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97화
들이키며 (7)
육요는 눈이 돌아간 채로 그녀가 훔친 수많은 법보를 흩뿌렸고 단약들을 집어삼켰다·
“허억 허억····”
쿠구구구구!
검붉은 마화(魔火)가 육요를 덮쳐 왔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화를 피했다·
‘다행히 제정신이 아니라서 명중률이 낮아·’
위윤은 천인기 초기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채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다행히 그 덕에 육요가 지금껏 살아 있는 것이었으나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
‘아버님이 현고패 바로 옆에 저렇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자를 내버려 두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녀가 아는 육린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그녀가 아는 육린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답은 한 가지였다·
‘아버님께 뭔가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높아·’
어쩌면 주화입마의 초기에 들어선 걸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면 육웅의 몸을 차지하며 정신에 균열이 생겼을지도 모르고·
뭐가 됐든 그녀가 알고 있는 육린의 행동이 아니었다·
‘하긴 봉래도에 다녀온 후부터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온건해졌지·’
이전에는 가출 시도를 하다 걸리면 법력을 봉인당한 채 정룡도 절벽에 반년간 매달리는 형벌을 받기도 했다·
아예 죽어도 상관없다는 태도였으나 이번에는 그냥 평범하게 감옥에 백여 년간 가둬 두는 둥 굉장히 온건해진 셈이었다·
물론 평범한 이라면 지하 감옥에 갇혀 백여 년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 죽겠지만 그녀는 썩어도 원영기 요족이었기에 죽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봉래도에 다녀온 직후부터야· 이유가 뭐지? 봉래도에 다녀와서? 아니면 염해귀로옥을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시작해서? 아니면 그냥 가장 큰 방해거리였던 정복왕과 마교가 봉래도에 처박혀 있으니까?’
쿠구구구구!
위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해골 형태의 법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미친··· 저건 또 무슨 마공이야·’
육요는 식은땀을 흘리며 정룡궁에서 훔친 법기들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우우웅-
“뭐요? 미쳤어요?”
육요는 그녀의 허리춤에서 웅웅 떠는 백린을 향해 눈을 와락 찌푸렸다·
중얼중얼중얼····
위윤은 마공의 힘을 결집시키며 법결을 외웠고 그 모습을 보며 백린은 더더욱 크게 두개골을 웅웅거렸다·
“아니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육요는 불안한 눈으로 백린과 위윤의 해골 법상을 번갈아 바라본 후 눈을 질끈 감고 백린의 두개골을 잡아들었다·
“에이 알겠다고요!”
부웅!
그리고 위윤이 해골 법상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육요는 위윤의 해골 법상을 향해 백린의 두개골을 던졌다!
백린의 두개골은 위윤의 해골 법상의 손에 맞고 그대로 산산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
“아····”
육요는 어처구니없는 얼굴이 되어서 입을 벌렸다·
너무 어이없게 백린이 죽은 것이었다·
“아니····”
너무 순식간에 백린이 죽어서일까·
그녀는 지금 상황에 슬픔조차 느낄 수 없었다·
[끼야아아아아아!]
위윤의 해골 법상이 그녀의 마화로 뒤덮이며 비명을 질렀다·
검붉은 해골 법상은 이내 육요를 공격하려는 듯 양손에 마화를 모으며 눈두덩이에서 귀화를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상황이 인지된 육요의 얼굴에 절망과 슬픔이 뒤따를 때였다·
츠츠츠츳-
위윤의 해골 법상·
그것의 손끝이 점차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 엇?]
위윤은 시커멓게 변한 눈으로 의아한 듯 해골 법상을 올려다보았다·
어째선지 법상이 점차 그녀의 명에 따르지 않고 있는 듯했다·
[으으··· 그으으!]
위윤은 법상에 마기를 더욱더 불어넣었으나 법상은 크기가 더욱 커질지언정 새하얗게 변하는 속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촤아아악!
해골 법상의 형태가 완전히 새하얗게 변하였다·
그리고 새하얗게 변한 해골법상의 몸이 파랗게 불타오르는 듯했다·
일순간·
번쩍!
법상이 새하얗게 백열하며 법상의 안쪽에서 무언가 반투명한 검은 빛의 쇠못 스물여덟 개가 튕겨져 나왔다·
육요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눈을 부릅떴다·
백린의 천원지방을 틀어막고 그의 법력을 봉하던 스물여덟 개의 금제!
‘저것이 튀어나왔단 건····’
쿠구구구구!
잠시 후 어마어마한 압력이 밀실에 강림하였다·
육요와 위윤은 동시에 무릎을 꿇었으나 육요의 눈빛은 밝아졌다·
그리고 새하얀 백광 속에서 뼛가루가 뭉치는 듯하더니 한 명의 인영이 탄생하였다·
츠츠츳-
백광이 가시며 그 안에서 나타난 인영이 입을 열었다·
전신이 백골로 된 채 새하얀 백의 장포를 입은 귀수(鬼修)·
[무극교단의 제십삼 수호귀왕 백린· 성란공주 육요님을 호위하기 위해 부활했나이다·]
“정말··· 늦었잖아요·”
백린은 육요를 향한 압력을 거두고 위윤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듯하던 위윤은 백린이 손끝으로 그녀를 가리키자 그대로 전신이 터져 죽었다·
백린은 위윤이 있던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얼마 후 위윤의 뼈와 그녀의 혼백 한 줄기가 백린의 손바닥 위로 떠올랐다·
“그건 어쩌시게요?”
[귀물로 제련하여····]
“아 당신의 법보로 쓸 건가요?”
[아뇨··· 광음역의 시민권을 부여하고 새 삶을 살게 해 줄 겁니다만·]
백린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미워서 죽인 게 아니라 육신이 혈마기에 완전히 절여져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죽인 겁니다· 안 그래도 정룡도 정복 초기에 수하들의 실수로 정룡도에서 떨어져 죽은 소녀가 있다 들었는데 이 아이였던 모양입니다· 부모에게 데려다줄 예정이지요·]
“아··· 마기에 절은 혼이면 법보로 제련해도 상당한 위력일 텐데 아쉽네요·”
육요의 말에 백린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차피 당신에겐 환상이나 다름없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찌 환상에 탐을 내십니까·]
“그야 어차피 환상이니까요· 환상 속의 비인간쯤 법보로 제련한들 뭐가 어떤가요·”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백린의 눈빛에 육요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따라온다고 맹세하면 다시는 하지 않을게요·”
백린은 잠시 육요를 바라보다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육요의 금제를 해제해 주었다·
철컹 철컹 철컹!
육요의 체내에서 백린의 천원지방에 박혀 있던 것과 같은 쇠못 세 개가 빠져나왔다·
육요는 다시 수행을 되찾았고 바로 손을 까딱여 현고패 위의 금제들을 흩은 후 제단 위의 현고패를 손에 넣었다·
“됐다! 드디어!”
그녀의 눈에 희열의 감정이 차올랐다·
현고패에는 ‘육웅’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상서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현고패를 손에 들어 자신의 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백린은 영언을 풀며 의아한 듯 물었다·
“그냥 저물도에 넣지 그러십니까? 정룡궁주라면 분명 저희가 모르게 추적법술을 걸어 놓았을 겁니다· 아니 육웅의 몸을 가지고 있다 하니 추적법술이 아니더라도 육웅의 명패는 감지할 수 있겠지요·”
“아뇨 현고패나 현고지 같은 기물들은 굉장히 연약해서 쉽게 바스라지죠· 애당초 ‘진짜 현고패’의 모조품이니까요·”
“흐음··· 아무리 모조품이라도 합체기급 수사의 계약을 주재하는 물품이 이 정도 강도라니····”
백린은 신기하다는 듯 검은 영패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럼· 빠져나가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그녀와 백린이 막 밀실을 나가려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
현고패가 사라진 제단 위쪽·
그곳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리더니 제단 위쪽에 전송진이 나타났다·
동시에 그들이 있는 밀실 전체의 인력이 왜곡되는 듯하더니 밀실 자체가 주변의 차원과 동떨어져 물방울 형태로 변하였다·
육요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 헛웃음을 지었다·
“하··· 현고패를 제단에서 꺼내면 인근이 ‘중간지대’로 변하게 해 놓았다라··· 아버님께서 괜히 타인이 현고패를 지키게 한 건 아니군요·”
“으음····”
백린은 인력을 통해 허공을 왜곡시켜 물방울에 구멍을 내 보았다·
그러나 허공 바깥으로는 어두컴컴한 ‘심해’의 정경만이 비출 뿐이었다·
“소용없어요· 이 중간지대 자체가 정룡도에서 분리되어서 심해 한가운데에 떨어진 거니까··· 여기를 나가면 바로 심해 속의 미아가 될 거예요·”
백린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육요 공주님께선 심해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육요는 그 말에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거야 그때는 진마열의 추적을 백린 공에게 떠넘기려고 거짓말을 한 거였어요· 제 해룡진혈로는 어림도 없죠· 서란 공 정도라면 모를까·”
그녀의 말에 백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현고패를 돌려놓거나 아니면····”
둘의 시선이 제단 위쪽 전송진으로 향했다·
“저 전송진에 올라타 이 중간지대와 연결된 반대편에 도착하는 것뿐이겠군요·”
“····”
“공주님?”
그러나 백린은 어째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육요를 바라보며 의아해졌다·
“···저 전송진이 이어진 곳 어쩐지 어딘지 예상이 가네요·”
“어디입니까?”
“···아마 앵룡도일 텐데··· 앵룡도는 심해도예요· 어차피 나가는 건 불가능하죠·”
“그런····”
육요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현고패를 다시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물방울처럼 변했던 밀실 내의 공간이 다시 정룡도 안쪽으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지요· 일단 교주님 일행이랑 합류한 후 그때 저걸 다시 가져가거나 해 보도록 하지요·”
백린은 육요에게 그렇게 말한 후 밀실의 문으로 걸어갔다·
육요는 안타까운 듯 현고패에서 차마 손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백린이 밀실의 문을 열었을 때였다·
끼이이익-
육요와 백린은 밀실 문밖에서 흉신악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육린 분체를 만날 수 있었다·
쿠웅!
백린은 황급히 문을 닫았고 육요는 식은땀을 흘리며 현고패를 다시 제단에서 꺼냈다·
곧바로 그들이 있는 밀실은 다시 중간지대로 변하여 심해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다·
백린이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방금 그분····”
“···예 맞아요· 아버님 본체예요·”
그들이 본 것은 바로 육린의 본체·
정확히는 육웅의 육신을 차지하기 이전 그래도 합체 중기 수준에는 올랐던 육린의 본체였다·
물론 합체기 대원만의 육웅의 육신을 차지한 육린에게는 분체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그 분체의 수준마저도 합체 중기였다·
절대 백린으로는 당해 낼 수 없었다·
백린은 침음성을 흘리며 전송진을 바라보았다·
“···결국 저 방법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죠·”
잠시 후 백린과 육요는 눈을 질끈 감은 후 전송진에 올라탔다·
전송진의 빛이 둘을 휘감았고 둘은 전송진 위에서 사라졌다·
정룡도 밑의 심해도·
앵룡도로 간 것이었다·
* * *
“제길 제길 제길 제길···!”
밀실 앞·
그곳에서 육린 분체는 두 눈이 충혈된 상태로 그 앞에 자신의 피로 진을 그리고 있었다·
그 진은 전송진이었다·
“안 돼 안 돼! 감히 탈출하려고 하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육요는 내 손에 있어야 해· 육요는 내 손에 있어야 해· 육요는 내 손에 있어야 해!!!”
어쩐지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 육린은 육요를 부르짖으며 전송진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파사삭!
전송진의 피가 불타오르는 듯하더니 그대로 전송진이 활성화되었다·
육요와 백린이 방금 전 있었던 중간지대로 향하는 전송진이었다·
그리고 두 눈을 붉힌 육린이 전송진에 발을 디디려 할 때였다·
“어디로 가려 하시는가 정룡궁주?”
백의를 입고 손에는 허공을 든 남성이 육린의 뒤에서 빙긋 웃으며 물었다·
육린은 이를 악물며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 마교주 놈···! 나를 방해하지 마라···! 육요를 육요를 다시 손에 넣으러 가야 한단 말이다!!!”
* * *
육린이 미쳤다·
나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염해귀로옥을 익힌 것 때문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
어쨌든 놈의 심상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고 집착과 소유욕으로 꽉 찬 의념이 미친 듯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황상 저 집착은 육요에게 향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정신병은 아니군· 그렇다고 정상적인 심마(心魔)도 아니야·’
내가 정신병이나 주화입마에 걸려 보아서 잘 안다·
놈에게 정신병이 발현된다면 자기가 익힌 염해귀로옥과 관련된 소금에 집착하는 정신병이나 자혼만천으로 인한 인격 분열이 나타나야 옳았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다가 말을 안 들으면 죽이려고 했던 딸에게 갑자기 저런 소유욕을 가지는 건 괴상했다·
‘뭔가 외부의 존재가 개입한 건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육요인가?
그건 역시 알 수 없었다·
“그 전송진은 뭐지? 보아하니 중간지대 관련 전송진 같군·”
“다 닥쳐! 나를 방해하면 죽이겠다 마교주 놈!”
“멍청하긴 이건 분체다· 딱할 지경이군· 백여 년 전 무극교단 전체를 함정에 빠뜨리던 그 늠름한 용왕이 이 정도로 정신이 나간 늙은이가 됐을 줄이야·”
나는 두 눈이 충혈된 채 점차 용화하기 시작하는 육린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내가 분체로 상대하기 힘들었던 건 네놈 본체지 너 따위가 아니다·”
“이놈이 지금 감히 나를····”
콰앙!
나는 좌탈입망의 일격을 그대로 녀석의 아가리에 박아 넣어 주었고 놈이 멈칫하는 새 다시 수 번의 일격을 먹여 주었다·
콰과과과광!
육린의 몸체가 수 갈래로 찢겨 나가며 정룡궁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안타깝게 되었군·”
나는 혀를 차며 육린이 만든 전송진 위로 올라가 전송진을 발동시켰다·
파앗!
* * *
중간지대를 건너 마침내 건너편에 도달한 나는 눈을 찌푸렸다·
“···여기도 심해도인가·”
솔직히 봉래도에 갇혀 있는 상태인지라 심해도는 조금 지긋지긋했다·
“여기가 그럼 앵룡도겠군· 그나저나 그렇다면····”
아마 진마열이 곧 이곳으로 진입할 터였다·
애초에 육린은 김영훈이·
정룡도는 내가·
앵룡도는 진마열의 염골호가 공략하기로 했으니 말이었다·
심해를 활개칠 수 있는 진마열의 염골호라면 이곳으로 진입할 수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쯧 염골호라는 게 봉래도까지 내려올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만·’
안타깝게도 봉래도가 그 손에 의해 내려꽂힌 심해는 너무나 깊은 곳이기 때문에 염골호도 함부로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잡생각을 지우며 주변을 둘러보고 바로 육요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있는 백린도·
“백린 육요!”
“아··· 교주님·”
백린은 나를 돌아보며 반갑다는 의념을 드러냈다·
그러나 육요는 내가 왔단 걸 들었음에도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볼 뿐이었다·
“···? 백린 육요가 뭘 보는 거냐?”
분체로는 본체만큼의 의식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보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없었다·
나는 육요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가 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벽화였다·
그리고 벽화에 그려진 그림을 본 내 눈이 바싹 졸아들었다·
왜냐하면 벽화의 아래쪽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글씨체로 익숙한 글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자가 구더기들에게 그런 과한 것을 선물했던 이유· 구더기 따위의 비승을 돕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고력(古力)을 해방시키기 위함이었으리라·
봉명성 최상층의 숨겨진 서고·
그 서고의 귀퉁이에 적혀 있던 글자와 정확히 같은 글씨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