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5화
바람과 함께/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모두 들어라 이제 우리는 무극교단의 진정한 본부가 들어설 곳· 이 긴 중경계 방랑의 진정한 종착지· 광한계로 들어갈 것이다!”
내 말에 무극교단의 수억 귀물들이 일제히 귀곡성을 터트렸고 고력계에 와서 정복왕 북향화의 세력과 무극교단의 교리에 감화된 요수선사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환호성을 터트렸다·
어차피 일찍이 교도들에게는 광한계가 우리의 근원이라고 이야기해 두었고 수계의 금신천뢰문은 자매문파나 다름없다고 전해두었다·
‘솔직히 연위는 인정하기 싫을 수 있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사이비 교단’인 무극교단은 이미 금벽호 시절의 금신천뢰문 100여개를 합친것만큼 세력이 거대해져 있었다·
우웅-
나는 교도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전신에서 들끓어오르는 힘과 인력을 거머쥐었다·
수 부 강녕 유호덕·
네 개의 오복기축을 쌓았다·
처음 오복기축을 보여주었던 서휼과 동격에 도달한 것이었다·
물론 이번 회차를 기준으로 하면 서휼은 아마 지금도 오복기축을 쌓기는 커녕 장님인 채로 쩔쩔매고 있을테니 내가 그보다 앞서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오복기축은 오행기축보다 압도적으로 합체기에 이르기가 편하지·’
오복기축으로 만들어진 기축장막은 그 자체로 합체 초기 수사의 합도영역의 차원막과 다를바 없었다·
오복으로 기축을 쌓은 이는 기본적으로 합체기에 들어가기가 압도적으로 편했다·
‘애당초 연위도 들어보면 4만년 전에 헌원의 체면을 생각해서 합체기에 들지 않았을 뿐 언제든 합체기에 들 수 있었다 했고·’
사실 나 역시도 광한천원과 오복기축에 기묘한 부조화가 있긴 했지만 그걸 무시하고서라도 언제든 합체기에 도달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이상한 것은 서휼이었다·
‘서휼은 수 부 강녕 유호덕의 축을 전부 쌓았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합체기에 안 올랐지·’
규련과 함께했던 회차에서도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규련과 결혼하는 게 싫다면 그녀보다 먼저 합체기에 냉큼 들어서 거부하면 됐을 터였다·
‘끝까지 합체기에 안 올랐지·’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서휼은 왜 합체기에 올라가지 않고 사축기에 머물며 오복축을 간직하는 것일까·
‘언젠가 분명 알 수 있을 터다·’
어쨌든 광한계에 도착하면 바로 합체기로 승급할 예정이었다·
지금처럼 좁은 심해도에서 합체기 승급천겁을 맞기에는 천뢰의 파사현정의 기운에 귀물들이 다칠 수도 있었기에 영 힘든 일이었다·
‘좌탈입망도 꽤나 숙련되어가는 중이라 육신에 의지하지 않고도 일격을 수십 번씩 사용 가능해졌다·’
이 정도면 심족으로서도 합체기급이었다·
즉 이번에 천 지족의 수선경지만 합체기급으로 올린다면·
‘제대로 된 합체기 삼태극을 발현할 수 있다·’
북향화도 최근 실력을 쌓는 중이었다·
근래에는 김연과 함께 광음역 전체를 개조해서 ‘광음성채’로 바꿔놓았다·
이제 광음역은 그냥 땅덩어리가 아니라 이동요새나 다름없게 변했다·
‘김연이 기억하는 합체기 괴뢰를 북향화 식의 합체기 괴뢰로 개조시킨 후 서 장군으로 탈바꿈시키면 천지심괴도 알맞게 맞출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된다는 것은·
꾸국-
나는 주먹을 쥐어보았다·
사실상 내 힘은 합체기 대원만 수준을 어느 정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전성기 괴군의 [그녀]가 와도 팔 하나는 가져갈 수 있겠지·’
천지족의 수행이 각각 합체기 대원만에 도달하면 전성기 [그녀]도 이길 수 있을 터였다·
‘···천지심괴를 전부 합체기 대원만으로 올려야 전성기 [그녀]를 이길 수 있다니···’
문득 그 사실을 생각하자 살짝 한숨이 쉬어졌지만 그러려니 했다·
비승하고 일천년 후 시점의 괴군은 합체기 태수와 요왕을 각각 200명 이상씩 갈아넣어서 [그녀]의 부속 부품으로 박아넣어 개조했으니 말이었다·
괜히 장익이 기운의 크기 하나만은 쇄성기라고 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에게도 북향화가 있고·’
현재 북향화는 이문법재로 진화할 계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성장하다 보면 괴군과 같은 일문법재가 될 터였으니 문제는 없을 터였다·
쿠구구구구!
나는 봉래도의 소금산과 염정의 대궐의 파장에 맞추며 역 태산열제공의 진언구결을 읊었다·
파아아앗!
소금산과 염정의 대궐은 작아지는 듯 하더니 내 손 위에 놓일 정도로 작게 변화했다·
수도자들이 흔히 쓰는 소형화 법술이었다·
천인기라면 잘해봤자 문파 하나를 소형화시키는 게 고작이지만 사축기 대원만 정도 되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맥을 소형화하는 것도 문제 없었다·
나는 소금산과 염정의 대궐을 든 손 위로 역 태산열제공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파아아아앗!
소금산이 진동했다·
그 어느때보다 강렬하게!
“으음·”
그는 소금산의 파장에 닿지 않으려는 듯 내려와서 내 뒤쪽에 섰다·
돌아갈 때가 되었다 생각해서였을까·
어깨가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지난 세월간 소금산을 내 파장과 맞게 동화시켰다·
‘이제 이 소금산은 사실상 내 법보나 다름없다·’
염정의 대궐은 아직 완벽하게 내것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소금산 하나만큼은 내것이었다·
[자아 그렇다면 광음성채의 교도들이여 모두 준비 되었는가?]
나는 사축기 본체로 돌아가며 교단 전체에게 물었다·
무수한 귀물들과 요족들이 일제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나는 내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김영훈 전명훈 오현석 김연 북향화 서란 시호 꽃바구니를 든 노인 위시혼 음와 백린···
“모두 지금까지 수고해 줬소·”
연위도 있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녀는 일단 광한계로 돌아간 후에 다시 접촉하는 게 좋을 터였다·
나는 그들 중에서도 나와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동료들 8인을 둘러보며 미소지었다·
하나같이 듬직한 이들이었다·
“그럼 이제· 가자 광한계로·”
분명 처음에는 금신천뢰문의 제자들 네 명 정도만 구하려고 시작했던 행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이렇게 많은 인연이 뒤따르게 되었다·
꾸구구구구국!
나는 강한 파장을 뿜어내는 소금산 법보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새하얀 파장을 뿜어내는 소금산 법보의 힘이 그대로 봉래도 주변을 감싼 거대한 액운의 인력을 무화시킨다·
[출발한다!]
김연과 북향화가 광음성채를 발동시켰다·
전명훈과 오현석 등은 인력으로 광음성채을 꽉 묶었고 김영훈은 선두에 서서 차원이동을 할 때 비승때처럼 공허간의 시들이나 심해 마물이 나타나면 베어버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나는 교주로서 김영훈보다도 선두에 서 증룡진인의 저물도에 있는 교염 백위익 녹주 등과 인력을 연결하고 같이 당기는 역할을 맡았다·
광한계에서 당기고 고력계에서 잡고 빠져나간다·
쿠구구구구구!
김영훈이 심해의 차원을 갈라내고 심해 마물들을 베어낸다·
그리고 그 틈새로 광음성채가 빠르게 날아간다·
이대로만 가면 선선히 증룡진인의 저물도에 도착할 터였다·
나는 선두에 선 김영훈과 얘기를 나눴다·
“형님 좌탈입망이라는 이름 말입니다·”
“음?”
“저도 저만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오 뭐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홍범이 꽃바구니를 든 노인을 밀치고 선두에 선 나와 김영훈에게 차를 가지고 왔다·
“드시면서 하십시오·”
“고맙다·”
홍범을 비롯한 동료들·
수하들 교도들·
너무나도 얻은 것이 많다·
위시혼과 음와는 아직까지도 신혼 분위기였고 북향화와 김연은 처음 만남과 달리 친해져 있었으며 백린도 육요와 대화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했다·
전명훈은··· 금신천뢰문을 완전히 구하지는 못했지만 전생 낙뢰자 시절의 그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고 오현석도 아직 창호자가 죽지 않았기에 건강한 느낌이었다·
연위는··· 솔직히 그녀의 문제는 헌원의 정신병의 근원을 없애기 전에는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녀 역시 나름대로 누명을 벗고 금신천뢰문에서 선조로 대우받는 중이었다·
서란은 송진을 떠나보냈을지언정 시호와도 원활히 잘 지내고 있었고 최근 연진과 만나며 태극진뢰신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것이··· 시호를 어떤 방식으로든 받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육요에게도 조금 욕심을 내는 듯했지만 아마 시호의 성격에 서란은 시호만으로 만족해야하지 싶었다· 어차피 육요는 봉래국으로 돌아갈 것이기도 했고 말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다들 경지가 오른것이나 수하들을 얻은 것이나 새로운 터전인 광한계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것 등·
하나같이 소소한 행복을 품고 있었다·
백린이 잡아들였다는 위윤이라는 육린의 반인반어족 꼭두각시는 최근 이지를 되찾고 부모와 재회했다고 한다·
그녀뿐이 아닌 광음성채의 무수한 교도들·
조화를 이루는 요족과 귀물들·
나를 믿어주는 이들·
그 모두가 내게 내려진 지복(至福)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이들은 나의 희망(希望)이었다·
나는 차를 건내주고 돌아가는 홍범이 광음성채 밑으로 떨어질뻔한 것을 잡아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조심해라· 그리고 다리에 뭐가 걸렸구나·”
“음? 심해에 있는 차원 조각의 물건인가 봅니다·”
꼬리를 문 검은 뱀 형태의 팔찌였다·
“법보 같은데··· 주인님께 바치겠습니다·”
“고력계는 확실히 보물이 굴러다니는 차원이라니까·”
김영훈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흠 사실 신외지물에 의지하진 않겠다고 다짐은 했다만 솔직히 마검이나 요도 모으기는 재미가 들러서 자주 하게 되지 뭐냐· 고력계의 심해 차원은 조금만 뒤지면 하도 뭐가 많이 나오니까 말이다·”
“최근에 주운 검이 하나 있는데 필요하십니까? 염정으로 만들어진 법보인데···”
“됐다 너 써라· 네가 주운 것까지는 뭐···”
난 빙긋 웃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여하튼 원래 형님의 경지명인 좌탈입망(座脫立亡)은 입망(立亡)이라고 쓰잖습니까·”
“그렇지·”
나는 평안한 얼굴로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 경지명은··· 이것입니다·”
파아앗!
나는 총천검을 잡고 빠르게 검무를 추었다·
검이 움직이며 허공에 글씨를 수놓는다·
좌탈입망(座脫入望)·
입망(立亡)이 아닌 입망(入望)·
서서 입적에 드는 것이 아닌 희망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나의 바람(望)을 드러낸 이름·
그것이 좌탈입망(座脫入望) 이었다·
김영훈의 경지명과 발음은 같으나 뜻은 다른 이름이 바로 그것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복(福)이 이 어깨에 걸려있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희망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것은 나의 바람이자 동시에 포부였다·
그리고 좌탈입망(座脫入望)이라는 이름에 바람을 불어넣었을 때였다·
찌릿 찌릿-
나는 내 손에 들린 소금산에서 어떠한 음성이 들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건···’
아니 아니었다·
소금산에서 음성이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나는 소리다·’
내 뇌리 한켠에 남아있는 수계에서 소금기둥이 되었던 이후에 얻었던 지식·
그 지식이 용해(溶解) 되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며 소금산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왔다·
“수선(修仙)이란 곧 참오다···”
그것은 태산열제공과 역 태산열제공의 진언구결 중 일부였다·
“자그마한 소금알갱이들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우우웅-
내가 진언을 소리내어 욀 때마다 소금산에서 빛이 더더욱 뿜어졌다·
“참오를 통하여 산(山)을 쌓아 가라··· 소금의 산을 쌓는 것만이 가장 빨리 하늘에 도달하는 것일지니···”
우우웅-
여기까지는 내가 평소에도 외던 진언이었다·
쿠구구구구구-
“으음 은현아 그 액운의 인력이란 게 들러붙는 모양이다? 잘은 모르겠다만···”
옆에서 김영훈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말 그대로 점차 다시 광음성채 주변으로 액운의 인력이 우리를 휘감고 있었다·
고력계에서 벗어날수록 더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금산을 들어올리며 방금 머릿속에서 용해된 또 다른 진언을 입에 담았다·
[서로가 서로의···]
이것은 진언이었으나 동시에 노래였다·
[손을 잡고···]
이 노래는 인연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모두와 함께···]
여기에서 말하는 ‘바다’란 첫 진언에서 나온 ‘바다’와도 일맥상통했다·
자그마한 소금알갱이들이 모인 바다·
참오와 번뇌의 세계·
[소금을 들이키며···]
소금은 곧 참오·
모든 인연이 서로 함께 참오하는 수선(修仙)·
그것이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서로의 것을 약탈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살피는 수선의 세계가 노래되었다·
[바람과 함께···]
나는 눈을 감았다·
이 노래·
그러니까 역 태산열제공의 두 번째 진언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나의 바람(望)을 가슴에 품었기 때문이리라·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바람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이 진언은 그 자체로 그것을 증명한다·
바람을 품은 것만으로 영기를 끌어올리지도 않았는데 영언이 되어 말이 울려퍼진다·
[날아올라라·]
나는 마지막 세 소절의 진언을 떠올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이 바로··· 산의 정상에 닿는 법이리니·]
파아아아앗!
소금산에서 휘영청 밝은 빛이 터져나오며 온 천지를 물들였다·
알갱이같은 천지영기가 광음성채를 뒤덮으며 액운의 인력을 그대로 무화시켜 버린다·
새하얀 빛이 내 손 위쪽에서 하늘의 문을 여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남은 두 소절을 부르기 위하여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를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나의 사람들과 함께 희망으로 걸어갈 것이다·
연위는 이 세상에는 절망뿐이라고 했지만 그 말은 틀렸다·
희망을 바라고 또 바란다면 분명히 희망이란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새하얀 빛 너머·
새카만 하늘이 드러났다·
천지천상 우주 전역을 깔아뭉갤 듯 거대하고 패압적인 태산(太山)이 눈 앞에 들어왔다·
그 태산은 무수한 이들의 피가 굳어있었고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뼈와 시체가 박혀있었다·
그것은 절망과 공포 탐욕과 고통으로 쌓아올려진 산이었다·
그 태산의 끝은 우주의 끝에 닿을 듯 높았다·
그리고 나는 태산 정상에 있는 [어떤 것]과 눈이 마주쳤다·
따악!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내 뒤에 있던 무극교단이 증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