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3)
시선이 집중된다·
괴군과 헌원을 비롯해 저 멀리서 끈적한 서휼의 시선마저 이쪽으로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나를 진선이라 오해하는 건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구려 사조· 나는 진선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녀는 내 말은 듣지 않고 오히려 내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렸다·
[위대하신 존재이시여· 부디 이제 그만 저희 문파를 놓아 주소서· 저희는 고작해야 수계의 작은 문파일 뿐이나이다· 시조의 전설을 진짜로 믿고 따르는 제자들조차 그렇게 많지만은 않사옵니다· 저희는 시조의 행적과는 발끝만치도 상관없는 존재들이오니 부디 시조께 당한 것이 있으시더라도 저 하나로 노여움을 풀어주소서···!]
내 발이라도 핥을 듯한 그녀의 기세에 내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였다·
번쩍!
비둔술의 둔광이 번뜩이더니 그 찰나 헌원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연위의 투영을 걷어찼다·
꽈아앙!
헌원에게 배를 걷어차인 연위는 그대로 튕겨져 나가 기묘성채의 기둥에 부딪혔다·
헌원은 연위를 노려보며 그르렁거렸다·
“지금 뭘 하는 거냐 금위···!”
[···헌원·]
그녀는 헌원을 보더니 몸을 흠칫 떨었다·
[눈이 멀었군· 그 빛나던 눈에 완전히 초점이 없어졌어····]
‘하’하고 짧게 웃은 연위는 비참한 듯 입술을 악물었다·
[처음부터 예상은 했지· 내가 눈알을 뽑으며 네놈 혼에 틀어박힌 위대한 존재의 오염을 뽑아내려 할 때에 그 오염이 네놈의 눈을 재생시키며 힘을 부여하는 것도 느껴졌으니까· 네가 후에 얻은 영안 신통은 필시 누군가가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은 해 왔다·]
그녀는 씁쓸한 눈으로 헌원을 바라보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누군가가 부여한 것이라면 부여한 자가 얼마든지 회수할 수도 있을 테지· 그렇지 아니합니까· 신이시여····]
그녀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머저리의 정신을 봉합할 때 느꼈던 힘· 천라라는 존재를 쫓으며 느꼈던 기척· 그리고··· 당신에게서부터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던 어떤 기운· 그것들은 전부 동일했습니다·]
비척거리던 연위는 내 앞으로 걸어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신이시여·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께서 저와 전명훈 그리고 당신의 추종자들을 그 익숙한 기척의 소금산으로 데려갔던 바로 그날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습니다·]
쿵!
그녀가 내 앞에서 머리를 찧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으로는 당신을 믿었습니다· 아아 위대하신 분이시여· 부디 당신께서 그 요사스러운 천뢰번의 주인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셨듯 이번에는 불행을 선사하지 않으리라고· 하지만 저희 필멸자들은 감히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 당신의 뜻이었던가 봅니다· 그래 분명 필요하셨으니 사용하신 것이겠지요· 저희 시조께서도 그러한 분이셨으니· 하나 부디 이 미천한 것이 청하나이다·]
쿵! 쿵!
그녀는 자신의 투영체를 실체화까지 해 가면서 머리를 찧었다·
느껴졌다·
투영체지만 수계에 봉안되어 있는 사당의 혼과 연결되어 이 고통을 전부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었다·
[부디 저를 마지막으로 잡수시고 후예들은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쿠웅!
그녀의 말에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 보려다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전에 헌원의 정신을 봉합하면서 느꼈던 [천라]의 기척·
그리고 내가 데려갔던 봉래도 소금산의 기척 마지막으로 내가 체화한 멸법진언의 기척들이 동일하다는 것을 느끼며 나를 완전히 태산의 주인의 화신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즉 그녀의 입장에서 현재 나는 4만 년 전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 냈던 헌원의 광증의 원인이 되는 존재이자 그녀의 인생을 불행으로 밀어넣었던 원천인 것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사실 어쩌면 이게 나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일지도 몰랐다·
지구에서부터 와서 본인들도 빠르게 힘을 쌓는 동료들이 아니라면 이게 나를 보는 정상적인 시선이리라·
여기서 내가 진선이 아니라며 오해를 풀 방법이 있긴 했다·
그건 바로 회귀를 밝히면 되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이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에 당황하여 입을 뻐끔거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처지를 구원해 준 것은 다름 아닌 헌원이었다·
콰악!
그는 연위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며 아까보다도 더더욱 격노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말했지 금위· 뭐 하는 짓이냐 물었다·”
[···내가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 아무 상관 없지 않으냐·]
“상관이 왜 없느냐· 지금 너는 저 녀석에게 내게 진 빚을 갚지도 않고 너를 바치겠다는 것이냐?”
[빚? 무슨 빚· 아아 설마 네 눈알을 파낸 것 말이냐? 하! 사람을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하는 그 눈알은 네게 과분한 것 같아 뽑아 줬다· 오히려 빛을 잃어버린 그 눈이 네게는 더 어울리는구나!]
그녀는 헌원을 비웃으며 소리쳤다·
[몇 번이고 말해 주지 눈알 병신· [천라]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내 손으로 죽인 금신천뢰문 제자는 여지껏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조차도 네가 알던 천라가 아니고 내 사형일 뿐· 알겠느냐!]
“헛소리하지 마라! 너는 분명 네 동문을 모조리 잡아먹은 괴물이다! 너는 내 모든 것을 뺏어 갔어! 그 빚을 갚기 전엔 절대 네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걸 볼 순 없다!”
[···어리석은 놈·]
연위는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 헌원을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그녀의 눈에는 아릿한 그리움과 까마뜩한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그날의 약속은 기억을 못 하고 감정만 남아서 되도 않는 논리로 나를 막는 꼴이란··· 추하구나· 추하고 추하여 또 추하구나 나의 옛 정인아··· 나를 막고 싶으면 그날의 약속부터 기억해 내라·]
지금은 뇌전으로 된 투영체 상태이지라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육신이 있었다면 지금 울고 있었으리라 짐작하였다·
그만큼 지금 연위의 의념은 비통하였으니까·
“헛소리· 나는 너와 정략으로 한 맹약 외에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다···!”
[····]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투영체 상태에서 헌원의 손을 투과하며 벗어나 내 앞에 다가왔다·
연위는 헌원을 흘긋 보더니 무릎을 꿇지는 않고 허리를 다시 숙였다·
[부디 위대하신 존재께서 청을 들어주시겠나이까·]
나는 어렵게 어렵게 입을 떨어뜨렸다·
“···저는 진선이 아닙니다· 나는 그냥··· 한 명의 사람일 뿐입니다· 당신들과 같은····”
[····]
연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심상 속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속마음에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끝의 끝까지 저희를 농락하려 하시나이까····
그리고 그 생각과 동시에 무언가 힘이 빠졌는지 연위의 투영체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헌원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화가 난 얼굴이었다·
뿌드득-
[무릎 꿇지 말라고 했다· 위···!]
쿠구구구!
헌원의 주변으로 음양오행의 힘이 넘실거리기 시작했고 내가 헌원을 제압하려 할 때였다·
쿠우웅!
공격을 가하려던 헌원의 몸은 다음 순간 한 개의 괴뢰에 의해 깔려 버렸다·
[그녀]였다·
쿠구구국!
[그녀]는 [흑 제후]의 몸에서 나오는 검은 기운과 연동되며 어마어마한 거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헌원은 그러한 [그녀]의 밑에 깔려 완전히 제압되었다·
“내 세계에서 아주 경극을 펼치는구나· 개조되기 싫으면 도착하기 전까지 입을 썩 닫고 있어라!”
분명 본신 경지는 사축기 중기에 불과한 괴군의 말이었으나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헌원은 연위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을 철철 담아 노려보며 [그녀]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고 연위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눈을 내리깔고 투영을 해제하며 사라졌다·
“네놈도 이제 그만 문제를 일으켜라· 내 성질을 건드리지 말아라· 내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분노를 참고 있음을 기억하여라·”
괴군은 나에게도 경고를 주며 기묘성채의 조종을 서둘렀다·
나는 자리에 서서 잠시 연위의 말들을 떠올렸다·
지금껏 나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언제나 말을 조심하고 미래를 조심했다·
하늘은 우리 편이 아님을 진즉에 알았기에 우리에게 어떤 액운이 덮쳐 오더라도 이겨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내 행적을 보고 저런 감상을 가지는 자들도 있는 것이다·
‘나는 너무 오만했는가·’
생각해 보면 그랬다·
늘 내가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신경 쓰고 있었지만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입장을 신경 쓰진 않았었다·
당장 얼마 전에 인족을 그들의 터전에서 내쫓았을 때마저·
본인의 목숨보다 영토가 중한 이들도 있었을 수 있었건만····
강한 힘으로 모두를 이끌자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끔을 당하는 자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는 괴군에게 무심코 물었다·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뭐냐·”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으시겠지요?”
“···당연하지·”
“만약 내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나와 다르다면··· 그러니까 내가 지키고자 했던 이는 정작 내게서 지켜지고자 하지 않았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방금 전 그 여자와 관련된 얘기더냐·”
그는 잠시 나를 흘긋 보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며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군·”
그는 내 질문에서 나름의 화두를 얻은 듯 분노마저 잊고 뭔가를 고심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문득 그가 내게 질문했다·
“내 제자에게 범인들의 무공을 가르쳤다지?”
“예·”
“그 무공의 수준은··· 내 옛 벗과도 내 정인보다도 훨씬 높다고 전달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연과 기묘성심전을 통하여 뭔가 많은 대화를 나눴던 모양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나는 내 정인의 무학이 완성할 곳을 향해 무공과 무림인들의 의념을 연구하여 기묘성심전을 완성했지· 그렇다면··· 내 제자에게 그런 수준의 무공을 가르친 너라면 알고 있겠지·”
그가 질문했다·
“무공으로도 수도자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느냐· 그리고 만약 이길 수 있었다면 그 무학의 이름은 무엇이고 그 경지의 이름은 무엇이냐·”
나는 괴군의 눈을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런 시절도 있었지·’
무공으로 수도자에게 도전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미친듯이 고련했던 시절·
그 시절에 붙었던 이름·
“월도입천무(越道入天武)· 범인이 하늘을 이길 수 있는 법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를 쓸 수 있는 경지를 월도입천이라 칭하지요·”
“입천(入天)····”
괴군은 이 이름을 잠시 입에서 굴려 보는 듯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 경지에 달한 네 눈에 나는 어찌 보이느냐· 나는 네가 말하는 월도입천에 도달했느냐· 나에게 마음을 맡긴 이들 대신에 수도공법으로라도 그 경지에 이르고자 평생을 바쳐 왔다만··· 심상을 조금 읽는 것에 그쳤을 뿐이다· 네 눈에 나는 어떻지?”
나는 잠시 그를 보다 말해 주었다·
“반보(半步)· 딱 그 정도 걸쳤습니다·”
“···그런가·”
괴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지키고자 했던 자들의 마음이 다르면 어찌하느냐라 물었었지· 보아라· 평생토록 마음을 바쳤지만 나는 네가 말하는 입천에 들지 못했다· 지키고자 했던 이도 지키지 못했으며 얻고자 했던 것은 하나도 얻은 것이 없다· 그게 인생이요 운명이 아니더냐·”
그는 어딘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노려보는 곳은 이쪽을 쳐다보는 서휼이 있는 곳이었다·
“저 멀리서 이쪽을 음험하게 쳐다보는 사갈 놈조차 그렇게 노력했건만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했지· 어차피 이 세계는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 따윈 하나도 없다·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라· 남들이 어찌 생각하는지 그런 건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서는 손을 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라·”
스륵-
괴군은 [그녀]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게··· 내가 이 기묘하고도 괴상한 세상에서 고통을 머금고도 아직까지 살아 있는 유일한 이유니까····”
뭔가를 떠올린 듯·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힘이 없었다·
그 말을 끝으로 나와 괴군은 더 이상의 사담은 나누지 않았다·
사흘 후·
괴군의 기묘성채는 건곤중역에 도착했다·
-준비는 됐나 서휼?
나는 심어로 서휼에게 질문을 했고 놈이 답을 해 왔다·
[당길 준비는 거의 끝나 갑니다· 한데····]
-한데?
[그 존재가 예상보다 빨리 광한계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뭣! 언제쯤 도착한다는 거지!
[···반나절 후면 도달할 것입니다·]
나는 그 말에 침음성을 흘렸다·
-알겠다· 신호를 주면 당길 준비를 해라· 괴군이 잡고 내가 밀어 볼 테니·
[예 알겠습····]
그리고 그때였다·
꾸과과과광!
광한계 전역이 뒤흔들리며 천기가 급작스럽게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하늘을 쳐다보았고 서휼 쪽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나는 서휼의 연락을 받고는 분노를 토해 내며 소리쳤다·
“서휼! 이 무슨····”
[···죄송합니다 서 도우· 그것들과 귀도음화선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몰랐었기에 예상을 못 했군요·]
“제길··· 됐다!”
나는 괴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괴군은 내 설명을 듣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것봐라· 어차피 세상에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제길 제길 제길···!”
나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 되어 이를 갈아 댔다·
귀도성모는 서휼의 예측과는 달리 이쪽의 공령지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대신 강민희는 섭명함이 있는 내 동료들 쪽에서 소환되고 있다고 하였다·
섭명함이 강민희를 불러들인 것이 분명했다·
지금 당장 안계 지역의 끝자락에서 심족 영역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는 중인 동료들에게 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방법이 없다·
내 머리가 하얘지려 할 때였다·
츠츠츠츳!
나와 기묘성심전이 이어져 있던 김연이 내게 기묘성심전을 통해 전음을 보냈다·
[지금 당장 오실 수 있으세요?]
“···아니· 여기는 건곤중역이야· 지금 당장 가기에는····”
[향화가 방법이 있다고 해요·]
“뭐!”
나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방법이 뭐지?”
[일단··· 향화의 의식을 그쪽으로 보낼게요·]
우우웅!
그와 동시에 김연의 의식이 북향화와 이어지며 김연에 의해 이쪽으로 북향화의 투영이 나타났다·
파아앗!
북향화가 기묘성채 안에서 조연과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조연 어르신· 까마득한 후배 북 모가 수계 모든 장인들의 우상을 뵙나이다·]
그녀의 말에 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는 또 뭐냐·”
“···이전에 말했던 연이가 도움을 받았다는 기문법재의 장인입니다· 현재 이문에 가깝지요·”
그러나 내 설명에 괴군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네가 조씨세가의 핏줄이라고?”
[예?]
“이상하군··· 네가 조씨세가의 핏줄일 리가 없는데··· 절대로····”
[그게 무슨····]
“뭐 됐다· 자세한 건 나중에 듣지· 그래서 왜 온 거냐·”
괴군의 질문에 북향화는 정신을 차리며 수결을 맺었다·
동시에 우리의 앞에 어떠한 도안이 떠올랐다·
[수계 장인들의 정점께 보여 드리기엔 미천하지만 이것이라면 건곤중역에서 이곳까지 오시기는 충분할 것입니다·]
“그건····”
괴군은 흥미로운 듯 그녀가 보여 준 도안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계멸천공진의 도안이었다·
그러나 나는 답답한 마음에 되물었다·
“지금 한시가 급한데 그걸 만들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차라리 저와 힘을 합쳐 기묘성채로 날아가시지요!”
그러나 내 말에 괴군은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시간이 어디 있기는! 시간이 뭐 얼마나 필요하다고 그러느냐!”
“예? 그게 무슨····”
키이잉!
괴군의 손짓에 어딘가에서 인간형 괴뢰가 날아와 북향화 앞에 섰다·
“말은 필요 없다· 보여 줄 테니 보고나 있어라· 너는 조씨세가의 핏줄은 아닌 거 같으니 내 조수로 잠시 써 주도록 하지· 내 가문도 아니면서 어찌 기문법재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기문법재라면 보조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터!”
괴군의 말에 북향화는 괴군이 가져온 괴뢰 안쪽으로 빙의하며 열정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영광입니다! 괴군 조연 어르신!”
“자아 보여 주자꾸나! 장인들의 힘을!”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기묘성채의 장치들이 움직였다·
동시에 괴군과 북향화가 힘을 합치며 건곤중역의 공령지를 대지에서 뜯어 내며 순식간에 기묘성채 안쪽에 계멸천공진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미친····’
몇 번이나 괴군을 보아 왔지만 솔직히 20만 년에 가까운 나이를 먹어 왔어도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되었다·
철컥철컥철컥··· 쿠웅!
웅장한 소리가 울리며 기묘성채의 중앙에 광음역에 설치된 것보다 크기는 작지만 더더욱 정교한 계멸천공진이 들어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임시로 만든 거지만 쓸 만은 하겠군! 자아 그럼 가 보자꾸나!”
괴군이 땀을 닦으며 계멸천공진을 발동시켰고 기묘성채가 공간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락!
수천 수만 리를 주파하며 우리는 순식간에 귀모전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