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75화
바다에서 (3)
그러던 와중 나는 함진의 경지가 상당히 올랐단 걸 알아챘다·
“함진 벌써 축기 후기경에 올랐군·”
타앗!
나는 다른 별의 중간지대에 도착해 질문했다·
[아 사실··· 장익이란 분과 무극귀왕님이 성계에서 대련하시는 걸 잠시 구경했습니다· 중간에 무엇 때문에 다시 기절하긴 했습니다만··· 그 덕에 개안(開眼)하여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신통을 얻으며 경지가 상승했습니다·]
“나름 기연을 얻었군· 축하한다· 새로운 신통은 뭐지?”
그 말에 함진은 자신의 신체를 움직여 수결을 맺더니 단전에서 법력을 끌어 올려 손끝으로 몰았다·
‘이건···?’
함진의 규토장성결의 법력은 시커먼 묵광(墨光)으로 변화하였다·
마치 우주 공간의 어둠과 비슷한 기질이 나는 어둠이었다·
그리고 함진이 손끝을 휘두르자 묵광은 그대로 묵빛의 칼날· 묵인(墨刃)이 되어 별의 어느 곳으로 날아가 작은 산을 베어 내 버렸다·
쿠구구구구!
“···!”
분명한 결단기급 일격!
“···대단하군· 함천존자가 별을 베는 걸 보고 만든 거냐?”
[예 맞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형태를 보아하니 장익의 일격에서 깨달음을 얻어 만들어 낸 신통인 것 같았다·
‘확실히 축기기인데도 쇄성기의 일격을 구경했다면 그 자체로 신통을 만들 만한 깨달음이긴 하겠지·’
물론 이 한 수를 쓰느라 함진의 법력은 모조리 닳아 버렸지만 애당초 규토장성결을 용맥만 장악하면 법력이 끝없이 몰려드는 공법인지라 큰 단점은 아니었다·
아마 결단기가 되면 난사하는 것도 가능해질 테고 함진에겐 나름의 구명절초가 될 터였다·
우우웅!
나는 함진과 함께 다시 중간지대를 이동하며 질문했다·
“그 절초의 이름은 뭐지?”
[흑인참(黑刃斬)이라고 지었습니다! 마침 흑색이기도 하고 제 몸을 빼앗으려 했던 흑릉 노마를 베어 낼 일참이란 뜻도 됩니다· 흑릉 노마는 저를 위협하던 거대한 운명이었으니 제 운명을 베어 내겠단 포부로 그리 지었습니다!]
“흑인참··· 아주 훌륭한 이름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흑인참의 보완점과 흑인참 자체를 연마하는 공법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다·
규토장성결과 흑인참을 합친 흑인장성결(黑刃長成訣)이었다·
몇 주야에 걸쳐 나는 무수한 중간지대를 넘어 마침내 함진의 세계에 다시 도착하였다·
쿠우웅!
“후우····”
나는 함진의 몸에서 나와 잔뜩 녹초가 된 함진을 치하해 주었다·
“고맙다· 네가 협조해 주어 얻은 게 아주 많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과하게 많은 기연을 얻었습니다!”
“차후 네 수명을 높여 줄 영과를 내려 주마· 그럼 언젠가 상계에서 만나도록 하지·”
파아앗!
나는 다시 의식을 회수하며 함진에게 웃어 보였고 함진은 고력계로 돌아가는 나를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 * *
함진은 허공에서 사라지는 서은현을 보며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츠츠츳!
그의 손톱이 일순간 검게 물드는가 하더니 순식간에 그의 손 위로 날카로운 흑인(黑刃)이 생겨났다·
‘흑인장성결··· 이런 훌륭한 공법을 하사해 주시다니· 어찌 이 은혜를 갚아야 할까·’
함진은 고민하다 마침내 결심했다·
‘그래 그분께선 내게 상계에서 보자고 했지· 언젠가 비승하겠어! 내 스승도 감히 도달하지 못했던 천인기 천외천이 되어 상계로 비승할 거야! 그리해서 위대하신 무극귀왕의 옆자리를 보좌하는 몸이 될 테다! 무극교단 본교에 제대로 입교할 테다!’
그는 마침내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
그것은 바로 비승하여 무극귀왕의 옆자리에서 그에게 받은 은혜를 갚는 것!
부웅!
함진이 손을 휘두르자 그의 손에서 날카로운 흑인이 쏘아져 나가 인근의 절벽을 잘라 냈다·
“이 흑인을 무수히 연마하여 반드시 그분께 도달할 것이야!”
그렇게 흑인장성결을 연마한 함진이 결단기 현인신이 되어 흑인왕(黑刃王)의 칭호를 얻는 것은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미래의 일이었다·
흑인왕(黑刃王) 함진의 전설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 *
깜빡-
나는 눈을 떴다·
‘장익과 싸우느라 한동안 주의식을 모조리 분체에게 집중했어서 본체는 가사 상태로 지냈겠군·’
아마 동료들이 많이 놀랐을 터였다·
‘제대로 설명을··· 음!’
철컥 철컥!
어째서인지 내 몸과 팔다리는 교좌에 구속되어 있었고 입 역시 재갈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내 손등과 무릎 머리 곳곳에 양초같은 것이 올려져 촛농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내 앞에서는 연위가 무당 같은 옷을 입은 채 주변에 고석을 산처럼 쌓아 놓은 뒤 굿을 하고 있었다·
“헛···! 봐 봐라···! 교주가 깨어나셨다!”
그녀는 굿을 멈추고 땀을 닦으며 내게 다가왔다·
“괜찮느냐? 어떤 심해 마물에게 심해주를 맞은 거지?”
[심해주···?]
나는 입이 막혀 있어 영언으로 질문했고 연위는 그 질문에 심해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를 구하기 위해 온 해역에서 고석을 끌어모으고 심해주를 치료하기 위한 재료를 모으고 있었다 하였다·
나는 고맙긴 했지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죄송하지만 저는 심해주에 걸린 게 아니라 하계에서 조금 복잡한 사건이 있어서 잠시 하계에 정신이 구속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피가 들끓었던 건 제가 선수의 재능을 각성해서고 칠공분혈을 했던 이유는 아마 진인의 진체를 직시해서였을 겁니다·]
내 말을 들은 연위는 잠시 침묵하더니 격노하며 들고있던 방울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이놈! 말하는 꼴을 보아하니 교주가 아니라 교주의 몸을 차지한 악귀로구나! 당장 그 몸에서 나와라 악귀야!”
찰랑 찰랑!
나는 내 영체에 타격을 주는 방울을 몇번 맞고는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주었다·
우득 우드득!
몸을 묶은 사슬이 뜯겨 나가고 입에 씌워진 재갈이 으스러졌다·
“이 이놈이··· 케엑!?”
콰악!
나는 연위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려 제압한 후 발경으로 뇌를 뒤흔들어서 기절시켜 버렸다·
그녀는 그대로 눈을 뒤집고 바닥에 기절해 버렸고 나는 홍범을 호출했다·
파아앗!
홍범은 공간을 뚫고 바로 내 앞에 나타나 부복했다·
“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 역시 연위 대인의 방식이 효험이 었었던 겁니까?”
“음····”
나는 홍범에게 진실을 설명해 준 후 질문했다·
“내가 가사 상태에 빠졌을 동안 무슨 일은 없었느냐?”
그리고 홍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는 뭔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짐작했다·
“···회의실로 가시지요·”
* * *
무극교전 회의실·
나는 그곳에서 말도 안 되는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고석을 구하려 간부들이 교단 본부를 비웠던 사이 본단에 남아 있던 육요와 백린 그리고··· 북향화와 김연이 투마해적단에게 납치되었다고···?”
뿌드드득-
홍범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정확히는··· 육요와 백린 둘이 납치되자 두 분 왕께서 달려가서 되찾아 오려 하시다가 같이 납치되셨습니다· 때문에 연위 대인도 주인님을 일찍 깨우시려고····”
“···놈들은 지금 어디 있지?”
“투마해적단의 염골호는 신이하게도 고력계의 심해에 잠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합니다· 현재 고력계의 심해를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놈들은 인질을 잡으면 학대하는 편인가?”
내 말에 김영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렇진 않을 거다· 투마해적단은 단원의 9할 이상이 투귀족이고 나머지 1할은 인간과 아무 상관 없는 요족이다· 그리고 투귀족은··· 인간족과 형태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번식 방법이 굉장히 독특하지·”
“번식 방법이요···?”
“그래· 놈들은··· 마음에 든 상대에게 달려들어 싸우며 교미한다· 때문에 그 자식들은 전투하며 발정하고 전투하며 극상의 행복을 느끼는 미친놈들이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포로로 잡아서 전투할 수 없게 된 이들에겐 아무 관심을 두지 않고 방치하곤 한다·”
그 말에 전명훈은 뭔가 소름이 돋는다는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그 자식 그럼 나랑 싸울 때····”
“잡담은 그만해라·”
후우우-
내 숨결이 한기가 되어 회의실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놈들을 찾아 본교의 교인들을 구출한다·”
나는 얼음장 같은 눈초리로 정신을 집중하며 김연의 위치를 추적했다·
김연에게는 기괴고 등과 기묘성심전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면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나는 북향화와 김연을 떠올리며 이를 질끈 악물었다·
* * *
고력계의 심해 안쪽·
그곳에 있는 염골호 선체 내부·
그 안쪽에 있는 감옥 내부에서 두 명의 여인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니 네가 성급하게 달려들었으면 안 되지!”
“그쪽이야말로 도망이라도 쳐서 알렸어야죠!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요?”
북향화와 김연은 바로 옆 감방에 갇혀 팔다리가 묶여 있는 채로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나보고 교인들을 버리고 도망치라고 한 거야?”
“충성심 높으셔서 좋겠네요! 그러다 우리 둘이 사이좋게 갇혀서 이게 뭐람!”
얼마간 말다툼을 했을까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던 두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무슨 꼴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얼마 후 그녀들이 있는 감방 옆 감방이 열리며 그곳으로 육요가 내던져졌다·
육요를 내던진 투귀족 전사들은 육요의 옆 감방에 백린을 집어 던져놓고는 낄낄거리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김연은 육요를 바라보았다·
투귀족은 포로를 학대하지는 않았지만 육요는 유독 진마열의 앞으로 자주 끌려가 학대를 당하는 것 같았다·
“···휴 ···빨리 탈출이라도 해야 하는데·”
김연의 말에 북향화가 헛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탈출하시게요? 어차피 여기서 나가더라도 염골호는 심해 밑에 잠수해 있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데요?”
“네 북향함인지 뭔지도 조종해 봤으니까 이 배도 조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꿈 깨세요· 제 북향함은 반쯤 괴뢰화된 기관장치의 정수라서 장악이 가능했던 거고 염골호는 전부 수동으로 움직이는 법보예요· 당신이 장악할 틈 자체가 없다고요·”
그 말을 듣던 김연은 문득 북향화에게 질문했다·
“그럼··· 이 염골호를 네 북햠함으로 개조하면 안 돼?”
“예?”
“지난번에 보니까 내가 장악했던 배를 네가 순식간에 개조해서 되찾았잖아? 그것처럼 이 배도 네가 개조하면 조종할 수 있는 거 아니니?”
“가능이야 한데··· 어떻게 하게요? 지금 둘 다 이렇게 묶여 있는데?”
“흠····”
김연은 그 말에 씨익 웃더니 자신의 팔을 몇 번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철컹 철컹 카앙!
그녀의 팔에 묶여 있던 사슬이 끊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북향화는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버 법력 억제 법보를··· 완력으로···?”
“법력은 억제되는데 내공은 억제가 안 되더라고?”
김연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물론 저 투귀족 놈들이랑 싸우면 지니까 정면승부는 불가능해· 네 것도 풀어 줄 테니까 최대한 빨리 이 배를 개조해서 탈출해야 해· 알겠지?”
우드득!
창살을 휘고 북향화의 감방으로 이동해 그녀의 수갑을 풀어 준 김연이 말했다·
북향화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좋아요 언니·”
* * *
투마해적단의 단장 진마열은 싸늘한 얼굴로 선장실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간 압축이 잔뜩 들어 있어 섭명함마냥 내부가 굉장히 넓은 염골호에서 그의 선장실은 그야말로 작은 도시만 한 크기였다·
쿠웅!
진마열은 선장실의 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하루빨리··· 얻어야 하건만· 육요 그 붕어 대가리 같은 놈····”
뿌드득····
그는 이를 갈며 창밖의 풍경·
심해 깊숙한 곳에 있는 거대한 해룡(海龍) 조각상을 노려보았다·
“자혼만천(紫魂滿天)의 비술이 코앞이다····”
해룡 조각상을 바라보는 진마열의 눈에는 기이한 흥분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조금만 더 참자· 그리하면··· 나는 필멸자의 몸으로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이룰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