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92화
들이키며 (2)
나는 홀린 듯이 감찰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이건····’
우웅-
내가 감찰경 너머로 손을 뻗자 감찰경 너머 증룡진인의 저물도 안·
봉양층의 제단 위쪽으로 내 의식이 빨려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츠츠츳-
그리고 얼마 후 눈을 뜨자 나는 증룡진인의 저물도 안·
봉양층의 제단 위에서 ‘꿈의 육신’으로 눈을 뜬 것을 깨달았다·
“···하 하하하하!”
나는 예상외의 상황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허공을 향해 좌탈입망 일격을 날려 분신을 형성했다·
위이이잉-
파삭!
아니 정확히는 형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물도 내의 기이한 힘에 의해 저물도 내에서는 분신이 생성되려다가 그대로 부스러졌다·
‘뭔가 이 이계 속 자체적인 제약이 있나 보군·’
그렇다면 어쩔 수는 없다·
나는 허공에 손을 뻗어 인력을 내뿜어 보였다·
우웅-
그러나 인력이나 기타 능력 역시 꿈의 육신을 가지고선 제대로 발휘가 되지 않았다·
‘수만 분의 일 정도로 힘이 약해졌다·’
물론 이 정도만 있어도 연기 축기경 정도의 힘은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해 보다가 꿈의 육신이 가진 특성을 기억해 내고 축기경의 힘을 통해 주변의 수기를 모아 물을 만들고 물을 얼려 얼음괴뢰를 하나 만들었다·
그런 후 나는 얼음괴뢰의 육신에 내 꿈의 육신을 겹쳤다·
츠츠츳-
빙의였다·
나는 얼음괴뢰의 육신에 들어온 상태에서 힘을 발동시켜 보았다·
‘조금 더 힘을 쓰기 편하군·’
꿈의 육신은 의식을 일시적으로 귀왕의 특질을 띄게 제련한 것이었다·
꿈의 육신이란 기본적으로 명귀계 외곽에만 존재하는 의식체였고 그랬기에 현실에 힘을 발휘하려면 현계의 존재에게 빙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었다·
꾸그극-
나는 얼음괴뢰의 몸을 빌린 상태에서 인력을 발해 보았다·
‘됐다 공간이 우그러진다!’
이제 이 얼음괴뢰의 몸을 좌표로 증룡진인의 저물도와 고력계 심해 사이에 인력을 만들어 탈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 생각했을 때였다·
파사삭-
“····”
괴뢰의 몸이 순식간에 바스러졌다·
아무래도 얼음 조각 따위로는 내 힘을 오래 감당하기 힘든 듯했다·
‘이건 좀 곤란한데·’
나는 혀를 차며 목계 법술로 나무를 자라나게 한다거나 지계 법술로 흙인형을 만든다거나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나 전부 마찬가지였다·
‘제길 본체의 힘이 너무 커져서 괴뢰 같은 걸론 인력을 뿜는 종종 박살 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서 장군을 만들어야 해·’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이 저물도에는 의외로 재료 같은 게 없었다·
왜냐하면 재료라 할 만한 것들은 활활 타오르는 저물도 내에서 전부 불살라졌으니까·
불에 잘 안 타는 석조전각들이 있긴 했지만 그뿐이었고 그런 것들로 괴뢰를 만들어 봤자 원영기 대원만 정도가 한계였다·
‘원영기 괴뢰로 아득한 거리에 존재하는 고력계와 이 저물도 사이의 공간을 격하고 우리가 빠져나가는 게 가능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그러나 나는 잠시 고민해 보던 와중 한 가지가 떠올랐다·
‘···백여 년 후 그들이 오지·’
이제 백여 년 후면 내가 회귀한 지도 500여 년 차·
그리고 그때쯤 천족 출신의 사축기 수사 둘 지족 출신의 사축기 수사 하나가 저물도에 진입한다·
‘장목족과 천익족 그리고··· 혈교족의 교염·’
나는 그들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그들의··· 몸을 빼앗는 거다!’
그들 중 한 명에게 빙의하면 나는 제대로 된 인력을 사용해서 이계를 좌표 삼고 광음역을 다시 광한계로 끌고 올 수 있을 터였다·
나는 지난 생에는 서휼에게 사지가 끊겨 죽었던 교염을 떠올렸다·
‘어차피 서휼이 아니더라도 교염은 내가 아니었다면 장목족과 천익족의 둘에게 죽었을 운명이었지·’
아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련과를 구해 가려 하는 교염의 행동은 내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생에는 살 수 있으면 살았으면 좋겠군·’
나는 결정했다·
‘백여 년 후 찾아올 저물도 탐사대· 그들 중 교염을 도와 교염이 원하는 천련과를 그에게 내어 주고 그의 도움을 받아 광한계로 돌아오자···!’
꽈악!
나는 본체로도 주먹을 움켜쥐며 웃었다·
희망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이 보였다!
“저물도 탐사대가 올 때까지 저물도 내의 보물들을 모아 둬야겠군·”
교염이라면 딱히 처음 보는 나를 믿으려 하진 않을 터였다·
그러니 그에게서 도움을 받아 내려면 우선 저물도 내의 보물들을 내가 가지고 있다가 그에게 건네주며 거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리라·
모름지기 계약이란 내가 가진 것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천련과는 미리 따 놓지 말게·”
“아 조언 감사합니다·”
듣자 하니 천련과는 환몽에 닿으면 곧바로 흡수되는 특성이 있단다·
한마디로 내가 보물을 모아 놓는답시고 미리 따 놓으면 애꿎은 내 꿈의 육신에 흡수되기에 교염에게 거래로 제안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저물도 내부를 둘러보았다·
오직 나만이 저물도 안에 있다·
즉 이 저물도 내의 모든 보물은 오로지 내 것이라는 뜻!
나는 본체로 주의식을 돌리며 미소지었다·
희망을 보았다·
이제 수십 년 내로 광한계에 돌아갈 가능성이 생겼다·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가 모두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
* * *
“아주 좋군! 그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단 게냐?”
“특별히 방해되는 게 없다면··· 말이지요·”
회의장·
나는 연위에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전부터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떠한 액운이 저희를 감싸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교염이 우리를 끌어 준다 할지라도 우리가 심해 속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액운의 인력은 나에게 따라붙어 있었다·
봉래도 주변을 칭칭 감고 있는 것이 저 액운이었다·
내가 진중하게 말하자 연위 역시 굳은 얼굴이 되며 물었다·
“···고력계에서도 액운이 보인다는 게··· 농이 아니었단 게냐?”
“저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합니다·”
“선조님께서는 조금 후배를 믿는 법을 배우셔야 할 것 같군요·”
전명훈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연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면 믿지 않는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어· 중경계 바깥까지 의식이나 시야를 돌릴 수 있는 성반기라면 몰라도··· 그런 건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야·”
“흐··· 금신천뢰문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 건 가능한 일입니까?”
“····”
전명훈의 음울한 말에 연위는 입을 열지 못하고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뭐··· 일단 알겠다· 어떤 고위 존재에게 네가 찍혔단 거로군· 그리고 그 액운의 인력 탓에 무극교단을 비롯해서 여기 있는 모두가 현재 봉래도에 발이 묶일 수 있단 거고?”
“그런 셈이지요·”
연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그럼 네가 봉래도를 나가라·”
“···!”
“그 무슨···!”
그녀의 말에 일순간 회의장이 시끄러워졌다·
“연위 군사! 지금 봉래도 바깥으로 나가면 심해의 미아가 된단 사실을 알고 그러는 게요!”
“알고 말하는 게지· 그 저물돈지 뭔지 하는 이계에 오는 사축기 놈들에게 좌표를 받고 나면 서은현은 고력계에 남고 우리만 일단 탈출하는 게 옳을 것 같군·”
그녀의 말에 김연과 오현석 김영훈 등을 비롯해서 전명훈마저 사나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내가 잘못 말했느냐? 서은현은 이 집단의 우두머리이자 책임자다· 우두머리가 문제여서 집단의 발이 묶인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내가 4만 년 전에 하계에 있는 본문만이라도 살리고자 성사의 명을 내 손으로 받아 중경계의 금신천뢰문을 내 손으로 멸문시키고 괴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듯이!”
콰앙!
연위는 두 눈에 핏발을 붉히며 상을 내리쳤다·
“집단의 어른이자 수장이라는 직위를 뒤집어썼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법이다!”
쿠구구구구!
그녀의 말에 회의장 내에 스산한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명훈이 눈매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아직 합도영역조차 없는 사축기 서은현보다 합체기인 제가 남도록 하지요·”
그러자 연위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 무슨 개소리냐! 서은현의 말을 못 들었느냐? 자신에게만 액운이 엮여 있다 하지 않았느냐!”
“제 적뢰천겁과 서은현의 멸신겁천 둘을 응용하면 희생제를 통해 서은현의 액운을 제가 받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애당초··· 적뢰천겁과 멸신겁천은 누군가의 희생을 토대로 한 비술이니 불가능한 말은 아니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너는 현 금신천뢰문의 가장 큰 어른이다! 나나 서가 놈은 시조령으로 금씨를 박탈당한 사실상의 외인이다! 하지만 너는 금명훈이기도 해! 그런데 네가 여기에 남으면 하계의 금신천뢰문은 어쩌란 거야!”
그러나 말을 내뱉은 연위는 말을 내뱉고서도 흠칫 놀란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살기가 더 강해져 있었다·
쿠구구구구!
광음역 중심·
무극교전 전체가 이 자리에 모인 존재들의 살기로 마구 뒤흔들리는 중이었다·
전명훈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선조 님의 말씀은 천상금뢰지체를 타고난 자이자 금명훈인 저는 남으면 안 되지만 이미 외인인 서은현은 여기 남아도 된단 말이군요· 서은현은··· 지금껏 선조님과 함께해 오며 금신천뢰문의 생존의 일익을 담당한 동료가 아닙니까! 서은현이 세운 무극교단 덕에 명귀계 금신천뢰문 문도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게 아닙니까!”
전명훈의 일갈에 연위의 동공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도리어 전명훈에게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지금 아무래도 교주놀이 교단놀이에 다들 정신 팔려서 본질을 잊었느냐? 이딴 사이비 교단 같은 건 그냥 오복축을 쌓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너는 대금신천뢰문의 제자다! 아니 나나 서은현 역시 파문당했을지언정 금신천뢰문에 소속감이 있어야 정상이지! 이딴 알량한 사이비가 뭐라고! 그깟 교주놀이가 뭐라고!”
“선조님께서는 서은현을 왜 믿지 않는 겁니까! 그가 금신천뢰문을 살리고자 선배님과 함께 노력했던 건 잊으셨던 겁니까! 결국 서은현의 말이 맞았잖습니까! 고력계에 와서도 선배님의 행적을 들었습니다· 고행뇌주번으로 육린을 심문하면서도 선배님의 과거를 들었습니다! 도대체 선배님은 왜 그렇게 사람 간의 신의를 믿지 못하시고 배신만 하는 것입니까? 저희는 금신천뢰문이지 배신천뢰문이 아닙니다!!!”
열이 뻗친 전명훈의 말에 연위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잠시 목소리가 막힌 듯한 연위는 가슴을 떨더니 입술을 질끈 악물었다·
“···그래! 나와 서은현이지! 그리고 천뢰번을 봉인해야 한다는 건 내 주장이기도 했어! 서가 놈의 주장이 아니었다! 왜 놈을 믿지 못하냐? 솔직한 심정을 말해 주랴?”
연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전명훈과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악만 남은 그녀는 이를 빠드득 갈며 소리쳤다·
“저놈을 도대체 어떻게 신뢰한단 말이냐!!! 천상금뢰지체인 너야 경지가 쑥쑥 오르는 게 당연하다지만 저놈은 뭐냐! 지 혼자 등선향에서 범인의 몸으로 비승한 후 평범한 오행영근을 가지고 500년도 안 되어서 오복사축기!?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왜 안 됩니까! 재능이····”
“그런 재능 같은 건 천상금뢰지체! 귀도음화선근! 그런 신화 속 자질이 아니라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저 오가 놈처럼 일문성체도 아니야 특이 체질도 아니야 오성이 좋은 것 같지도 않아! 그런데 천지쌍수는 물론이고 심도공법까지! 거기다가 헌원의 태산열제공까지 익혔어! 500년 안에! 엇비슷한 속도로 경지를 올렸다는 흑룡왕 현음조차 용족의 지원과 무수한 기연 속에서 그리된 것이다· 한데 저놈은 뭐냐! 봉인이 풀린 천뢰번의 유혹을 맨정신으로 이겨 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게 가능한 거 같으냐? 필멸자의 정신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는 게 그 흉물의 권능이거늘 초월자의 권능을 쐬며 저리 팔팔해? 자 내가 말한 모든 게 가능한 한 가지 경우가 있지· 바로 놈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
연위가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천상금뢰지체가 아닌데도 전명훈보다 뇌속성 공법을 빨리 익히고 귀도음화선근이 아닌데도 귀도공법에 미친 재능이 있으며 오행공법을 전부 익히고 요수공법에 심도공법까지 모조리 익힌 놈이 의식공법에도 일가견이 있다· 거기에 혈음계 첩자 놈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기괴고란 비술은 또 뭐고! 거기에 초월자인 천뢰번의 권능을 맨정신으로 버텼다고? 그게 성립하려면 놈이 경지를 숨긴 채 인간 껍질을 뒤집어쓰고 인간인 척 흉내를 내는 진선(眞仙)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연위의 말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음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전명훈에게 말했다·
“···내게 왜 그리 배신을 하냐 물었느냐? 내가 배신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항상! 저놈이 인간인지 괴물인지 지금 당장 가늠할 수 없다면 어느 날 놈이 초월자의 화신(化身)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고 우리를 전부 몰살해도 이상할 게 없어· 그렇다면 여기서 놈을 떨어뜨려 놓고 가는 게 합리적인 게 아니란 말이냐!”
“····”
“···인생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 절대로· 그야말로 악의 그 자체인 것이 이 삶이란 놈이다· 이 세계는··· 그래· 육극(六極)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뭔가를 꿈꾸거나 복을 바라는 건 그 자체로 사치이다· 아무것도 바라선 안 돼·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고 생존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란··· 말이다·”
그녀는 나를 겨냥하며 험한 말을 쏟아붓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리에서 그녀의 말에 절실히 공감하는 건 오직 나뿐이었다·
수호귀왕 같이 나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교도들은 하나같이 당장이라도 연위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내 동료인 교단 간부진들 역시 연위에게 고운 눈길을 보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모든 발언을 제 앞에서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진선 등의 초월자라면 당신 본체의 혼백을 당장이라도 끌어와 천년만년 고문하는 건 일도 아닌데?”
연위는 움찔할 뿐 내 말에 대답하진 않았다·
“···전명훈· 잠시 군사의 주의식을 하계로 돌려보내 드려라·”
“알겠다·”
전명훈은 바로 연위에게 다가가 그녀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 후 연위의 의식을 하계로 내려보냈다·
연위가 기절한 이후 깨어난 연진만 상황 파악이 잘 안됐는지 주변의 살벌한 분위기에 덜덜 떨었을 뿐이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그녀는 나름대로 우리 모두의 안위를 걱정했을 뿐이니····”
연위는 언제나 위악을 가장하나 실상 그 의도에는 선함이 깔려 있는 사람이었다·
‘그저··· 봉래도에서 꾼 꿈에 영향을 받아 조금 감정이 격해진 것이 튀어나왔나 보군·’
전명훈도 연위도 서로를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봉래도에서 꾼 꿈이 문제였던 듯했다·
“일단 오늘의 회의는 여기서 파하도록 하지· 일단 백여 년 뒤 고력계에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 모두 그리 알고 있도록·”
나는 회의를 파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저벅 저벅····
나는 회의장에서 나온 이후 봉래도의 소금산으로 걸어갔다·
환상진이 사라진 봉래도는 황량했다·
환상 속에서는 소금산을 중심으로 봉래국이 번성했지만 환상 밖의 봉래도에는 소금산을 중심으로 돌쩌귀들밖엔 보이지 않았다·
철퍽!
나는 소금산의 정상 염정의 대궐이 있던 곳으로 올라가 앉아 봉래도의 위쪽을 바라보았다·
나를 휘감던 액운은 끝내 봉래도 안으로는 들어오고 있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바깥으로 나갈 때는 분명 무시무시한 작용을 하겠지만 적어도 이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봉래도 안에서는 모든 계약과 언약이 무효화된다·’
육린의 설명이었고 육요의 설명이었다·
어쩌면 저 액운 역시도 계약과 언약 비슷한 범주에 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액운이 아직도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나갈 희망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 봉래도 때문이었다·
봉래도의 어떤 힘이 액운을 막고 있단 말은 그 힘을 찾아내기만 하면 액운을 피해서 광한계로 갈 수 있단 뜻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 어떤 힘의 근원은··· 높은 확률로 이 소금산이겠지·’
모두가 진의 근원은 염정의 대궐이라고 생각했다·
그야 이 소금산은 그냥 커다란 암염 덩어리였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봉래도의 진법은 작동한다·
비록 염정의 궐과 소금산이 분리되며 환상진은 깨졌지만 바깥의 계약과 언약 액운을 막아주는 모종의 힘은 남아 있는 것이었다·
즉·
‘이 소금산의 힘을 연화한다면 모두가 나갈 수 있을 확률이 높다·’
오늘은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기에 일단 회의를 파했다·
나중에 연위가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면 다시 회의를 하며 이 사실을 알려 줄 요량이었다·
우우웅-
나는 소금산 정상에 앉아 육린에게서 얻은 자혼만천과 증룡진인의 저물도에서 얻었던 염해귀로옥·
그리고 태산열제공과 그를 뒤집은 비술을 운용해 보며 눈을 감았다·
연위는 어째서 진선의 화신일 수도 있는 내 앞에서 봉래도의 꿈과 전명훈 탓이었다지만 감정을 조절 못 하고 불편한 사실을 들춰냈는가·
간단했다·
입으로는 이 세계에 어떤 것도 바라선 안 된다 했지만 그녀도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해 온 내가 사실 인간이기를·
츠츠츠츠츠-
주변으로 하얀 알갱이들이 몰아치며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태산열제공과 그 역의 구결을 욀 때마다 소금산 전체가 조금씩 빛나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백여 년의 시간·
그 안에 소금산의 힘을 얻어 반드시 액운을 돌파하고 광한계로 돌아갈 것이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224화
들이키며 (3)
촤악!
위정해역의 끄트머리 한 구석·
궁창의 벽을 뚫고 누군가가 위정해역으로 진입했다·
그것은 한 마리의 황금빛 붕조였다·
그리고 그 붕조의 안쪽에서 서은현과 김영훈이 튀어나왔다·
철퍽 철퍽!
서은현은 김영훈과 함께 앵룡해역에 남겨두었던 좌탈입망 분신을 통해 해역을 벗어난 후 몸을 털었다·
해역을 넘던 중 점액질로 가득찬 차원 조각 안쪽에 잠시 걸려있던 터라 분신의 몸 곳곳이 끈적거리는 점액 덩어리였다·
“퉷 퉤엣!”
서은현과 김영훈은 서로 점액들을 뱉어내며 주변을 둘러보다 서로 눈이 마주친 후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파앗!
그는 김영훈을 뒤따라 얼마간 날아가 해역의 어느 섬 위·
그러니까 처음 무극교단이 고력계에 진입했던 성란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타닷!
“그나저나 왜 하필 여기인 게냐?”
“글쎄요 듣자하니 성란도는 본래 해적이나 사기꾼들이 모이는 장소라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해적 놈이란·”
김영훈은 혀를 차며 성란도의 부둣가에 걸터앉았다·
서은현은 잠시 그의 뒤쪽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해역의 빛이 가장 밝아지는 정오였다·
이제 곧 약속시간이었다·
그리고 딱 정오가 되었을 때였다·
부둣가에 앉아있던 김영훈이 눈을 떴고 그는 허공을 쳐다보았다·
“왔나 진마열?”
곧이어 허공이 일그러지더니 투마해적단의 선장 진마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본체로는 소금산 정상에서 수련을 시키며 백여년 후를 기약하고 육린의 발을 묶어놓을 때 쓰던 좌탈입망 분신으로는 해상에서 여러 일을 도모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번 작전·
‘백린 구출 계획’이었다·
현재 무극교단의 수호귀왕 중 일인인 백린은 육요를 지키려다가 육린에게 같이 끌려간 신세가 되었으니 일단 광한계로 탈출하기 전에 그를 구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우리와 목적이 비슷한 자와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육린에게 배신당했다는 투마해적단의 선장인 진마열이었다·
우리는 일단 서로의 목적을 위해 잠시 손을 잡기로 했고 진마열과 만나기 위해 성란도에서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 오늘이었다·
“···그래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단 건가?”
우리와 진마열은 성란도의 도주이자 사축기 수사로 진마열의 하수인이라는 칠루(七婁)라는 자의 동부에서 차를 들이키며 마주보았다·
“여기 다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부디 만족스럽게 잡수시지요·”
나름 사축기 수준의 도주이자 선수 유리공작의 진혈을 타고난 칠색공작 요수인 칠루였으나 합체기 수준인 우리 앞에서는 공손하게 차와 다과를 내놓으며 우리를 대접하였다·
진마열은 칠루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래·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투마해적단은 선량한 피해자이다· 오로지 육린에게 이용만 당하다 버려진 장기말이었지· 때문에 육린에게 복수를 하고 망가진 염골호를 수리 및 보강할 겸 육린이 가지고 간 염정 덩어리 중 일부를 훔치려 한다· 그걸 도와다오·”
“흠···”
나는 차를 들이키며 진마열의 말과 의념을 읽어보았다·
‘선량한 피해 어쩌구 하는 건 뻔뻔한 거짓말··· 그러나 육린에게 복수와 염정 덩어리를 손에 넣으려한단 건 진실·’
즉 그가 우리와 합작할 이유 자체는 타당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말 안 한게 더 있지 않나?”
“······”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그날의 일을 언급했다·
“우리는 네가 육린에게 당할 당시 잠시 은신하고 있었을 뿐이지 당시 상황 자체는 전부 보았다· 진마열· 네가 정말 우리와 손을 잡고자 한다면 제대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고해라·”
진마열이 육린에게 당할 당시 자혼만천을 언급하는 것은 김영훈과 함께 숨어서 전부 지켜보았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자혼만천을 원하는 건가?”
“아니· 자혼만천의 구결을 나도 있다· 육린에게서 얻어냈으니까· 네 목적이 뭔지를 정확히 말하란 말이다·”
그는 혀를 차며 눈을 찌푸렸다·
“···자혼만천을 수련하진 않았나 보군·”
“그래 지금 당장 더 급한게 있어서 구결만 해석해보는 중이지·”
“그러니 그런 질문을 하는 거로군· 하!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라···라· 웃기는 소리야· 자혼만천을 한 번 익혀보았으면 내가 정말로 뭘 원하는지는 눈치챘을텐데·”
그가 음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혼만천은··· 우리가 익힐 수 없는 공법이었다·”
“뭐?”
“너희 무극교단이 지난번에 본 해적단의 비밀 정박항 중 하나를 습격했으니 찾았겠지 자혼옥새를?”
“···그래·”
“짐작은 했겠지만 나는 자혼옥새를 통해 자혼만천을 습득했다·”
“흐음··· 이상하군·”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측의 서란이라는 녀석은 반인반룡의 혼혈이다· 그리고 용쪽의 핏줄은 해룡족의 핏줄이지· 그것도 왕족의! 그런데 그 서란조차 현재 자혼만천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중이야· 한데 네놈은 뭘 어떻게 했길래 자혼만천을 얻은 거지?”
“아 이런··· 우리 무극교단의 교주께서는 투귀족에 대해 잘 모르시나보군?”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손으로 반상을 톡톡 두들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파사삭!
“···!”
진마열의 손에 비늘이 뒤덮이는 듯 하더니 그의 왼팔이 순식간에 푸른 비늘이 덮힌 해룡족의 팔로 변화하였다·
“우리 투귀족은 천족이기도 하지만 제사법을 찾기 이전에는 지족(地族)의 정점이란 소리를 듣는 유서깊은 지족이었다· 우리는 가지고 태어나는 뿔의 갯수에 따라 다른 종족의 신체 특징을 흉내낼 수 있지· 설령 그것이 선수진혈을 타고난 종족이라도!”
촤라라락!
진마열의 눈은 칠루와 같이 유리공작의 칠채색 빛으로·
그의 머릿결은 따개비가 잔뜩 붙은 정체모를 바다 생물의 것으로·
그의 오른팔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마원(魔猿)의 것으로·
그의 뺨과 이마에는 범의 것으로 보이는 문양이 깃들며 그의 신체 곳곳이 변화하였다·
“우린 대충 이런 종족이다· 물론 선수진혈을 얻거나 완전히 해당 종족으로 변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무수한 선수들의 신체 특징 일부라도 발현해서 사용할 수 있단 건 어마어마하게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지· 거기에··· 이 모든 특성을 합하여···”
우득 우드드득!
진마열의 곳곳에 돋아난 신체 특성들이 그의 오른팔로 몰리는 듯 했다·
얼마 후 기괴한 소리와 함께 진마열의 오른팔이 괴상하게 변했다·
피와 살 뼈가 뒤집어지는 듯하며 해룡과 다른 네 가지 정체모를 종족들의 신체 특성이 뒤섞이는 듯 하더니 그의 오른팔은 날카로운 괴검(怪劍)으로 변이해 있었다·
“본 족의 투무(鬪舞)를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귀족은 언제나 생명의 정점(頂點)에 도달한 종족이었다·”
어쩐지 본인의 종족인 투귀족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찬 듯한 목소리·
그러나 나는 그 거만한 듯한 설명을 듣고 흠칫하며 한 가지를 질문했다·
“···혹시 너희는 모든 선수의 능력을 복제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재능에 대해 아는가?”
“아··· 투귀족의 신화 중에 있긴 하지· 귀혈진해광신(貴血眞海光身)이라는 신화의 체질! 모든 선수혈통의 권능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자유자재로 끌어쓸 수 있다는 투귀족 신화속의 전설적인 육체다· 물론 전혀 허황된 소리이기 때문에 투귀족의 학자들은 우리 투귀족이 도달할 수 있는 일종의 경지에 대한 은유라고 하지만 말이지·”
“···그렇군· 고맙다·”
“투귀족 신화에도 관심이 있나? 투귀족의 신화나 전설은 우리의 투무나 공법의 형태로 내려오기 때문에 투귀족 전용 공법을 익히면 자연적으로 알 수 있게 되지· 인족이 익히기 좋은 투귀족 공법은 아마 투마진해광이나 육쇄수림결 투마귀보 같은···”
녀석은 투귀족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이며 내게 여러 공법 등을 소개했다·
“···뭐 좋은 공법들 소개해줘서 고맙군· 너희 투귀족은 정말 훌륭한 종족인 것 같구나·”
“하하 별말씀을·”
“자 그럼 일단 하던 말을 마저 해 볼까?”
“좋지· 여하튼··· 내가 자혼옥새에서 자혼만천의 비술을 얻을 수 있던 것은 내가 일전 육웅의 육신을 차지한 육린 본체를 보고 그의 모습에서 해룡족의 특성을 한 번 베껴냈기 때문이다·”
츠츠츳-
그는 왼팔을 꿈틀거리며 출렁이는 해룡의 비늘을 노려보았다·
“네 동료라는 혼혈 해룡족 녀석이 자혼옥새에서 뭘 못 얻는 이유는 아마 그냥 순수하게 경지가 낮아서겠지· 아마 놈도 최소 사축기에 도달하면 자혼옥새에서 자혼만천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좋은 정보 고맙군· 그래서··· 네가 지금 자혼만천을 못 익힌다는 건 또 무슨 소리냐?”
진마열은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얼굴이 되었다·
그는 괴검으로 변형했던 손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며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짓씹었다·
“···처음에는 자혼만천을 얻어내고도 익히지 못했지· 그래서 그 당시에는 순수한 해룡족만 익힐 수 있는 비술이라 생각하여 용형둔갑술을 얻으려 했다· 용형둔갑술을 얻어 해룡의 형태를 취하면 자혼만천을 익힐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지· 하나···”
진마열에게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우리의 옆에 대기하고 있던 성란도주 칠루는 가만히 진마열의 앞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진마열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칠루의 머리통을 거세게 손으로 짓눌렀다·
“육요 공주··· 그 망둥이 새끼가 내 용형둔갑술을 훔쳐갔다! 설상가상으로 육린놈은 나와의 공식적인 계약을 파기하고 봉래도행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맺은 계약마저 어긴 채 나를 습격해 내 여벌목숨을 전부 빼앗았지!”
나는 칠루라는 여인을 흘긋 바라보았다·
진마열에 의해 얼굴에 잔뜩 짓뭉개지고 있었다·
“이 망할 것이 육요를 숨겨주지만 않았다면 진즉 육요를 찾아 용형둔갑술을 되찾아 익혀본 후 해룡의 형태를 취하고도 자혼만천을 얻을 수 없단 걸 알았으면 내 아까운 여벌목숨을 그딴 곳에다 쓰지 않았을텐데! 제길··· 제길···!”
그는 성란도주인 칠루를 죽여버릴 듯이 노려본 후 그녀의 머리통에서 손을 떼고 이를 짓씹었다·
“···어쨌든 해룡의 형태를 취하고도 자혼만천을 익힐 수 없단 걸 깨달았다· 아마 네놈도 자혼만천의 구결을 가지고 있다 해서 자혼만천을 익힐 순 없을 것이야·”
“그런가··· 그건 아쉽게 되었군· 그래서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건 역시 자혼만천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인가?”
“그렇다·”
진마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역시 육요 공주와 관계되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지·”
“육요와?”
“그래· 육요의 별칭인 ‘성란공주’에서 알 수 있듯 성란도는 공식적으로는 사실 육요의 영지다· 물론 실질적인 지배자는 여기 성란도주 녀석이지만··· 여하튼 육요가 성란도에 숨어들었고 내 수하를 자처했던 칠루가 나를 배신하고 육요를 숨겨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 피도 눈물도 없는 육린이 봉래도에서 염정 덩어리를 빼내면서 굳이 육요같은 쓰레기를 같이 빼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육요에게 자혼만천의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뭐 꼭 자혼만천이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해룡족에 관련된 비사라거나 아니면 놈이 꽁꽁 숨기는 염해귀로옥 구결일 수도 있지· 하지만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자혼만천이 아니라 염해귀로옥을 얻어도 된다· 어쨌든 육요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니 육요를 다시 납치하고 육린과 거래해서 자혼만천의 완전한 구결을 손에 넣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나는 잠시 진마열을 바라보았다·
놈의 말에서 거짓은 없었고 더 이상 숨기는 것도 없었다·
‘물론 육린의 보물을 독차지하겠다는 야망이나 복수심 같은 것도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나와 김영훈은 잠시 회의를 가진 후 결정했다·
‘현재 백린의 혼패가 무극교단에서도 꺼지지 않은 것을 보면 백린도 살아있다· 그리고 백린이 살아있다면 현재 육요의 곁에 있을 확률이 높겠지·’
“좋다 네놈과 손을 잡도록 하지 진마열·”
“하하 잘 부탁한다 마교주·”
“잘 부탁한다 해적 놈·”
그렇게 마교주와 투귀족 해적은 위정해역 정룡궁주의 뒷통수를 치고 그의 딸을 납치하기 위한 동맹을 맺었다·
‘기다려라 백린· 육요와 함께 구해주마·’
나는 육요와 붙어지내며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 백린의 모습을 떠올렸다·
백린 그 자신도 모르는 듯 했지만 녀석은 현재 육요를 사랑하고 있었다·
* * *
“···자혼만천이라···”
나는 소금산 위에서 좌탈입망 분신으로 얻은 정보를 취합하며 자혼만천의 구결을 읊어보았다·
‘태산열제공과 염해귀로옥 등을 연구하느라 조금 소홀히 하고 있었다만 이것도 연구해보긴 해야지·’
생각해보면 서휼의 탁혼만천의 헛점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니 말이었다·
나는 자혼만천의 구결을 펼쳤다·
자혼만천에는 여러 구결과 진언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구결은 세 문장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았다·
-자색은 어둠 속에 숨기 가장 적합한 색이다·
-빛이 절대 닿지 못할 어둠 속에서 명을 이어나가라·
-전해져온 명을 이어나가 마침내 우리는 모두 해방에 도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