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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차의 첫날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숲내음이었다·
“···잔인도 하시지·”
어찌 또 나를 계속 되살리시는가·
난 바로 수결을 맺어 수면술로 정신을 차리려던 동료들을 바로 잠재워 버렸다·
풀썩 풀썩 풀썩··
나는 지난 삶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하늘이 떨어뜨린 그 천뢰를 맞고 마지막에 일원일응에 대하여 깨달으며 연기기 14성에 도달했었다·
그 깨달음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하늘은 오롯한 하나이자 영원·
그리고 그러한 일원의 이치를 내 속에 담아낸다는 것·
수선(修仙)의 길이란 결국 하늘을 닮아가는 길인 것일지도 몰랐다·
하늘의 이치를 내 안에 담아냈다·
이제는 연기기의 극성에 이르렀고·
14성 무극영운(無極靈雲)을 완성한 후 축기에 도전하면 될 뿐이다·
그 때였다·
찌이잉!
“크윽···!”
코에서 갑자기 코피가 나왔다·
뚝 뚜둑···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파온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끄···으으으윽···!”
상단전이 덜거덕 거리고 있었다!
‘연기기 극성에 달했었던 상태의 의식이 그대로 나와 함께 회귀했다·’
이대로라면 큰일이 날수도 있었다·
난 황급히 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황급히 흙째로 삼들을 퍼서 씹어 삼켰다·
와득 와드드득!
쿠구구구!
빠르게 삼들을 복용하자 용맥기공의 내력이 전신을 일주천한다·
나는 상당한 내력을 가진 채로 오기조원의 경지에 이름과 동시에 환골탈태를 시작했다·
우둑 우드드득!
전신의 근골과 근육이 뒤틀리며 최적의 조화체를 완성한다·
상중하단전의 조화가 완벽하게 맞춰진다!
그리고 마침내·
파아앗!
눈에서 정광이 흘러나오며 상단전이 빠개질듯한 고통이 잦아들었다·
“후우우···”
나는 내친김에 아예 내단까지 만들어버리기로 결심하고 허공에다가 강기를 응집했다·
강기가 얽히고설키며 강환이 된다·
나는 천천히 강환을 흡수하며 단전으로 안착시켰다·
동시에 강환이 움틀거리며 단전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우우웅!
강환이 단전의 형질과 뒤섞이며 단전에 완전히 고정되고 새로이 진화한다·
얼마 후 나는 단전의 중앙에 자리를 잡은 내단(內丹)을 확인했다·
이전 삶과 거의 비슷한 육신을 다시 손에 넣었다·
“후우···”
비록 회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단련은 거의 되어있지 않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이걸로 급한 불은 껐다·’
나는 문득 이대로 계속 의식의 크기가 커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언젠가는 회귀하자마자 머리가 터져서 다시 회귀하는 사태가 되는 건 아니겠지···?’
뭔가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좀 위험하다·
나는 내 의식에 대한 문제를 상기하고 우선 지난 삶 나를 내리쳤던 천뢰를 떠올렸다·
‘내가 작정하고 발버둥치자 작정하고 죽이려는 느낌이었다·’
바보라도 알 수 있다·
하늘은 무생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냥 저 커다란 창궁은 무생물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하늘을 흐르는 거대한 천지영기의 흐름·
운명의 흐름이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것과 같아서 자신을 거역하는 존재를 짓이겨 터트리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저 하늘에 맞서 계속해서 올라가야 할 터였다·
“···우선 다른 이들부터 옮기도록 하지·”
난 동료들이 이슬에 맞지 않게 그들을 하나하나 들어올려 동굴로 데리고 가 눕혔다·
* * *
매번 회귀 초반마다 벌어지는 사건은 똑같다·
내가 동료들을 재우고 황주삼을 먹고 환골탈태를 하고·
그 다음날 여우가 찾아와서 내 팔을 맛있게 뜯는 둥·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순환이었다·
그러나·
우뚝!
지금 일어나는 이 일은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여우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예·”
[흠··· 기이하군· 기이해· 기묘한 냄새가 나는 놈이야·]
여우는 기절하려 하는 동료들을 무시하고 나를 쳐다보며 영언으로 말을 이었다·
[원래는 그냥 보자마자 목을 뽑아 죽이려 했지만 그냥 나를 이 숲의 주인으로 인정해 주며 예를 치뤘으니 우선은 살려주도록 하지·]
나는 여우에게 감사 인사를 했으나 뭔가 기묘한 어긋남을 느꼈다·
여우의 감정이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기이한 느낌을 풍기는 것아· 그럼 비켜라· 나머지 인족들에게서 팔다리를 하나 뜯어 맛보도록 하마·]
“····?”
여우가 나를 툭 쳐서 옆으로 밀친 후·
김영훈 오현석 전명훈 강민희 오혜서 김연 육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잠깐· 숲의 주인이시여 제 팔을 잡수시지요!”
나야 하도 신체훼손을 많이 당해서 그러려니 하지만·
이들은 난생 처음 당하는 끔찍스러운 공포일 터였다·
그러나 여우는 나를 보며 눈을 찌푸리더니 으르렁거렸다·
[감히 숲의 일원이 숲의 주인의 말에 토를 다느냐· 아예 내 한끼 식사가 되기 싫다면 입을 닥치고 있어라· 내가 맛보고자 하는 것은 이 인족들이느니·]
“···?”
숲의 일원?
갑자기 무슨 소리지?
나는 여우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 내가 모르는 변화라도 내게 생긴건가?
다른 사원들이 공포에 질린 채 자리에 주저앉았고·
여우는 가장 가까이 있던 오혜서 대리의 팔을 그대로 뜯어서 씹어먹었다·
“꺄아아아악!”
와드득 와드득···!
“오 대리님!”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가 수면술로 그녀를 재우고 진통효과를 지닌 약초를 절단면에 발랐다·
[흠 별로군· 맛도 좋지 않아· 다시 먹고 싶지 않은 것들이로구나· 그럼 나는 이만 가 보도록 하지·]
여우는 유유히 뒤를 돌아 펄쩍펄쩍 뛰어가 버렸고 나는 황당하게 여우를 바라보다가 오혜서 대리를 위해 진통 효과를 지닌 약재를 빻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여우뿐이 아니었다·
스스스슷-
머리가 둘 달린 붉은 뱀·
붉은 뱀이 나를 바라보며 혀를 낼름거렸다·
[흠··· 기묘하군· 도대체 뭐지? 이건 인족 같은데··· 인족이 아닌건가? 헷갈리는군···]
‘인족이 아니라고?’
내가?
나는 의아함에 가득차 붉은 뱀에게 질문했다·
“···혹· 제가 인족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씀이십니까?”
[모르겠군· 너는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어· 뭐··· 너는 됐고· 다른 인족 녀석들 피나 맛을 볼까·]
여우는 이전처럼 전명훈의 피를 한모금 빨고 맛이 없다며 그대로 가버렸다·
“···뭐 뭐냐고 빌어먹을···”
전명훈은 뱀에게 물린 팔을 부여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일단 약초를 캐오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나는 전명훈을 위해 약초를 캐오겠다고 하고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월수궁무록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저 멀리 앞서가는 뱀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이 뱀은 축기 초기 수준이었다·
파아아앗!
콰아아앙!
장심에서 뿜어진 강환이 뱀을 향해 날아간다·
뱀이 순간 나를 흘긋 보았다가 강환의 위력을 확인하고는 바로 온 몸을 굴려 몸을 피했다·
‘의식 연동·’
강환을 하나 만든 후 내게로 그 의식을 흡수한다·
두 개의 의식이 연동되며 사고 속도가 두 배로 증폭된다·
핏!
한 걸음을 걷자 말 그대로 공간이 축약된 느낌이었다·
아마 뱀은 내가 갑자기 시간을 잘라내고 그의 앞에 도달한 느낌이리라·
콰아아앙!
나는 뱀의 허리를 걷어차서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
뱀이 비명을 지르며 나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나 나는 다시금 월수궁무록으로 인식을 베어버린 후·
뱀이 당황하는 틈새에 접근하여 뱀의 한쪽 머리통에 무릎을 갈겨버렸다·
[크으으으으!]
“흠 이게 끝인가·”
이전에는 까마뜩해 보였던 쌍두적사가 지금은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다·
물론 여우는 아직도 무시무시했지만·
최소한 이 녀석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것이었다·
터억!
난 뱀의 한쪽 머리를 밟고 물었다·
“말해라· 내가 인족이 아니라면 뭣 같다는 거지?”
[시싯 시시시싯!]
뱀은 당황하는 듯 하며 혀를 날름거렸다·
의념의 색조로 보아 아마 단어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로서도 회귀 도중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여우와 뱀이 내게 그러는 것인지 알아내야 했기에 저금 손속이 과격했다·
“당장 말하지 않으면 한쪽 머리는···”
[마 말 말 하겠습니다!]
붉은 두 머리 뱀이 혀를 낼름거리며 공포의 질린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께선··· 저희와 동족의 느낌이 납니다· 때문에 숲의 주인께서도 저도 당신을 아무런 이유 없이 심하게 해치치 아니한 것입니다!]
동족?
그 말이 나오자 나는 어이가 없는 것을 느꼈다·
나와 이 뱀이 도대체 어딜 뭘 봐서 동족이란 말인가?
하지만 어쨌든 뱀은 진실을 말하는 것 같았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뱀에게서 뱀 독을 조금 받고 놓아주었다·
지금껏 뱀은 게걸스럽게 늘 내 팔을 탐했던 여우와 달리·
피만 한 모금 먹고 가면 다신 안 건드리는 신사적인 녀석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녀석을 굳이 죽이지는 않았다·
‘여우 역시 동족에 포함되는 것을 보아 어쩌면 나를 ‘뱀’이 아닌 일종의 요괴 같은 것으로 생각한 건가?’
하지만 왜?
도대체 왜 갑자기 내가 요괴 취급을 받는단 말인가?
내가 뭘 했다고?
나는 기이한 기분에 휩싸이며 다시 동굴 근처로 돌아갔다·
그후 나는 우선 법화단전을 만들고 이후 찾아올 천인기 수도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기로 했다·
* * *
이틀이 지났다·
나는 법화단전을 전부 생성하고 지괴진언을 읊어 영맥을 하나 활성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바로 연기기 1성에 진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막 지괴진언 활성화에 성공했을 때였다·
번쩍!
또 다시 하늘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내려왔다·
금벽호 백골귀마 창호자 세 사람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기는 아직 달라진 일이 없었다·
창호자가 푸른 치유의 영력으로 오혜서 대리의 팔을 재생시켜 버렸다·
세 사람은 각각 천상금뢰지체를 가진 전명훈·
귀도음화선근을 각성한 강민희·
일문성체를 가진 오현석을 각자 자기쪽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금벽호가 특유의 악랄한 영근 검사로 내 전신을 천지영기로 검사할 때였다·
“흠···?”
금벽호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이건 또 뭐냐· 네놈 요괴인건가?”
또다·
‘도대체 왜 나를 요괴라고 하는 거지?’
의식의 크기 때문인가?
아니면 뭐 천인기 수도자들은 대상의 영혼을 볼 수 있어서 일반인과 다른 내 정신세계가 드러났다거나 그런 건가?
하지만 금벽호 백골귀마 창호자 등 모두 내게는 상관 없다는 듯 나를 근처에 내려놓았다·
“흠 흥미로운 자질이군· 하지만 우리 종문에서 데려가기엔 이미 일문성체만으로도 벅차니 내 방계의 추천권을 주마·”
창호자는 내게 손가락을 튕겨 청문세가의 추천권 문양을 건냈다·
나는 정중하게 창호자의 제안을 거절한 후 조심스레 금벽호에게 물었다·
“위대한 수도자 대인께 여쭙습니다· 저는 사실 금신천뢰문의 위명을 흠모하던 자로서· 금신천뢰문의 개파조사이신 금신자 양수진 님을 너무나도 흠모해왔습니다· 부디 금신천뢰문 태상문주께선 이 미천한 것에게 초대 조사님에 대한 기록만을 복제해 주시는 은혜를 베푸실 수 있으실지요··?”
내가 성제국어로 그에게 묻자 금벽호는 흠칫 놀라며 육성으로 성제국어를 써서 대답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제가 금신자 님의 기록을 받아 앞으로 천세만세 이 기록을 보관하여 무수한 이 곳의 생명들이 금신자 님과 금신천뢰문의 위명을 찬미하게 하겠나이다!”
“······”
금벽호는 뭔가 생각하는 듯 싶더니 짧게 대답했다·
“안 된다·”
“···왜 안되는지요?”
“흥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말이 많구나! 하지만 좋다· 그래도 본문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놈 같으니· 정 본문의 역사가 궁금하면 본 금신천뢰문이 있던 대산맥 쇄천봉(碎天峰)으로 가 봐라·
그곳에 몇 개의 역사가 보관된 석굴이 있으니 찾으면 읽을 만할 게다· 그 정도만 해도 민간에 드문드문 전해진 역사서에 비하면 상당히 정교할 터다·”
“···! 감사 또 감사합니다!”
나는 엎드려 금벽호에게 절을 올렸고 그는 나를 신경쓰지 않는 듯 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았는지·
이번에는 괜히 번개를 떨어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잘 넘어가서 다행이군·’
금벽호와 백골귀마는 저 성격에 몸 성히 넘어가기만 하면 썩 잘 넘어간 편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다음날이 되었다·
나는 다음날이 되기 전 곯아떨어진 김영훈의 뇌리에 이전 삶에서 넣어주었던 지식들을 다시 넣어주었다· 지난 삶의 김영훈이 추가했던 기록과 시행착오들의 월도월무록을 토함해서 말이었다·
며칠 뒤 지식이 발현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쿠릉 쿠르르릉···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이제는 오혜서 대리를 데리러 해룡왕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해룡왕에게 김연까지 같이 맡기고 김영훈을 다른 곳으로 보낸 후 등선향에서 10여년 정도 수련을 한 후 떠날 예정이었다·
쿠릉 쿠르릉!
일순간 번개라 하늘을 덮었고·
나는 그 찰나 해룡왕이 어느새 동굴에 들어와 오혜서 대리를 진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본왕은 해룡왕 서휼이라 한다네· 이 처자가 천기현상을 불러일으키기에 궁금해서 왔네만··· 그나저나 자네들은··”
뭔가 말하려던 그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흠칫!
그리고 그가 미간을 씰룩였다·
“···자네·”
그가 내게 다가왔다·
“흠 신기하군· 혹시 자네는 인요(人妖)의 혼혈인가?”
“···예?”
“인족과 요족의 혼혈이냐고 물었네· 가끔 그런 존재가 있거든·”
나는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잠시 멍하니 있다 대답했다·
“아닙니다· 어째서 해룡왕께서는 제게서 요괴의 기운을 느끼신 것입니까?”
그러자 서휼은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혼혈이 아니라고? 그럼 자네는 도대체 뭐지? 뱃속에 요단(妖丹)을 품고 있는 녀석이 요족이 아니라는 건가?”
“···예?”
요단(妖丹)?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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