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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296

복수자 (4)

‘이상하군· 역시 이상해·’

몇 번을 봐도 본체는 정상이 아니었다·

금신천뢰문 제자들을 ‘고작’이라고 평한다고?

왜?

제자들의 생명을 부르짖던 나와는 전혀 달라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자체가 뭔가 뒤틀렸다기에는 강민희에 대한 감정이나 김연을 향한 감정에는 변함이 없다·

혹시 양수진의 비인간론에 의해 영향을 받은 건가 싶었지만 본체로 의식을 집중하며 북향화를 떠올려 봐도 그 감정도 여전했다·

‘···정말로 그냥 과민 반응인가?’

하지만 나는 이 위화감을 무시할 순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빠르게 내가 경지를 올리고 직급이 높아져서 높은 수준의 의식공법으로 의식을 관조해 볼 수밖에·’

나는 그렇게 결정을 한 후·

눈을 감고 귀선규마결을 계속 수련했다·

본체는 전명훈과 함께 합체기 태수회에 얘기한 후 괴군에게 갈 전송진을 찾고 있었고 나는 눈을 감고 귀선규마결로 인해 귀왕화된 원영에 의식을 집중했다·

콰르르르!

비율은 귀왕화된 내 원영 옆에서 몸을 떨며 내가 죽음의 기운을 응집하는 것을 도왔다·

죽음이 강 밑의 개흙처럼 끈적하게 밀집하며 내 원영의 안쪽으로 눌어붙기 시작했다·

얼마 후 원영의 두 눈에선 송진의 것과 같은 시퍼런 귀화(鬼火)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우웅!

나는 기묘한 ‘감각’이 내 상단전에서 타통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감각’을 유지한 채 눈을 뜨자 주변의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숙소가 갑자기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신을 집중할수록 회색빛들 사이로 새카만 ‘선’ 같은 것들이 보였다·

‘흐음····’

숙소에 있는 도자기에 시선을 집중하자 도자기에 있는 ‘선’이 점차 많아지며 마치 ‘균열’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감각을 집중하자 ‘균열’은 이내 점차 영역을 벌려 나가며 도자기를 완전히 시커멓게 물들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흠칫 놀라며 ‘감각’을 꺼 버렸다·

‘방금 그건···?’

뭔가 그 시커먼 균열 너머로 무시무시한 것을 본 듯했다·

“비율 귀왕이 되면 얻게 되는 감각이 무엇이 있는지 설명해라·”

[예·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귀왕(鬼王)은 명계(冥界)를 인지한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진 귀도공법의 역사지요· 귀인께서야 당연히 아시겠지만 감히 짧은 지식을 읊어 보자면 죽은 자들만이 볼 수 있는 회색빛의 세계는 명계의 외곽입니다·]

“명계의 외곽?”

[그렇습니다· 거기서 보이는 검은 선들은 ‘안식’ 즉 ‘죽음’을 의미하지요· 그 검은 선들을 자세히 보시면 검은 선들은 전부 사물 위쪽에 떠올라 있고 사물 위에서 균열 같은 형태로 번질 것입니다· 그것이 그 사물이 가지는 ‘죽음의 형태’입니다·]

“호오··· 알겠군·”

나는 도자기에 균열 형태로 선이 번진 것을 기억했다·

필시 도자기는 깨질 때 그 균열의 형태로 깨질 터였다·

그것이 도자기의 운명이며 곧 죽음의 형상인 것이었다·

“그 죽음의 형상이 사물을 덮을수록 사물은 죽음에 가까워지고 완전히 덮이면 죽는 건가?”

[바로 그렇습니다· 천지심족이 가지는 감각과는 완전히 다른 귀신들 고유의 감각이지요· 저희는 명각(冥覺)이라 부릅니다·]

나는 더 묻지 않았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명각으로 봤을 때 죽음의 형상이 사물을 완전히 덮었을 때 사물은 완전히 검게 변한다· 그리고 그 검은 것 ‘너머’는 분명····’

그 무시무시한 기분·

[명각으로 죽음의 형상을 완전히 추적했을 때 보이는 검은 면적···· 그 검은 면적이 바로 명계입니다·]

“그런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감고 명각을 켰다·

그리고 명각을 더한 의식으로 내 몸을 관조했다·

그리고 나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명각으로 시야를 집중하지 않았음에도 내 몸은 이미 완전히 검었다!

‘···그렇군· 나는 이미 망자(亡子)인 건가·’

그나마 ‘귀왕’이 된 원영은 희미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나는 귀선규마결의 원리를 완전히 이해했다·

모든 존재에게 있는 ‘죽음의 형상’을 흡수해서 원영을 ‘명계의 외곽’에 거주하는 귀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죽은 이들이 이를 수련하면 명계 외곽에 남게 되어 바로 명계 내부로 끌려가지 않고 죽지 않은 이들이 이를 수련하면 명계의 외곽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니 귀왕들이 큰 귀신이라며 혼비백산하지····’

완전히 죽음의 형상으로 덮인 존재는 그 자체로 명계의 입구가 되어 명계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서 느껴지는 죽음의 형상·

그것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했고 또 깊었다·

나 자신이 일종의 ‘움직이는 명계의 입구’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나에게 닿으면 귀신들이 그대로 명계로 끌려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심지어 이건 그냥 기괴고로 붙여진 내 혼의 일부일 뿐인데 이 정도다· 본체의 죽음이라면····’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할 게 뻔했다·

‘이건 차라리··· 생자가 죽어서 망자가 된 거라기보단 망자가 명계에서 기어올라 온 것만 같은 어둠이군·’

이러니 괜히 내게 잡아먹힌다며 큰 귀신 거리고 도망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더 알 수 있었다·

‘그렇군· 비율은 이미····’

비율이 얌전히 내 체내에서 멀쩡히 나와 대화를 나누는 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비율은 이미 미쳐 버렸다·

수도선파의 본질은 절대다수가 ‘장생’이었다·

영생은 불가능할지라도 높은 경지에 올라 수명을 늘리는 게 많은 수도선파가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흑색귀골곡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장생을 원했기에 귀왕이 되어서라도 구천에 머물고자 한 것이었다·

귀왕이 되어서까지 죽고 싶지 않은 이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그러나 나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나조차도 내가 명계의 사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죽음을 두른 것이 보였다·

본체에 비하면 약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었다·

비율은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내가 자극할 때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귀신들은 대부분 시끄러웠는데 왜 비율이 내 체내에서는 이렇게 조용한가 했더니····’

나는 녀석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흑색귀골곡의 규정상 일정 기간은 신입 제자의 체내에 있어야 하니 조금만 참으시오·’

그 이후가 되면 다시 내 체내에서 나와 지금까지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다시 섭명함 사당에 평안히 봉안될 터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비율을 위로하며 귀선규마결을 수련했다·

빠르게 귀왕화된 원영 안쪽에 법력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 죽음의 형상을 추출해서 법력화시키고 있자니 얼마 안 있어 나는 뭔가가 변화하는 걸 깨달았다·

‘이 이건?’

우우웅!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오행혈주번을 꺼냈다·

일종의 의식공법인 오행혈주번이었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행혈주번은 오행의 속성도 지닌 법술이었다·

츠츠츠츳!

오행혈주번은 빠르게 내 원영과 융합되며 녹아들었다·

여월지긍·

여일지승·

여오악지수·

‘원영 후기!’

나는 숙소 바깥으로 나와 안내를 받아 흑린어령문의 바깥으로 잠시 나가서 외진 곳을 찾았다·

얼마 안 있어 천겁이 내리치기 시작했고 나는 천겁을 맞으며 원영 후기의 수준을 회복했다·

나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시 숙소 안쪽에 들어와서는 체내를 관조했다·

‘뭐지 이 속도는?’

내가 금신천뢰문에서 빠르게 원영기에 올랐던 건 엄연히 무색유리검에 저장된 전 회차의 수행 덕이었다·

만약 이전 회차의 수행이 없었다면 내가 원영기에 오르는 데에는 기(氣)를 모으는 시간까지 합쳐 수십 년은 걸렸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무색유리검은 본체에게 있었고 나에게는 이전 회차에 모아 놓았던 수행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바로 원영 후기에 들어올 만한 법력을 쌓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미친 수행 속도에 어이가 없음을 느끼며 숙소에서 계속 귀선규마결을 수련했다·

다음 날이 되었다·

급운과 위혼·

두 천인기 장로는 나를 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어제는 수행을 숨기고 있었나 보군· 원영기 대원만이라니·”

“꽤 수준 높은 제자가 흑색귀골곡에 들어왔어· 허허! 이거 영기를 보아하니 어쩌면 곧 있으면 장로가 될 후학이로군·”

“미리 인사해 두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서 장로· 허허!”

“하하··· 아닙니다 선배님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룻밤 사이에 원영 중기에서 원영기 대원만이 되었다고 말해 봤자··· 안 믿겠지?’

심지어 기운을 조금만 더 모으면 바로 천인기로 승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고는 그날부터 흑린어령문의 임무에 따라 그들이 제조하는 저주를 강화시키고 보완하며 증폭시켰다·

‘어째서 흑색귀골곡에서 저주 역시 연구했는지 알겠군·’

명각으로 저주문을 띄워 보자 저주문은 죽음의 형상과는 정반대로 한없이 투명한 형상이었다·

‘회색빛은 명계의 외곽을 검은빛은 명계 자체를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투명한 빛은 현계를 상징한다고 했나?’

나는 비율의 말을 떠올리며 저주문을 바라보았다·

저주는 곧 고통·

고통이란 어찌 되었든 ‘삶’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에 명계의 외곽에서는 인식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축복 역시 투명하게 보였다·

축복과 저주는 반대처럼 보였지만 죽음의 입장에서는 하나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명계로 끌려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귀왕들에겐 저주공법이 상당히 필요하겠군·’

삶의 영역에 해당하는 공법이니 명계로 끌려가는 자신들을 잡아 줄 일종의 쐐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물론 귀왕들은 조금 많이 늦다 뿐이지 이미 죽은 목숨이기에 언젠가는 명계로 끌려갈 운명이었다·

그러니 죽은 이후 명계의 인력이 점차 강해지면 아무리 저주공법이나 삶에 속하는 의식공법을 익혔어도 명계로 빨려갈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나저나 이 저주····’

치이이이―

나는 다른 9명의 저주술사들과 함께해서 만드는 저주문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상당히 흉악한 저주문이었다·

나는 저주문의 본질을 더듬어 가던 중 이 저주의 본질이 누군가의 한(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 누군가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강력한 원한을 바탕으로 그 위에 저주를 덮어 만들었다·’

아마 이 저주에 걸리는 이는 굉장히 곤혹스러울 터였다·

천인기 이하라면 저주에 닿는 순간 약화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썩어 버릴 수준이었으니 말이었다·

저주술사들도 그 저주를 다루기 어려워했고 저주술사 중 가장 실력이 좋은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통제권이 몰렸다·

나는 내 음혼귀주문을 잔뜩 불어넣어 저주문이 내 허락 없이 날뛰지 못하게 길을 들여 놓았다·

“호오 벌써 안정화를 하셨습니까?”

우리에게 임무를 준 소년·

현귀(玄龜)라는 이름의 소년은 저주문을 완벽히 통제하는 우리를 보며 껄껄 웃었다·

“원래는 아무리 실력 좋은 저주술사 분들을 모셔도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하시군요· 특히 서 대인께서는····”

그는 저주를 능숙하게 다루는 나를 바라보며 작게 감탄을 흘렸다·

그는 어쩐지 나를 눈여겨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왠지 모르지만 현귀에게는 잘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그의 앞에서는 더더욱 더 현란하게 저주문을 조작했다·

저주문을 강화 증폭시키는 작업은 수일에 걸쳐 이뤄졌다·

우리는 어느 정도 저주문을 강화시킨 이후부터는 휴식 시간도 받을 수 있었다·

대략 열흘간 저주문을 강화시키면 하루 이틀 정도는 휴식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0명 중 1명은 일정 기간마다 흑린어령문을 나가서 외부 활동을 하고 와도 상관 없었다·

물론 한 번에 한 명만 나갔다 와야했고 흑린어령문에서의 저주 제작에 대해서는 함구해야 하는 금제를 받았지만 문제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외출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

“서 대인께서 나가시면 저주 안정화가 쉽지 않아지니 빨리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귀는 허허 웃으며 나를 흑린어령문 정문까지 배웅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흑색귀골곡에 가서 잠시 뭘 확인할 게 있어서 나서는 것이니 걱정치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내가 현귀에게 인사를 하고 흑색귀골곡으로 향하는 전송진을 빌리러 가려 할 때였다·

“잠시 서 대인·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예? 무엇입니까?”

현귀는 씨익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 서 대인에게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군요· 서 대인의 저주 실력이 인상깊어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벅 저벅····

그는 흑린어령문의 정문을 넘어와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츠아아아!

그러자 그의 몸에서 음기가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물들였다·

나는 특수한 결계가 바깥과 안쪽의 상황을 차단하는 걸 알아챘다·

“하실 얘기가 무엇인데 이리 비밀스럽게 얘기하려 하십니까?”

“···조심할 게 많기 때문입니다· 흑룡왕께선 흑린어령문 내부 전체에 술법을 걸어 두셔서 항상 저희를 감시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그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하는지 말입니다·”

“···!”

“사실 이 사실도 기밀 중 하나라 대놓고 전달드릴 순 없습니다· 이렇게 흑린어령문 바깥으로 나와서 결계를 친 후에야 편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지요·”

현귀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희 흑린어령문은 흑룡왕을 뒷배에 두고 있다고들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후손이 이끄는 문파이니 그분께서 잘 대해 주실 거라 생각하시지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 해 결단기 이상의 수사를 흑룡왕께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

“제물의 수가 모자라면 흑룡왕께선 저희 제자 중 한 명을 잡수시곤 하시지요· 저희는 그분의 총애를 받는 게 아닌 그분을 위한 제물이자 노예입니다· 때문에 저희 흑린어령문의 일파 중 한 곳에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인족 오대종문에서 격하되는 한이 있더라도 현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고요· 저희는 일맥 전체가 금제에 걸려 있어 벗어나지 못하지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현귀의 말을 들으며 침을 삼켰다·

‘이런 내밀한 기밀까지 얘기하는 걸 보면··· 협력하지 않으면 죽이겠군·’

물론 눈앞의 현귀 정도야 별로 두렵지 않았다·

천지쌍수 수련자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런 얘기를 흑린어령문 정문을 넘어선 곳에서 한다는 건 그와 뜻을 함께하는 흑린어령문 동지들이 이 근처에 숨어 있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서립은 분신이기에 죽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흑색귀골곡에 잠입시킨 분신이기에 조금 아깝긴 했다·

“어떤 가능성이오?”

나는 일단 그의 생각이나 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현귀의 말을 경청했다·

“앞으로 500년 후 난계(亂界) 지역에 증룡진인(嶒龍眞人)의 저물도(貯物圖)가 등장할 겁니다·”

“증룡진인!!!”

나는 흠칫 놀라 되물었다·

“그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2천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나타나니까요·”

나는 탄성을 내뱉었다·

진인(眞人)이란 칭호는 개열기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증룡(嶒龍)이란 칭호를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지족에서 지낼 때 알게 된 전설·

오래전 광한계 전쟁 당시 광한계를 승리로 이끌었던 지족 진룡맹의 선조·

현 진룡맹이 자리 잡은 곳의 대지(大地)·

진룡맹의 영역 그 자체인 용족의 시조가 바로 증룡진인이었다·

“지족의 시조가 남긴 유물이 등장한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그분이 남기신 저물도는 그 자체로 저물법기인 동시에 하나의 이계(異界)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저물도 안쪽에서 현음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물을 발견했습니다· 흑룡왕이 저희에게 건 금제를 해제할 수 있는 기물이지요· 다만 그 금제를 해제하는 것에는 뛰어난 저

주술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를 영입하고 싶단 건가?”

“예· 만약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이계에서 얻은 기물 중 한 가지를 드리고 이번 임무에서 대인께 드린 보수의 열 배를 얹어 드리지요·”

“허어····”

이번 보수만 해도 상당했다·

그런데 이 보수의 열 배?

꽤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이계에는 특수한 금제가 있어 합체기 태수들은 들어갈 수 없으니 그렇게 큰 위험도 없습니다· 그저 대인께서 저주를 써 주시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흐음····”

나는 고민하다가 그에게 질문했다·

“그 이계에서 얻은 기물 중 하나라는데 어떤 기물들이 있소?”

“바로 목록을 보여 드리지요·”

따악!

현귀가 손가락을 튕기자 내 눈앞에 무수한 물건들의 환영이 나타났다·

내가 근처에 나타난 환영을 잡자 나는 머릿속에 그 환영에 대한 정보가 흘러드는 게 느껴졌다·

‘호오··· 하나같이 엄청나군·’

나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서휼에게 하도 뒤통수를 맞은 기억이 있다 보니 의심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이라고?’

뭔가 수작이 있는 건 아닐까?

‘의념도 수상하군·’

현귀는 아직 내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았고 조금 켕기는 정도의 의념이었다·

그때였다·

‘음?’

나는 현귀가 꺼낸 환영 중 한 권의 서책을 보았다·

기이한 짐승의 가죽으로 장정된 서책은 처음 보는 언어로 제목이 써 있었다·

그때 체내에 있던 비율이 말했다·

[주인님 저 서책을 보상으로 고르십시오·]

‘음? 뭔가 특별한 게 있느냐?’

[저 서책에 쓰인 글귀는 명계에서 쓰이는 귀혼(鬼魂)의 언어입니다· 특히나 급 높은 사신들이 쓰는 언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모르시는지요?]

‘아니 물론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왜 저걸 굳이 얻으라는 것이냐?’

[아 그렇군요· 귀인께서는 저것조차 눈에 차지 않으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굉장히 전설처럼 내려오는 비술서입니다· 흑린어령문 놈들은 그 가치를 알지 못할 테니 저희가 가지도록 하지요·]

‘저게 뭔지 설명해 봐라·’

이어지는 비율의 말에 나는 하마터면 화들짝 놀랄 뻔했다·

[귀인께서는 이미 아시겠지만 진정한 정통 기축이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오행으로 쌓는 삿된 방식이 아닌 것 말입니다· 그리고 저 부덕제사서(富德祭祀書)는 진정한 정통 기축 중 부(富)의 축(軸)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비서(秘書) 중 하나입니다· 사실상 책이라기보단 책 형태의 영약이지요! 귀인께서는 이미 정통 기축에 대한 지식으로 선각후통을 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흑색귀골곡의 제자들에게 주면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본체에게서 역시 열렬한 반응이 왔고 나는 두말할 것 없이 ‘부덕제사서’라는 것을 골랐다·

“흐음 이 책 말입니까? 하긴 저희 흑린어령문에서는 해석도 안 되는 서책이니 서 대인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가져가셔도 되겠지요·”

현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별 가치도 없는 물건이니 지금 바로 선불로 드리겠습니다·”

우웅!

현귀는 바깥에 있는 누군가와 교신하는 듯하더니 공간을 쪼개고 손을 집어넣어 어딘가에서 서책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부덕제사서’를 받을 수 있었다·

* * *

‘좋군· 부덕제사서를 얻으면 부(富)의 축을 쌓을 수 있다라····’

진 정통 기축을 얻으려면 중경계들을 돌아다녀야 할 것이란 생각에 언제쯤 네 중경계를 다 돌아다닐까 한숨을 쉬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세 곳만 돌아다녀도 될 듯싶었다·

‘자금계는 안 가도 되겠어·’

진마 고력 명귀·

이 셋만 차후에 다녀오면 될 듯싶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서은현·”

전명훈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김연을 만나러 가서 그런 거냐?”

“뭐 그것도 있지·”

“신기하군· 회사에서는 아무리 들이대도 이상할 정도로 둔감했는데 여기 와서는 알아차린 건가?”

“····”

보아하니 전명훈조차 알고 있을 정도로 연이는 나에게 관심을 보였었던 것 같았다·

“사실 네가 이 악물고 모른 척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사내에서는 네가 독신주의거나 게이라는 소문도 들렸는데 말이지·”

“···그건 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문이냐· 어디서 들은 거야?”

“오혜서 대리가 말해 주던데· 자기도 들었다면서 이미 사내에선 소문이 무성하다고· 뭐 나는 네가 그런 쪽이라기보단 그냥 멍청한 놈이라 연애를 못 하는 줄 알았지만·”

“····”

나는 더더욱 오혜서에겐 앞으로 신경을 꺼야겠다고 생각하며 농담을 하는 전명훈의 머리를 툭 쳐서 터트려 버렸다·

퍼엉!

“크아아악!”

“시끄럽다· 그리고··· 이제 다 왔다·”

어느덧 저 멀리 기묘한 성채가 시야에 들어왔다·

찌이잉!

그와 동시에 나는 익숙한 기묘성심전의 파동에 미소를 지었다·

“연아 오랜만에····”

콰지지직!

바로 그때·

공간이 찢어지며 [그녀]의 양팔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까꿍· 우리 집에 왜 왔니?”

그리고 허공간에서 갑자기 괴군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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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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