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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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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후···.”

     

   겨우 시험 첫날이 끝났다.

     

   마지막 교시에선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잘 쳤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냥 말 그대로 후루룩 넘어가 버린 느낌에 가까웠다.

     

   분명 평소보다 일찍 마치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문제는 이런 피곤함을 앞으로 일주일 동안 계속 느껴야 한단 거겠지.

     

   생각만 했는데도 벌써 머리가 아프다.

   눈앞이 캄캄해지네.

     

   “야. 시험 끝난 기념으로 놀러 가자.”

     

   레이첼의 제안에 이 녀석이 스트레스로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건가 싶어 가만히 쳐다보았다.

     

   “뭐. 그 눈빛은 무슨 뜻인데?”

   “우리 이제 시험 1일 차 끝난 거야.”

   “그걸 누가 모르냐?”

   “네가 놀러 가자며. 내일 시험은 준비 안 해?”

     

   너무나 상식적인 질문에 그녀는 피식 코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거야 놀고 나서 하면 되지.”

   “···대단하네.”

     

   어떻게 저런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따질 거면 그냥 하루종일 마음껏 노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어차피 공부는 내일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로 훑어볼 테니 말이다.

     

   “어차피 지금 와서 몇 시간 더 공부한다고 달라질 거 같아? 그럴 바엔 차라리 스트레스나 없애는 게 훨씬 효과적일걸.”

   “그래.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네.”

     

   굳이 반박해봤자 어차피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딱히 그녀의 행동이 특이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실제로 시험주간에는 일찍 마친다고 좋아하면서 곧장 피시방으로 달려가는 애들도 많았었지.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는 19세기 배경의 영국이며 일반적인 학교와 달리 마법 아카데미는 학구열이 매우 높다는 것 정도려나?

     

   “오케이. 그럼 같이 가는 거지?”

   “미안. 나는 안 되겠다.”

   “흥. 그럴 줄 알았다. 재미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사실 나도 딱히 집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 건 율리아 같은 모범생들이나 하는 짓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둘 중에서 레이첼 부류에 더 가까운 편이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그녀와 어울려주긴 힘들 것 같다.

     

   “너도 괜히 후회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서 공부나 해.”

   “···하아. 공부해야 하긴 하는데. 장학금 놓치면 진짜 큰일인데.”

     

   저렇게 마음 졸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짜 사실대로 얘기해주고 싶지만 겨우 억누른 다음에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정말 갈 생각이냐?]

     

   “네. 이번 타이밍을 놓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시험 준비도 해야 하지 않느냐.]

     

   “···그렇긴 하죠.”

     

   미안. 레이첼.

   나도 사실 집에서 얌전히 공부나 하려고 너를 배신한 건 아니거든.

     

   내로남불 같이 들릴지 몰라도 공부야 나중에 언제든지 실컷 할 수 있으니까.

     

   반면 ‘괴도 추종자의 모임’은 오늘 놓치면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

     

   율리아가 거기에 연관되어 있단 사실을 깨달은 이상 그들이 정확히 어떤 집단인지 확실히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어때요?”

     

   [처음 보는 변장이구나.]

     

   “재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아무 데서나 뤼팽으로 돌아다닐 순 없죠.”

     

   특히 괴도 추종자는 사실상 반 귀족 단체라고 봐도 무방하니 귀족 컨설팅을 약속한 뤼팽이 그런 모임에 등장하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번 이름은 무엇이냐?]

     

   “도일 르블랑으로 가죠.”

     

   지난번 집행자를 속일 때 이용했던 신분이기도 했다.

   혹시 몰라 가짜 신분증까지 만들었는데 일회용으로 써먹고 버리기는 아까우니까.

     

   좋아. 이제 출발해볼까.

     

     

   ***

     

     

   모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거의 대놓고 공개한 수준이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

   이러면 정부가 제재하지 않나 싶었지만 당장 그 정도로 과격하게 대응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았다.

   특히 얼마 전 터뜨린 궁전 습격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 의도적으로 정보를 은폐한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덕분에 의회를 비롯한 정부는 물론이고 엄연히 사건의 피해자인 왕실조차 이미지가 상당히 추락하고 말았다.

     

   물론 나를 향한 여론도 극단적으로 갈리게 되었다.

     

   대부분 선을 넘은 미치광이 범죄자 정도로 여기지만 일부 사람들은 아예 불의한 국가에 저항하는 영웅으로 추앙하기까지 했으니.

     

   그레이스 경은 옛 영웅이고 괴도 레이븐은 새로운 영웅이라나?

     

   그래봤자 이번 사태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그레이스였지만.

   내부 고발이나 다름없는 그림이니 부패한 정부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의인이라며 모두가 그레이스에게 열광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 사실대로 밝힐 수도 없겠지.

     

   비록 중간에 조금 문제가 있긴 했어도 결과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던 그림대로 흘러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복잡한 나비효과로 인해 정부는 몸을 사리는 상태이며 그 틈을 타서 괴도 추종자들은 가파르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었다.

     

   “여기인가 보네요.”

     

   [흠. 대충 예상했던 느낌대로구나.]

     

   여신님의 말에 매우 동감한다.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단체. 게다가 범죄자를 추앙하는 급진적인 사상.

   여러모로 평범하기엔 무리가 있는 특성으로 가득하기에 아무리 규모가 커져도 대놓고 양지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예측을 뒷받침하듯 모임 장소부터가 으슥한 지하 술집이었다.

   조명도 상당히 어두우며 입구에는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장소에 율리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오늘은 시험주간이니 불참했을 확률이 높겠지만.

     

   “멈춰. 여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동굴 같은 저음으로 나를 가로막는 덩치.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추종자의 모임이 열린다고.”

   “흠. 처음 보는 얼굴이군.”

   “네. 이전까지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난번 기사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거든요.”

     

   내 대답에 꽤 만족스러웠던 건지 상대는 낮게 웃었다.

     

   “하하.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모이지. 좋은 시간 보내라고. 친구.”

   “당신도요.”

     

   보안이 매우 허술했다. 설마 신분조차 확인하지 않을 줄이야.

     

   같은 생각을 가지고 모인 친구라는 건가.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내려갈수록 고막을 때리는 거친 음악 소리.

   그야말로 지하에 있는 클럽에 입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내려가 마주한 지하의 풍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건 진짜 그냥 클럽이잖아?

     

   어두운 조명 아래서 심장 박동처럼 울리는 드럼 소리. 그 속에서 단출한 술잔을 하나씩 손에 든 채로 신나게 떠드는 사람들.

     

   솔직히 이 세계관에서 이런 풍경을 보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왜 이제야 사람들이 그토록 괴도 추종에 진심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재밌게 놀면 모임의 목적과 상관없이 진심이 될 수밖에.

     

   입구 앞에서 떨떠름히 서 있으니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 왔나 봐? 그렇게 바보처럼 서 있는 걸 보니.”

   “네. 조금···. 의외라서요.”

   “모두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더라고. 조금만 지나면 저 사이에서 제일 열심히 놀기 바쁘지만.”

     

   노출도가 상당한 여인은 싱긋 웃으며 내게 술잔을 건넸다.

     

   [쯧. 너무 경박하군. 탈락이다.]

     

   ‘멋대로 품평하지 마세요.’

     

   [음? 설마 저 아이가 마음에 든 것이냐?]

     

   ‘그게 아니라!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아무한테도 하지 말라고요!’

     

   [까탈스럽긴. 알겠으니까 조용히 하렴.]

     

   알기는 개뿔. 잠깐만 사렸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 복귀하겠지.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지 고민이네.

   내가 생각했던 느낌과 너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원래라면 이 모임의 목적이 뭔지를 파악하려 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놀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볼까. 노출녀한테 받은 술잔을 들고서 구석에 있는 빈자리에 조용히 착석했다.

     

   최대한 존재감을 지우고서 이 시끄러운 지하 공간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리더와 같은 존재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인물이 어떤 성격인지 파악하면 괴도 추종자들이 위협적인 집단인지도 알 수 있으리라.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데.

   마법을 이용해서 내가 바라보는 방향의 소리만 집중적으로 도청했다.

     

   “크! 오늘 연주 죽이는데?”

   “얼마 전에 합류한 뮤지션이잖아. 리더가 직접 영입했다던데.”

   “응? 드레이크 씨가 직접 영입했다고?”

     

   처음부터 꽤 쓸만한 정보를 건졌다.

   이 집단의 리더는 드레이크라는 남자인 모양이다.

     

   이제 그 드레이크라는 놈이 어디 있는지만 알아내면 되겠군.

   당연히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 거다.

     

   “오늘은 그 부잣집 아가씨는 안 왔나 보네요.”

   “그러게. 부모한테 걸린 거 아니야?”

   “머리가 새까만 걸 보면 그레이스 아가씨일 수도.”

   “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가문 나으리가 우리 영웅님을 폭로했다고.”

     

   우리 영웅님?

   설마 저거 나 말하는 거야?

   맥락상으로는 맞는 거 같긴 한데 너무 황당해서 잘 믿기지 않았다.

     

   그나저나 부잣집 아가씨는 아마도 율리아인 느낌이네.

   다행히 오늘은 참석하지 않은 듯하다.

     

   그나저나 리더는 어디 있는 거지?

     

   한참 얘기를 엿듣던 와중 저 반대편 구석 그늘진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마침내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드레이크 씨. 이번에도 신기록입니다. 계획한 대로 참가 인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드디어 찾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험 끝나자마자 클럽으로 향하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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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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