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마음(3)
“이제 뭘 할 거지?”
밤이 되었다· 조연은 동굴에서 불을 피우며 그녀에게 물었다·
조연의 물음에 하은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제 목적은··· 스승님의 복수였습니다· 스승님께서는 복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습니다만··· 마음이 복잡합니다·”
“복잡할 게 있느냐· 하고픈 것을 하면 되지 않느냐·”
“저는 스승님의 길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따라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조연의 질문에 하은은 자신의 가면을 매만졌다·
“저는··· 태어나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지금이야 환골탈태를 하며 손가락이 떨어졌습니다만 날 때부터 오른손의 손가락 중 약지와 소지가 붙어서 태어났지요· 거기에 역병을 앓아 부모님을 잃고 곰보가 수두룩하게 되니··· 어렸을 적부터 모두가 저를 거렁뱅이 년이라 부르며 침을 뱉고 멀리했습니다·”
움찔!
조연은 그녀의 사연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제 흉한 외모 탓에 누구나 저를 혐오했고 제가 쳐다보는 것만으로 저주와 역병이 옮는다며 제가 똑바로 보지조차 못하게 했지요· 눈을 꿰매 버린다는 협박까지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열두 살 때 저희 마을에 스승님이 오셔서 마을에서 부당하게 자릿값을 받고 미약을 밀매하는 사파들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타닥 탁····
조연은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들었다·
“모두가 제 시선을 받으면 혐오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께서는 오히려 제가 그분의 창끝을 계속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제자로 삼으셨지요· 제 외모와 장애를 가지고 저를 차별하지 않으시며 협행(俠行) 도중 만난 제자들과 똑같이 취급해 주셨습니다·”
하은은 자신의 가면을 계속해서 매만졌다·
“그분은 의로운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의기를 시기하여 다른 문파들의 질시를 받았고··· 수도자란 존재들이 문파들의 청탁을 받아 스승님의 세가를··· 불태우기 시작했지요·”
덜덜덜····
그녀의 손끝이 떨렸다·
“세가가 불탔고 스승님은 수도자들의 협공에 패배해 단전이 망가져 폐인이 되셨습니다· 수도자들은 스승님을 비웃으며 폐인이 된 스승님을 그분을 질시하는 무리 가운데에 던지고 사라졌습니다····”
“····”
뚜드득····
조연은 이를 갈았다·
그는 수도자로서 월씨세가를 습격한 수도가문이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조씨세가!
바로 그의 가문이 그의 붕우를 잔인하게 짓밟아 버린 것이었다!
“저는 그 속에 뛰어들어 다른 무림인들을 쓰러뜨렸고 스승님을 업고 뛰는 와중에 얼굴에 화상도 입었습니다· 그 덕에 얼굴에 이런 흉이 지게 되어 가면을 쓰고 다닙니다만··· 후회는 없습니다· 스승님을 구하긴 했으니까요· 그 후 숨이 끊어져 가는 스승님을 간호하며 그분이 간혹 정신을 차리실 때마다 무공을 지도받고 복수를 맹세했습니다· 반드시 간악한 복수의 대상을 전부 내 손으로 없앨 것이노라고····”
조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러나 스승님께서는 마지막에 가시면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기에 저는 스승님처럼 의기롭게 협행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따라야 하여 스승님처럼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어찌해야 할까요·”
“···우선 나는 네게 사과를 해야 한다·”
조연은 일어나서 월하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네 스승· 월비의 무공을 폐한 수도자들은··· 수치스러우나 내 가문의 일원들이다·”
그의 입에서 진실들이 흘러나왔다·
수도계의 진실들·
그리고 조씨세가가 일에 개입하게 된 경위 등····
“내가··· 부끄러운 가문을 대신하여 사과하마· 아니 아니··· 사과드리겠소·”
“····”
하은은 복잡한 눈빛으로 조연을 바라보았다·
얼마간 둘 사이에는 참묵이 맴돌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모닥불이 타오르는 동굴 안·
그 안에서 하은은 조연을 때렸다·
처음에는 감정을 절제하고서 때리던 구타는 점차 강도가 강해져 조연의 얼굴에서 피가 날 정도가 되었다·
얼마간 조연을 때리던 하은은 결국 조연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엉엉 울었다·
조연은 구슬피 우는 하은을 달래려는 듯 그녀를 살며시 안아 주었고 월하은은 조연을 같이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울었다·
등이 굽은 남자와 얼굴이 망가진 여자는 두 사람을 이어 준 한 무인을 떠올리며 밤새도록 불 앞에서 울음을 토해 냈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지난밤에는 송구했습니다·”
“아니오· 나야말로 그를 더 일찍 신경 쓰지 못해 미안하오·”
“···아닙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선배님께서도 슬프셨을진대 제 마음 하나를 주체하지 못하였으니····”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조연을 바라보았다·
“선배님께서는 앞으로 무얼 하실 겁니까?”
“나는··· 글쎄· 계속 강호를 유랑할 것 같구려·”
“그렇다면··· 선배님을 따라다니겠습니다· 선배님을 계속 호위하여 드리도록 하지요· 어제 일에 대한 사죄이기도 합니다·”
“으음 그대가 날 호위한다고?”
조연은 재밌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그는 장난스럽게 하은에게 질문했다·
“그렇다면 말이오· 혹 아예 내 제자가 되는 건 어떻겠소? 기록에서 찾아보니 오기조원은 우리 수도자들처럼 오행영근을 얻는다지· 수도공법을 수련할 수 있다 하는데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소·”
월비에게도 했던 질문!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조연은 생각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은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감사하오나 역시 됐습니다· 제게 스승은 오직 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역시 무공이 좋습니다·”
“하하하하하!”
월비와 비슷한 대답에 조연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소 미안하오· 마음대로 하시오· 나는 계속 강호를 유랑할 생각이고 날 따라다니며 원하는 걸 하시오·”
“알겠습니다· 앞으로 선배님을 따라다니며 스승님처럼 할 수 있는 한에서 협행을 하겠습니다· 선배님을 따라다니면 스승님 같은 최후를 맞지 않을 테니 이는 스승님의 유언을 지키는 것이기도 할 테니까요·”
“그 역시 마음대로 하시오· 단 나는 수도자라 범인들의 마을에서 오래 머물지 않을 수 있소· 아마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과 들에서 많이 지낼 게요· 민중을 위협하는 사파나 악적보다는 요괴나 마물을 상대할 때가 많을 거요· 이번에 대형 문파 셋을 내 의지에 따라 밀어 버렸으니 그를 위해 가문에 요수의 내단을 보내 공적을 채워야 해야 하오· ···괜찮겠소?”
“괜찮습니다·”
“그럼 따라오시구려·”
그렇게 두 사람은 여정을 떠났다·
복수를 마친 한 수도자와 한 무인은 방방곡곡을 떠돌았다·
벽라국 연국 성제국····
그리고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요물들을 해치웠다·
강시 매구 식인귀 흑사 백골귀 미쳐 버린 해룡 등·
둘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삿된 것들을 처리했다·
쿠웅!
하은은 미쳐 버린 채 전신에서 번개를 뿜어내는 해룡의 머리에서 자신의 창을 빼냈다·
“후 강하군요·”
“괜찮소?”
조연은 하은의 옆으로 다가가 요상약을 건넸다·
약 5년·
수년 동안 함께 다니며 요물들을 해치운 둘은 어느새 꽤 가까워져 있었다·
스승의 친우와 친우의 제자라는 관계에서·
둘은 점점 가까워져
한 명의 수도자와 한 명의 무인·
한 명의 사람과 사람·
한 명의 동료와 동료로서 사이가 가까워졌다·
조연은 하은의 상처 위에 요상부를 붙여 주었다·
“으음 상처가 꽤 깊군· 요상부로도 안 되겠구려· 요상약도 다 떨어졌고··· 일단 근처 마을에서 하룻밤 보내며 요상약을 조금 더 만들어 보겠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은은 가까이 다가온 조연을 보며 살짝 고개를 뒤로 내뺐다·
어쩐지 그녀의 목덜미는 살짝 붉어져 있었다·
두 동료는 비행법기를 함께 타고 근처의 마을에 도착했다·
“허 허억! 신선님들이시군요! 서약 마을에 어서 오십시오!”
“서약 마을이라 좋은 이름이군· 오늘 우리 둘이 마을에 물으려 하외만 자리가 있소?”
“아 예! 두 분 다 저희 집에 모시겠습니다· 다만··· 혹 신선님들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지요?”
그 말에 조연과 월하은은 서로를 쳐다보고 촌장에게 말했다·
“부탁이 뭔지나 말해 보시구려·”
“아···! 저희 마을의 뒷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흑사(黑蛇)가 살고 있습니다· 그 흑사의 뱃속에 들어간 사람의 수가 벌써 몇십이니··· 부디 신선들께서 그 검은 뱀을 잡아 주십시오!”
촌장의 부탁에 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지금 당장 가서 퇴치해 드리지요·”
“좋소 우선 하룻밤을 묶고 체력을 회복한 다음 치워 주지·”
두 사람의 의견이 조금 엇나갔다·
월하은은 말했다·
“하루빨리 검은 뱀 요괴를 해치워 주어야 마을 사람들도 더 안심하고 지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조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다 낫지 않았소· 치료하고 상대하는 게 안정적이요·”
“괜찮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조금 더 참을 수 있고 증언을 보아하니 축기기에 간신히 들 정도의 요수입니다· 저희가 빠르게 잡을 수 있지요·”
“흐으음····”
조연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눈에 깃든 의지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의지가 그렇다면····”
그렇게 둘은 바로 검은 뱀 요수를 잡으러 서약 마을의 뒷산으로 향했다·
쿠구구구구!
검은 뱀 요수는 흉포한 눈빛을 내보이며 둘에게 달려들었다·
하은은 허공답보를 펼쳐 뱀 요수의 공격을 피하며 뱀의 비늘 사이를 단창으로 노려 강기로 체내를 헤집었다·
조연은 자신이 만든 법기들을 주변에 띄우며 뱀 요수를 밀어붙였다·
순조롭게 두 사람이 뱀 요수를 상대할 때였다·
키야아악!
뱀 요수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꼬리는 채찍과 같이 일순간 음속을 돌파했고 하은의 상처를 강하게 헤집었다·
“크윽!”
하은은 신음을 흘렸고 그 틈을 향해 뱀이 그녀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하였다·
콰아앙!
그녀는 호신강기를 급히 둘러 충격을 최소화시켰지만 그만 가면이 박살 나고 말았다·
“으읏···!”
하은은 가면이 사라지자 당황하며 조연을 바라보았다·
수치스러운 듯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찰나 다시금 검은 뱀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고 조연이 빠르게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갈!”
화르르르륵!
조연은 격노한 표정으로 불꽃을 뱀의 입 속으로 뿜어냈다·
뱀의 생명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한순간·
뱀은 의식을 거의 잃어 가며 조연에게 달려들었다·
콰악!
뱀의 이빨이 조연의 피부를 긁었다·
조연은 피부가 찢어졌고 독기가 안쪽으로 퍼지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은은 기겁하며 창강을 뿌렸고 검은 뱀은 마침내 얼굴에 구멍이 뚫리며 잠들었다·
월하은은 조연을 안아 들고 허공답보를 펼치며 안색이 창백해진 상태로 빠르게 서약 마을로 돌아갔다·
“아 안 돼요· 죽으면 안 돼!”
평소에는 가면이 없으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던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가면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달렸다·
마침내 서약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마을의 유일한 의원인 책방네 선비를 데리고 와 조연을 치료하게 했다·
책방네 선비는 조연을 치료해 주었다·
하은은 이를 잘근잘근 짓씹으며 조연이 치료될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렸다·
책방네 딸이 동화책을 가지고 그녀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조연이 치료받는 곳을 힐끔거렸다· 그러나 둘은 딱히 서로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그리고 의외로 치료는 빠르게 이뤄졌다·
검은 뱀이 독을 자주 살포하기에 해독약은 늘 마을에 있다는 것이었다·
“흠흠 그렇게 급하게 올 필요는 없었소만· 축기기 수사의 자체적인 해독력으로 치료 가능하오· 그 정도라면····”
“아···! 다행이네요·”
하은은 밝게 웃었고 조연은 잠시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얼굴을 가렸다·
“아 아··· 그 맨 얼굴을 보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흠····”
그녀는 허둥지둥거리더니 근처 아낙네에게 흰 천을 얻어 그걸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후 부끄러운 상황을 넘기려는지 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그··· 그건 그렇고 몸이 약하시군요· 뱀이 마지막에 달려들 때에도 기초적인 무공이라도 아셨으면 빨리 피할 수 있으셨을 거예요·”
“음··· 그렇긴 하다만 난 수도자라서 법력에 내공이 섞이면 오히려 수행이 한참 느려지게 되외다·”
“내공을 안 쓰는 외공과 간단한 초식 정도는 익히실 수 있잖아요? 그걸 가르쳐 드릴게요·”
그녀는 막 생각난 주제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조연과 함께 마을 중앙으로 갔다·
하은은 양손에 단창을 잡고 조연에겐 근처에서 지나가는 노인들에게 적당한 부채를 빌려 쥐게 해 주었다·
“꼭 무기를 써서 전투하진 않더라도 몸놀림이라도 익혀 두시면 많이 도움 될 거예요· 따라 해 보세요·”
“음 알겠소·”
해 질 녘·
두 남녀는 춤사위 같기도 한 무공을 수련했다·
하은의 창이 움직일 때마다 조연의 손에 들린 부채도 움직였다·
하은의 동작을 따라 조연이 똑같이 움직였다·
하은이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았고 조연도 따라 세 번 돌았다·
조연의 부채 끝과 하은의 창끝이 세 번 다시 스쳤다·
하은은 조연을 보며 말했다·
“잘 따라 하시는군요· 이번에는 보법과 품에 파고드는 초식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얼마간 마을의 중앙에서 춤 같은 무공을 같이 펼쳤다·
점차 해가 질수록 구경꾼들이 많아졌다·
월비를 거쳐 월하은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 비익창·
그 무공은 꽤나 아름다웠다·
두 남녀가 같이 무공의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은 둘의 천형에 상관없이 퍽 보기 좋았다·
“자 그럼 다시 처음부터 해 보겠습니다· 단 이번에는 선배께서 중간중간에 공격을 해 주세요·”
다시금 둘의 초식이 펼쳐졌다·
조연은 잠시 덩실덩실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 듯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타앗!
그는 빠르게 움직여 하은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엇···!”
하은은 피하려 했으나 일순간 조연의 의념이 비틀리며 이상한 궤도를 그렸기에 미처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순간 조연의 손이 하은의 얼굴을 가린 천을 벗겨 냈다·
“아 안····”
하은은 당황했으나 조연은 천을 던져 버리며 웃었다·
“얼굴을 보고 싶소·”
하은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됩니다· 너무··· 추해요· 당신에겐 보여 드릴 만한 것이 아니 됩니다·”
“괜찮소·”
조연은 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름답소· 그 모습 또한····”
그의 목소리는 작았으나 마을 중앙에 똑똑히 들렸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러나 두 남녀는 서로만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하은은 눈물을 흘렸다·
등이 굽은 곱사등이와 얼굴이 망가진 여인은 각자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로 변하였다·
하은은 울었다·
그러면서도 조연과 함께 비익창의 무공 초식을 펼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은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조연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조금 부족한 사람들끼리 춤을 계속 춰 볼까요·”
“예쁘기만 하다니까·”
둘은 계속해서 사위를 추었고 마침내 해가 완전히 지고 달이 뜰 무렵에야 둘의 사위는 끝이 났다·
서약 마을의 촌장은 그들의 마을을 구해 준 두 신선에게 다가가 읍하며 말했다·
“마을을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선님· 선녀님··· 검은 뱀을 잡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오늘의 은혜를 길이길이 기억할 수 있도록· 오늘 두 신선분들께서 보여 주신 춤사위를 저희 마을의 전통으로 삼아 후세까지 전달하겠습니다· 방금 보여 주신 춤사위의 모든 과정은 저희 마을의 아니··· 지역 전체의 전통이자 자랑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두 남녀는 촌장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조연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기왕 전승시킬 거면 천 년··· 아니 수천 년을 넘어 수만 년 넘어 후세에까지 전해질 수 있게 노력해 주시구려!”
“반드시 그러하겠습니다· 두 분 신선은 저희 마을의 전통을 천 년 후에도 다시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말을 마친 촌장은 침을 삼키며 둘을 바라보곤 은근히 말했다·
“아··· 그리고 원하신다면 오늘 저희 집은 싹 비워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조연과 하은은 둘 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그날 두 인연은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