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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465

뱀이 찾을 수 없는 곳(5)

나는 북향화가 내준 탕약을 전부 마신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붕대 놈 같은 걸 만난 건 예상외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다 잘 해결된 셈이다·’

청문령도 만났고 북향화도 만났다·

이젠 청문령의 제자로 들어가 수학하며 창호자와 시호도 차후에 만나면 될 것이다·

“참 소저는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도 되겠소이까?”

나는 몸에 붕대를 감으며 북향화에게 질문했다·

이 세계에서의 이름은 다를 수도 있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아하 제 이름은 백란(白蘭)이라 합니다· 백 의원이라 불러 주시면 되지요·”

“백란··· 좋은 이름이구려·”

어쩐지 익숙한 이름·

이 세계에서의 그녀의 이름인 것 같았다·

“치료비는 얼마면 되겠소?”

“아 저를 데려오신 분께서 치료비는 전부 지급하셨으니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하 그렇군· 다만 내 감사함을 표하고 싶어 그러니 나중에 보답할 수 있게 거처를 일러주시면 찾아가 보답하겠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굳이 그러시겠다면 청하현 백련골로 오셔서 저를 찾으시면 됩니다·”

“알겠소 나중에 찾아뵙겠소·”

나는 북향화··· 아니 백란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방을 나섰다·

‘장원?’

내가 나온 곳은 장원이었고 커다란 장원의 안뜰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가부좌를 틀고 수선을 하는 중이었다·

‘여기는····’

“스승님께서 대여한 장원이다· 너는 이제 앞으로 제자 모집에 참여해 이 장원 안에서 기초공법을 수련하며 스승님의 눈에 들 때까지 있을 거다· 단 스승님께서 탈락을 선언하시면 즉시 장원을 떠나야 한다· 동의하느냐?”

“애초에 제자가 되려고 찾아온 거라 동의야 한다만····”

나는 붕대 거한에게 질문했다·

“내가 만약 제자 모집이란 것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찌 되오?”

어차피 참여할 생각이긴 했지만 왠지 이 거한이 하는 제안은 마음에 안 들었기에 반발감이 생겨 한 질문이었다·

“그럼 이제는 스승님의 명과 아무 상관 없으니 즉시 일수에 쳐 죽여 주마·”

“하!”

나는 거한의 눈을 보며 말했다·

“어째 말하는 투가··· 내가 청문령 대인의 제자가 될까 질시라도 하는가 보군· 그분의 제자가 그리 속이 좁아서 되겠나?”

“그래도 된다·”

“뭐?”

“스승님의 뜻을 따를 때에만 속이 넓으면 된다· 그 외엔 삼라만상 삼천대천세계 모든 것에 속이 좁고 옹졸하고 치졸하고 더럽고 추잡해도 그래도 된다·”

“이 무슨····”

“나는 그분의 명이라면 지금 당장 내 목을 뽑을 수도 있다· 그분의 명이라면 어떤 불합리한 짓이라도 받아들일 각오로 이 자리에 와 있다· 그분의 명 외에 삼천대천세계 어떤 것도 이 가슴에 받아들이지 않을 각오로 이 자리에 있단 거다· 그런데 네놈은 뭐냐· 네놈은 그런 각오가 있나?”

“····”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단 건 누군가를 스승으로 섬긴단 건··· 최소한 그런 각오로 해야 하는 거다· 이 정도 각오가 없으면 당장 꺼져라· 방금 전엔 욱해서 죽이겠다 했지만 네 발로 지금 당장 나간다면 죽이지 않겠다·”

나는 잠시 붕대 괴인과 눈을 마주쳤다·

어쩐지 광기로 번들거리는 저 눈·

나는 그 눈에서 익숙한 사람을 보았다·

그건 나였다·

저 광기 속에는 단순히 광기와 악의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승을 향한 무한한 존경과 경외 그리고 한없는 충성심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 너머로 청문령 앞에서 10번의 절을 올리고 죽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각오도 없이 그분을 모시려 왔겠나·”

“····”

“죽을 때 죽더라도 그분께 절을 올리고 죽으려는 각오 정도는 품고 왔다· 나를 네 잣대로 시험하려 들지 마라·”

내 말에 붕대 괴인은 잠시 나를 쳐다보며 침묵하더니 뒤를 돌았다·

“···따라와라· 스승님께 안내해 주겠다·”

나는 붕대 괴인을 따라갔다·

얼마 후 나는 청문령을 만날 수 있었다·

“네가 내 제자와 싸웠단 아이냐?”

“송구하게도 그렇습니다· 분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되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괜찮다· 내가 제자를 모집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오늘부터 네게 기초 수도공법을 가르칠 것인즉· 그 공법을 성실히 잘 수행하고 있으면 내가 성과를 지켜보다 너를 제자로 들일지 말지를 결정하겠다·”

“예 무엇을 주시든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오냐· 그럼 받아라·”

나는 청문령에게서 기초공법서를 받았다·

공법서에는 딱히 제목은 없었고 그냥 기초적인 법력을 쌓는 공법서였다·

“이건····”

‘놀랍군···!’

나는 공법서를 한번 빠르게 훑어본 후 나름 합체기 대원만까지 도달했던 경험으로 이 공법의 본질을 꿰뚫었다·

‘구리다····’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수도공법서보다 가치가 없었다·

‘어떻게 가장 기본공법이라 불리는 오월입도경보다 법력 쌓는 속도가 느린 거지? 아니··· 애당초 법력을 ‘느리게 쌓는 것’에 주안점을 맞춘 공법이군·’

그랬다·

이건 법력을 하루라도 더 빨리 쌓게 해 주는 일반적인 공법들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어떻게든 법력을 더 느리게 쌓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법서란 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천지영기가 희박하다시피 한 세상에서 이런 걸 익히면··· 천영근자도 연기기 1성에 도달하는 데에만 100년은 걸리겠군·’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청문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오냐· 참 그리고··· 간혹 내 제자인 각암이 너와 다른 제자 후보들에게 잡무를 던져 주곤 할 터인데 그 역시 열심히 수행토록 하여라·”

“예 성심성의껏 수행하겠습니다·”

“그럼 가 보거라·”

“예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청문령에게 절을 한 후 이 무명공법을 수련할 자리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참 깜빡했군· 이걸 받거라·”

“예?”

청문령은 매실 열매 하나를 내게 건넸다·

“내가 특별한 조화를 부려 둔 열매니라· 항상 이걸 꼭 입 안에 넣고 다니거라· 네 수행을 도와줄 것이다·”

“아 예····”

나는 매실을 받은 후 잠시 살펴봤다·

딱히 특별한 영력파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별한 조화를 부렸다곤 했지만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그냥 매실이었다·

순간 날 놀리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으나 청문령이 주는 것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입 안에 넣었다·

‘먹으라는 게 아니라 입 안에 넣고 있으라 했지?’

나는 매실을 삼키지 않고 입 한쪽에 문 채 청문령에게 절을 올리고 그 자리를 떠서 아까 전 본 장원 안뜰로 향했다·

그곳에는 청문령의 제자 모집 시험에 참가한 제자 후보들이 잔뜩 앉아 가부좌를 틀고 무명 공법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 사이에 껴서 무명 공법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이 이봐· 신참· 방금 왔으면 선배들께 인사를 올려야지?”

덩치 큰 거한과 부티나는 도련님들이 내 쪽으로 오더니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나는 매실을 뱉지 않도록 조심하며 물었다·

“···청문령 어르신께선 공법수행을 하라 하셨습니다만····”

“하! 우리에게 인사하지 않으면 공법수행이고 뭐고····”

피잇!

나는 가타부타 말없이 품에서 검을 꺼내 하늘로 휘둘렀다·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였다·

쩌억!

하늘을 지나가던 구름이 반으로 쪼개졌다·

“말 걸지 말고 청문령 어르신 제자가 되고 싶으면 저리 가서 공법수행이나 열심히 해라·”

“예 예 어르신····”

녀석들은 나를 보며 급격히 쪼그라들고는 먼 곳으로 가 버렸다·

‘이제 좀 공법을····’

그러나 내가 앉아서 수행을 시작하려 할 때 옆에서 다른 녀석들이 나를 귀찮게 하기 시작했다·

“대 대단하십니다 형님!”

“방금 그건 무슨 신통입니까? 혹시 저도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실지····”

“그 패거리를 단번에 닥치게 하다니 영웅 같으십니다!”

“함해자 선생님의 제자가 되지 못하면 대형의 제자로····”

“헤헤 오라버님· 저희 친하게 지내요· 제 이름은 원립····”

“단운자! 구름을 단번에 쪼갰으니 단운자 선생님이라고 불러드리겠····”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도 중간에 있었지만 난 귀찮게 하는 녀석들을 무시하고 무명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났다·

* * *

‘법력이 안 모이는군·’

모이긴 모였다·

다만 하급 영석 하나에 담긴 영기를 기준으로 10나유타 분의 1 정도만 모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조급할 건 없었다·

나는 며칠 내내 계속해서 무명공법을 운용하고 또 운용했다·

‘언젠가는 되겠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하면 된다·

그것이 내가 수없이 회귀를 반복하며 깨달은 진리였다·

“어이 일이다· 네놈 네놈 이번엔 네놈· 모두 일어나 날 따라와라·”

붕대 괴인·

현시점 청문령의 유일한 제자 각암이라는 녀석이 나를 포함한 몇몇을 불렀다·

녀석이 주는 ‘잡무’ 등을 해야 할 차례가 내게도 온 것이었다·

우리가 할 잡무는 단체로 죽을 끌이거나 나무를 패서 빈민촌에 나눠 주는 일이었다·

“넌 나무를 패 와라· 너는 저쪽 창고에서 곡물을 옮기고 너는····”

각암은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 녀석이 패온 나무를 가지고 가서 숯을 구워라·”

“숯?”

“숯 모르나? 병신같이 되묻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알겠소·”

나는 졸지에 또 숯쟁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나뿐은 아니었고 숯쟁이 몇몇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숯 굽는 동료들과 나무를 가지고 가서 숯을 구웠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나는 다른 동료들이 입에서 매실을 빼는 걸 보았다·

“잠깐 그 열매 빼면 안 되지 않나?”

청문령이 준 매실은 영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것인지 며칠 동안 입 안에 넣어 뒀는데도 상하거나 하지 않았다·

뭔가 내가 모르는 이 세계의 법칙만으로 조화를 부린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는 다른 이들이 입에서 열매를 빼는 걸 보고 놀라서 질문했고 그들은 그게 뭐 어떠냔 표정으로 내게 도리어 질문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함해자 대인께서 말하신 건 그냥 매실을 지니고 있으란 게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형님· 어떻게 사람이 매실을 계속 입에 넣고 다니겠습니까· 잠잘 때 불편해서 쓰겠습니까·”

“또 매실을 입에 넣고 다니다가 썩으면 어쩌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게 썩는다고?”

“예? 당연하잖습니까· 입 안에서 그리 오랫동안 침과 닿아 있는데··· 청문령 대인께 받은 후 입에 넣었다가 다음 날 빼 봤더니 다 썩어 있던데요?”

‘뭐지? 내 입에 있는 건 아직 멀쩡한데·’

멀쩡한 정도가 아니다·

아예 방금 딴 것마냥 싱싱하다·

그런데 왜 저들의 것은 순식간에 썩고 내 건 아직도 싱싱할까?

나는 의문을 가지며 일단 계속 숯을 구웠다·

* * *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근처에서 묶고 있는 동료들과는 서신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계속 수행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나는 점차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힘이 빠진다·’

무명공법을 수련할수록 체력이 빠져나가고 몸이 약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일 갑자 공력을 통해 집 한 채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었지만 요새는 벽돌은 물론이고 숟가락을 드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청문령이 아니었으면 ‘내가 무슨 저주에 걸렸나’라고 생각했겠지·’

나는 내 팔을 바라보았다·

무명공법을 익힐수록 내 몸은 비쩍 말라 가고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꽤 튼실했던 내 몸은 이젠 완전히 허수아비나 다름없이 변해 버렸다·

‘···하지만 ···마음이 맑아지고 있다·’

법력은 늘지 않고 몸만 나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청문령의 장원 안에서 수행할수록 점차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걱정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입에 문 매실을 느끼며 내게 할당된 방에서 등잔을 끄며 생각했다·

‘이게 무슨 조화를 부려 주는 건가·’

어느덧 수많은 제자 후보들은 전부 탈락해서 이제 장원에 남은 건 나와 서넛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전부 왜 자신이 아직까지도 탈락하지 않았는지를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청문령이 제자를 보내거나 남겨 두는 조건을 알 것 같았다·

‘매실인가·’

청문령이 준 매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입에 넣고 있던 이들만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청문령이 대수롭지 않게 준 매실을 입에 넣었다 뺐다 해 보며 간을 봤기에 다 내보내진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도 이제 곧 깨달을 거다·’

남아 있는 제자 후보들은 날 포함해 모두 넷·

‘그런데 청문령의 시험은 지금껏 통과한 자가 저 각암이라는 놈 빼고 없을 정도로 극악하다는데··· 이게 끝일까?’

내가 의문을 가질 때였다·

“모두 나와라!”

각암이 우리를 방에서 끌어내며 소리쳤다·

“이제 잡무를 할 인원이 다 나가 버렸으니 이제부턴 너희가 그동안 모든 인원이 하던 잡무를 전부 도맡아 한다! 알겠냐!”

그 말에 아직까지 남아 있던 넷 중 나를 제외한 이들의 얼굴은 죽을상이 되었다·

각암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스승님께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네놈들을 위해 한 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똑똑히 듣도록!”

청문령의 전언은 다음과 같았다·

“‘잘 버텨 주어서 고맙다· 다만 앞으로 많은 잡무가 너희를 기다릴 터다· 그럴 때마다 너희 입에 있는 매실을 떠올려라· 더울 때나 목이 마를 때 지칠 때나 배고플 때 내가 준 매실을 기억하며 기운을 차리거라·’ ···이상이다!”

다른 이들은 어리둥절해하는 느낌이었다·

나 역시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청문령의 전언을 해석했다·

‘이 매실은 청문령이 우리에게 조화를 부려 준 과실이다·’

그런 매실을 기억하란 건 청문령의 은혜를 기억하란 것과 같다·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며 힘을 내자·’

다른 제자 후보들은 죽상이 됐다·

그들 역시 나와 몸 상태가 비슷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끝없는 잡무지옥에 빠졌다·

* * *

다시 한 달이 지났다·

사각사각사각사각····

남은 제자 후보는 나와 나머지 한 명이었다·

우리는 주방에서 감자를 깎는 중이었고

현재 우리의 몰골은 완전히 해골이나 다름없었다·

‘감자 깎기 칼도 들기 힘들군·’

내 몸의 기력은 완전히 말라붙었다·

솔직히 나도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몸에 남은 기가 하나도 없건만··· 이 상태라면 죽는 게 정상인데 나는 도대체 무슨 힘으로 움직이는 걸까·’

나는 입 안에 있는 매실을 혀로 굴리며 생각했다·

‘···매실인가·’

각암이 전해 준 대로 매실을 핥으며 청문령을 생각할 때마다 몸이 그럭저럭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분명 아무런 기도 혼도 느껴지질 않거늘··· 놀라운 조화다·’

나는 청문령이 부린 조화에 감탄하며 해골 같은 손으로 그의 은혜에 대한 감사를 담아 감자를 깎았다·

그때였다·

“캬악 퉤!”

맞은편의 여자가 매실을 뱉으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씨발· 도저히 못 참겠어! 이대로 있다간 뒈져 버릴 거야!”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매실은 썩어 있었다·

“이제야 알았어! 청문령은 사기꾼이었던 거다! 어떻게 사람한테 이 썩은 매실을 몇 달간 물고 있게 해 놓고 몸이 이상해지는 공법을 익히게 해 놓고 아직도 제자로 안 받아 줘! 나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오 오라버니· 저희도 어서 나가죠?”

“···너나 가라·”

나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감자를 깎았다·

“흥 이런 제길! 이 사기꾼 밑에서 수행해 봤자 뭐가 나올 줄 알고! 이것봐! 내 아름다운 내 완벽에 가까운 외모가 여기 와서 다 망가졌어! 나 난 갈 거야· 빌어먹을 너나 여기서 실컷 사기꾼한테 부려 먹히라고!”

그녀는 내 앞에서 청문령을 실컷 욕한 후 주방용 작업복에서 자신의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후 장원에서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나를 오라버니라 부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첫날 내 앞에서 아양을 떨던 무리 중 하나인 듯 싶었다만····

‘근성이 없군그래· 아니··· 존경심이 없는 건가·’

나는 가끔 그녀가 먹고 마실 때 그녀의 입 안에 있던 매실을 봐서 알고 있었다·

‘매실은 계속 싱싱했다·’

뱉자마자 썩어 버린 것이다·

‘청문령의 조화는 진짜야· 그는 우리를 죽게 만들지 않는다·’

나는 그에 대한 믿음을 일념으로 가슴에 품고 계속해서 묵묵히 일을 했다·

얼마 후 각암이 내 앞으로 찾아왔다·

“···시험은 언제쯤 끝나나?”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이제 남은 것도 나 하나밖에 없으니 슬슬 마지막 관문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물은 것이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반딧불이가 어찌 태양의 생각을 알겠느냐· 그분께서 정하실 것이니 네놈은 네놈 할 일이나 해라·”

각암은 내 앞에 감자를 열 바구니 더 툭 던져 준 후 가 버렸다·

나는 말없이 감자를 깎았다·

사 개월이 더 흘렀다·

* * *

‘뭐지 나는?’

나는 내 손톱이 손에서 떨어지는 걸 보고 생각했다·

이제 내 몸은 기력이 없는 걸 넘어 시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나는 천근만근 같은 빗자루를 들고 장원을 청소하며 생각했다·

최근에는 입맛이 없어졌다·

그래서 음식도 먹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물도 먹지 않았다·

그랬던 게 아마 한 달쯤 되었을 것이다·

내공이나 공력 등으로 버티는 것도 아니었다·

‘1갑자에 달하던 내공이··· 싹 말라 버렸다····’

몸 안에는 아무런 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목내이처럼 말라붙어 있는 내 몸을 잠시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었다·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는 청문령의 제자가 되고 싶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분에게 받았던 은혜를 기억한다·

그분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한다·

그분께 올렸던 절을 기억한다·

나는 내 제자들을 떠올렸다·

나는 그들을 위해 내 목숨을 버렸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란··· 그런 거지·’

한쪽이 한쪽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관계·

부모 자식과도 같은 것이 사제관계다·

그렇기에 스승을 부르는 다른 호칭인 사부에 아비 부 자가 들어가는 것일 터·

하지만 내가 절을 올렸던 청문령은 시간선 너머로 사라졌다·

이 자리에 있는 건 ‘다른’ 청문령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그 흔적을 쫓아 여기까지 왔고 다시금 사제관계를 맺으려 한다·

‘왜지·’

나는 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다른 사람인데 나는 인연을 맺으려는 것일까·’

이건 내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했던 질문이다·

몇 번이나 나름대로 답을 내렸던 질문이지만 몇 번이나 다시 묻고 있다·

어쩌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이름이 같아서? 모습이 같아서? 어쨌든 회귀했다 해도 영혼은 동일하니까?’

무슨 답을 내놓더라도 조금 부족하다·

나는 이를 짓씹었다·

왜일까·

왜 나는 그토록 그분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니 청문령뿐이 아니다·

‘북향화도 마찬가지· 김연도 마찬가지····’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인연에 집착한다·

때론 과하다 느낄 정도로·

그리고 그 집착의 결과물이 바로 만상인연도·

‘왜 나는 집착을 할까·’

나는 ‘만상인연도’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만상인연도는 내 인연을 구현한 것·’

그리고 허공분쇄에 다다르려면 집착을 끊어 허공을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만상인연도의 인연을 모두 품에 안아 겹쳐서 무상을 만들어 냈다·

내 뇌리로 누군가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은 곧 죽음·

무수한 화두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번뜩 차렸다·

“헛···!”

나는 순간 무수억의 교도들이 몰살당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나타났던 우주를 짓누르는 듯한 거대한 산의 주인을 보았다·

태산!

태산이다!

“허억!”

그러나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있는 것은 각암이었다·

각암이 채찍을 들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이 시체 수준이니 잠시 환영을 봤었군·’

“···뭐요?”

“이 게으른 놈! 감히 농땡이를 피우느냐! 스승님이 나를 통해 주신 업무다! 농땡이 피우지 말고 제대로 하란 말이다!”

그는 나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몸의 모든 기운이 닳아 버린 상태에서 시체나 다름없는 몸 상태에선 만전의 상태로도 나를 이기는 각암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살거죽이 찢어진다·

극심한 고통이 뇌리를 덮쳤지만 피도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이미 내 몸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각암을 올려다보았다·

사람의 눈은 마음의 창이다·

어쩐지 나는 각암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노하고 있다·’

그냥 분노가 아니다·

두려움이 섞인 분노였다·

녀석은 내가 함해자의 제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렇군··· 거의 다 왔는가·’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청문령의 시험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리 기쁘지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내 마음의 번뇌를 벗겨 내는 게 더 중요해·’

이상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화로웠고 맑았다·

단순히 의식영역이 정순해져서 세계가 맑아 보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알 수 없는 초지각이 내 손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얼마간 나를 매질하던 각암은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았다·

“지독하고 멍청한 병신 놈· 죽음이 두렵지 않으냐·”

“···죽음보다도····”

나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째선지 존댓말이 나왔다·

어째서일까·

평소엔 정말 싫어했지만 지금만큼은 존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죽는 것?”

“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 것····”

초회차 죽음 당시 느꼈던 감정·

당시에는····

그것이 슬픔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못 이루고 이 세계에서 비참하게 뒈져 버리는 것에 대한 쓸쓸함과 슬픔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런 슬픔과 비참함이 아니었다·

억울함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냥 죽은 것·

그것이 억울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기억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그리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럼 지금은 안 두렵나? 내가 네놈을 툭 치기만 해도 네놈을 죽일 수 있는데?”

“두렵지 않습니다·”

“어째서지?”

“왜냐하면··· 이번에는····”

나는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도(道)를 깨달았으니까·”

누군가가 내게 물은 적 있었다·

내 도는 무엇이냐고·

나는 그리 답했다·

만상인연이라고·

그래····

나의 도는 만상인연·

누군가를 만나서 그의 은혜를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했던 것만으로··· 쓸쓸히 죽었던 그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행복하다·

나는 도를 깨달았다·

나의 도는 만상인연·

만상인연이라 함은 무수한 인연들과 주고받았던 마음이다·

-마음은 곧 죽음·

나는 마침내 ‘누군가’가 내게 해 줬던 말의 진의를 깨달았다·

마음은 그 끝에서 어찌 무색이 되는가·

그것은····

인연과 마음을 주고받아 완성된다면 그것은 도를 깨달은 것이오 도를 깨달았단 것은 곧 죽어 무(無)가 되어도 문제가 없기에 무색이 되는 것이다·

세 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어째서 인연에 집착하고 마음은 곧 죽음이란 무슨 의미일까·

인연은 곧 마음을 주고받음을 뜻하고 그를 깨달은 것은 도를 깨달음과 같다·

그러므로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것은 인연 속에서 삶을 즐겼으면 죽음도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이다·

“사람의 삶은 곧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것··· 모두의 마음이 이미 이 안에 있기에 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

나는 마침내 시체와도 같은 상태인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했다·

매실 같은 게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더라도 내가 쌓아 온 마음은 남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죽음이 나를 덮고 있음에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것이겠지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마음임을 깨닫는 것·

“이것이 모두가 그분의 제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최종 관문이 아닙니까?”

나는 등을 돌린 각암에게 질문했다·

각암은 말이 없다 갑자기 등을 돌려 내게 채찍을 휘둘렀다·

촤악 촤악!

나는 얌전히 그의 채찍을 몇 대 맞았다·

그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너를 인정하지 않았다· 나를 사형이라고 부르지 말아라· 알겠나? 그리고····”

그는 채찍을 쥔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내 이름은 각암이 아니다·”

“무엇입니까?”

“각암이라는 이름은 내 본명을 음차(音借)한 것· 내 이름은 정확히 गा ॐ이다·”

“무슨 뜻입니까?”

“나도 몰라· 내 애미 되는 자가 적당히 사원 근처에서 단어들을 주워다가 붙인 성의 없는 이름이지· 뜻도 문법도 안 맞는 쓰레기 같은 이름이다· 아무 의미 없지·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불러라·”

“음 정확한 발음은 어렵군요· 각암? 가암? 가옴?”

나는 그의 이름을 발음해 보다가 적당히 입에 붙는 발음을 찾았다·

“앞으로는 ‘곽암’이라 부르겠습니다· 사형·”

나는 ‘곽암’에게 인사를 올렸고 그는 나를 노려보고 떠나 버렸다·

“사형이라 부르지 마라· 나는 네놈 사형이 아니다·”

그가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청문령이 있었다·

“네가 죽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

“이 안에 깃든 마음이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네가 어찌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움직일 수 있었는지 아느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시험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제자야·”

나는 말없이 청문령에게 열 번의 절을 올렸다·

나는 그렇게 수 번의 생을 넘어 다시금 청문령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선술(仙術)의 기초에 입문한 것을 축하한다 제자야·”

“예···?”

“아무런 기도 혼력도 법력도 쓰지 않고 마음만으로 세상의 이치를 뒤트는 것·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세계를 재단하는 것· 그것을··· 선술이라고 한단다·”

“···제가 죽지 않은 것은 ···선술이었던 겁니까·”

“그런 셈이지· 네 마음의 힘으로 잠시나마 선술을 펼쳤던 것이다· 앞으로 너는 내게 진정한 선도 신통· 선술에 대해서 배울 것이란다·”

그렇게 청문령과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그날·

나는 선술(仙術)에 입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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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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