠지만 위험한 상태가 되기 전에 다행히 만회할 수 있었던 듯싶었다·
촤륵 촤르르륵!
“허억 헉····”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재생했다·
“서은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괜찮은 게냐!?”
“주인님 어찌 된 일입니까!”
각각 전명훈 김영훈 홍범이었다·
나는 전신을 부들거리며 일어섰다·
·
“허억··· 헉····”
[뭔가]를 봤던 기억은 봉인했다·
하지만 느껴졌다·
나는 양수진의 말을·
정려의 말을 뼈저리게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전명훈·”
“응?”
“나가야 한다·”
“뭔 소리냐·”
콰악!
난 잔뜩 충혈된 눈으로 전명훈의 어깨를 쥐어뜯듯이 잡으며 말했다·
“이 세계를 나가야 한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래서 일단 북향함 건조에 들어가고 승천문이 열릴 때····”
“지금 당장!!!”
“뭐···?”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말했다·
“내가 뭘 봤는지 너는 모른다· 아니 미안하다· 사실 나도 제대로는 못 봤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우리]는 이 세계에 있으면 안 된다· 이곳은 너무나도 흉험하고 무시무시한 곳이야· 어디로든 일단 비승해야 한다! 승천문은 필요 없다· 내가 차원 장벽을 찢어발겨 버릴 자신이 있다· 당장 당장 어디로든 가자 전명훈!”
난 이전 양수진의 안배가 승천문에서 나를 강제로 광한계로 비승시켰을 그때를 기억했다·
분명 그때 양수진은 이 세계는 종명자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울 뿐이었으나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계에 올 때는 분체로만 와야 하는 게 맞다·
이렇게 본체로 거닐고 있다면 분명 언젠가 사달이 날 게 분명했다·
내가 기억을 봉인했기에 내가 [무엇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악의· 이 수계에는 [우리]를 향한 악의가 잔뜩 깔려 있어· 당장이라도 당장이라도 나가야 해·’
나는 김영훈을 바라보았다·
문득 엄청난 안도감이 몰려왔다·
김영훈이 쇄천 너머에 도달해서 자력으로 북향화 송진 서란 등과 함께 고력계로 비승했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전명훈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지금 비승한다면 금신천뢰문은 어찌하고····”
“금신천뢰문은 수계제일종문으로 살 수 있다· 너도 정무를 보면서 수계의 수준을 대충 파악했을 텐데? 당장 결단기 제자들이 한 명도 안 나서도 금신천뢰문은 축기기 제자들과 그들이 가진 진법 및 술법만으로도 수계를 제패할 수 있어· 심지어 수계에 원영기 수도자가 등장하더라도 현 결단기 제자들만으로도 상대가 가능하고· 심지어 금해민은 원영기에 이르기 거의 직전이다· 우리는 금신천뢰문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명훈·”
“으음····”
그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제발 전명훈 믿어다오· [이번에도]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우리’는 본체로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정 걱정된다면 분체라도 만들어서 놓고 가라· 아니 내가 서 장군을 만들어서 네가 활용할 수 있는 의체를 만들어 줄 테니 거기에 의식 일부만 넣어 두고 오면 되잖나!”
전명훈은 [이번에도]라는 말에 흠칫 몸을 떨더니 이를 악물었다·
“···제길· 너는 언제나··· 선택하기 힘든 결정만 들이대는군·”
“···그리고 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피할 수 있는 재액도 있었지·”
“한 가지 묻겠다·”
전명훈은 조금 얼굴을 찡그리는 듯하더니 물었다·
“우리만 비승한다면··· 남겨진 제자들에게 네가 말한 재액 같은 건··· 떨어지지 않나?”
“않는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본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다시피 하는 나였지만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본 것]이 [우리]에게 그리고 진선 급 이상의 존재들에게만 위험할 뿐·
그 이하의 존재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단 것이었다·
“제자들에게 앞으로 ‘하늘의 관측과 천문 현상의 자세한 해석을 금한다’ 라는 조언만 남기고 비승한다면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다·”
“····”
“믿어다오·”
내 말에 한참 동안이나 침음성을 흘리던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녀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네 말을 들어야겠지·”
그도 이제 천벌의 주인 같은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할 존재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내가 자세히 설명을 못하는 것 역시 이해를 했고 그는 이번에는 나를 믿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반나절· 최대한 빨리 그 안에 모든 걸 정리하고 오마·”
콰르르릉!
전명훈은 한 줄기 벼락이 되어 금신천뢰문 방향으로 날아갔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렸다·
“괜찮으십니까?”
홍범이 옆에서 나를 부축해 주었다·
나는 신음을 흘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웅 우웅 우우우웅!
머릿속에서 봉인해 놓은 지식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버둥거렸다·
얼마간 내가 멸신겁천을 끌어올려 그 지식을 제압했을까·
봉인 안쪽의 지식은 마침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때·
두웅―
나는 거대한 짐승의 고동 소리 같은 소리를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 고동 소리를 통해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태산열제공(太山裂帝功)·
‘아아··· 그렇군·’
이 지식은 태산열제공과 관련이 되어 있다·
‘헌원을··· 일단 만나 봐야겠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가라앉자 나는 김영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훈 형님 죄송하지만····”
“그래 뭐··· 이해한다· 상관은 없다· 한 번 정도 시원하게 겨룬 걸로 만족하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와 그는 짧게 서로 고개를 끄덕인 후 인사를 나눴다·
나는 전명훈에게 전음부를 써 등선향으로 오라고 한 후 한달음에 홍범과 등선향에 도착했다·
쿠구구구구!
등선향의 중심부·
그곳에는 완전히 닫힌 승천문·
그리고 승천문이 있었을 자리 위쪽에 있는 양수진의 비석·
그리고 무수한 공간 균열들이 자리해 있었다·
‘빨리 빨리 나가야 해·’
나는 조급증에 걸린 사람처럼 손톱을 마구 짓씹었다·
그러던 와중 문득 내 시선이 어느 한 자리에 향했다·
‘저 자리는····’
저 자리·
천오백 년도 더 넘었던 그 날·
홍범이 나에게 처음으로 들러붙었던 그때였다·
나는 문득 내가 꾼 [꿈]을 떠올렸다·
‘역삼각형을 본 이후부터 꿈이었나?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그걸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꿈이었을지도····’
하지만 나는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세세한 그것을 떠올리며 미심쩍은 느낌을 느꼈다·
“홍범·”
“예 주인님·”
나는 홍범에게 명해 [꿈속]에서 내가 녀석에게 전달받았던 ‘독 배합법’을 알려 주었다·
“이 영독(靈毒) 말이다만· 만들 수 있겠느냐?”
“호오 영기를 머금지 않은 그냥 풀과 수액으로만 제조하는 독이군요· 지금 당장 해 보겠습니다·”
홍범은 빠르게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하더니 어느새 등선향의 숲속에다가 약재방을 하나 만들고 그 안에서 빠르게 약재들을 배합하고 있었다·
촤라라라락!
녀석은 상반신을 본체로 변화시켜 무수한 지네의 다리를 움직여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독을 배합했다·
그 모습은 다소 기괴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 되었습니다 주인님· 상당히 재미있는 독 조합식이군요·”
홍범은 내가 꿈 속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독액을 만들어 내 앞에 진상했다·
“····”
‘뭐지?’
단순한 꿈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꿈 속에서 나온 지식이 현실에서도 적용된단 말인가?
나는 문득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홍범에게 물었다·
“홍범· 한 가지 명을 더 내리겠다·”
“하명하십시오·”
“반나절 안에 연국 진씨세가로 가··· 이것들을 조사해 올 수 있느냐?”
“흠 예· 알겠습니다·”
나는 홍범에게 몇 가지 정보가 담긴 쪽지를 건네주었고 홍범은 쪽지를 받들고는 빠르게 등선향에서 나가 서쪽으로 향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리에 앉아 좌선을 했다·
얼마 후·
파아아앗!
다시금 홍범이 돌아왔다·
“예 주인님· 알아 왔습니다· 현 진씨세가의 가주는 지네 요수를 한 마리 키우고 있으며 그 지네 요수는 주인님께서 만든 것과 같은 영액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나는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 나온 정보들이 맞다·
“그리고 알아보니 확실히 그 지네 요수는 제 혈족이더군요· 제 남매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군·”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꿈속의 정보가····’
현실과 일치한다·
꿈속에서 있었던 일들은 기억이 났다·
개연성이 이상했지만 꿈속이라서 의식의 흐름대로 일이 진행됐던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의 개연성은 차치하더라도·
꿈속에서 나온 [사실]들은 현실과 일치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혼란스러워하며 홍범에게 꿈속에서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자식에 대한 모성애를 가지며 혈족의 정을 가졌던 어미 지네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꿈속에서 있었던 일은 단순히 환상은 아니다· 꿈은 현실에 기반했어·’
홍범 역시 따로 묻지는 않았지만 그가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는 태도 역시 꿈과 같으리라·
[실제 진실]이 꿈속에서 내게 들어온 것이다·
꿈속에서 뭔가 붕 떠 있는 기분은 있었다·
또한 사고가 명확하지 않은 기분도 있었다·
하지만 꿈에서 알아낸 ‘사실’들은 진실이다·
‘단순한 꿈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런 진실 같은 꿈을 꾸게 됐는지·
그 꿈을 내게 내린 존재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나는 그것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홍범과 승천문이 있었던 곳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콰르르릉!
뇌전이 비산하며 전명훈이 나타났다·
그가 저물도를 열자 그 안에서 거대한 전함이 한 척 나타났다·
‘저건····’
진짜 섭명함에는 한없이 모자라지만 굉장히 뛰어난 공간 속성을 지닌 전함이었다·
“어찌 됐든 받아 놓길 잘 했군· 뭐 그리고 참고로 내 분혼(分魂)은 금신천뢰문의 사당에 봉해 놓고 간다· 혹 수계의 제자들과 소통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너도 필요하면 해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놓아뒀으면 굳이 필요 없겠군·”
“뭐 사실 내 것도 필요는 없지· 왜냐하면····”
나는 전명훈의 뒤쪽에서 나온 인영을 바라보며 흠칫 놀랐다·
“잠깐 너··· 그 녀석을 데려갈 거냐?”
전명훈의 뒤에서 나온 것은 연진이었다·
그의 선조인 ‘연위’가 아닌 결단기 수사인 연진·
그때 연진의 눈이 갑자기 뒤집히더니 연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하계에 남기로 했다· 전명훈의 분혼이 있는 사당에 내 진혼(眞魂)을 함께 봉하여 금신천뢰문에 남도록 하지·”
“연위··· 괜찮겠습니까?”
“그래· 그리고 연진을 보내지 않나· 연진의 혼 안쪽에 내 분혼을 심어 두었다· 연진을 통하면 하계에 있는 나와 소통할 수 있을 테니 그리 알거라·”
“정녕··· 괜찮겠습니까?”
나는 그녀가 삶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는 걸 알고 물었다·
그러나 연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중경계에 도착하면 헌원 놈이 나를 어떻게든 잡으려 할 거다· 이 상태에서 헌원 놈에게 잡히면 흐흐···· 상상하기도 싫군· 녀석과 은원이 있는 상태로 올라가느니 여기에 있는 게 낫다· 걱정 말거라·”
“···알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연위에게 해룡궁과 봉명성 흑색성과 등선향에 대해서 조사를 부탁한다는 등 몇 가지 부탁을 추가한 후 뒤를 돌았다·
“후우····”
체감상 거의 수계에 내려오자마자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너무 위험하다고·
그러니 당장이라도 떠야 한다고·
이번에는 다행히 전명훈이 나를 믿어 주었기에 그와 함께 올라갈 수 있었다·
금신천뢰문은 버려 두고 가게 되는 셈이었지만 천벌에 모조리 망하는 결과는 뒤틀었다·
“그럼 출발하자·”
전명훈이 복제 섭명함에 연진과 홍범과 함께 올라탔다·
나는 등 뒤에 삼태극의 형상을 띄우고 승천문이 열렸던 자리를 향해 손을 치들었다·
그런 후 나는 그대로 손을 내리쳤다·
꽈아아아앙!
“다시 중경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