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87화
소금을 (3)
“전명훈!!!”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대청에 앉아있는 전명훈을 볼 수 있었다·
전명훈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는 옷이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고 자해한 흔적이 가득했다·
“······”
나는 전명훈의 집 안방을 훑어보았다·
안쪽에서 색색거리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그쪽으로 가 문을 열어보니 금소해와 그의 자식들이 엎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기절해 있는 것이 전명훈이 기절시킨 것 같았다·
나는 문을 닫고 전명훈을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렸나?”
“···서은현·”
“······”
전명훈은 텅 비어버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날 죽여줘·”
“···미친 소리 하지 마라·”
“···그냥 악몽을 꾼 셈 치고 싶다· 어차피··· 환상···진···이잖냐··· 여기서 죽어도··· 다시 깨어나겠지· 그렇지?”
“······”
“날 죽이지 않는다면··· 뭘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냐·”
“······”
“여기! 소해가 살아있어···!”
전명훈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매달렸다·
목소리를 죽이는 것이 절규에 빠져있으면서도 혹여나 금소해와 자식들이 깰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보였다·
“소해가 살아있다고· 응?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응? 너무나 생생해· 은현아· 소해의 손뿐이 아니야· 숨결 눈빛 성격 피붓결··· 그 모든게 같아· 같다고! 그럼 나는··· 여기 남을 수밖에 없어· 여기··· 여기의 왕이 된다면 이 환상진이 깨진다 뭐 그러지 않았냐? 난 내 눈으로 이 환상진이 깨지는 걸 도저히 볼 수 없다· 차라리 죽여다오·”
“······”
“알고 있어· 이 세계가 환상이란 거· 그리고 하계에 금신천뢰문 제자들이 나를 믿고 있단 것도 알아· 똑똑히 인지한다! 언젠가 깨야 하는 것도 안다고! 왜냐하면··· 난 복수해야 하니까! 천벌! 천벌한테!”
그는 단어를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나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니까! 여기 남을 수 없어! 하지만! 내 눈으로! 이 세계가 깨지는 걸 도저히 못 본다! 제발 은현아· 날 죽여줘· 어차피 날 죽여도··· 환상이니까··· 다시 다시 살아날거야· 응? 응? 은현···”
짜악!
난 전명훈의 뺨을 때렸다·
“나도 잃었다!!!”
내 말에 전명훈은 입을 닥쳤다·
“나도 잃었단 말이다!!! 네놈만 광인인마냥 징징 짜지 마라!”
전명훈은 내가 홍수령에 대해 언급하는 줄 알고 입을 닥친 듯했다·
하지만 홍수령뿐이 아니다·
북향화·
김연···
그녀들에 대한 내 마음이 어떤지 솔직히 몇 번이나 회귀하며 얼굴은 똑같지만 속에 들은 건 전혀 다른 그녀들을 볼 때마다 무슨 기분이 드는지·
이 놈이 알까?
내 추억과 시간이 송두리째 날아가 복수할 대상이고 뭐고 무얼 원망해야할지도 모르는 내 기분을 알까?
회귀를 시키는 주체를 알 수 없어서 공허하게 하늘이나 부르짖는 기분을 알까?
눈 앞에 똑같은 금소해가 있다고?
꿈에서 깨는 걸 보는 게 두렵다고?
“나도! 똑같이 잃었다고! 나한테 기대지 마라!”
난 전명훈의 멱살을 잡고 고함쳤다·
나도!
눈 앞에 똑같은 북향화가!
똑같은 김연이!
있다!
몇 번이나 죽으면서 몇 번이나 잠에서 깨듯 회귀하며 내가 보내온 시간이 꿈결마냥 사라지는 이 기분을 알까?
“일어서! 좆 같은 새끼야! 우리는 지금 움직일 때다! 개 같은 소리하지 말고! [이번에도]! [더 잃기 싫으면]! 내 말을 따라!!!”
뚝 뚝···
전명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시뻘건
시뻘건 피가 놈의 턱을 타고 흘렀다·
난 전명훈의 멱살을 잡고 집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동료들이 기억을 찾기 시작했다·
육린 놈이 뭔가 개 같은 계획을 꾸미고 있다·
하늘에는 이 진법 내에선 보이지 않지만 재액의 운명이 내게 부여되어 있다·
이 고력계에서 나는 반드시 불행해진다·
그러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극복해야 한다·
내 손에 쥔 것 중 그 무엇 하나도 놓지 못한다·
다음 기회 따위는 없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가진 것들에 충실하지 못하면 안된다·
무극교단과 금신천뢰문에서 인지도가 높은 연위와 전명훈이 일어났다·
나는 태을촌 뒷산에 만들어놓은 감옥으로 향했다·
요괴들을 검으로 굴복시키고 그들의 힘으로 태을촌에 달려드는 무수한 무사와 인간들을 제압시켜 가둬둔 감옥이었다·
그리고 그 감옥에는 당연하게도 옛 동료들이 많이들 갇혀있었다·
이들의 입장에서 나는 요괴왕이고 천하에 다시없을 대마두이니 당연히 내게 협조할린 없었어서 가둬둔 것이었다·
요괴들이야 이성이 없어서 힘의 논리에 복종한다지만 이성이 있는 이들은 어쩔 수 없으니까·
무극교단과 더불어 또 다른 세력과 연고가 있는 사람·
오현석을 가둬둔 감옥 앞에 도착했다·
오현석이 어느새 사슬을 끊고 감방의 쇠창살을 구부리고 나와 있었다·
“나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정신 차렸다·”
우득 우드득···
어찌된 일인지 유현석은 인간형이었지만 이 세계에서 요괴 같은 취급을 받는 듯했다·
그는 인간임에도 요괴로서의 요력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창령성광오채대법의 지족판을 익히게 해 주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치면 왜 나는 그냥 숯장수인지는 모르겠군·’
이 세계의 규칙은 육요의 설명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모순덩어리였기에 무어라 이해할 수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형님?”
“솔직히··· 별로 괜찮진 않다· 불쾌해·”
“······”
“지구에서··· 아내가 유산한 아이가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라에 충성하려 요괴왕을 토벌하겠답시고 나섰다·”
“······”
“그게 환상이란 걸 아니··· 정말 정말 짜증이 치민다·”
“······”
“어쨌든 가자· 슬슬 다들 깨어나는 것 같으니··· 그 무슨 도성인지를 점령해서 왕 되어야 한다하지 않았더냐?”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현석과 전명훈 연위 등을 데리고 나섰다·
안타깝게도 김영훈과 김연 북향화 등의 동료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무극교단 외에 그들을 소중히 여길 이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김연은 괴군이 있긴 했지만 괴군의 세력은 괴군 하나를 제하고는 전부 꼭두각시에다 괴군이 김연을 소중히 여기는지는 잘 몰랐으니까·
어쨌든 나는 강시 요괴인 위시혼과 물귀신 요괴인 음와에게 북향화 김연을 잡아서 데려오게 했다·
다른 요괴들에겐 포로로 잡은 김영훈과 육요를 데리고 따라오게 했다·
둘은 체념한채로 끌려왔고 나는 시호의 등에 전명훈 연위 오현석 서란 등을 올려놓은 채 외쳤다·
“가자! 도성으로!”
육린이 무슨 개짓거리를 하기 전에!
그렇게 나는 수십 마리의 요괴 군세를 이끌고 도성으로 향했다·
* * *
쿠구구구구!
저 멀리 도성이 보였다·
봉래국의 도성은 거대한 산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산은 우리가 봉래도에 처음 진입할 때 보았던 소금산이었다·
아마도 저 소금산이 이 진법의 중심일 터였다·
나는 소금산 정상을 올려다보았다·
봉래도에 처음 진입할 때에 보았듯이 소금산의 정상에는 새하얀 염정으로 지어진 대궐이 있었다·
저 위쪽에 육요의 어머니이자 봉래국의 여왕이 살고 있다·
우리가 도성의 성벽을 넘자 소금산 위쪽에서 천둥번개가 일렁거리며 봉래국의 왕실을 수호하는 수호룡들이 나타났다·
[무엄하다! 감히 예가 어디라고 쳐들어오느냐!]
“올라가라!”
내 명에 의해 요괴들은 용들의 호통 따위는 무시한 채 소금산 위쪽으로 뜀박질을 했다·
용들이 입에서 불길을 뿜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
인간형 요괴로 취급되는 오현석의 몸에서 보랏빛의 혼원이 일렁이는 듯 하더니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앙!
오현석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권격은 그대로 용들의 불꽃을 상쇄했고 용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 나는 시호에게 명령했다·
“뛰어라!”
겅중-
시호는 소금산의 봉우리 한 곳을 밟고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나는 시호의 몸을 밟고 나를 짓누르는 대기를 느끼며 그대로 시호의 몸을 박찼다·
파아아앗!
나는 시호가 나를 밀던 힘과 시호의 몸을 박찬 힘을 더해 어마어마하게 높이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수호룡의 눈 앞에 도달한 나는 수호룡 한 마리의 수염을 잡고 기어올라갔다·
수호룡이 발버둥쳤지만 절대 놈의 몸을 놓지 않고 검을 놀렸다·
부웅!
슈칵!
요괴왕이 된 후로 대장장이에게 명에서 만든 명검 수준의 검이 그대로 수호룡의 비늘을 파고들었다·
용의 비늘은 단단했지만 내가 가진 검에 대한 이해는 용의 비늘보다 더욱 견고했다·
용의 몸 위에서 검무를 추었다·
슈칵 슈칵 슈카가각!
용의 몸 곳곳에 상처가 나며 용이 울부짖었다·
봉래국 왕실의 수호룡은 세 마리·
나는 순식간에 한 마리를 제압했다·
저 멀리서 시호와 오현석이 동시에 한 마리를 제압했고 또 다른 수많은 요괴들이 마지막 한 마리에게 인해전술을 써 달라붙어 용을 제압했다·
“죽이진 마라! 궁으로 진입한다!”
나는 시호에게 다시 올라타 빠르게 대궐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궐의 중심으로 향하며 지나친 서고 중에서 나는 무수한 제사서가 있는 서고를 흘긋 보았다·
‘지금 저걸 탐할 때는 아니지·’
궐의 중심 그곳에는 수많은 신료들이 벌벌 떨면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 왕의 용상에 육요와 닮은 듯 보이는 여인이 상 위에 옥새로 보이는 것을 놓고 앉아있었다·
나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왕좌를 원합니다· 잠시만 빌려주시지요·”
그녀 역시 무표정하게 한숨을 쉬었다·
“···또 그대들인가· 환몽인들이여·”
“뭔가··· 묻고 싶은 게 많긴 하지만 지금 바쁜 상황이라 그러니 빨리 관과 옥새를 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다···”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이내 이해했다·
그녀의 용상 뒤에서 진마열과 육린이 걸어나왔다·
진마열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가타부타 말할 것 없이 허리춤에 찬 비상용 검을 뽑아 진마열에게 투척했다·
진마열은 이마에 내 검이 꽂혀 그대로 사망했다·
나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육린을 보며 말했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육린· 네가 왕좌를 얻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본 교주는 합체기 대원만 수준의 전력을 지니고 있으며 본교의 귀왕들과 정복함대 능광신마 등 무수한 합체기 이상의 전력이 우리와 함께한다· 순순히 계획을 토설하고 항복한다면 정룡도와 위정해역을 그대에게 돌려주고 그대에게 궁주직을 복직시켜줄 것을 약속한다·”
육린은 죽은 진마열을 바라보는 듯하더니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저는··· 봉래국과 동맹관계인 용국의 왕자일 뿐인데··· 대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
나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의념은 사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여왕은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그대 효심 깊어보이는 환몽인이여···”
“···?”
“아··· 아닌가? 어쨌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환몽인이여··· 축하한다· 그대들 세력이 이긴 것 같구나·”
그녀는 머리가 아픈 듯 자신의 왕관과 옥새를 내려놓고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가져가라· 그대들이 항상 이걸 원하는 건 알고 있다·”
그녀는 용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앉아라· 어서 여기 앉고 빨리 우리 땅에서 찾을 걸 찾은 후에 나가다오· 내 딸에 말에 의하면 그대는 그래도 믿을만한 자인 듯하니··· 부디 이전의 국서만큼 내 가슴을 찢어지게 하지 말아다오·”
그녀의 말에 궐의 대소신료들은 요괴들을 보며 벌벌 떨면서도 울부짖었다·
“전하!!!”
“어찌 봉래의 종묘와 사직을 요괴의 왕에게 넘기시나이까!”
“전하!!!”
그들은 순수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듯 통곡할 뿐이었다·
나는 통곡 속에서 어쩔 줄 모르는 육린과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내게 왕좌를 내미는 여왕 그리고 동료들을 등 뒤에 두고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굳을 얼굴로 다가가 왕관과 옥새에 손을 뻗었다·
일단 지금은 시간싸움이었다·
나는 그렇게 봉래국의 왕관을 쓰고 봉래국의 옥새를 손에 쥔 채 봉래국의 용상에 앉았다·
봉래국의 여왕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지금부터 봉래국의 국왕은 여기···”
그리고·
내 머릿속으로 육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발동· 자혼만천(紫魂滿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