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79화
모두와 함께 (1)
츠츠츠츠-
태산열제공의 권능이 잦아들며 인근의 해역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직격했다·
진마열이라는 녀석은 흔적도 없이 갈려 버렸다·
그러나 나는 못내 불쾌한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놈····’
도망쳤다·
육신은 죽었으나 놈이 혼의 계위를 통해 어딘가로 날아가 부활하는 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고력계에 처음 온 날·
그날도 김영훈과 대결한 후 태산열제공을 사용했고 그 범위 안에 있던 사축기 합체기 수사들은 모조리 죽었다·
그 안에 있던 진마열마저!
그러나 놈은 다시 살아났다·
원립처럼 7번씩 부활할 거 같진 않았지만 꽤 성가신 놈이었다·
쿠구구구구!
저 멀리 김연과 북향화 등이 빠져나온 염골 호가 다시금 고력계의 심해 밑으로 잠수하는 게 보였다·
찌르르르르-
기묘한 소리가 저 멀리 염골호의 용골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염골호는 그 귀하디귀한 염정을 통째로 용골로 제작했고 염정이 태산열제공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부웅!
나는 잠수해 가는 염골호를 향해 참격을 한 번 날려 주었고 염골호는 완전히 잠수하기 전 뱃머리가 그대로 잘려 나가 버렸다·
‘염정이라····’
염정 역시 태산열제공과 관계되어 있다·
‘하긴 애초에 염(鹽) 자를 쓸 때부터 예상한 거긴 했다만·’
염정이 염정인 이유는 새하얗기도 하지만 핥아 보면 짠맛이 난다고 해서 염정이었다·
즉 사실상 염정은 소금과 굉장히 닮아 있는 광석인 것이었다·
‘염정을 통해 고력계의 심해에 자유자재로 잠수할 수 있는 전함인 것인가···?’
과연 저래서 투마해적단이 악명 높은 해적단이지 싶었다·
나는 잠시 투마해적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본 후 김연과 북향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의 상태는 어떻지?”
홍범은 어느새 인간형으로 화형한 후 수염을 쓰다듬으며 푸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행히 고비는 넘기셨습니다· 특히 정복왕 전하는 기묘귀왕 전하께서 의식으로 원영을 붙들어 주신 터라 원영에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큰 문제는 없습니다·”
나는 북향화와 김연에게 다가갔다·
김연 역시 꽤나 기력을 소진했는지 긴장이 풀리니 북향화를 품에 꼭 안고 눈물을 흘리며 잠들어 있었다·
“허허 김연 대인께서 정복왕 전하를 놓아 주지 않으셔서 말입니다·”
홍범을 껄껄 웃으며 두 사람을 가리켰다·
나는 인간형으로 되돌아오며 둘을 보고 빙긋 웃었다·
“···돌아가자·”
그렇게 해적단에게 납치당한 교도들의 사건은 이렇게 끝났다·
그랬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교인들을 먼저 흑색해역 무극교단으로 보낸 후 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기가 읽히는군·”
그랬다·
분명 하늘이 존재하지 않아 천기(天機)를 읽을 수 없는 것이 고력계이거늘·
어째서인지 지금 내게는 천기가 보이고 있었다·
천기란 사실 별들이 내뿜는 인력의 흐름!
그리고 나는 하늘에서 ‘나를 향한’ 인력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재액(災厄)인가·’
정상적인 천기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천기라면 미래를 읽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천기는 ‘단 하나의 인력’만이 나를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액운(厄運)의 천기!
그리고 천기를 볼 수 없는 세계에서 갑자기 ‘단 하나의 천기’만 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도 이상하고 수상한 일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액운과 악운을 주파한 나였기에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부여한 건가···!”
이 천기는 명백히 인위적이었다·
사축기에 도달하며 볼 수 있는 천기의 종류와 기질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분명 명귀계의 ‘밤’에서 봤었던 내 천기 중에 ‘저런 액운’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저 액운은 내가 고력계에 온 후 ‘부여된’ 액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했지·’
어떻게 처음 잡은 고력계 안내인이 사기꾼이고 동맹을 맺으려고 찾아간 궁주는 우리를 뒤통수칠 생각밖에 없으며 강녕축을 쌓으려고 하계에 의식을 내려보냈더니 본체가 두 동강 나고 진인을 직시했으며 돌아와 보니 동료들이 납치되었다가 구하고 보니 동료가 죽을 지경까지 갔다·
인생에 이따위로 액운이 몰아치는 거야 한두 번이 아니긴 했지만 이번에는 빈도가 너무 잦았다·
명백하게 불운하다·
나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내게 액운을 부여한 게 누구인지는 아직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운명을 부여할 정도라면 절대 가벼운 격을 지닌 존재가 아닐 터였고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액운밖에 줄 수 없는 존재]일 가능성도 있었다·
‘미쳐 버리겠군· 이 세계는 정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지금 뭘 어쩔 수는 없다·
액운도 영원하지는 못할 터·
‘액운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겠다!’
나는 하늘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노려본 후 흑색해역으로 돌아갔다·
여러 일을 겪은 탓일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탓일까·
어깨가 괜스레 뻐근했다·
* * *
흑색해역으로 돌아온 후 나는 넷 중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백린에게 보고를 들었다·
“···이리하여 염골호에서 빠져나와 교주님과 교주님 일행에게 구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상세한 설명 고맙다·”
나는 보고를 받은 후 백린이 말한 것 중에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육요가 해룡족의 후예라····’
백린은 그 말 역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만큼은 사실이라 여겼다·
‘육린의 용형을 상대했던 북향화나 김연 김영훈 등의 보고를 생각하면 색깔을 제외하면 해룡족과 꽤 닮아 있다고 했지· 그리고··· 서란에게 육요와 잔 이유를 물었을 때 역시 미약의 기운도 있었지만 기묘한 친밀감을 느꼈어서라고 했고·’
종합해 보면 육요가 백린을 속인 것 자체는 맞을지언정 백린을 속이는 데에 쓴 해룡족과 본인 혈통에 대한 이야기는 진실일 확률이 높았다·
쿠우웅!
나는 무극교전 지하에서 공간을 잠시 넓힌 후 내가 심해에서 가져온 해룡족의 석상을 꺼냈다·
심해에서는 어두워 보였지만 어두운 지하실에서 꺼내 놓으니 꽤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긴 고석 덩어리니까·’
나는 얼마간 해룡족의 석상에 영기를 불어넣거나 의식을 불어넣어 조사해 보았다·
심지어 내가 가진 선수의 기운까지 불어넣어 보았으나 해룡족의 석상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고석을 조각해서 만든 해룡상이었다·
나는 잠시 해룡상을 관찰하다 서란과 송진을 호출했다·
얼마 후 그들이 지하로 내려왔고 난 그들에게 이를 보여 주며 말했다·
“북향화와 김연 등을 구하러 갔을때 찾은 해룡상이다· 예전에 이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나?”
그 말에 서란은 잠시 석상을 곰곰이 쳐다보는 듯 하더니 탄성을 질렀다·
“아 예전 본 적이 있습니다!”
“본 적이 있다고?”
“예· 해룡궁에서 해룡족의 역사서를 보던 중에 이와 똑같은 삽화가 있었습니다· 해룡족은 아니 해룡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용족은 광한계에 유해로 남아 계시다는 개열기 진룡(眞龍)의 후손입니다· 역사서에 따르면 그 진룡의 핏줄 중 하나가 흑룡의 핏줄과 섞여 흑룡족이 탄생하고 그 흑룡족 중 일부가 고력계로 건너와 해룡족으로 변이한 것이 해룡족의 시초라 알고 있습니다· 이후 고력계에서 탄생한 해룡족은 무슨 일인지 무수히 많은 하계(下界)로 내려가 퍼졌다고 하지요·”
“···!”
나는 단번에 ‘증룡 고력 이하 만계’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증룡진인에게서 탄생한 해룡의 씨앗이 고력계로 가서 꽃피고 이하 무수히 많은 하계로 흩어졌다는 뜻이로군·’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증룡 앞에 혈음이 붙은 거지?’
혈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족과 관계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서란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건 정말로··· 해룡족에 있어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역사적 보물입니다! 세상에··· 역사서에 나오던 보물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그게 뭐길래 그러느냐?”
“이것은 최초의 해룡왕(海龍王) 자음(紫陰)의 옥새(玉璽)입니다! 현재 타계 곳곳에 있는 옥새··· 그러니까 서휼 할아버님께서 수계의 해룡왕의 증표로 가지고 계신 옥새조차 이 자혼옥새(紫魂玉璽)의 모조품인데! 세상에나!”
녀석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자혼옥새라는 해룡의 석상을 핥아 먹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그것에 달라붙었다·
나는 그것을 보던 중 문득 의문이 들어 질문했다·
“그건 그렇고 최초의 해룡왕이란 자는 서씨(瑞氏)가 아니군·”
“아 예· 확실히 최초의 해룡왕께서는 자씨(紫氏)를 쓰시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그분의 후손들인 해룡족들은 모조리 그분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습니다· 애당초 해룡족의 왕권은 해룡왕 자음의 옥새인 자혼옥새의 모조품· 해권옥새를 물려받았느냐 물려받지 못했느냐로 정해지기 때문이지요·”
나는 그 말에 흠칫 놀라 서란과 자혼옥새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최초의 해룡왕의 옥새를 네가 가졌으니····”
“아 그건 아닙니다·”
서란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옥새를 전 주인에게서 직접 ‘물려받는’ 것만이 옥새의 주인이 되어 왕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옥새가 주인으로 인정한 자는 옥새에 숨겨진 해룡족의 비사(秘史)와 존재 목적을 알 수 있다는데··· 저는 이전 주인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니 자혼옥새는 그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보물에 불과하지요·”
“그런가····”
“안타깝군····”
나와 송진은 거의 동시에 탄식을 터트렸다·
‘서란이 해룡왕이 된다면 서휼의 탁혼만천에 잠식된 해룡족에게 뭔가 영향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면 서휼이 계속 해룡족의 형상을 취하는 이유도 알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혹시 제가 조금 더 연구해 봐도 되겠습니까···?”
“음··· 마음대로 해라· 그리고 육요에 대해서 말이다만····”
나는 백린에게 보고받은 내용을 서란에게 알려 주었다·
“육요도 해룡의 후예일지 모른단 거군요·”
“그래· 그러니 육요가 깨어나면 그녀에게도 물어볼 것을 물어보거나 해 봐라·”
“예 알겠습니다·”
“잠깐 서란아·”
그때 송진인 의아한 기색으로 서란에게 물었다·
“그 육요라는 잉어는 사기꾼이라 하지 않았더냐? 교주께서 백린 공에게도 들었다 하지 않았느냐 그 잉어가 끝까지 사기를 쳤다고· 그런데 그 잉어에게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있는 게냐?”
“아 괜찮습니다· 시호와 함께 심문하면 됩니다·”
“그 잉어가 시호를 무서워하니까?”
“뭐 그것도 있고····”
그리고 이어진 말에 송진은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시호도 오기조원의 무인이잖습니까· 의념을 봐서 거짓을 알아챌 수 있으니 거짓말은 못 하겠지요·”
“아니 그 여우가!? 언제부터?”
나는 송진의 반응에 오히려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서란도 알고 있었는데 그대는 모르고 있었나?”
“아··· 송구하게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호는 재밌게도 김영훈에게 맞다 보니 어찌어찌 무공을 익혀 오기조원에 올랐다 했다·
요족과 오기조원은 궁합이 좋으니 시호는 전력이 꽤 상승할 터였다·
“뭐 어쨌든 그 여우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으면 괜찮겠군· 그럼 가 보자꾸나·”
“예 스승님· 그럼 교주님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가 보거라·”
서란과 송진은 해룡상 자혼옥새라는 옥새를 가지고 나갔다·
나는 공간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써 있던 현음지계라는 말·’
틀림없이 흑룡왕 현음의 이름이었다·
‘현음 자음·’
그리고 혈음(血陰)·
멍청이가 아니라면 셋이 어떤 연관이 있단 건 생각해 볼 만한 일이었다·
여러 가지 잡다한 상상이 들었지만 전부 망상일 뿐이고 제대로 근거 있는 추측은 없었다·
혈음 현음 자음 셋의 관계는 무엇이며·
서휼은 도대체 뭘 하는 놈인지·
나는 복잡한 고민에 빠졌다가 고개를 흔들어 털어 냈다·
‘됐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지·’
너무나도 음험하고 흉험한 함정과 재액이 숨겨져 있는 것이 이 세계였다·
그러나 이 세계의 몇 안 되는 장점이라면 그것은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단 것이었다·
‘경지를 높이자·’
계속해서 강녕축을 쌓고 성장해 나가자·
괴군의 말이 떠올랐다·
더욱더 강한 힘만이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단 그의 말·
‘더욱더 강한 힘과 격을 쌓는 것이 서휼의 비밀에 접근하는 데에 유리하겠지·’
나는 팔을 휘둘러 좌탈입망 분신을 만들어 낸 후 본체는 교좌에 누워 비선진에 의식을 늘어뜨렸다·
하루빨리 강녕축을 쌓는 게 급한 일이었다·
* * *
나는 본체로는 강녕축을 쌓게 하고 좌탈입망 분체로 무극교단 독학전으로 향했다·
무극교단의 교도들은 대다수가 귀물들이었기에 아플 일 자체가 별로 없었고 그 덕택에 의약당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재 북향화 등이 치료받고 있는 곳은 홍범이 독을 연구하는 독학전이었다·
독은 비율만 조정하면 약으로도 쓸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북향화가 안정중인 방으로 들어가니 김연이 꾸벅꾸벅 졸며 북향화를 간호해 주고 있었다·
‘꽤 사이가 좋아졌군·’
처음 만났을 땐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이 그르릉거렸던 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는 와중에도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난 근처에서 이불을 가져와 졸고 있는 김연에게 덮어 준 후 북향화의 상태를 한번 보았다·
다행히 홍범이 먹인 약재로 인해 그녀의 원영도 굉장히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원기를 조금 불어넣어 준 후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김영훈이 어느새 팔짱을 끼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해 줄 말이 있어서 말이다·”
“마침 잘되었군요·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뭐지?”
나는 김영훈에게 장익에게 받은 과제를 질문했다·
“만약 베는 게 불가능한 것을 베어야 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베는 게 불가능한 것이라··· 예를 들어?”
“예를 들어 행성 같은 것 말입니다·”
내 예시를 들은 김영훈은 잠시 생각해 보는 듯하더니 말했다·
“행성은 못 벤다만 비슷한 건 벨 수 있긴 하지·”
“예?”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 그건 조금 나중에 설명해 주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어떠냐· 그 해적 놈을 보고 오니 무(武)가 뭔지 조금 감이 잡히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