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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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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어쩌다 보니 블랑카와 한 팀이 되어버렸다.

     

   물론 나로서야 좋은 일이긴 했다. 비록 단번에 간부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러운 성과였으니까. 이대로 자연스럽게 조직의 중심으로 침투해나가면 되겠지.

     

   얘기가 끝나자 슬슬 해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와중에 블랑카는 나를 따로 불러서 단둘만의 자리를 만들었다. 아마도 이제부터 해야 할 업무에 관해 말해주려는 듯했다.

     

   “음···. 아까 들었겠지만 여태 홍보 일은 쭉 나 혼자서만 해왔거든.”

   “네.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러니까 그냥 놀러나 다닐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충대충 하는 거 아닌가? 적어도 첫날부터 농땡이 피우는 건 좀 심한 느낌인데.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

   “그건 아닌데 그래도 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차피 오늘은 나 따라다니면서 지하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만 배워도 충분해. 드레이크도 그걸 원하고 제일 여유로운 나를 붙여준 걸 테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뭐라고 반박하겠나. 어차피 드레이크에 관해서는 나보다 그녀가 훨씬 잘 알고 있을 텐데.

     

   “다시 말해 저녁이 되기 전까진 자유 시간이나 다름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놀러 가도 괜찮을 거야!”

   “아 네···.”

     

   게다가 어쨌든 간에 지금 블랑카는 내 직속상관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내가 간부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나를 지지해줄 가장 든든한 아군이기도 했고.

     

   웬만하면 뜻에 맞춰주면서 심기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리라.

     

   특히 아까 레이나처럼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반대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한 명이라도 확실하게 내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내가 얌전히 수긍하자 블랑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좋아. 그럼 어디를 가볼까나? 혹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아니요. 전 선배님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선배님이라···.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름으로 불러주는 게 더 좋을지도. 아니면 자기라고 부르는 건 어때?”

   “그럼 원래대로 블랑카 씨라고 부를게요.”

     

   내 대답을 듣고 눈물 흘리는 시늉은 하는데 막상 본인도 딱히 속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영혼 없이 대충할 리가 없을 테니까.

     

   “일단 밖으로 나가서 한번 생각해볼까? 돌아다니다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

   “그래요.”

     

   우리는 지하에서 올라와 건물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하늘 위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환한 태양. 하긴 내가 아침에 도착했었으니 저녁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 남은 상태였다.

     

   그동안 뭘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할까. 19세기 영국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할만한 일이 뭐가 있지? 공장 구경? 구두닦이 서비스? 뭐가 됐든 전부 이상할 것만 같은데.

     

   “뭘 할지 정하셨나요?”

   “재촉하지 말아 줄래? 일단 느긋하게 산책이나 즐기자고.”

   “산책인가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제일 좋은 선택일지도.

   사실 여태껏 너무 바쁘게 달려오느라 정작 이 세계관 자체를 마음 편하게 즐겨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분수대가 썩 괜찮은 광장에 들어서며 느낀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제법 행복해 보였다는 거다.

   하긴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무조건 덜 행복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도 있을 테니까.

     

   게다가 여긴 신비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가? 기술력도 마도공학을 생각하면 그리 밀린다고 하기도 힘들었다.

     

   광장을 뛰놀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멍하니 보고 있던 와중 블랑카의 목소리가 내 상념을 깨트렸다.

     

   “평화롭네. 하품이 절로 나올 만큼.”

   “···방금 되게 평화를 싫어하는 악당 같았어요.”

   “응? 그럴 리가. 나만큼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무 뻔뻔해서 반박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딱히 나쁜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

     

   “단지 아쉬울 뿐이랄까.”

   “뭐가요?”

   “너무 조용하잖아. 우리 영웅님은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시는지.”

   “아.”

     

   그런 뜻이었구나. 지금 당신의 옆에서 한가롭게 산책이나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믿을 리가 없겠지?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해. 궁전을 털었단 소식이 특보로 전국에 알려지고 무엇보다 그 그레이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당분간은 몸을 사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긴 하겠지.”

     

   내 마지막 공식 활동이 궁전 습격이었나?

   하긴 그레이스 가족 모임에 난입한 거나 바닷속에서 인어 공주를 만났던 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테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봐.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일수록 멋있게 등장하면 모두 영웅님께 반해서 추종자가 될 텐데.”

   “하하···. 그래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계속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런 애들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다른 긴가민가한 사람을 노리는 거지!”

     

   생각보다 의욕이 넘치네. 그러고 보면 다른 건 몰라도 괴도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텐션이 상당히 높아지는 느낌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리더인 드레이크보다도 괴도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처럼 보인달까.

   다른 간부들도 솔직히 친목회의 느낌이 강한 반면 블랑카는 괴도 추종자라는 본래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분수대에 잠시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혹시 넌 영웅님을 직접 뵌 적 있어?”

   “어···. 아니요.”

     

   매일 아침 거울로 보는데.

     

   “그래? 난 사실 멀리서 한번 본 적 있거든.”

   “정말로요? 언제요?”

   “미술관을 털 때. 옥상에서 유유히 경찰들을 따돌리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아 그때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에 잠겼다.

   한창 인지도를 쌓아가던 와중 예고장이 공개된 덕분에 사람들이 구경하겠다고 마구 몰려들었었지.

   “직접 보니까 어땠어요?”

     

   내 호기심 어린 질문에 그녀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한눈에 반해버렸어.”

   “···멀리서 봤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얼굴이 보였어요?”

   “아니. 얼굴은 안 보였는데 그래도 잘 생겼어.”

     

   이쯤 되면 단순히 팬심을 넘어 거의 신앙에 가까운 수준 아닌가?

   그냥 자기 마음속에 있는 이상형을 나한테 투영시켜서 망상하는 것 같은데.

     

   블랑카는 여태껏 보여주던 특유의 팜므파탈적인 모습도 벗어던진 채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녀처럼 반응했다.

     

   “틀림없어. 난 영웅님을 보자마자 무조건 알아볼 거야.”

   “아···. 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녀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꾹 참아내기로 했다.

   때론 모르는 채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더 행복한 결말일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저런 모습을 보니까 역시 나한테 보였던 태도는 전부 장난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그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는 건 변함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심하게 되었달까.

   적어도 내가 정체만 들키지 않는다면 귀찮은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여태껏 아무한테도 들킨 적 없는데 설마 블랑카한테 들키겠어?

     

   “슬슬 돌아갈까?”

   “벌써요?”

     

   해가 저물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저녁이 되려면 시간이 꽤 남았다.

     

   “모임을 열려면 먼저 준비해야 하니까 청소 같은 잡일이나 좀 도와주란 거지. 겸사겸사 사람들 얼굴도 익히고.”

   “아하. 블랑카 씨는 의외로 성실하시네요.”

   “그거 욕처럼 들리네.”

     

   피식 웃음을 터뜨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짓궂은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안 도와줄 거거든?”

   “네?”

   “이런 잡무는 막 들어온 네가 해야지. 설마 둘이서 알콩달콩 같이하길 기대한 거야?”

     

   어휴. 그럼 그렇지. 레이븐 얘기가 끝나자마자 원래대로 돌아온 블랑카의 모습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으니까 가요.”

   “저기 설마 삐진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얼른 가서 준비해야 한다면서요.”

   “우리 귀염둥이. 삐지니까 더 귀엽네. 아니면 설마 내가 영웅님 얘기 꺼냈다고 질투하는 거야?”

     

   미쳐버리겠군. 계속 반응해주다간 한도 끝도 없을 것 같기에 그냥 무시해버리기로 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지하 건물로 향하자 나를 쫄래쫄래 뒤따라오는 블랑카.

     

   그러면서도 얄밉게 키득대며 나를 놀리기를 한참. 결국 입구 앞에 도착할 때까지 잔뜩 놀림을 당하고 말았다.

     

   쏟아지는 얘기들을 적당히 한 귀로 흘리며 지하로 내려가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의 실루엣이 너무나 익숙했던 탓에 우뚝 걸음을 멈춰 세웠다.

     

   처음에는 설마 싶었다. 그냥 닮은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려 했지만.

   사실 우연히 그녀와 닮은 여자가 하필 이 타이밍에 여기 나타날 리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나는 율리아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한테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이곳에 다시 방문한 것이다.

     

   “어머. 여기서 또 보네. 우리 이쁜이.”

   “어···. 그때 그···.”

     

   두 여자가 서로를 알아보고서 얘기가 시작됐고 자연스레 율리아의 시선이 옆에 있던 내게로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마주 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용!

작년에 연재한 이후로 올해 처음 뵙네용!!

오랜만에 보니까 다들 1살 더 먹은 거 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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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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