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2)
‘젠장 서립이 뭐냐·’
허곽이 묻자 당황해서 말하긴 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이만큼 끔찍한 이름이 또 없는 것 같았다·
원유라고 답하면 허곽이 혹시 원립을 알까 봐 원씨는 배제했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는데 최악의 이름이었다·
‘빌어먹을·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곽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서립! 서씨들은 모두 인재밖에 없지· 예전에도 서씨 한 명을 본 곡에 입곡시키려 했는데 실패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인재 그 자체였는데 말이야·”
“하하··· 그렇습니까?”
나는 그가 말하는 인물이 누군지 알 것 같아 어색하게 웃었다·
“뭐 어쨌든 흑색귀골곡은 이번에 설치한 비선대로 인해서 계속 인재 수급을 더더욱 늘려 나갈 테니 문제는 없겠지· 일단··· 너는 이 아이를 따라가거라·”
우우우우우―
허곽이 소매를 휘두르자 그의 소매 안쪽에서 시커먼 귀신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여기 이 녀석을 입곡소로 데려가거라·”
우우우―
귀신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차후에 보자꾸나· 녀석을 따라가라·”
“예 어르신·”
나는 허곽을 배웅한 후 그가 뿜어낸 귀신을 따라갔다·
‘이곳이 흑색귀골곡의 곡내인가····’
흑색귀골곡은 처음 왔기 때문에 신기한 기분이었다·
거대한 계곡·
그 안쪽에 좁은 길이 수십 수백 수천 개는 있었고 귀신은 그 좁다란 길을 어찌어찌 잘 찾아서 나를 안내했다·
얼마간 귀신을 따라갔을까·
“흠?”
나는 ‘입곡소’라고 쓰인 작은 전각 앞쪽에 도착했다·
귀신은 따라오라는 듯이 우우거렸고 나는 귀신을 따라 입곡소 안으로 들어갔다·
“헛!”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간 나는 기묘한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입곡소 전각 안쪽에는 흑목으로 된 탁자 앞에 새하얀 해골이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영기 대원만·
아니 원영기 대원만에서 조금 더 나가 천인기에도 반 발짝 걸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해골이었다·
조금 놀랐으나 나는 송진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그러나 내가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나를 안내해 준 귀신이 해골의 두개골 옆으로 날아가더니 그에게 뭔가를 속삭이는 듯했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요족어도 아니었고 광한계 천족 공용어도 아니었다·
애당초 성대를 사용하지조차 않았기에 나는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얼마간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던 둘은 이내 나를 쳐다보았다·
해골이 나에게 손짓을 했다·
얼마 후 그에게서 익숙한 천족 공용어가 튀어나왔다·
“그래 이번에 13번 비선대를 통해 올라왔다고?”
“예 그렇습니다·”
“13번 비선대는 이번에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직 개발이 다 이뤄지지 않은 점이 많네· 원래는 비선대에 비승자가 올라오면 바로 인력을 추적해 비승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낸다만 13번 비선대는 아직 그런 기능이 추가되지 않았지· 해서 이렇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네·”
해골은 눈두덩이 안쪽에서 귀화를 피워 올리며 내게 질문했다·
“자네는 어느 하계에서 왔는가?”
난 그의 귀화를 보며 저 공법이 일종의 의식공법의 일종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기묘성심전과 비슷한 부류다·’
의념의 색을 볼 수 있는 공법인 것이다·
‘별 공법이 다 있군·’
난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의념을 통제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성계(星界)라고 부르던가요···· 그곳에 있는 작은 별입니다·”
“별 이름은 뭐지?”
“지구라고 불렀습니다·”
“너도 지구 출신이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에 뭔가를 기록했고 난 그의 말에 강민희를 떠올리며 물었다·
“저 말고도 지구 출신이 있습니까?”
그러나 내 질문에 해골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아마 성계 비승자들에게 어디 출신이냐 물으면 열에 일곱은 지구 출신이라 대답할 거다· ‘둥근 땅(地球)’을 자기 별 이름으로 짓는 놈들이 한둘이어야지· 성계에 지구가 한둘일 거 같으냐?”
“아····”
생각해 보지도 못한 문제였기에 나는 순간 벙쪘다·
“어쨌든 사실인 거 같으니 넘어가고· 다시 한번 네 이름은 뭐지?”
“서립··· 입니다·”
“그래 서립· 성별은?”
“저는····”
* * *
파아아아앗!
나는 전명훈과 홍범과 함께 몇 날 며칠을 날아들어 인족 영역에 도착했다·
“이대로 천인도로 가는 거냐?”
전명훈의 질문에 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간다만 너희는 안 된다· 너는 일단 홍범 연진과 함께 뇌령도로 가서··· 금신천뢰문의 잔해 중 수습할 게 있다면 수습해라·”
“너 혼자 간다는 거냐?”
“그래· 나 혼자 가야 혹여라도 도망칠 때 더 편하다·”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나중에 만나지· 만약 도망친다면 나중에 어디서 만나지?”
“한령족 영역 광령지로 와라· 그곳에서 보지·”
우리는 약속을 잡은 후 헤어졌다·
나는 빠르게 날아가며 천인도에 도착했다·
천인도는 인족 총연맹의 총본산인 탓인지 그 어떤 천공도보다도 강력한 결계가 쳐져 있었으며 지금은 합체기 태수들이 치명상을 입은 탓인지 평시보다도 결계가 강화되어 있었다·
거기에 평소에는 없던 검문까지도 생겨나 있었다·
“거기 지나가는 천인기 도우! 천인도에 들어가려면 통행증과 진입 사유를····”
나는 검문소에 있는 천인기 대원만 수사를 흘긋 보고는 반응하지 않고 무색유리검을 들고 등 뒤에 삼태극을 띄웠다·
부웅!
콰아아아앙!
결계 한쪽에 그대로 바람구멍이 났다·
나는 어버버하는 천인기 대원만 수사를 지나쳐 천인도의 한 곳으로 향했다·
천인도 천부산·
평소 인족 합체기 태수 7인이 머무는 곳이었다·
‘인족 편의 합체기 태수는 9인·’
인족과 동맹을 맺고 있는 흑룡족의 합체기 대원만 흑룡왕 현음·
봉래궁주이자 건곤성주인 합체 초기 헌원·
인족 총연맹의 맹주인 합체기 대원만 준제·
인족 전체를 감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합체 초기 위령선·
개진문의 주인인 합체 중기 개진·
연천궁의 주인인 합체 중기 응연·
인족 총연맹의 총군사인 합체 초기 위수·
산수 출신 합체 후기 수사 골맥·
비밀에 싸인 합체기 수사 태열전·
이상이 인족 총연맹을 지탱하는 9인의 수사인 것이었다·
다만 합체기 수사라고만 알려진 태열전은 태수회에 거의 참석을 안 하고 흑룡왕은 애당초 흑룡족이기에 동맹으로만 대우할 뿐 실질적인 인족 회의엔 끼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족 총연맹은 사실상 맹주인 준제 군사인 위수 감찰사인 위령선을 주축으로 헌원 골맥 응연 개진 일곱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 게 맞을 터였다·
나는 천부산 방향으로 날아가며 그들을 만나기 위해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저 멀리 새하얗게 영기가 몰려있는 천부산이 눈에 들어왔다·
합체기 수사들이 거하는 자리·
그러나 내가 천부산으로 진입하려 했을 때였다·
‘···?’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날아가도 천부산과 내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았다·
‘이거····’
나는 아까 지나쳤던 곳을 또 지나쳤다는 걸 인지했다·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다?’
방향 감각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다·
내 감각은 멀쩡하다·
그렇다면 하나다·
‘공간이 휘어져 있다·’
공간이 휘어진 채 결계처럼 어중이떠중이들의 진입을 막는 것이었다·
이런 공간을 건너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사축기 수사 이상만이 쓸 수 있는 축지법으로 공간을 접어서 이동해 버리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가진 힘은 합체기 급이었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공능은 천인기 급이 전부였다·
내 공능으로는 휘어진 공간을 바로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가진 게 힘밖에 없으면 힘을 사용하면 되지·’
간단한 이치였다·
꾸구국····
나는 무색유리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대로 무색유리검을 들어 올린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내 감각에 굽어진 공간이 잡힌다·
계위가 마구 어그러져 있다·
꾸과과과광!
그대로 공간이 찢겨 나가며 휘어진 공간이 길을 열었다·
나는 태연하게 천부산의 용맥이 흐르는 곳 안쪽으로 진입해 천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천부산의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파바바밧!
은은한 투영체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총 6인의 투영들·
비밀에 싸인 태수 태열전·
건곤성에 거하는 태수 헌원을 제외한 모든 태수들이 투영을 보낸 것이었다·
익숙한 얼굴이 내게 입을 열었다·
위령선이었다·
“어찌 감히 인족 총연맹의 성지인 천부산에 함부로 발을 들이느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천부산에 동부를 하나 받고 싶어 천부산의 태수님들께 허락을 받고자 합니다·”
내 말에 그들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천부산의 동부를 받는 조건은 알고 있겠지?”
“예· 합체기 태수이거나· 혹은 인족 육대종문 급의 초대형 세력의 이름으로 동부를 대여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아는군· 너는 태수가 아니라 그저 천인기 수사일 뿐이다·”
“흐흠····”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저는 태수의 자격으로 동부를 받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뭐지?”
“초대형 세력은 세력 단위로 동부를 하나 받아갈 수 있지 않습니까?”
“···네가 지금 인족 오대종문 급의 세력을 등에 업었단 거냐?”
“아닙니다·”
“그럼?”
“저 개인이 인족 육대종문과 동일하다는 소리입니다·”
내 광오한 발언에 태수들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위령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교만하군·”
“그렇습니까·”
“너는 네게 헌원이 수배를 다시 건 걸 알고 있느냐? 봉래궁 단위에서 많은 현상금을 걸었고 네 죄목도 일목요연하다· 비선대에서 함부로 도망친 죄목이지·”
“글쎄요· 저는 이미 예전에 금신천뢰문과 함께 시운도 명적에 이름을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비선대에 얽매여야 합니까?”
“그게 절차다· 다시 하계로 내려갔다 와서 비승해도 절차는 필요해· 그리고 너는 하계로 내려갈 때 총연맹에 통보조차 하지 않고 멋대로 적강했다· 그것으로도 죄에 해당하며 심지어 진마계에 있는 공령지를 수년간 숨기며 진마계 정벌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이는 엄청난 죄다·”
“그렇습니까·”
“거기에 오늘 태수회가 있는 천부산에 멋대로 들어온 것까지··· 네 죄목이 너무 많다· 이렇게 너와 대화를 나눠 주는 것조차 자비임을 알라·”
나는 나를 위협하는 듯한 위령선의 말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겁천에 든 후·
단순한 투영임에도 의념을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위령선 말고 다른 태수들의 의념을 읽으며 그들이 왜 내게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군·’
난 그들의 의념에 더더욱 자신감을 가지며 위령선에게 말했다·
“그럼 자비는 더 안 베푸셔도 되니 죗값을 치르게 해 보시지요·”
“뭐···?”
“죗값 치르게 해 보란 말입니다·”
내 말에 위령선은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그리고 얼마간 우리의 대치가 이어졌다·
그들 중 누구도 나에게 먼저 덤비지 않았다·
‘다들 천벌의 주인에게 입은 피해가 만만찮나 보군·’
아마 원래라면 이렇게 투영체로 위협을 하는 게 아닌 본체가 내려왔어야 정상이었다·
그때였다·
인족 총연맹 맹주이자 태수회의 우두머리·
합체기 대원만으로 알려져 있는 태수 준제가 앞으로 나서 말했다·
“감찰사 위령선 너는 서은현을 체포하라· 서은현이 잡히면 즉석 재판을 해 서은현의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그 말에 위령선은 굳은 얼굴로 갑자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호오····’
위령선의 투영이 사라지고 얼마 후·
공간이 갈라지며 입만을 내놓은 백색의 무면탈을 쓴 남성이 공간 너머에서 걸어 나왔다·
‘위령선 본체!’
쿠구구구구!
어마어마한 압박이 나를 짓누른다·
동시에 나머지 다섯 태수의 투영은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각자 어딘가로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간이 갑작스레 ‘넓어지기’ 시작했다·
나와 위령선이 한판 벌일 판이 깔렸다·
무면탈 너머에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위령선을 도발할 목적으로 말했다·
“느껴지는 기세가 사축기 수준입니다· 많이 아프신가 봅니다? 관절이 쑤시지는 않으신지요?”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던 위령선은 씨익 웃었다·
“확실히 나는 지난번 뇌령도에 강림한 분을 직시한 후 치명상을 입었다· 지금도 상태가 말이 아니지·”
‘순순히 인정해?’
내가 조금 놀라자 위령선은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 굳이 내가 나선 이유를 알겠느냐?”
“어디 한번 가르쳐 주시지요·”
내 말에 위령선이 하늘로 손을 뻗었다·
동시에 나는 하늘 저 건너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쿠구구구구구!
저 멀리·
아주 먼 곳에서부터 어마어마한 기운이 이쪽으로 뿜어져 전송되고 있었다·
파아아아앗!
하늘에서부터 수백 개의 광선이 내리꽂혔다·
나는 가장 가까이에서 쏘아져 온 광선의 위치를 역추적해 광선이 어디서 오는 건지를 알아냈다·
‘위령선의 분신!’
태수 위령선은 인족 영역 곳곳에 자신의 분신을 파견하여 인족 전체의 동향을 주시한다·
그리고 그 중 천인도는 크기가 넓기에 위령선 본체 말고도 세 명 정도의 분신이 파견되어 있었다·
그 세 명의 분신은 현재 천인도의 용맥에 녹아들어 천인도 용맥의 힘을 위령선 본체에게로 전송 중이었다·
다른 광선의 정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천공도에 파견된 위령선의 분신들이 천공도들의 용맥을 녹여 내 그에게로 전송 중일 터였다·
쿠구구구구구!
나는 전 인족 천공도의 용맥의 힘을 전송받는 위령선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고작해야 사축기 수준에 불과했던 그의 기세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단기전 한정· 전성기 수준에 도달한다·]
다음 순간·
부웅!
비둔술에 휩싸인 그가 한 손에 칠색의 우선을 들고 돌진해 왔다·
[네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마·]
콰르르르르르!
불꽃이 만천한다·
사방으로 칠색의 불이 비산하며 순식간에 넓혀진 공간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삼태극을 띄웠다·
[좋은 상대가 되겠군·]
다음 순간·
콰아아앙!
내 무색유리검은 어느새 위령선의 입을 꿰뚫고 있었다·
[···!]
그는 인지하지 못했는지 화들짝 놀란 모습이었다·
나는 끝없이 기력을 충전하는 그를 보며 안광을 빛냈다·
[전력을 다해라·]
[아 아각··· 아그극···!]
꽈아아앙!
그를 옆으로 후려치듯 떨쳐 낸 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실수로 죽일 수도 있으니까·]
[너 너···! 그 힘···!]
콰아앙!
허공을 박차며 정지된 세계에서 위령선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합체기 태수라는 자리를 도박으로 오른 건 아닌지·
그는 비둔술을 써 기민하게 정지된 세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느렸다·
부웅!
번쩍!
무형검을 덧씌운 무색유리검으로 그의 상반신을 베어 가른 나는 자세를 잡고 다시 그를 향해 백여섯 번의 참격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그는 반응조차 하지 못한다·
[이 이거··· 네놈 심족의 힘···!]
천 지 심 괴·
네 개의 힘의 축이 내게 활화산 같은 힘을 공급했다·
나는 전신에 씌운 서 장군의 회로를 통해 힘을 증폭시키며 그를 몰아붙였다·
[크윽···!]
이내 말을 할 여유조차 잃어버렸는지 위령선은 내 공격을 눈으로 좇는 것에 집중하며 한참을 나와 합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파아아앗!
기운을 끌어모은 위령선이 순간 비둔술을 더더욱 빠르게 시전하더니 어느새 내 앞에서 저 앞으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2천 리를 멀어진 그를 향해 무형검을 뻗쳤다·
무형검은 뇌전처럼 빠르게 쇄도했으나 거리가 멀어서인지 힘의 전도율이 조금 떨어진다·
그리고 내 일격을 견뎌 낸 위령선이 수결을 맺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군·’
[이 빌어먹을 심족 첩자 놈! 죽어라!!!]
동시에 위령선의 그림자에서부터 무수한 분신들이 튀어나왔다·
하나하나가 천인기 급인 분신체들로 인해 그의 주변이 빼곡해졌다·
‘허 아무리 술법의 일종이고 단기전용이라지만····’
얼마 못 가 사라질 불안정한 분신들이다·
하지만 천인기 급 분신체들이 3억을 넘어간 순간·
나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구!
분신체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수결을 맺었다·
‘진법을 펼치려나 보군·’
단악검법·
첩첩산중·
쿠구구구구!
무형검이 천지사방으로 뻗쳐 나가며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가시덤불이 되었다·
하나하나가 산맥을 가를 말 그대로 첩첩산중을 갈아 버릴 거력이었다·
무형검의 폭주에 위령선의 분신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3천 개의 무색유리검을 전부 꺼내 허공에 펼쳤다·
무색유리검에 무형검이 깃든다·
위령선의 분신들이 또다시 분신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신들이 또다시 분신을 만든다·
그리고 분신들이 모여 각자 진법을 짜기 시작했다·
진법에서 놈들의 힘이 증폭된다·
단악검법·
삼천광일출봉·
쿠구구구구구!
3천 개의 무색유리검·
그 무색유리검에 덧씌워진 무형검에서부터 각각 3천 개의 무형검기가 뻗쳐 나왔다·
9백만 개의 검기가 전방을 휩쓸었다·
검기에 맞은 분신체들은 일거에 터져 나갔다·
단악검법·
괴암·
사방으로 흩어진 9백만 개의 검기들이 일제히 몸을 떨며 덩어리져 마구 사방으로 몰아쳤다·
곳곳에서 검기의 폭풍이 일어나 위령선의 분신들을 휩쓸었다·
파아아아앗!
녀석의 분신 중 한 녀석이 내게 날아오며 손을 뻗었다·
나는 간단하게 분신을 터트려 버리려 검기를 날렸다·
그때였다·
파밧!
[···!]
분신과 위령선 본체가 위치를 바꾸었다·
위령선 본체는 손에 든 칠색의 부채를 내게 휘둘렀다·
콰르르르르!
용암보다도 뜨거운 불꽃이 대지를 녹여 버리며 내게 쇄도한다·
나는 빠르게 그에게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어느새 위령선은 다시 분신과 위치를 바꿔치기한 상태였다·
‘귀찮군·’
이대로라면 계속 술래잡기를 해야 할 상황·
‘다 쓸어버린다·’
단악검법·
단악!
쿠구구구구구!
3천 개의 무색유리검이 내 뜻에 의해 각각 무형검이 깃들어 단악을 펼치기 시작했다·
3천 개의 단악이 천지사방을 메우며 몰아쳤다·
빛이 점멸하며 위령선의 분신들이 일거에 소멸해 간다·
그때였다·
쿠우우우우우!
나는 위령선이 분신들로 만든 진법으로 증폭한 기운들이 한 점으로 몰리는 걸 발견했다·
[거기냐!]
저곳이 본체가 있는 곳!
그리고 내가 그쪽으로 공격을 쏟아부을 때였다·
쿠우우우우우!
그쪽에서 위령선이 영역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
빠르게 녀석의 영역이 나를 뒤덮었고 나는 어느새 알록달록한 가면들로 가득한 세계에 진입해 있었다·
번쩍!
어느새 내 옆에 있던 가면이 위령선으로 변해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쿠구구구구!
그가 들고 있던 칠색의 부채가 시뻘게지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노랗게 하얗게 파랗게 변했다·
새파란 불꽃이 나를 덮쳐 왔다·
이전의 불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불꽃이 나를 덮어 온다·
그리고 나는 이를 드러내며 손을 뻗었다·
콰악!
불꽃을 뚫고 위령선에게 다가가 놈을 잡아채자 녀석이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다·
[영역을 언제 펼치나··· 기다리고 있었다·]
[뭐···?]
[사축기 수사들은 천원지방을 쪼개야 죽지만··· 너희 태수들은 천원지방이 합쳐져 태어난 ‘영역’ 자체를 파괴해야 죽잖나· 그러니····]
나는 당황하는 위령선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는 분신과 위치를 바꿨지만 내 검은 녀석의 분신을 터트리고 녀석의 영역을 파고들었다·
꽈아아아아앙!
수계의 차원 장막이 내 일 검에 우그러졌듯이 위령선의 영역이 일 검에 우그러졌다·
‘사축기 수사의 기축 장막은 물을 베는 것 같이 물렁거렸는데····’
합체기의 영역은 확실히 달랐다·
그 자체로 하나의 차원 장막!
[대단하군·]
난 위령선의 차원 장막을 찢어 버리며 웃었다·
녀석의 영역 안쪽에 의념이 둥둥 떠다니며 감정을 드러냈다·
영역에는 고통의 의념이 가득했다·
[네놈!!!]
위령선의 분신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영역 밖에서는 천인기 급이던 것들이 이 안에서는 하나하나가 사축기 초기 급이었지만 하나하나가 합체기 급의 비둔술을 쓰며 달려드는 중이었다·
하지만···!
[느리다·]
콰앙 꽈아아앙!
일 검에 위령선의 영역이 우그러진다·
[김영훈에 비하면····]
콰아아아앙!
이 검에 영역이 찢겨 나간다·
[헌원에 비하면····]
쩌어어엉!
삼 검에 무수한 분신들이 폭발하며 차원 장막이나 다름없는 영역에 바람구멍이 뚫렸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참격을 세계 자체에 가하며·
나는 무수한 분신들을 헤치고 점차 위령선 본체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분신들과 위치를 바꾸며 영역 안에서 저 멀리 도망쳤다·
그리고 멀리서 내게 푸른 불꽃을 날렸지만 나는 점차 녀석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단악검법·
우공이산!
꽈아아아아앙!
참격이 크게 폭발하며 내게 달려들던 위령선의 분신들이 일제히 박살 나 날아갔고 그의 영역 곳곳이 너덜거렸다·
나는 일순간 극속에 도달하며 위령선을 향해 쇄도했다·
그는 분신과 또다시 위치를 바꿨다·
영역 안쪽이기에 의념을 읽는 건 헷갈렸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심족의 시야로만 보면 못 알아볼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얻은 김영훈의 지각을 통해 그가 ‘바꾸려는’ 위치를 알아냈다·
파아아앗!
그가 분신과 교체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교체한 곳으로 방향을 꺾어 위령선의 앞쪽에 도착했다·
검을 내리친다·
콰아아앙!
폭음이 비산하며 위령선의 영역 전체가 흔들렸다·
그는 반쯤 박살 난 무면탈 안쪽에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극 그극 그그그그극!
그는 칠색의 우선을 들고 내 무색유리검을 간신히 막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내 검은 그의 법보를 파고들고 있었다·
[자 그럼·]
나는 등 뒤쪽에서 7쌍의 날개를 뻗었다·
[잘 가라·]
창익천쇄의 기운이 무색유리검에 담기며 그의 법보와 위령선 본체를 동강 내려던 찰나·
파아아아앗!
“그쯤 하지·”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합체기 대원만·
인족 총연맹주 준제였다·
“···!”
난 살에 닿는 감촉을 느끼며 놀랐다·
인족 총연맹주가 본체를 끌고 왔다·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식은땀을 흘릴 때 그가 손뼉을 쳤다·
짝짝!
그 손뼉 소리에 위령선은 즉시 영역을 거두고는 법보를 입으로 다시 회수했다·
“그래· 축하하네· 자네는 자격을 증명했어·”
나 역시 무색유리검을 입안으로 다시 회수하며 한 걸음을 물러났다·
“···다음부터는 어깨는 좀 조심해 주시지요·”
“하하 알겠네· 어쨌든 다들 서은현의 실력에 의심이 있는 이가 있나?”
어느새 합체기 태수들은 투영체가 아닌 본체를 끌고 와 주변에서 구경 중이었다·
“없습니다·”
“만족합니다·”
“인족의 미래가 밝군요·”
“심족 기술도 그만치 익히다니 심도공법 연구에 아주 좋겠습니다·”
모두가 내게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있었다·
나는 아까 읽었던 의념이 맞았음을 깨닫고 싱긋 웃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나를 시험하려는 것뿐이었다·
준제는 위령선을 보며 물었다·
“태수 위령선 자네는 어찌 생각하지?”
위령선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아주 훌륭합니다· 이 아이라면 인족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겁니다·”
준제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이 자리에 없는 헌원과 태열전을 제외한 인족 총연맹 태수회가 과반 이상으로 너를 인정하는구나·”
이어진 그의 말에 나는 드디어 내가 저들에게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시험을 무사히 치른 걸 축하한다· 지금까지 수고 많았다· 앞으로 좋은 일만이 널 기다릴 게다·”
나는 얌전히 예를 취했다·
“이제부터 잘 부탁하네· 서 태수(太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