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력계(古力界)
촤아아아아!
귀물들의 대지인 광음역이 무채색의 샛길을 가로질렀다·
‘문제가 있는 이들은 없는 것 같군·’
샛길은 본디 명계의 외곽 깊은 곳을 경유하는 방법·
이 샛길을 이용하려면 귀도공법을 익히고 있거나 혹은 섭명함의 힘을 빌려 만든 꿈의 육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광음역에 자리잡은 무극교단은 귀물들의 교단·
애당초 샛길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하나도 문제가 없었다·
구우우우우우―
무채색의 샛길은 조용했다·
교도들 역시 샛길이 주는 죽음의 기운에 모두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러나 입을 닫고 있어도 느껴진다·
모두들 어마어마하게 흥분했다는 것이 말이었다·
귀로 들리는 소리는 거의 나지 않고 조용했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의념의 시야에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색채들이 미친 듯이 널뛰고 있다·
교도들 전원·
나를 향해 어마어마한 충성심을 느끼고 있었고 무극교단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소속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개열기 진인들을 쫓아내는 걸 두 눈으로 직관한 탓일까·
내가 19개의 머리를 한 귀왕의 모습에서 ‘인간 서은현’의 모습으로 떠올라 있어도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 모습이 주는 두려움보다도 충성심과 열광하는 마음이 더 커 버린 것이었다·
‘지금까지 잘들 따라와 줘서 고맙다·’
나는 마음속으로 교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전명훈과 함께 광음역을 광한계로 인도했다·
“···이봐 전명훈·”
그러던 중이었다·
“음? 뭐냐·”
현재 광음역은 샛길을 연 당사자인 나·
그리고 합체기의 인력을 가진 전명훈이 조종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샛길을 유지하면 전명훈이 광한계의 좌표를 잡고 광음역을 인력으로 이끄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똑바로 운전하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똑바로 광한계로 향하는 중이다· 광한계 금신천뢰문의 옛터를 좌표로 잡았으니 그쪽으로 나올 거다· 날 뭘로 보는 거지?”
“운전 못 해서 철야한 사람한테 운전 떠넘기는 개념없는 놈?”
“하하 샛길이라고 했나? 참 경치가 좋군·”
나는 혀를 차며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 농담하는 게 아니라 진짜 물은 거다· 정말 광한계를 좌표로 잡고 당기고 있는 거 맞는 거냐?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단 거지?”
나는 기이한 위화감에 눈을 찌푸렸다·
분명 전명훈은 본인이 기억하는 금신천뢰문의 터를 향해 인력을 당기고 있었다·
녀석에겐 잊을 수 없는 좌표이니만큼 좌표가 틀릴 걱정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분명 ‘맞는’ 좌표를 향하는데 ‘틀린’ 길을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지? 방향은 맞는데 마치 다른 길로 접어든 느낌이다·’
몇 번이나 전명훈의 인력을 확인해서 녀석이 맞게 가는 건지도 확인했다·
분명 전명훈의 인력은 광한계 금신천뢰문의 옛터와 이어져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맞게 가는데 틀리고 있다·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느껴지는 사실이 그랬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
나는 갑자기 뱃속의 무색유리검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뭐지?’
무색유리검이 울고 있었다·
“그만 울어라 무색유리검!”
나는 입으로 무색유리검을 꺼내며 무색유리검의 진동을 막으려 했지만 무색유리검은 요지부동이었다·
검이 계속해서 진동하며 희미한 빛을 내뿜었다·
‘이 빛은···?’
나는 흠칫 놀라며 빛을 바라보았다·
이 빛은 분명 태산열제공을 역전한 공법의 빛이었다·
내가 방금 사용해서 진인들을 쫓아 버린 그 소금과도 같은 빛!
‘이 공법을 사용했던 게 뭔가 무색유리검에게 영향을 준 건가?’
새하얀 알갱이 같은 빛을 뿜어내는 무색유리검을 볼 때였다·
위이이잉!
“···!”
나는 무색유리검에 내장된 만상인연도의 안개 역시 같이 진동하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이게 무슨···!’
내가 당황할 때였다·
“잠깐! 전명훈! 어디로 운전하는 거냐!?”
“뭐? 잘 운전하고 있다!”
“젠장! 이상한 길로 가고 있잖냐!”
“무슨 말이야? 인력을 고정해 놓은 곳으로 잘 가고 있는 게 안 보이냐?”
“아니 이런 젠장!”
전명훈이 갑자기 미쳤는지 일직선으로 가던 방향에서 갑자기 길을 꺾어서 이상한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내가 기겁했지만 전명훈은 모르겠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게 어떻게 일직선이야! 방금 전까지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 어디로 가냔 말이다!”
“아니! 전후좌우가 안 보이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도 모르겠어서 인력만 믿고 따라가는 중인데!”
“이런 제길···!”
전명훈은 죽음이 나만큼 깊지 않아 샛길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으나 내 눈엔 너무나 생생하게 잘 보였다·
이 자식이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됐다! 내가 방향을 정할 테니 일단 그쪽으로 따라가라·”
“뭐 일단 알겠····”
쿠구구구구!
바로 그때였다·
“뭣···!”
갑자기 무색유리검이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 광음역이 ‘미친 듯이’ 앞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나는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인력을 끊어 보려 했고 전명훈은 내 지시에 따라 일단 광음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둘렀다·
느껴진다·
‘뭔가’가 우리를 당기고 있었다·
‘서 설마 개열기 진인인가?’
가능성이 있었다·
잔뜩 뿔이 난 진인 중 하나가 샛길이 있는 곳까지 와서 우리를 잡아먹으려 드는 것일수도 있다!
나는 바싹 긴장한 얼굴로 다시금 태산열제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바로 그때였다·
“···!”
저 앞으로 차원 장막이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광음역이 그대로 차원 장막에 꼬라박아 으스러질 상황!
우우웅!
나는 총천검을 통해 광음역의 전방을 덮었다·
‘뚫는다!’
다음 순간·
콰아아앙!
광음역의 질력과 총천검의 예리함·
그리고 인력을 통해 빠르게 당겨지던 속도까지 합쳐져 어마어마한 폭탄 같은 소리가 인근을 덮었고 광음역은 그대로 이 수상쩍은 차원에 진입하게 되었다·
* * *
고력계·
수류구역 성란도·
드넓은 대해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성란도는 번성한 곳이었다·
다른 여러 섬들에서 모여 교역이 자주 이뤄지는 교역 도시 중 하나이기도 했으며 영맥이 풍부해 큰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성란도의 주민인 비단잉어 요수 육요는 그날도 자신의 영역인 등령폭포 안쪽에서 일어나 몸을 한 번 털어 준 후·
그대로 폭포에 뛰어들어 폭포를 거슬러 하늘로 올라갔다·
쿠구구구구!
한 번 폭포를 거슬러 오르자 육요는 그대로 한 마리의 신령한 푸른 용으로 변신하였다·
실제로 용족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육요 나름의 신통을 사용해서 유사하게 변신한 것이었다·
“음 오늘도 정말 기분 좋은 날이군· 오늘도 즐겁게 등쳐먹을 호구를 하나 찾아볼까·”
비록 아직도 원영 초기 수준의 수행이었지만 육요는 전혀 꿀리지 않는 표정으로 성란도의 항구로 날아갔다·
그가 항구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저 사기꾼 놈 또 활동을 시작했나 보군·”
“열심히 수행해서 진짜 용이 되어 볼 생각은 안 하고 같잖은 둔갑술로 사기나 치고 다니다니·”
“당하는 놈만 배아프지· 쯧쯧····”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육요는 개의치 않고 용족의 모습을 한 상태에서 화형을 하였다·
목 위쪽은 용의 모습을 하고 목 아래쪽은 인간의 모습을 한 절반의 화형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상당히 기품이 있어 보였기에 겉보기에는 썩 그럴싸했다·
육요는 항구를 돌아다니던 중 막 새로 들어온 배가 있는 걸 보며 눈을 빛내고 배를 향해 다가갔다·
배에서는 몇 명의 요수들이 물건을 내렸고 다른 섬에서 온 듯한 요수들 역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육요는 그중 어리바리해 보이는 한 천인기 요수에게 다가갔다·
인간의 형상으로 완전히 화형을 한 그 요수는 성란도는 처음인 듯 입술을 잘근거리고 있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수사· 혹 성란도는 처음이십니까?”
“아··· 그렇습니다 수사· 이번에 성란도에서 열린다는 경매회에 참석하러 왔습니다만····”
“아 성란교역회를 말씀하시는군요· 성란교역회는 앞으로 닷새 후입니다만 그때까지 성란도나 둘러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곳의 토박이인 제가 잘 안내해 드리지요·”
“오 고귀한 용족께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는 예로부터 섬 밖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길 좋아했었지요· 부디 제게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용족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요수 선사는 육요의 근엄한 용의 얼굴을 보며 설득됐는지 육요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육요는 천인기 요수 선사와 함께 다니며 특유의 친화력과 화술로 그와 순식간에 친해졌다·
“아니! 정말이십니까? 역시 육 누님이십니다! 사축기급 마물을 호령 한 번에 무릎 꿇리시다니!”
“으흠 그놈은 별놈이 아니었지· 진짜 무서운 건 합체기 요왕이었어· 합체기 요왕의 일격은 과연 엄청나더군· 그의 필살기를 받아 내느라 내 수행이 여기까지 떨어진 것이라네·”
“세상에 요왕을 만나고도 살아남으셨다니! 과연 육 누님··· 존경합니다!”
육요는 끊임없이 허풍을 치며 그와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 순간 그에게 저물도에서 작은 종이를 하나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동생· 내가 최근 사업을 하나 하려 하거든· 내 이름으로 사업을 하면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다네· 그래서 말인데 동생· 혹시 고석(古石) 열 개만 빌려 줄 수 있나? 내 백 배로 불려서 돌려주겠네·”
“아니! 정말이십니까? 누님이라면 전 재산을 팔아서 고석 백 개도 드릴 수 있습니다!”
“엇허! 아무리 친형제 간이라 해도 재물 거래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네· 우리의 의가 상하면 눈물겨울 것 같으니 열 개만 주게나·”
“아아··· 역시 고귀한 용족답게 대단하십니다 누님!”
육요는 감동 받은 듯한 요수 선사에게서 열 개의 빛나는 돌을 받아 챙겼다·
“아 그러고 보니 저쪽 항구에서 놓고 온 게 있군· 잠시만 기다리게 동생· 내 얼른 짐을 다시 가져오겠네·”
“예 누님!”
육요는 요수 선사를 놓고 어딘가로 사라졌고 그는 흥이 돋은 얼굴로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렸다·
그러나 육요는 돌아오지 않았다·
“···? 이상하군· 누님이 왜 안 오시는 거지?”
그때였다·
“이봐 젊은이· 자네 혹시 기품 있게 생긴 용족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만·”
“쯧쯧··· 자네 사기당한 걸세·”
“예···?”
“그 자식 이 근방에서 유명한 놈이야· 용족으로 변신해서 성란도에 처음 온 객들에게 사기를 치는 악질적인 녀석인데··· 굉장히 신출귀몰한 녀석이니 잡기도 힘들고·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시게·”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육 누님은 본래 사축기 대원만 합체기를 눈앞에 두었던 준 요왕이신데 왜 저 같은 천인기에게 사기를 친단 말입니까?”
“쯧쯧· 이 친구야 그 사기꾼 놈은 사축기가 아니야· 원영기 요수지· 심지어 화형술도 제대로 못 하는 원영 초기 수사라네·”
“····”
“불쌍한 친구 같으니· 쯧쯧····”
행인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체하고는 천인기 선사의 허리춤에 있는 저물도를 슬쩍하며 뒤를 돌아 떠났다·
요수 선사는 멍하니 있다 한참 뒤에야 자신의 저물도까지 털렸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흐아아아아아!!!”
쿠릉 쿠르르릉!
성란도의 또 다른 항구·
육요는 저 멀리서 천인기 요수가 분노하자 폭풍이 부는 것을 보며 낄낄 웃었다·
“도둑놈들의 섬에 온 걸 환영한다 애송이· 그렇게 멍청한 티를 내고 다니니 이 어르신에게 당하는 게야· 흐흐··· 그럼 오늘은 이 고석으로 뭘 살까····”
육요는 낄낄 웃으며 손아귀에 든 열 개의 돌을 바라보았다·
그가 익힌 요술인 용형둔갑술은 부작용이 조금 있기는 해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용족으로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변신하는 비술!
그는 몇 번이나 이 비술을 사용해서 성란도에서 사기를 쳐 왔고 오늘도 한 건을 건진 것이었다·
그가 흥에 겨워 있을 때였다·
쿠릉 쿠르르릉!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으음? 저건 또 뭐야· 누가 승급을 하는 건가?”
육요는 의아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어두워지며 먹장구름이 끼고 있었다·
‘아냐 왠지 이거····’
육요는 천지영기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걸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천지영기가 강한 불길함을 전달하고 있었다·
‘음(陰)한 기운이 너무 강해지고 있지 않나?’
음양의 균형이 깨지며 잘 흐르던 천지영기가 급격히 음한 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리며 허공이 도자기처럼 깨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뭐 뭣!”
그는 식겁해서 그 자리에 얼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끼야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
키야아악!
어마어마한 귀곡성이 인근 대해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하더니 무수한 귀신들이 균열 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뇌성이 울리는 듯하더니 여섯 개의 팔을 지닌 괴물이 균열 속에서 기어 나온다·
[――――――!]
거신은 균열 속에서 나와 괴상한 언어로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거신의 아래쪽에 있던 여섯 개의 그림자가 흑뢰를 불러일으키더니 균열을 강제로 넓히기 시작했다·
거신은 흑뢰를 균열의 안쪽으로 갈고리처럼 던지더니 안쪽에 있는 뭔가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다음 순간·
쿠구구구구구!
성란도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땅덩어리가 균열 속에서 튀어나왔다·
오오오오오오―
으아아아아―
키아아아아아아!
끔찍한 귀곡성이 울린다·
육요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땅덩어리 위쪽에는 끔찍한 음기를 흩뿌리는 무수한 전각들이 즐비했고 전각들 사이사이에서 괴기하게 생긴 저주인형들이 하늘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육요의 머리가 하얘져 있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성란도의 주민들은 모두 위기감을 느꼈는지 일제히 본체로 변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육요는 그들을 보며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 그래· 젠장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이 섬을 빠져나가야겠어!’
그는 사색이 되어 화형을 풀고 도망치려 했으나 그의 속도는 결단기 수사들보다도 느렸다·
‘이런 빌어 처먹을! 용형둔갑술 때문에 속도가 안 나와!’
그가 익힌 용형둔갑술은 비단잉어 요수인 그가 고귀한 용족으로 둔갑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대가로 속도와 육신의 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술법이었다·
물론 대가가 있는 신통인 만큼 용족의 기운을 완벽에 가깝게 흉내 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젠장! 풀려라! 풀려!’
육요가 용형둔갑술을 해제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적어도 일 다경은 꼼짝 않고 앉아서 집중해야 둔갑이 풀리는 것이었다·
육요는 도망치면서도 최대한 둔갑을 풀어 보려 애썼다·
그러나 그때였다·
육요는 뒤통수가 따끔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요귀들의 중심에 서 있는 여섯 개의 팔을 가진 거인이 육요를 정확히 쳐다보고 있었다·
척!
거인이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동시에 막대한 인력이 느껴지며 육요를 잡아당겼다·
“흐끄아아아아아아!!!”
육요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으나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거인의 손에 잡혀 버렸다·
* * *
“놈을 끌고 와라·”
나는 무극교전 앞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대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쿵 쿵 쿵 쿵!
전명훈이 거신의 모습을 한 채 용족처럼 보이는 요수 하나를 내 앞에 끌고 왔다·
[잡아 왔습니다 교주님·]
난 차가운 눈으로 눈앞의 요수를 내려다보았다·
요수는 요족 언어로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었지만 명귀계 귀물들은 귀물들의 언어가 따로 있었기에 요족어로 소리쳐 보았자 소용이 없었다·
나는 요수 녀석에게 요족어로 말을 걸었다·
“진정해라· 잡아먹지 않겠다·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설명해라·”
녀석은 벌벌 떨며 말했다·
“이 이곳은 수류지역에 있는 성란도입니다요 선배님·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기운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결단기에 불과한 허약한 몸입니다!”
“···수류지역? 그곳은 또 어디냐· 안계 지역이냐 난계 지역이냐?”
“예 예? 당연히 안계 지역입지요·”
“요수들이 있는 곳일 테니 지족 영역일 테고··· 진룡맹은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하지?”
그러나 내 질문에 요수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진룡맹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건 또 어디지요?”
“····”
나는 요수의 반응을 보며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역시··· 전명훈이 운전을 이상하게 한 건가·’
아무래도 광한계에 떨어진 게 아닌 듯했다·
“여기는··· 그래· 이 세계의 이름은 뭐냐? 우리는 방금 명귀계에서 건너와서 잘 모르니 설명을 해 주거라·”
명귀계에서 건너왔다는 말에 요수는 벌벌 떨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 이곳은 고력계입니다요 나으리· 하 한데 명귀계 분들이 여긴 어쩐 일로····”
[네 이놈! 교주님께서 하문하시지도 않았는데 감히 무슨 정신으로 되묻는 것이냐!]
최근 수호귀왕으로 합류한 백린이 격노하며 요수의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 요족어는 할 줄 몰라도 어투로 녀석이 질문을 한단 걸 알아들은 모양·
요수는 백골만 남은 백린이 버럭 소리치자 혼절할 것 같은 표정이 되어 숨을 할딱였다·
홍범은 내 옆에서 요족어로 요수에게 명귀계어를 번역해 주었다·
“묻기 전에는 입 닫고 있으라는 말이다·”
요수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입을 닫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하필 고력계로 떨어졌단 말인가!?’
당장 고력계와 광한계의 거리만 해도 천 년이다·
물론 전명훈이 합체기에 도달한 이상 그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빨리 되돌아갈 순 있지만 무극교단 전체를 데리고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어쩌다 이리····’
나는 한숨을 쉬었다·
“대호법 연진을 통해 연위를 불러 봐라·”
어찌 됐든 노인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거기 너····”
난 내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요수에게 질문했다·
“그 모습 네 진짜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
“예 예! 그렇습니다 나으리· 이건 제가 익힌 요술로 한 번 본 용족의 얼굴로 변할 수 있는 비술입니다!”
“오 그렇군·”
나는 눈을 빛내며 녀석에게 질문했다·
“그럼 너는 서란을 만난 적이 있는 거로군? 언제 어디서 녀석을 만난 것인지 고하라·”
눈앞의 이 녀석은 서란의 용형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
작가의 말: 명귀계 파트가 끝나고 고력계 에피가 시작되는군요· 함진과 하계 에피에 대해서는 고력계에서도 조금이나마 이어 갈 예정입니다· 고력계 에피 역시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갈 예정이오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고력계 에피소드를 정리하기 위해 내일 하루만 휴재하겠습니다· ㅎㅎ;;
모두들 감사합니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5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