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 (8)
“미친 거냐 네놈?”
수호귀왕들이 나간 후 연위가 눈에 불을 켜며 나를 쏘아보았다·
“갑자기 그렇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어쩌자는 거냐? 아 혹시 저 수호귀왕들까지 미끼로 쓴 후에 우리가 도망치자는 작전인 거냐? 그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게 합리적이긴 하지· 제발 그런 거라고 대답해라!”
츠츠츠―
나는 귀왕화를 푼 후 인간 서은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거 아십니까 연위 어르신?”
“뭐?”
“제1 수호귀왕 위시혼과 2 수호귀왕 음와가 이번에 혼인하기로 하였습니다·”
“뭐 어쩌라는 거냐·”
“궁골문주는 이번에 11 수호귀왕의 자리에 오르며 제자를 거두었지요· 요새 얼굴이 아주 밝더군요·”
“····”
“이번에 들어온 괴뢰 교관은 축기기에 올랐다고 아주 좋아하는 걸 봤습니다· 또 지난번에 입교했던 교도가 교단 내에서 공적치를 쌓아 작은 동부를 하사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지요· 그리고····”
나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올해 입교한 교도들만 4만여 명이고 백음역 전체에서 본교를 칭송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교도들이 발 벗고 치안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 예전처럼 악귀들이 횡행하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곳에선 본교를 필요로 하고 있지요·”
“네가 완전히 교주 놀이에 취해 버렸구나!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었느냐!”
“예 압니다· 수축을 쌓는 것· 그리고 금신천뢰문의 제자들을 찾는 것· 그리고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래!!! 지금 안 그래도 본문의 제자들 행방도 찾았다! 무극교단의 교도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제자들을 찾으러 가야 한단 말이다!”
“그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만·”
나는 교좌에서 일어나며 연위의 앞으로 다가갔다·
“결국 수축을 쌓는다거나 천뢰문의 제자들을 찾는다거나 광한계로 돌아간다거나 하는 목표들은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우리의 이득을 위한 것이지!”
“우리의 ‘동료’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금신천뢰문의 제자들을 구하러 가려는 건 무슨 이유인가·
그들이 우리의 동료이기 때문이다·
수축을 쌓는 이유는 무엇인가·
돌아가기 위한 샛길을 열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한계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광한계로 돌아가야지만 강민희를 구할 실마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정을 주지 않은 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적당히 웃어 주고 적당히 냉정해진다·
하지만 한번 정을 준 동료라면 나는 그들을 모른 체할 수 없다·
“무극교단은 이미 우리 동료들입니다· 금신천뢰문과 똑같이요·”
“그 무슨!!! 감히 네가 시조께서 세운 대금신천뢰문과 이깟 사이비 교단을 동일시하는 거냐!!! 전명훈! 전명훈 원로! 당장 이 발칙한 놈을 잡아서 거꾸로 매달아 매우 쳐라!”
연위는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로 눈이 뒤집혀 나를 마구 삿대질했다·
아무래도 금신천뢰문과 무극교단을 동일시하는 것 자체가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린 듯했다·
그러나 전명훈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저 놈이랑 제가 싸우면 제가 두들겨 맞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이놈이! 지금 네가 금신천뢰문의 큰 어른이 된 몸으로 이 천인공노할 상황을 모른 체할··· 케엑!”
발작하는 연위를 보며 전명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붉은 뇌전으로 변해 연위의 뒤 목을 쳤다·
연진의 몸을 빌린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위이잉―
전명훈의 손에서 태극이 떠오르더니 연위의 상단전 위쪽에서 떠올랐다·
“분혼 역전·”
파아아앗!
연진의 안에 깃들어 있던 연위의 의식이 역류하며 수계로 떨어져 버렸다·
“잠시 수계 사당 안에서 머리 좀 식히고 계시지요 선조님·”
“잘했다· 사실 좀 시끄러웠거든·”
“그건 그렇긴 하지· 뭐 네 말도 맞다· 어쨌든 거의 200여 년간 함께하며 이곳과도 정이 든 건 사실이니까· 이번에 수호귀왕들 결혼식에 증인을 서 주기로 약속도 했고·”
그러나 전명훈은 나를 쳐다보며 서늘하게 물었다·
“하나 선조님 말씀도 틀린 건 없지· 최근에 근황을 알게 된 본문의 문도들은 어찌할 거냐· 계속 이곳에 틀어박혀 있으면 못 만나러 간다· 그렇다고 그들을 만나러 가려 하면 삼대세력이 쳐들어와 본교를 작살내 버리겠지· 그에 대해서는 어찌할 거냐·”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 마라· 홍범 김연·”
내게 이름이 불린 두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홍범은 헛기침을 하며 전명훈 앞에 무언가를 펼쳐 보인 후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김연도 역시 내가 이전에 요구했던 것을 전부 끝내 놓았다며 전명훈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말을 들은 전명훈은 얼마간 가만히 있더니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 미친 놈·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안 될 건 또 뭐냐·”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전명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교단은 명귀계 최고 유명 세력이 되겠지·”
“뭐 잘 된 거 아니냐· 더더욱 유명해져서 명귀계 전체에 더더욱 좋은 복리후생에 대한 개념을 퍼뜨리자고·”
“하 뭐··· 좋다·”
전명훈은 잠시 큭큭 웃는 듯하더니 뒤를 돌아섰다·
“마음대로 해라· 네 말대로 되면 확실히··· 삼대세력이 몰려오든 합체기가 50명이 몰려오든 아무 상관 없겠지· 더불어 본문의 문도들을 구하러 가는 것도 수월해질 테고····”
전명훈은 기절한 연진의 몸을 들쳐 업고 무극교전을 나갔고 교전 안에는 나와 김연 오현석 홍범만이 남게 되었다·
“현석 형님은 뭐 요새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딱히 필요한 건 없군· 다만 사축기에 오를 때 필요한 공간만 좀 확보해 다오·”
“예 준비해 놓겠습니다·”
“고맙다 그럼 나도 수련하러 간다·”
오현석은 편하게 손을 흔들며 지하실을 나갔다·
홍범은 여느 때처럼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며 내 명에 따라 공령지의 인력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김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연아·”
“네·”
“이번에 또 훈련장을 부쉈다고 했지?”
“앗 죄송해요· 요새 조금 힘 조절이 안 될 때가 많아서····”
“힘 조절이라····”
나는 잠시 김연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아직도··· 나에 대한 마음은 변화가 없는 거야?”
그녀는 또렷한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변함 없어요· 그것만은 절대로!”
“···알겠어· 그만 가 봐·”
김연은 옅게 웃고는 지하실을 나갔다·
나는 한숨을 쉬며 교좌에 앉았다·
명귀계 역시 광한계처럼 안계 지역과 난계 지역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백음역은 명귀계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었고 금신천뢰문의 문도들은 현재 명귀계 북쪽 난계 지역에 고립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개열기 진인에 의해 침식당해 폭주한 수사의 유해를 수습 중이라····’
뿌득―
흑색귀골궁 측에서 금신천뢰문의 문도들에게 그러한 임무를 맡겼다 했다·
‘일종의 방사능 물질이 가득한 곳에 억지로 등을 떠밀어서 조사하게 했다는 거로군·’
개열기 진인의 침식을 받아 죽은 수사의 유해라면 어마어마하게 위험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했으니 흑색귀골궁 측에선 위험할지언정 가지고 싶기도 할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위험한 장소에 본인들 전력을 투입시키자니 아깝고 못 본 척하자니 배가 아픈 상황이니 금신천뢰문의 제자들의 등을 떠민 것일 터·
‘빨리 구해야겠어·’
시간을 오래 끌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곧이다·’
삼대세력이 나를 공적으로 지정하고 곧 토벌하러 올 터·
그때가 되면 모두에게 충격과 당황을 선사하고 명귀계 저 반대편에 있는 금신천뢰문의 제자들을 구하러 갈 수 있을 터였다·
연위는 내가 충동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 생각하고 떽떽거렸지만 사실 무극교단에 정을 붙인 그 순간부터 계획해 온 계획이었다·
‘물론 은밀성 면에선 연위의 계획보다 떨어지고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에 어차피 계획을 미리 알려 줬어도 극렬히 반대했겠지·’
그래 사실 여기까진 문제없다·
하지만 나는 방금 전 김연의 상태를 보며 두 눈을 흘겼다·
“홍범·”
“예 주인님·”
“최근 연이의 상태가 어떻지?”
“···확실히 이상 증세가 심해지셨습니다·”
홍범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전 훈련장을 폭발시키던 상황도 눈으로 봤습니다만 한순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폭주하듯이 힘을 발현시켜서 훈련장을 붕괴시켰더군요·”
“흐음····”
최근 김연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상태로 내리 며칠을 무공만 수련하는가 하면 어떤 때엔 광기에 미쳐서 괴뢰들을 가지고 마구 비익무를 추게 하곤 했다·
문제는 본인이 정신을 차리면 그런 일을 기억하지 못한단 것이었다·
아직까지 심각한 피해는 없었지만 나는 김연의 안쪽에서 어떠한 광증이 자라나는 것을 눈치챘다·
‘괴군 그 인간····’
이번 생의 괴군은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멀쩡히 제정신으로 나와 대화를 나눴었고 그 덕에 멀쩡한 정신으로 김연을 보내 줬었다·
그리고 괴군은 김연을 위해 본인의 깨달음을 담은 법구를 직접 제작해서 전달해 주기까지 했었다·
그 법구에 담긴 깨달음은 이전 생 괴군이 [그녀]의 팔에 담아서 넘겨줬던 것과 똑같으리라고 생각해서 굳이 깊숙이 들여다보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젠장할 그 인간····’
어느 순간부터 김연은 ‘기묘성심전’에 기묘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쯤 풀린 눈으로 ‘마지막 색을 찾아야 해· 이름을 붙여야 해’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기묘성심전의 구결을 미친 듯이 반복해서 읊고 다니곤 했다·
이번 생의 괴군은 일부러 깨달음을 담은 법구에 ‘광증’까지 함께 넣어 준 것이 분명했다·
내가 법구를 다시 조사해 보려 김연에게 법구를 달라 했을 때는 이미 김연이 법구를 해체해서 없애 버린 후였다·
듣기로는 법구를 해체해야 기묘성심전의 깨달음을 넘겨받는 구조였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봉령휴나 의해은산으로 김연의 정신을 봉합했을 터였다·
하지만 방금 전과 같이 내게 자신의 마음이 변치 않았음을 고백할 때·
그럴 때 등은 광증이 모조리 가셔 버리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게 보였다·
현재 광증이 도진 부분도 있지만 광기에 찬 부분과 멀쩡한 부분이 혼재해 있는 게 현 김연의 상태였다·
함부로 정신을 봉합하려 시도하면 도리어 멀쩡한 김연이 봉합되고 광증에 찬 김연만이 남을 수도 있었다·
‘차라리 광증이 완전히 도질 때까지 기다렸다 정신을 봉합하거나 아니면 김연 스스로 이겨 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김연이 폭주하면서 무공만으로 훈련장을 박살 냈다 했지? 연위와 나 김연 본인이 힘을 합쳐 수호진법을 펼친 훈련장을 말이야?”
“그렇습니다· 천기 유도 등으로 천지영기를 끌어모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순간 크게 힘이 증폭되었습니다·”
“····”
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을 때의 그녀의 눈빛을 떠올렸다·
너무나도 또렷했던 그 눈·
나는 그 눈 너머를 기억했다·
그 눈을 했던 그녀는 아주 찰나지만 심상이 통합되는 게 보였었다·
‘어쩌면··· 이번 광기를 넘어서면 그녀는 월도입천에 도달할지도 모르겠어·’
등봉조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녀지만 애당초 심족은 구현을 각성할 때 등봉조극의 경지를 거치지 않으니 이론상 그것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이겨 내라 연아·’
현재의 김연은 숲속에 내놓은 아이와 같은 상태다·
숲속에는 칼을 든 도적 떼가 우글거리고 있어서 보기에는 너무나도 불안한 상황·
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K2 소총이 들려 있고 탄창도 꽉 차 있으며 조정간도 연발로 설정된 상태이기에 조건만 맞으면 너무나도 든든해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본인이 그것을 쏘기만 하면 위험은 없는 상황·
‘이미 네 손에 들려 있다 김연·’
최근 무공 지도를 해 주며 그녀의 힘을 끌어내려 하곤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기어코 본인의 능력을 깨우치면 김연은 눈부시게 성장할 터였다·
“그래도 김연 대인이 백음역 곳곳에 설치한 진법들은 전부 확인해 두었습니다· 거사에 방해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래· 그거면 됐다·”
나는 교좌에 몸을 뉘이며 눈을 감았다·
내 광대한 의식 영역에 무극교단의 한 곳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음와와 위시혼이 잡혔다·
‘짧은 평화는 이제 끝나 간다· 곧 삼대세력의 수많은 실력자들이 들이닥치겠지·’
두려움은 없다·
“언제든지 ‘그것’을 발동시킬 수 있게 준비해 둬라· 홍범·”
“예 주인님·”
* * *
백음역은 현재 무극교단에게 거의 삼켜진 상태였다·
백음역 곳곳에는 무극교단의 지부가 설치되었으며 백음역의 사령 생물들은 9할 이상이 무극교단의 교도였다·
그리고 무극교단의 지부에 설치된 중계법술을 통해 무극교단 본부에서의 소식이 무극교단 전역에 퍼졌다·
“자네 그거 들었나?”
“제1 수호귀왕께서 혼례를 치루신다는 소문?”
“그래· 2 수호귀왕님이 그 상대라는군·”
“하긴 무극교단 이전서부터 그 두 분은 천생연분이긴 하셨었지· 이전에는 본인들 문파를 책임져야 했기에 맺어지지 못했다만 책임에서 해방되니 이제야 결실을 맺나 보군·”
“허허 속이 다 시원해지네그려·”
무극교단의 제1 수호귀왕 위시혼과 제2 수호귀왕 음와의 혼인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백음역 전체는 수백 년 만에 드디어 맺어지는 두 사령의 소식에 한껏 들떴다·
무극교단 본부·
무극교전의 앞·
그곳에서 두 명의 사령이 맺어지려 하고 있었다·
전명훈은 백음역의 전통에 따라 시커먼 귀기로 전신을 덮은 상태에서 음산한 목소리로 혼인식을 주관했다·
[신랑 위시혼은 신부 음와를 잡아먹지 않고 제령시키지 않고 퇴마시켜 버리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혼인식에는 전신의 괴뢰 회로를 이용해서 한껏 몸을 수축시키고 준수한 모습으로 변한 위시혼이 백음역의 전통복을 입고 서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 음와는 신랑 위시혼이 정화당해도 함께하고 큰 귀신을 마주 봐도 함께하고 명계에 끌려가도 함께할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음와는 예쁘장한 괴뢰의 육신을 입은 상태에서 전통복을 입고 위시혼을 마주 보며 얼굴의 회로를 붉혔다·
[두 귀물은 앞으로 백년해로 천년해로 만년해로를 넘어 서로가 서로의 비익조가 되고 연리지가 될 것을 맹세하는가?]
두 귀물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맹세합니다!”
[좋다· 하면 나 무극교단의 대호법 육극귀왕 전명훈은 두 연인의 해로를 축복하며 두 귀물이 같은 운명을 공유하게 되었음을 천명하노라·]
쿠구구구구!
전명훈은 육극음뢰신에 포함된 저주술법을 허공에 흩뿌렸다·
허공에선 음산한 귀곡성이 울렸고 혼례식에 참석한 수많은 귀신 무리가 비명 같은 환호를 질렀다·
[끼야아아아아! 수호귀왕님 만세!]
[무극교단 만세! 끼야아아아!]
[두 분 해로 만세!]
수많은 귀신들이 웃어젖히며 혹은 저주인형에 들어간 채 짤가닥거리며 웃었고 무극교전의 앞에선 귀신 잔치가 열렸다·
무극교단의 간부인 수호귀왕 둘의 혼례식이었기에 혼례식에는 전명훈을 비롯한 오현석 김연 연진 등도 참여하여 축하를 해 주었다·
그중에서도 김연은 영상법술로 두 귀왕의 혼례식을 담아 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우웅―
김연은 기록부에 영상을 담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해·’
최근 들어 감정이 과하게 두근거리고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여태껏 큰 문제는 없었고 서은현 역시 그녀에게 무공을 지도해 주며 더 높은 경지에 이르면 그런 현상은 사라질 거라고 독려해 주었다·
하지만 김연은 어쩐지 행복한 두 명의 연인이 혼인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속에서 뭔가가 북받쳐 오르는 듯했다·
특히 전명훈이 읊은 어느 차원 어느 계면에서나 의례적으로 읊어지는 혼례 문구·
―서로의 비익조가 되고 연리지가 될 것을 맹세하는가?
그 문구를 들을 때·
김연은 이상한 장면이 눈앞에 떠오르는 걸 느꼈다·
―자 봐봐· 연아· 이건 비익창(比翼槍)이야·
이상한 장면이었다·
한 여인이 양손에 단창을 들고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은 서은현이 그녀에게 가르쳐 준 비익무와 너무나도 닮은 춤이었다·
지끈―
‘아냐····’
김연은 순간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누군가’와 정신이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가 아냐·’
지끈 지끈····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졌다·
그녀는 어쩐지 자신이 다른 누군가가 되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지고는 했다·
‘하루빨리 더더욱 성장해야 해·’
그녀는 더더욱 기묘성심전을 대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음와와 위시혼의 혼례식이 끝났다·
“드디어 함께하게 됐어 음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 말이에요·”
음와는 위시혼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며 웃었다·
“···백린도 함께 축복해 줬다면 좋을 것을·”
“···그러게요· 그때 백린을 제가 탈출시키지 않았다면 다 같이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요·”
“후우 항상 그 녀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군· 그와도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은데···· 아 기묘귀왕님 기록 감사합니다·”
위시혼은 김연에게서 기록부를 넘겨받고 생각에 잠겼다·
음와는 그런 위시혼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부딪쳤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뭐지 음와?”
“그건····”
* * *
흑색귀골궁 영역인 귀료역·
그곳에 있는 흑색귀골궁의 지부·
음산한 귀기를 뿜어내는 섭명함 옆쪽의 산맥·
그 산맥에는 누군가의 동부가 있었다·
바로 백린의 동부였다·
[드디어····]
쿠구구구―
동부 안쪽·
백린은 섭명함에서 뿜어지는 귀기를 흡수하며 눈두덩이에서 귀화를 빛냈다·
[옛 경지를 찾았다·]
백골탈각지계를 사용하며 한참이나 떨어졌던 백린의 수행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흑색귀골궁과 협상할 최소한의 자격은 생긴 거겠지· 이제 흑색귀골궁에 백음역을 침공해 달라고 부탁만 하면 되겠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천천히 그 악랄한 사교단에 대해 설명하면 그들 역시 백음역의 평화를 위해 도와줄 거야·]
그는 희망찬 목소리로 주먹을 쥐었다·
[반드시 그들을 구해 내겠····]
그리고 희망을 다지던 백린은 그의 동부 앞 결계를 두드리는 뭔가에 고개를 돌렸다·
[뭐지?]
우웅―
그는 손짓으로 결계 앞에 도달한 뭔가를 끌어왔다·
그날 백린의 앞에는 한 장의 기록부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