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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309

서를 위해 서를 향해 (2)

나는 무형검을 들어 보았다·

원유의 혈체에는 아직 길이 들지 않아서 무형검이 가진 10할의 위력을 뽑아낼 수가 없다·

약 8할 정도의 힘만 사용이 가능할까·

달리 말하면 본체인 내 몸은 ‘길’이 들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래서일까·

놀랍게도 나를 흡수한 서휼은 ‘답천’의 무형검을 사용해 보였다·

‘하지만 무형검과 소통하지는 못했다·’

겁천의 깨달음은 정작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내 심상과 관련된 기술인 무형검을 사용했다·

나는 그 사실이 못내 소름 돋았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기생했기에 저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혹시 모를 잠식의 위험을 막고자 본체와 연결되어 있던 일말의 연결마저도 끊어 버렸다·

나는 그 후 전음부를 사용해 홍범을 불렀다·

홍범은 내 부름에 빠르게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김연과 전명훈을 불러와라· 그리고··· 태수회에는 내가 폐관 수련을 하고 있다고 알려라· 천 년 정도 폐관을 할 것이니 의견을 전달할 게 있으면 분체인 내게 오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주인님····”

“음?”

“분체이신 겁니까?”

“그렇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느냐?”

“음 아닙니다·”

잠시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홍범은 고개를 저었다·

“싱겁기는· 가 보거라·”

홍범은 고개를 한 번 조아린 후 내 앞에서 사라졌다·

얼마 후 김연과 전명훈 등이 내 앞에 나섰다·

김연은 막 한음택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뭔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한음택에 있던 몸과 이 몸이 동일한 걸 알아채진 않았겠지·’

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김연에게 강민희에게 들은 것을 설명해 달라 요구했다·

김연은 전명훈에게 강민희의 말을 전했다·

“뭐 상관없다· 뭘 시키든 다 따라 주지·”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선히 수락했다·

나는 김연에게 부탁했다·

“연아 조금 있으면 오현석 차장님도 다시 오실 거야·”

“예? 차장님도요?”

“그래·”

나는 태수로서 태수회와도 상당히 정보 공유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유받은 정보 중에는 창천개벽문의 오현석이란 인물이 현재 계면 너머에서 광한계를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단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사나흘 정도면 오현석도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이걸로 동료를 모으는 목표는 달성한 거군·’

그렇다면 남은 목표는 사축기 달성·

태산열제공 구결 입수·

증룡진인의 저물도 탐방·

천 년 이상 살아 보기와 서휼의 완전한 살해 등이 있었다·

‘아마 서휼은 내 몸으로 사축기에 든답시고 순순히 폐관을 받아들인 것 같다만····’

내 장담컨대 제아무리 서휼 놈이라도 300년만 지나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동부 안에서 하늘을 부르짖으리라·

내 원래 육신의 재능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진마계의 입구로 가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오 차장님!”

“····”

오현석이었다·

그는 김연의 부름에 퀭해진 눈을 들어 그녀를 보고 그 뒤에 있던 나와 전명훈에게까지 시선을 돌렸다·

“잘 지내셨소 현석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나는 선선하게 인사를 건넸고 전명훈은 어색해 죽겠다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오현석은 잠시 우리를 바라보는 듯하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꿈인가 싶군· 그 전장에서··· 살아 나온 게 맞구나·”

그는 한숨을 쉬며 숨을 골랐다·

원영기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한 오현석은 숨을 몰아쉬며 허허 웃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오현석을 보며 웃어 주었다·

“예 축하드립니다·”

이번 생의 그는 흑룡왕이나 혈음계 존자에 의해 영향을 받아 정신이 무너지지 않았다·

창호자도 죽지 않았으며 앞으로 성장할 일만이 남았다·

나는 그를 보며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진선과 연관된 금신천뢰문의 명은 뒤트는 것에서 그쳤다만····’

오현석 한 사람은 상황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도 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금신천뢰문도 전부 구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다·

‘빨리 강해지자·’

내가 만들어 낸 대막사해성의 공법이라면 충분히 사축기에 이를 자신이 있었다·

나는 오현석과 만난 회포를 푼 후 그를 창천개벽문으로 돌려보냈다·

“그래 사축기에 이르러서 오라고?”

“예 뭐···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그래· 알겠다· 나도 이번 인마대전에서 느낀 게 많다·”

그는 창천개벽문으로 향하는 거대 비행법기에 올라타 씁쓸한 눈으로 진마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진마계의 입구는 진마계 태수들에 의해서 이제 완전히 막혀 있었다·

이제 최소한 인족은 진마계로 함부로 쳐들어갈 수 없을 터였다·

“우리 인간은··· 선인가 악인가·”

오현석은 혼탁한 눈빛으로 진마계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너무나도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었다· 아마 이대로 창천개벽문에 가 스승님에게 묻는다면 너무나도 명쾌한 답을 알려 주시겠지· 그분은 그런 분이니까··· 하지만 너희 생각은 어떠냐?”

그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보며 물었다·

“인간은 선하냐 악하냐? 이 세상에 온 지도 거의 100년이 지났다· 너희도 각자 겪은 것이 있을 테니 경험들을 생각해서 말해 다오·”

그 말에 김연이 즉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어떠한 확신이 차 있었다·

“제 생각에는··· 성악설이 더 맞는 거 같아요· 순수한 인간은 결국 거대한 악일 뿐입니다·”

‘순수한 인간’인 괴군을 겪어 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전명훈은 정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품속에 있는 목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글쎄요· 다만 저는 성선설을 더 믿고 싶군요· 인간이 선하지 않다면 죽음을 앞에 두고 본성이 나올 때 어찌 타인을 위하겠습니까·”

금소해가 죽을 당시의 유언을 들은 전명훈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신기하군 회사에 다닐 때라면 둘이 정반대의 대답을 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많은 사건이 있었으니까요·”

“···그렇지요· 많은··· 일이 있었죠·”

오현석의 말에 두 사람은 각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럼 은현아 너는 어찌 생각하냐?”

“····”

그러나 나는 오현석의 말에 즉답할 수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

“예· 바보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로 모르겠군요· 아무리 고민해 봐도 그건 알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런가· 알겠다· 너희의 대답 모두 도움이 됐다· 참고하지·”

인마대전에서 인족의 추악한 모습을 많이 보았던 듯·

오현석은 인간이란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는 듯싶었다·

오현석은 우리를 한 번씩 안아 준 후 창천개벽문으로 출발했다·

아마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현석을 떠나보낸 이후·

나는 김연에게 전명훈을 맡겨서 흑색귀골곡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은현 오빠는 안 가세요? 민희 언니도 만나 보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강민희는··· 나중에 만날게·”

아무래도 원래 얼굴로 강민희와 마주 서려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본체가 멋대로 강민희의 기억을 봉인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다행인 것도 같았다·

김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전명훈과 함께 흑색귀골곡으로 향했다·

나는 두 사람이 사라지는 걸 본 후 다시 서립의 얼굴로 변해서 빠르게 흑색귀골곡으로 향했다·

아직은 서은현이 아닌 서립으로서 강민희와 함께해야 할 때였다·

* * *

흑색귀골곡·

섭명함 내부 귀혼각 집무실 안쪽·

“여어 오랜만이구만· 망나니·”

강민희는 곰방대를 탁탁 털어서 담뱃불을 끈 후 김연과 전명훈을 맞아 주었다·

나는 서립의 얼굴로 강민희의 옆에 서서 두 사람을 맞았다·

전명훈은 나와 순간 눈이 마주쳤고 해괴한 표정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저놈은 원유의 혈체를 알고 있었다·

다행히 눈치는 생긴 듯이 그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강민희는 전명훈을 바라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호오 솔직히 하나도 기대는 안 했다만· 엄청 달라졌는데? 그 망나니가?”

그녀의 말에 전명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강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꾸 신경을 긁으려는 거 같은데 지구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내가 사과를 하지· 미안하다·”

“····”

“그건 그렇고 샛길을 이용하려면 어찌해야 하는 거지?”

전명훈의 반응에 강민희는 놀라운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성장했군· 그래 떠보려 했던 건 미안· 그럼 일단··· 샛길을 이용하게 해 줄 순 있어· 대신 넌 흑색귀골곡에 어떤 비용을 지불할 거지? 이전에 샛길을 이용한 너희 금신천뢰문 제자들도 전부 샛길 이용료는 지불했다·”

그 말에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은현 앞에 달아 두지· 인족 태수가 됐으니 지원도 빵빵하게 받을 놈이다·”

태연하게 내게 외상값을 달아 버린 전명훈의 말에 나와 강민희는 동시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겉으로 나는 속으로·

“외상을 좋아하는 점은 좀 안 변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니 이 자식· 너무 자연스럽게 나한테 달아 놓는 거 아닌가·’

강민희는 혀를 차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 일단 값은 서은현한테 뜯어 내도록 하지· 증명할 자료는 있겠지?”

전명훈은 강민희에게 내 목소리가 담긴 녹음부를 전달했다·

전명훈에게 명귀계로 갈 때에 어떤 도움이든 주겠다고 했던 목소리가 담겨 있는 부적이었다·

강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샛길을 이용하게 해 줄게· 단 연이한테 미리 들었겠지만 너는 내 명령에 무조건 따라 줘야 해· 안 그러면 들어갈 수 없어·”

“그러도록 하지·”

그 말에 강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리를 데리고 섭명함에서 나왔다·

나 역시 천인기가 된 이후 귀혼각 당주직을 받았기에 귀혼각 당주 자격으로 그들을 따라나섰다·

섭명함 바깥·

흑색귀골곡의 계곡 중 한 곳·

음기가 가득 들어찬 웅덩이 같은 지형의 계곡·

그 밑바닥에는 피로 그린 듯한 붉은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도안의 팔방에는 기다란 장승 같은 것들이 꽂혀 중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귀계에 진입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어·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은 네가 합체기 수사가 되어서 영역을 몸에 두르고 명귀계의 계면을 박살 낸 후 들어가는 거야· 그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지· 영역을 몸에 두른 이상 명귀계의 기운에 몸이 망가지지도 않고 돌아오기도 가장 안정적일 테니까·”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다음은 죽어서 귀신이 된 후 명계에 끌려가기 전에 가는 거야· 명귀계는 명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도 하니까· 그리고 이 방법과도 연결되는 방법인데 귀도공법을 익혀 귀물이 되는 거지· 아니면 몸을 강시 등으로 사령화시키거나· 이 방법을 쓰면 샛길을 쓰는 게 압도적으로 수월해지고 명귀계로 가서도 해가 되지 않고 더더욱 강해질 수 있어· 하지만 너처럼 귀도공법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들이 명귀계에 진입하려면 둘 중 하나야·”

우우웅!

그녀가 수결을 맺자 붉은 도안이 빛나기 시작했다·

“첫째 합체기 이상 수사들의 영역 안에 들어가서 같이 보호받으며 간다· 둘째 이런 유의 샛길을 이용한다· 그리고 귀물이 아닌 너 같은 산 몸을 가진 자가 샛길을 이용하려면 한 가지 방법이 필요하지·”

강민희는 전명훈을 쳐다보며 도안의 정중앙을 가리켰다·

“저기 가서 서 있어·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 자리를 벗어나면 안 돼· 오히려 중간에 자리를 벗어나면 대법이 꼬여서 네 육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그래·”

전명훈은 덤덤하게 도안의 정중앙에 가서 섰다·

강민희는 수결을 계속 맺으며 설명을 다시 이었다·

“네 몸을 일시적으로 ‘죽은 몸’으로 만드는 거야· 그리고 육과 혼을 분리해서 혼에게 시련을 내리지· 시련을 거친 혼은 ‘꿈의 육신’이라고 불리는 환몽의 육체를 얻게 돼· 그 환몽의 육체를 가지고서 명귀계로 갈 수 있지·”

“뭐 다 상관은 없다만··· 그거 원래대로 돌아올 순 있겠지?”

우우웅!

수결을 전부 맺은 그녀가 의식을 집중하며 말했다·

“이제 의식은 준비됐어· 시작할게?”

“해라·”

그와 동시에 여덟 개의 장승의 입에서 시커먼 붕대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붕대는 전명훈에게 쏘아지며 그의 팔다리를 휘감기 시작했다·

“···!”

전명훈은 이를 악물었다·

붕대가 감긴 그의 몸이 점차 비쩍 말라 가며 목내이(木乃伊: 미라) 같은 형상이 되어 가는 게 보였다·

“붕대에 네 생명력을 저장해 놓는 기술이야·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니까 받아들여·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고 참아!”

전명훈은 이를 악물고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생명력이 강제로 뽑혀 나가는 고통을 견뎌 냈다·

아무래도 내게 몸 곳곳이 터져 나갈 정도로 두들겨 맞았던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얼마 후 전명훈은 완전한 목내이처럼 모습이 변해 버렸다·

그 상태가 되자 장승들에서 뽑혀 나오던 붕대들을 그대로 끊어져서 전명훈에게 전부 감겼다·

“이제 혼을 추출해 낼 거야· 이것도 참아·”

꾸드드드득!

강민희가 손을 뻗자 그녀의 손이 거대한 귀수(鬼手)로 변했다·

그녀의 귀수는 꾸물텅거리며 허공을 넘어 목내이로 변한 전명훈의 머리통을 움켜잡았다·

직후 그녀가 힘을 주자 전명훈의 머리통에서 녀석의 원영이 뽑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고통이 상당했는지 전명훈은 이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강민희는 전명훈의 원영을 잡고 빠르게 붉은 도안에다가 녀석의 원영을 집어넣었다·

얼마 후 마치 미로 같은 도안 안쪽에 들어선 전명훈은 미로 같은 도안의 길을 따라가며 점차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

마침내 미로 같은 도안을 빠져나온 전명훈의 원영은 반투명한 모습으로 도안 위쪽에 올라섰다·

저게 강민희가 말한 ‘꿈의 육신’인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간다 전명훈· 일단 도착하면 안내귀가 붙을 건데 절대로 네가 생자라는 걸 발설하면 안 돼· 알겠지? 아무리 네가 흑색귀골곡의 추천을 받고 간 사람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살아 있는 몸을 가지고 있단 걸 밝히면 온갖 잡놈들이 꼬일 거니까 내 말 명심해· 알겠지?”

[그래·]

“이 외의 주의사항은 안내귀에게 받으면 돼· 그럼 잘 가·”

파아아앗!

도안 위쪽에 서 있던 전명훈은 도안이 붉은빛을 뿜자 도안 밑으로 쑤욱 내려가 버렸다·

나는 도안이 ‘샛길’과 연결되어 있음을 눈치챘다·

“됐다· 이걸로 전명훈은 샛길로 갔어· 샛길을 지나 명귀계에 도착하겠지·”

“그렇군요····”

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겨 강민희에게 질문했다·

“원로님 혹시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됩니까?”

“뭐지?”

“샛길에 또 누군가가 진입할 순 없습니까? 예를 들어 귀도공법을 익혀 귀왕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저라거나····”

“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최소 50년은 기다려야 하지· 전명훈의 의식이 상당히 커서 샛길에 무리가 갔을 거거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난 입맛을 다셨다·

만약 1년 내로 진입할 수 있었으면 증룡진인의 저물도가 열릴 때까지 전명훈과 함께 가는 것도 괜찮았을 터였다·

하지만 50년이다·

돌아올 때도 50년의 기간이 필요할 터였다·

거기다 우리 말고 다른 이들도 샛길을 이용치 말라는 법도 없으니 어쩌면 더욱 늘어질 수도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오현석도 구했다·

전명훈도 명귀계로 갔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증룡진인의 저물도· 그리고····’

사축기 승급이다·

나는 내 몸을 보며 그리고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대막사해성의 기운을 관조하며 다짐했다·

‘증룡진인의 저물도가 열릴 때까지· 사축기에 오른다·’

이 몸이라면 그리고 대막사해성과 이 몸의 궁합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서휼을 죽일 방법에 대해서 당장이라도 알아보러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약하다·’

그런 만큼 오히려 사축기에 이른 후에야 방법을 찾는 게 맞을 터였다·

금신천뢰문은 구하지 못했지만 오현석은 구한 것처럼·

내가 약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강해질수록 높아질수록 구해 낼 수 있는 이들이 그 범위가 넓어지는 것처럼·

나는 일단 강해져야 한다·

높아져야 한다·

‘더욱더 많은 것을 알고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그렇기에 나는 우선 증룡진인의 저물도에 들어가기 이전까지·

전력을 다해 사축기에 들어서기로 마음먹었다·

* * *

사람은 어리석은 생물이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나는 짙은 어둠 속에서 입을 열었다·

“징글징글하군· 서휼·”

그리고 또다시 ‘내’ 입이 열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 도우·”

“····”

서립이 나를 봉인하고 시간이 꽤 흘렀다·

서립은 자신과 내 연결을 끊어 버렸고 나는 어둠 속에서 홀로 고독을 겪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나’의 주도권을 ‘누군가’에게 뺏겨 간다는 걸 알아챘다·

그랬다·

서휼이었다·

서휼에게 8할 이상의 주도권이 넘어가고서야 놈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가부좌를 튼 채 만상인연도를 운용하며 서휼의 침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집중했다·

“···너를 죽이면 네가 내게 기생하는 구조였던 거냐·”

“하하 글쎄요·”

“····”

녀석은 두루뭉술하게 답할 뿐 절대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결과적으로 내 판단이 멍청했고 서립의 판단이 옳았다· 아마 내가 대놓고 돌아다니게 되었다면 어느 순간 서휼로 대체되어 주변인들을 파멸로 몰아갔을 터였다·

“천 년 정도는 시간이 있는가····”

“그런 셈이지요· 당신 분체의 판단은 탁월했습니다·”

“···이제 슬슬 네 화법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겠다·”

‘그런 셈이지요’는 천 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나갈 수 있다·

‘분체의 판단은 탁월했다’라는 소리는 서립은 멍청한 짓을 한 것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생각 외로 시간이 없다·’

이미 육신은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그나마 영혼과 연결된 만상인연도만이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고·

그조차 점점 제어가 되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공법들도 점차 내게서 떠나가고 있었고 무색유리검마저 놈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라는 인간은 점차 ‘서휼’로 대체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부웅!

투명한 검날이 허공을 움직이더니 내 몸을 베어 왔다·

푸콱!

내 몸을 차지한 녀석은 싱긋 웃으며 몸을 치료했다·

“역시 심족의 힘은 어떻게 해도 안 되는군요·”

무형검·

아직 서휼이 차지하지 못한 2할 분량의 ‘나’·

그것만이 ‘나’를 보호해 주는 유일한 장벽이었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어차피 그 심족의 힘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랍니다· 봉인하는 것도 쉽지요·”

우우웅!

그 말과 함께 나는 서휼의 더러운 심상이 내 안쪽에서 차오르는 걸 느꼈다·

놈의 심상이 무형검의 힘이 나오는 나의 심상을 틀어막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완전히 내 심상 세계 안쪽에 갇혀 버렸다·

서휼은 내 심상 세계의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여기 앉아 계시지요· 심상 속에만 얌전히 계신다면 당신은 유지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나는 굳은 얼굴로 심상 바깥에 있는 서휼을 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신지요·”

“어떻게 ‘심상’을 그렇게 도구처럼 쓰는 게 가능한 거냐·”

나는 자신의 마음을 조각조각 분리해서 마치 결계처럼 내 심상을 뒤덮어 버린 서휼의 심상을 보며 물었다·

녀석은 자신의 심상을 마치 괴뢰처럼 다루고 있었다·

“당연한 말씀이시군요· 마음은 그저 상단전에 있는 물질들의 움직임· 그리고 약간의 전기 신호로 이뤄진 것이랍니다· 당연히 원리를 이해하면 ‘사용’하는 게 가능한 것이지요·”

그는 빙긋 웃으며 뒤를 돌았다·

“아직 서 도우는 잘 모르시는 것 같으시군요· 걱정 마십시오· 서 도우가 얌전히 있는 한 당신의 영역 한 줌은 남겨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서휼은 빙긋 웃으며 내 심상의 외곽에서 사라졌다·

나는 유리의 검산 위쪽에 편안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틀려· 서휼·”

내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다·

“네 화법은 이제 알아듣는다니까···· 내 영역을 ‘남겨 주는’ 게 아니라· 이곳은 너조차도 ‘못 들어오는’ 게 아니냐?”

씨익····

느껴진다·

놈은 인간의 생각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언정·

마음만은 쉬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유리의 검산에서 나를 찌르는 검들에 몸을 뉘며 정신을 집중했다·

‘네가 뭘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휼·

그리 쉽게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키이이잉―

나는 무형검을 운용하며 겁천의 ‘힘’을 끌어오는 연습을 했다·

‘압축한다·’

태열전과의 대련을 기억에 새겼다·

그녀가 보여 준 것은 분명한 어전 일 보·

천지족들은 구현 4단계라고 부르는 힘·

겁천 너머!

김영훈이 보여 준 신위를 떠올렸다·

키이이이잉―

압축한다·

압축하고 압축해 마음의 본질을 통째로 이 검에 담는다·

나는 심상의 안쪽에서 무형검에 ‘본질’에 접속하며 모든 의식을 집중했다·

몇백 년이 걸리든 몇천 년이 걸리든·

서휼····

반드시 나가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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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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