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44화
바람과 함께 (7)
증룡진인의 저물도·
치제층 아래 봉양층·
그곳 위에 있는 제단에서 가부좌를 틀고 기다리기를 얼마나 하였을까·
쿠구구구궁!
저물도 전체가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미소를 지었다·
“왔다···!”
이제 나갈 때가 되었다·
* * *
증룡진인의 저물도 안쪽으로 여럿의 세력이 진입하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인간족의 흑린어령문 세력 일동·
그리고 천족인 장목족과 비익족의 사축기 수사 둘의 연합·
지족인 혈교족의 교염을 중심으로 한 요수무리 일동·
마지막으로 잡다한 산수세력들이 그들이었다·
가장 빠르게 저물도 내부에 도착한 것은 흑린어령문 세력이었다·
그 직후 그들의 뒤쪽으로 장목족과 비익족의 사축기 수사 둘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론 교염 일행이 저물도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상층으로 올라오려고 저물도 내부를 주파하였다·
나는 물리적인 최상층인 봉양층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끌끌 웃었다·
“이건 또 각별한 기분이군·”
저들이 공략을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썩 재미있는 편이었기에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저물도 공략을 진행하며 각 종족마다 어떤 방식으로 저물도를 공략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흑린어령문은 이전과 똑같았다·
그러나 흑린어령문 뒤쪽에서는 교염이 천인기 이하 요족들을 앞세우며 와르르 몰려다니는 것이 보였다·
“교염은 저런식으로 공략을 진행중이고 장목족과 천익족 놈들은···”
꽤나 재밌는 방식으로 저물도를 빠르게 주파하고 있었다·
일단 장목족의 사축기 수사가 목 속성 법술로 벌판에 나무를 자라나게 하면 두 수사가 그 위쪽으로 올라간다·
그런 후 천익족 수사가 날개를 펼친 후 장목적 사축기 수사를 잡고 활강하듯이 아래로 내려가며 빠르게 저물도를 주파하는 것이었다·
‘저물도 내에선 비행이 금지되어있는 것을 저런 식으로 뚫는군·’
나는 그들을 둘러본 후 다시금 흑린어령문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번에도 현귀가 흑린어령문을 지휘하는군·’
다만 이번에는 적합한 사축기 수사를 찾지 못했는지 흑린어령문 사람들만 오는 것이 보였다·
저물도 원정대의 저물도 원행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장목족과 비익족 수사인 녹주와 백위익이 이곳까지 날아오는 데엔 그리 오랜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두 천족은 멀구슬나무 앞에서 천련과를 따니 마니 하며 즐겁게 웃었고 저 아래쪽에서 흑린어령문이 재염을 해치우며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천련과 과즙 세 방울 단 세 방울만 얻게 도와주십시오!”
교염과 요수 무리들 그리고 두 명의 천족이 마주쳤다·
저물도 내에서의 역사는 서립이 없다는 것을 제하면 이전 생과 그리 다르게 흘러가진 않았다·
교염은 역시나 천족에게 무릎을 꿇다가 두 천족이 그들을 비웃고 그의 아내까지 모욕하자 분노하며 천족들과의 전투를 시작하였다·
쿠구구구구!
백위익이 기축장막을 펼치고 녹주와 함께 교염을 압박하는 것이 보였다·
이전과는 달리 교염은 두 천족에게 제대로 힘도 못 쓰고 당하는 것이 보였다·
이유야 당연했다·
‘내가 교염이 가져올만한 기물들도 전부 모아서 보관중이니 말이지·’
현재 교염을 비롯한 흑린어령문은 하층에서 제대로 이득을 못 보고 올라오는 중일 터였다·
이들보다 먼저 저물도에 진입했던 내가 저물도 내의 보물이란 보물은 전부 긁어모아 숨겨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이었는지 흑린어령문이나 교염은 이전보다도 훨씬 빨리 봉양층에 도달하였고 특히 교염은 제대로 된 이득을 취하지 못해 천족 수사들에게 압도당하는 중이었다·
‘아마 저대로면 교염이 지겠지·’
봉양층으로 올라온 흑린어령문은 전투중인 사축기 수사들의 세력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하나둘 멀구슬나무 쪽으로 와 탱화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흑린어령문은 현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식죄탱화인지 뭔지를 얻으러 왔다 했으니까···’
이들에겐 딱히 볼 일은 없었다·
어차피 내 목적은 저 사축기 수사들·
그나마 볼 일이 있다면···
‘현귀 놈은 뭘 하는 건지가 조금 궁금하군·’
나는 열심히 멀구슬나무 호숫가에서 탱화를 뒤지는 흑린어령문 문도들을 지나쳐 외딴 곳에서 탱화를 뒤적이는 현귀를 향해 다가갔다·
내 육신은 현재 명귀계의 외곽에 걸쳐있기에 귀도공법을 익혀 원영을 귀왕화한 귀수가 아니라면 나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흐음 이 녀석은 당최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나는 현귀의 근처로 다가가 놈이 뭘 하는지를 보았다·
녀석은 주변은 신경도 쓰지 않고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었다·
“찾았다! 서천탱화도!”
콰악!
현귀는 희열에 찬 표정을 지으며 탱화 속에서 시커먼 먹지 같은 것을 꺼내 움켜쥐었다·
흠칫!
나는 그 모습에 조금 놀랐다·
‘서천탱화도라면···’
육요가 말했던 그것이 아닌가?
나는 현귀가 쥔 서천탱화도를 흘긋 보았다·
재밌게도 저것 역시 새카만 먹지로 되어있어 도무지 뭐가 그려졌는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현귀는 서천탱화도의 중앙을 음흉하게 어루만지며 뭔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뭐지 저 놈?’
도대체 현귀에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내가 그를 자세히 보려 할 때였다·
“음?”
현귀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
“···!”
나와 현귀는 동시에 흠칫 놀랐다·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놀랐어?’
나는 흠칫 놀랐지만 순간적으로 녀석의 시선 방향을 이해하고 안심했다·
현귀는 ‘내’가 아닌 내 [위]로 시선을 주고 있었으니까·
‘저쪽에 뭔가가 있는건가?’
나는 현귀의 시선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광한계의 지도가 그려진 족자가 보였다·
봉양층의 사방에 걸려있는 거대한 족자였다·
나는 광한계의 지도를 잠시 바라봤지만 뭔가 특별한 건 찾을 수 없었다·
‘현귀 이 녀석 도대체 뭘 보는거지!’
나는 오늘에야말로 현귀의 비밀을 파헤쳐주겠다 결심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얼마간 내 위쪽을 노려보던 현귀는 피식 웃더니 자신이 꺼낸 서천탱화도라는 먹지를 허공으로 띄웠다·
우우웅!
흑린어령문 특유의 사상원영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공간균열을 만들어냈다·
그는 공간균열 안쪽으로 서천탱화도라는 먹지를 집어던진 후 사상원영을 해제하였다·
“사바세계에서 보다니 별일이군·”
“···?”
그리고 녀석은 갑자기 허공을 보며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시작하였다·
‘이 자식 미친 건가?’
나는 현귀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자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아니면 어떤 비술인가? 어떤 고위 존재의 힘을 끌어오는?’
흑린어령문 사상원영의 비술은 힘을 빌리는 데에 특화되어있으니 어쩌면 진인들의 힘을 빌리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괴상한 말을 툭 던진 현귀는 직후 도저히 알 수 없는 행동을 하였다·
“···!”
푸콱!
현귀의 원영이 폭발했다!
직후 현귀는 죽었다·
자살한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나는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현귀에게 다가갔다·
놈은 죽었다·
녀석의 얼굴에는 아무런 미련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 보였다·
‘이게 대체···’
현귀는 천인기 수사로 나름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 유망주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
나는 당최 이해할 수 없어 몇 번이고 현귀의 시신을 조사해 보았다·
“···넌 뭐냐· 현귀·”
지난 생에서도 그랬다·
서립의 손에 죽을때 귀찮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만약 현귀가 누군가의 분혼(分魂)이거나 부활 수단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현귀의 혼은 혼의 계위를 통해 어디론가 이동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이들의 혼처럼 명계의 외곽을 넘어 저승으로 향했을 뿐이었다·
즉 현귀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었다·
완벽하게·
나는 현귀의 몸을 조사해본 후 녀석이 정말로 깔끔하게 죽었기에 녀석의 몸에 빙의할 수 있단 걸 알았다·
그러나 어쩐지 찜찜했다·
‘어지간히 찜찜해야지·’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이 놈은 필히 진선과 관련된 놈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 아랑곳 않고 죽음을 택할 리 없었으니까·
‘방금 전 광한계의 족자를 유심히 쳐다보던 것도 그렇고··· 뭔가 광한계 자체와 연관이 있는 놈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난 잠시 찜찜한 표정으로 현귀를 쳐다본 후 뒤를 돌아 교염 쪽으로 걸어갔다·
* * *
쿠구구구구!
교염은 거대한 수림(樹林)의 앞에서 멈칫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익 이 빈대 같은 천족 놈들!]
그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도대체 과즙 세 방울 주는 게 뭐가 그리 아깝단 말이더냐! 너희 천족 놈들은 과즙 세 방울도 아까워서 손발을 떠는 거렁뱅이 집단이더냐!]
그의 주변으로 혈해가 몰아치며 수림에 저항해 보았다·
그러나 수림과 더불어 천공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교염에게 내리꽂혔다·
번쩍!
치이이이이-
교염이 소환한 혈해는 그의 피눈물과 함께 빛 속에서 증발했다·
그는 점차 몰리고 있었다·
[그깟 천련과 세 방울이 뭐라고 티끌만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야!!!]
콰아아앙!
수림과 빛줄기의 힘에 튕겨나간 교염은 피눈물이 말라붙은 상태에서 마른기침을 토해냈다·
지느러미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이대로 끝인가·’
그때였다·
“···?”
교염은 자신의 그림자가 이상해진 것을 눈치챘다·
‘뭐 뭐지 이건?’
그의 그림자는 상어의 그것이어야 옳았다·
그러나 갑자기 변화한 그림자는 19개의 머리를 단 괴물의 것이었다·
교염의 귓가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네 몸을 빌려다오·
“···! 누 누구요!”
-네 몸을 빌려주면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 주겠다· 아내의 병을 고치고 싶지 않으냐?
“···그 그···”
교염은 어쩐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그림자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모 몸을 빌려드리겠소! 귀하께서 부디 힘을 빌려주십시오!”
어차피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뒤로 물러설 곳도 없다·
그렇다면 수상쩍은 요귀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교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림자는 교염의 몸에 들러붙더니 점차 그의 몸에 스며들어갔다·
날개에서 빛을 내뿜던 백위익이 격노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떴다·
“이 놈! 무슨 사술을 부리는 것이야! 요사스러운 기운을 풍기는···”
그러나 백위익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쿠구구구구구!
[그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압력이 백위익의 기축장막 내부를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교염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전신에 기이한 문양이 새겨지고 있었다·
현재 천 지족에서 심족 다음으로 경원시받는 미치광이·
괴군의 회로였다·
[끄아아아아아! 끄으아아아아!]
그것이 새겨지는 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는지 교염은 눈을 뒤집고 입에서 피거품을 뿜었다·
백위익과 녹주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봤소 백 수사?”
“···봤소· 무언가 검은 것이 저 교족의 몸으로 들어가더군·”
“저물도 안의 요귀인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긴장하시오 단단한 육체로 소문난 지족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다니 보통 사악한 요귀가 아니오·”
백위익과 녹주가 합격 준비를 마쳤을 때였다·
쿠그그극!
교염의 몸에서 회로가 빛나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의 머리 뒤편으로 삼태극이 떠올랐다·
“무 무슨 사술이냐!”
“백 수사! 일단 장막 내의 인력을 집중시키시오!”
“아 알겠···”
그러나 그 때였다·
쿠구구구구!
교염의 뒤편에 삼태극이 떠올랐고 그의 주변으로 네 개의 축(軸)이 떠올랐다·
그것을 본 백위익과 녹주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어 어찌! 저 교족 놈은 고작해야 사축 초기였거늘!”
“설마 저 요귀놈의 경지가···”
축이 빛나며 그 안에 새겨진 글자들이 상서롭게 빛났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그리고···
유호덕(攸好德)!
“저건 무슨··· 오행축도 아닌것이···”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파아아앗!
교염의 주변에 떠오른 축들이 기축장막을 만들더니 백위익의 장막 내 영역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백위익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런 미친! 영역을 먹어치우는 건 합체기 태수나 가능한 신통인데 어찌 사축기 대원만이 저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가 얼굴이 질리든 말든 교염을 중심으로 전개된 진정한 정통기축·
오복기축장막은 순식간에 백위익의 영역을 먹어치우고 주변을 장악했다·
거대한 산맥 위쪽의 신전이었던 인근의 풍경이 바뀌었다·
싸아아아-
그것은 마치 그들이 저물도에 들어오기 전에 들렀던 사토역과 같은 풍광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그리고 하늘을 컴컴하게 뒤덮은 기분나쁜 희뿌연 안개!
그리고 그 중앙에 교염이 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저건 그들이 방금 전까지 상대하던 교족 따위가 아니라고!
우우우우우-
음산한 귀기가 교염을 뒤덮었다·
그리고 교염의 거체가 귀기에 휩싸이더니 형태를 변화하였다·
백위익과 녹주의 안색이 썩어들어갔다·
위험한 존재가 교염의 몸을 통해 강림한다·
그는 별빛이 도는 몸을 가졌으며 19개의 머리를 가졌고 주변에는 천지영기가 새하얀 알갱이의 형태로 마구 들끓어오르고 있었다·
쿠그그그극!
거기에 저 무시무시한 귀신의 양손에는 보랏빛 증기가 마구 끓어오르며 사냥개처럼 컹컹거리고 있었다·
“으 으흐아아아아!!!”
녹주는 그 귀왕을 마주하자마자 바로 도망쳤다·
꾸그극!
그는 본인이 가진 축을 이용하여 귀왕의 기축장막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어림없었다·
꽈아앙!
녹주가 축을 부딪혀도 기축장막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녹주가 비명을 질렀다·
“이 이게 뭐야! 합도영역이나 다름없잖아! 이 이 요귀 놈! 무슨 사술을 부린 거냐!”
그리고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은 그대로 손을 들어올렸다 내리쳤다·
콰아앙!
일격·
단 일격이었다·
녹주는 귀왕이 내리친 손에 그대로 튕겨나가더니 수액을 내뿜으며 혼절해 버렸다·
백위익은 침을 삼키며 무릎을 꿇었다·
“하 합체기 선배님께서 어찌 저희같은 후배 말학에게 이러시나이까·”
그가 보기에 저 존재는 사실상 합체기 태수였다·
도대체 어떤 사축기 수사의 기축장막이 차원장막과 같은 강도를 지닌단 말인가?
“부디 원하는 바를 하문하옵소서·”
백위익의 태도에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은 흡족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는 나의 명을 받들어 내 본체를 광한계에 소환하여라·]
“···!”
그 말에 백위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존재는 사축기에서 합체기급 분혼을 광한계에 보낸 이계의 귀물이다·
그 이계의 귀물이 광한계를 침공하기 위해 그들에게 배신을 종용하는 것이었다·
‘내 내가 저들의 편을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나는 종족으로부터 추살령을 받을텐데·’
백위익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살하자!’
그는 당장의 공포보다 종족으로부터 받게 될 추살령이 더더욱 두려웠다·
그러나 그때였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아니된다·]
콰아악!
크르르르-
거대한 귀왕의 양손에서 들끓던 보랏빛 증기가 광견마냥 그의 손에서 뛰쳐나오더니 백위익과 녹주의 머리통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컥 커헉! 꺼어어억!]
백위익은 숨을 꺽꺽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목숨은 소중한 것이니 함부로 해서 되겠느냐· 나를 도우면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니라·]
그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우 움직이면 영혼이 해체당한다·’
알 수 있었다·
저 정체불명의 노귀가 쓴 이 보랏빛 법술은 순식간에 그의 혼백을 해체해서 흩어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부활이고 뭐고 끝이었다·
혼백이 해체되어버리는데 뭘 한단 말인가!
백위익은 침통한 신음을 흘리며 한숨을 쉬었다·
“···부디 노선배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바라나이다···”
완전히 굴복한 백위익과 녹주를 보며 교염의 몸을 차지한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은 껄껄 웃었다·
[드디어··· 본교의 광한계 강림이 머지 않았다! 기다리시오 인족 총연맹이여· 내가 돌아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