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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Chapter 91

생화(3)

“이··· 더러운 놈· 됐다· 그냥 죽어라·”

원영기 수도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손짓을 했다·

나는 의념의 지각 요족의 지각을 전부 일으키고 있는 힘을 다해서 뒤로 물러섰다·

시뻘건 영기 덩어리가 내가 있던 자리를 스친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 희미한 감탄의 빛이 맴돌았다·

‘아니 얼굴이 맞긴 한가·’

원영기 수도자는 속이 비쳐 보이는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가면은 마치 안개 같기도 꿈틀거리는 액체 같기도 했는데 그 안쪽으로는 원영기 수도자의 얼굴의 윤곽만 보일 뿐 제대로 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난 그의 의념만을 보고 그의 기분을 맞춰야 했다·

“이거 놀랍군· 피하라고 날린 게 아닌데··· 어떻게 피한 거지? 축기기 수준으론 감지 자체가 안 됐을텐데···”

그가 검은 가면 너머로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의 눈에 순간 혈광(血光)이 번뜩였다·

‘또 온다!’

나는 다시 한번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다시 한 번 핏빛의 뭔가가 내가 있던 자리를 쓸고 갔고 원영기 수도자가 입을 벌렸다·

“허어 요행으로 피한 게 아니었어· 네 눈 끝까지 내 법술을 ‘보고’있더군· 그래 일반적인 눈이 아니구나· 뭔가 특이한 영안(靈眼) 신통을 익힌 게냐? 축기기 수준에서 내 법술을 보고 피할 수 있는 영안 신통이라··· 그런 게 뭐가 있었더라···”

그는 가면 너머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머리칼을 쓸었다·

반투명한 새카만 가면 그리고 가면 바깥으로 드러난 새카만 장발·

시체처럼 창백한 손 피처럼 빨간 혈의(血衣)·

슈왁 슈왁 슈왁!

기묘한 분위기의 원영기 수도자는 말을 하면서도 나를 반드시 잡겠다는 듯 나를 향해 쉴새 없이 예의 핏빛 법술을 쏘아냈다·

‘육안으로는 확실히 감지가 안 된다· 일반적인 의식영역에서도 잡히지 않고·’

의념의 색상 그리고 요족의 지각으로만 법술을 알아차리는 게 가능하다·

‘어떻게 의식영역에도 안 잡히는 법술이 있지?’

이게 원영기 수도자의 법술인건가?

몇 번을 피해 다녔을까 그가 두 손을 맞부딪혔다·

짝짝짝짝

“훌륭하군· 마치 원숭이처럼 잘 도망다니는구나· 축기기 주제에 굉장히 빠르고 독특한 신통을 익혔어· 결정했다· 너는 잡아서 내 혈시(血屍)로 제련하겠다·”

촤아악!

그의 손 위로 시뻘건 핏빛의 정순지력이 모인다·

정순지력은 마치 진짜 피처럼 출렁거리더니 커다란 혈조(血爪)의 형상이 되었다·

촤아아앗!

그가 손을 까딱하자 혈조가 내게 쏘아져 왔다·

‘젠장!’

나는 이를 악물고 무형검을 꺼내 잡았다·

꽈아아앙!

공간이 울린다·

내 손이 벌벌 떨렸다·

“끄윽···”

한 번 부딪혔을 뿐인데 전신의 뼈가 마구 울렸다·

축기 중기에 오르며 의식의 크기도 커졌기에 출력도 한창 올랐건만·

그럼에도 원영기 수도자가 장난처럼 내쏜 일격을 막는 것조차 버거웠다·

“호오··· 너·”

그리고 무형검을 꺼내든 것은 오히려 그의 호기심을 북돋웠던 모양이었다·

“도대체 뭐냐 그 법술은? 900여년을 살아왔건만 난생 처음 보는 법술이로군· 일반적인 축기기가 아니었구나· 결단경의 애송이였어·

그런데 결단기 수도자의 금단(金丹)은 정작 형성하지 못한 것 같고··· 하하하하!”

그가 흑색의 반투명한 가면을 잡고 웃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여자의 것 같기도 남자의 것 같기도 한 괴기한 목소리였다·

백골귀마와도 달랐다·

그가 남자와 여자 그 어느쪽도 아닌 중간 같은 느낌이었다면 저 자는 남성과 여성이 마구 뒤섞인 혼잡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래 정했다· 너 같은 놈을 혈시 따위로 제련하는 건 아깝지· 너를 내 혈종(血從)으로 삼겠다· 사실상의 제자 제안인데 이래도 계속 도망다닐 것이냐?

내가 큰 인심을 써 내 앞에서 구토를 하는 무례를 저지른 네놈을 내 제자와 같은 혈종으로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츠아아아-

원영기 수도자의 주변으로 시뻘건 피안개가 퍼져나가며 주변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안개는 어느덧 봉명성의 대문을 틀어막고 내가 도망갈 퇴로를 아예 막아버렸다·

‘제길···’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이 미천한 후배가 선배님의 밑에 들어갔다 선배님께 폐를 끼칠까 우려가 됩니다·

저 같은 잡것을 거두었다 선배님의 존성대명에 누가 되면 아니 되지 않습니까?”

“흐하하 내 존성대명이 뭔지는 알고?”

“······”

“쯧쯧 신기한 일이로고· 딱 봐도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놈인데 여기에 와 있고 여기에 있었으면서 또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있던 것이냐·”

그는 혀를 차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허공에 흩뿌렸다·

츄와아아악!

흠칫!

수천개의 핏빛 깃발이 봉명성 1층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진법 깃발?’

수많은 시뻘건 빛무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저 자가 봉명성의 1층에 진법을 깔려 하고 있었다·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혈목자(血木者) 원립(禐立)이다·”

원립이 자신의 반투명한 가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이름을 들어 보았느냐?”

“···후배가 지식이 없어···”

“못 들어봤겠지· 걱정 마라· 내가 수백년 동안이나 일부러 내 정체를 숨기고 살았으니· 거기에 나는 일개 산수일 뿐이라 네가 나를 모르는 게 사실 정상이다·

나와 맞서겠다고 지금 전쟁을 벌이는 수많은 수도가문의 잡것들도 나를 그동안 사막 한 가운데 살던 결단기 산수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이고 나에 대해 아는 이들은 지금은 가고 없는 천인기 수도자 몇몇 뿐이니까·”

원립이 음충맞게 웃었다·

나는 그가 봉명성 1층에 깔고 있는 진법을 경계하며 빠져나갈 틈을 보았다·

‘봉명성의 벽에 구멍을 뚫고 나가야 하나? 아니 봉명성의 금제를 뚫으려면 서란이 만들어 왔던 금제를 뚫는 족자가 필요하다·

족자의 내용은 전부 기억하고 있어서 만들 순 있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해·’

“···선배님께서 이 후배에게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말했지 않느냐· 내 혈종이 되라고· 설명했듯이 나에 대해 아는 이들은 없다· 하나 내가 어떤 자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줄 수 있노라·”

그가 자신의 가슴을 짚으며 기분 좋다는 듯이 뇌까렸다·

“천인기 수도자들이 해룡왕의 주도 아래 전 대륙의 원영기 이상 그리고 원영기에 도달할 자질을 가진 결단기 특이 체질을 가진 축기기 연기기 놈들을 싹 쓸어갈 때에도 이 사막에 몸을 숨기고 있던 원영기 수도자·

그것이 나이다· 하하 용의 꼬리가 될 바에야 뱀의 머리가 되기를 바라며 수백년 동안이나 숨을 죽이고 있었고 이제야 용들이 전부 승천했으니·

이제 내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수도자이다· 나를 따르면 온갖 부와 명예 그리고 수많은 영약과 권력을 얻을 수 있을지어다· 내 혈종이 되거라·”

그가 반투명한 가면 너머로 눈웃음을 짓는 것이 보였다·

머리가 어지러워 진다· 갑자기 혈목자 원립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그의 발에 입을 맞추고 싶어진다·

“답천사막 서쪽의 세 수도가문이 내게 충성을 맹세했고 북쪽 초원의 네 부족이 내 앞에 조아렸으며 동쪽 국가의 다섯 군주들이 나를 따르겠노라 천명하였다·

자 원영기에 이른 이 혈목자가 너를 종으로 거두어주겠다· 내 혈종이 되어라· 내 너를 귀히 쓰겠다···”

그리고 나는 입을 열었다·

—-!

시커먼 저주문이 내 입에서 나와 내 자신에게 꽂혔다·

“끄으으읍!”

저릿한 고통이 전신을 강타하며 뿌옇던 머리가 맑아졌다·

“끄흑 끄으읍··· 선배님께서 어찌 저 같은 모자란 후배를 얻으려 그리 애쓰시며 미혼술까지 쓰십니까·”

부웅 붕!

나는 무형검을 휘둘러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그림자 같은 것들을 잘라버리고 다시 한 번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흠···”

기류가 바뀌었다·

원립의 의념이 짜증으로 물드는 것이 보였다·

“적당히 알아서 노예가 되었으면 편했을 것을· 특이한 능력을 많이 가진 놈이길래 내 혈체(血體)에 산 채로 합성시켜 보려 했더니만 자꾸 반항을 하는구나·”

오싹!

방금 전처럼 따뜻한 목소리가 아닌 싸늘한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내게 미혹술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쿠구구구!

그리고 순식간에 봉명성의 1층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봉명성 1층에 흐르던 수많은 영맥이 갑작스레 날뛰기 시작한다·

“뭐 됐다· 적당히 혈종으로 삼아 조금이라도 더 삶을 만끽하게 해 주려 하였거늘··· 혈쇄진(血碎陣)에 갈려 죽어라·”

“뭣···!”

다음 순간 봉명성의 1층 전체의 영력이 끓어오르는 듯 하더니 핏빛이 천지사방을 덮었다·

* * *

핏빛이 잦아들었다·

“커헉···! 허억···”

나는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무형검을 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봉명성 1층 여러 구획을 구분짓던 벽과 결계들이 무너져 1층이 전부 통합되었고 1층의 천장이 싹 무너져 2층과 1층이 훤히 뚫려 버렸다·

이곳 저곳에 1층 곳곳에 숨어있던 결단기 수도자들의 시체·

그 잔해로 보이는 손 발 살점 등이 튀어 있었다·

“꺼헉 끄윽···”

나는 피를 한 움큼 뱉어냈다·

“허 이거 물건인데· 혈쇄진을 버텨?”

무형검으로 사방에서 끓어오르는 진법의 기운을 전부 흘리고 쳐내고 산외산부진을 유지하면서까지 끊임없이 쳐냈다·

하지만 그 댓가로 나는 지금 무너져가는 중이었다·

저벅 저벅···

원립이 내게 걸어왔다·

‘젠···장·’

저항할 기력이 없었다·

“정했다· 네놈은 내 제자로 삼겠다· 처음에 구토를 했던 것쯤이야 혈쇄진을 한번 버틴 걸로 넘어가 주지·”

부들 부들···

털썩!

원립이 내게 다가올수록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박이 짙어졌다·

나는 결국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콰악!

원립이 내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들어올렸다·

촤악!

그의 왼손에 반투명한 깃발 같은 것이 쥐어졌다·

깃발은 은은한 법력과 의식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깃발에는 귀신 같이 생긴 것이 새겨져 있었다·

콰악!

“끄··으아아아아아아!!”

원립은 그대로 깃발을 쥐고 깃발을 내 머리에 박아넣었다·

깃발은 영체인듯 내 머리를 관통해서 내 상단전 안쪽 나의 의식영역의 중앙 내 혼백(魂魄)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내 혈주번의 술법을 박아넣었으니 앞으로 나에게 반항하려 하면 혼백이 뜯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니라·

일반적인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니 역심을 갖지 않는 것을 권하지·”

따악!

원립이 손가락을 튕긴다·

동시에 내 혼백에 박힌 그의 법술이 발동하며 극악한 고통이 나를 덮쳤다·

“끄··으아하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꿈틀대었다·

동시에 혼백에 꽂힌 그의 법술이 내 전신에 녹아들며 내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 느껴졌다·

따악!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고통이 가라앉았다· 원립은 그대로 내 머리채를 잡은 채 나를 질질 끌고 어딘가로 향하였다·

나는 겨우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어지러운 정신을 집중했다·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지···’

얼마 후 땅 아래에 풀과 흙이 느껴졌다·

‘여긴 수목원?’

아까 그 진법에 박살이 나지 않았던 것인가?

“흐음 배가 불러터진 욕심쟁이 천인기 놈들· 역시나 좋은 건 다 따 갔군·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음? 오···”

점차 익숙한 영력이 느껴졌다·

“하하 어린 수원목이 하나 남아있었나? 거기다 장생과도 거의 열려있는데···”

휙!

툭!

그는 나를 근처에 던져둔 후 법결을 맺었다·

츄와아아악!

봉명성 1층 1층 구석구석에 숨어들었던 결단기 수도자들의 잔해·

그곳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뽑혀나왔다·

쿠구구구!

빛무리들은 사방에서 모여 원립의 위쪽에서 빛의 강이 되어 흘렀다·

‘생명력···?’

그는 혈쇄진으로 죽인 결단기 수도자들의 시체에 남은 생명력을 뽑아 모으고 있었다·

“피어나라·”

촤아아악!

이윽고 그가 손짓을 하자 생명력의 강은 그대로 장생과에 흡수되었다·

촤아아아악!

‘···하·’

내가 몇십년 동안이나 법력을 쏟아넣었던 것이 무색하게 혈목자가 죽인 결단기 수도자들의 생명력을 무더기로 부어넣자 장생과는 빠르게 맺혔다·

그리고 장생과 옆에 있던 다른 꽃봉우리들 역시 빠르게 부풀어 오르더니 장생과로 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피를 먹여 나무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마도(魔道) 공법은 편리하군·’

남의 것을 빼앗아 저렇게 들이 붓기만 해도 결과가 빠르게 나온다·

본래 자신이 가진 힘 이상의 것조차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원립이 하는 짓을 보며 뭔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했던 짓은 의미가 있는가·’

그때였다·

원립이 나를 흘긋 쳐다보았다·

“대강 정신이 들었느냐· 걱정 마라· 장생과가 이렇게 많이 맺혔는데 하나쯤은 네놈을 주마·”

“···아 니·”

“음?”

“먹지 않 겠습니다·”

나는 안 움직이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말했다·

“남을 희생시켜 만든··· 열매는 입에 대지 않을 것입니다·”

“흠··· 웃기는 놈이로군· 좋든 싫든 네 입에 집어 넣을 것이니까 그리 알아라· 그리고 뭐 남을 희생시켜?”

큭큭큭···

원립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틀렸다· 남을 희생시킨 게 아니라 강한 자로서 약한 자를 잡아먹은 것이다· 약육강식은 이 세상의 진리이고 진실이다· 강자로서 약자를 잡아먹는 게 뭐가 잘못됐단 말이냐?”

“···세상은 강자와 약자로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우득 우드득···

나는 손가락을 꿈지럭 거렸다·

원립의 의지가 내 혼백을 전신을 제압했다· 그가 내 혼백에 꽂은 법술이 움직이며 내 혼백을 찢어발기는 고통을 선사했다·

그러나 나는 고통을 참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뤄져있고 사람이 같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강자와 약자를 떠나 해서는 아니될 일입니다!”

“허 그걸 이겨내?”

그러나 원립은 매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오히려 내가 그의 법술을 이겨내고 움직이는 게 더 신기한 듯 했다·

“놀랍군· 혼백이 갈갈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서 있단 말이냐···”

그리고·

푸콱!

그가 다시 하나의 깃발을 더 형성한 후 내 머리에 박아넣었다·

“끄으으읍!”

나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통은 두 배가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난다·

“놀라운 정신력이로구나· 절로 찬탄이 나오는군· 뭐 사람과 사람 어쩌구 하는 네놈 개똥철학에는 관심이 없다·

약육강식은 진리이며 당장 현실이니까· 봐라 지금 현실에서 증명이 되고 있잖으냐·”

쿠구구구!

그가 사방에 흩뿌렸던 진법 깃발들이 봉명성 1층에서 뻥 뚫린 천장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혈쇄진 개(開)!”

쿠구구구구!

다시금 봉명성의 2층이 핏빛에 휩싸이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2층에 숨어있던 결단기 수도자들 역시 한줌 육편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혈목자의 손짓에 진법 깃발들은 다시 3층으로 향했다·

그는 봉명성을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있었다·

수많은 육편과 혈우가 떨어졌고 그때마다 원립은 육편들에 남은 생명력을 뽑아 그의 머리 위에 모았다·

“왜···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나는 고통을 참아내며 그에게 물었다·

전신이 또 다시 금제에 제약당했지만 기력을 조금 더 모으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벌자·’

원립은 생명력을 모아 자신의 앞에 모으며 읊조렸다·

“봉명성을 얻기 위해서지·”

“···봉명성을···?”

이게 누군가가 얻을 수 있는 유물이었단 말인가?

‘그럼 천인기 수도자들이 봉명성을 통채로 안 가져간 이유가 뭔가 있나?’

그가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봉명성의 구조를 혹시 알고 있느냐?

봉명성의 1층은 목(木)을 상징하는 청존칠수 각항저방심미기에 대응되고

2층은 수(水)를 상징하는 음존칠수 두우여허위실벽· 3층은 백존칠수 규루위묘필자참 4층은 양존칠수 정귀유성장익진에 대응되는 층이다·”

원립은 알고 있는 지식을 떠들고 싶었는지 묻지도 않았던 것까지 계속 떠벌리기 시작했다·

“5층은 태미원 6층은 자미원 7층은 천시원에 대응되지·

하늘의 분야도에 대응되는 봉명성의 구조가 뭘 상징하는 것 같으냐·”

“···수도자의 경지에 대응되는 겁니까?

태미원 자미원 천시원이라면 결단기의 경지이기도 했다·

28수의 대응되는 것이 축기기였고 3원에 대응되는 것이 결단기였으니·

봉명성이란 어쩌면 수도자의 수선과 관련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원립은 고개를 저었다·

“뭐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틀렸다· 봉명성을 만든 제작자는 그냥 ‘하늘’을 구현해놓은 것이야·”

‘하늘?’

“28수 3원 그 너머의 하늘에는 뭐가 있지?”

“해 달 또 다른 별이 있지 않겠습니까?”

“틀렸다· 하늘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어· 공허(空虛)··· 애초에 봉명성이 허공간을 떠다니는 이유 자체도 그와 관련되어있지·

아무것도 없는 허망한 하늘· 그것이 봉명성의 제작자가 말하고팠던 것이야·”

콰과과과광!

이윽고 봉명성의 1층부터 7층이 전부 무너져내렸다·

봉명성의 모든 층이 통합(通合)된다·

“봉명성의 전층을 통합하고 공허를 재현하면 숨겨진 ‘진짜’ 봉명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렇게 완전히 통합된 거대한 봉명성의 중앙·

그 중심에서 푸른 빛이 뿜어지며 찬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하 저게 진짜 봉명성이다· 아니 정확히는 봉명인(奉命印)이라고 해야겠지·”

원립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푸른 빛이 원립에게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작은 봉명성 형태의 모형이었다·

옥으로 된 그것은 마치 장난감 같아 보이기도 했다·

“대륙의 운명(運命)을 상징하는 봉명인을 손에 넣었다! 하하하! 전 대륙의 천운이 내게 떨어졌어!”

나는 그 빛에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또 뭡니까· 그런 보물이 있었다면 어째서 천인기 수도자들은 그런 것을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가져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져갈 필요가 없던 거지· 봉명인은 이 세계와 강력한 운명의 인력으로 매여있으니까·

봉명인은 비승 전에 축복(祝福)을 받는 용도의 것이지 괜히 비승 때에 가져가면 봉명인에 담긴 운명의 인력에 끌려 비승에 실패해버리니까 말이다···”

“축복···?”

“그나저나 아까부터 말이 많아졌구나·”

원립이 나를 흘겨보았다·

우득 우드득···

나는 다시금 기력을 모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어떻게 되먹은 정신력이냐? 자기 의식의 크기조차 초월한 의지력이 아니면 그 고통을 못 버틸텐데···”

“···선배님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는 혈목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사람을 갈아 피운 그 열매를 먹을 생각이 없습니다·”

인간의 삶은 어찌보면 꽃과 같다고 수원목과 통하면서 그리 생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삶은 곧 하나의 꽃(生花)이었다·

“멋대로 사람의 삶을 꺾어대는 당신을 따를 생각도 없습니다·”

처억!

나는 기수식을 잡고 혈목자를 노려보았다·

“나를 죽이십시오·”

“봉명인을 얻고 끝없는 의지력을 가진 기이한 제자도 얻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쁜 날이 아니랴···”

촤악!

그의 손에 혈주번이라는 깃발이 다시 형성되었다·

“과연 봉명인을 얻으면 천운을 얻는다는 것이 거짓이 아니렸다··!”

원립이 법술을 일으켰다·

나는 무형검을 들고 원립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파아앗!

그대로 빠르게 원립을 지나쳐 저 멀리 봉명성의 외벽을 향해 날아갔다·

번쩍!

손 안에서 그 사이에 몰래 만들어두었던 봉명성의 금제를 해금시킬 수 있는 해주진이 떠올랐다·

콰아앙!

무형검이 봉명성의 외벽을 파고들어 구멍을 냈고 해주진이 외벽 너머의 금제를 흩으며 탈출구를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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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Score 9.5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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