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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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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레이첼은 저녁을 먹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아까 아카데미에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가 스멀스멀 머리에 떠올랐다.

     

   ‘괴도에 미친 놈들.’

     

   표현이 거칠긴 해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율리아와 샤론의 이미지는 정확히 그러했다.

     

   물론 한쪽은 미칠 정도로 좋아하고 반대쪽은 미친 수준으로 싫어하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그 정도를 따지면 둘은 엇비슷한 만큼 괴도에 미쳐있는 듯했으니까.

     

   그리고 나머지 한 소년은···.

     

   그녀는 고개를 휘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없애버렸다.

     

   대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분명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허우대만 멀쩡하게 생긴 놀리기 좋은 찐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고민을 먼저 알아차리고 재단의 명함을 건네줬을 때부터였나?

   아니면 뜬금없이 단둘이서 식당에 갔을 때?

     

   모르겠다. 굳이 답을 알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그 뒤로 한동안은 기분이 싱숭생숭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싹 사라지고 다시 말끔해졌다. 이젠 녀석을 봐도 정말로 아무렇지 않으니까.

     

   ‘음. 그렇고말고. 내가 그런 찐따 녀석이랑···.’

     

   막상 학기 초를 제외하면 어느샌가 그를 찐따라고 부르지 않게 됐지만.

   그 사실은 레이첼 본인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화 내용을 되새겨 보았다.

     

   괴도한테 언니의 일자리를 요구해라.

     

   얘기만 들어도 헛웃음이 절로 나올 만큼 황당무계한 제안.

   녀석이 들어줄지는 제쳐두고 현재 잠적 상태인 괴도를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솔직히 마음 같아서야 그녀도 누구에게든 따져 물어서 언니를 복직시키고 싶다.

   제발 저 집에서 하루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는 백수를 누가 좀 거둬 들여줬으면 좋겠다.

     

   확신할 수 있다. 만약 기회만 찾아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즉시 낚아채고 마리라.

     

   “레이.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식탁에서 밥을 먹다 말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자 그녀의 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작 그 이유가 본인 때문이라는 건 전혀 모르고 있으니 레이첼로선 답답할 따름이었다.

     

   마침 그런 얘기가 나온 김에 언니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언니. 일은 구하고 있어?”

   “어? 구하고는 있긴 한데···.”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걸 보니 굳이 뒷말은 들을 필요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언니 정도면 나름 경력자 아니야? 일했던 저택들도 하나같이 좋은 데였잖아.”

     

   라파노가 쓰레기 새끼인 것과 별개로 그는 이 근방에서 손꼽히는 지역 유지였다.

   게다가 그 뒤에 짧게 일했던 여인도 상당한 부호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상하게 그 당시의 기억은 어딘가 흐릿하게 남아있지만.

     

   동생의 물음에 레아는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그렇긴 한데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해고당하니까 고용주분들도 믿음이 잘 안 가나 봐···.”

   “언니가 잘못해서 잘린 것도 아니잖아! 첫 번째는 그냥 돼지 새끼가 미친 거고 두 번째도···!”

     

   괜스레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 라파노야 그렇다 칠 수 있다. 원래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쓰레기 자식이니까.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건 두 번째인 베로니카였다.

     

   급한 문제가 생겨서 본가로 돌아간다고? 당연히 그럴 수야 있다.

   하지만 보통 그런 경우엔 딸린 가솔들도 챙겨서 함께 이동하거나 그러기도 힘든 상황에선 최소한 다른 저택과 연계해 간단하게라도 인솔해주는 게 정상이다.

     

   이건 기본적인 예의다. 지키지 않으면 노동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안 좋게 나 평판이 떨어질 것마저 감수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

     

   막말로 역모죄에 쓰여 야반도주하는 게 아닌 이상 하인들한테 무작정 해고 통보만 하고 저택을 휙 떠나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제일 화가 나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억울해하긴커녕 동생만 걱정하며 헤실대는 바보 같은 언니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거다.

     

   “괜찮아!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으니까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퍽이나···.”

     

   이미 밤늦은 시간대에 좋은 소식이 있어봤자 뭐가 있겠는가.

   레이첼이 그렇게 투덜대려던 찰나.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스칼렛 자매의 고개가 동시에 현관으로 향했다.

     

     

   ***

     

     

   문이 열리면서 나온 레이첼은 내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

   “안녕하세요.”

   “네.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이 녀석이 당황해하는 건 또 신선하네.

   하긴 평소에도 장학금 잘리는 걸 제일 걱정하던 녀석이니 이런 반응도 이상하진 않았다.

     

   지금쯤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아마도 다음 학기 장학금 탈락 통보 때문에 찾아왔나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때마침 중간시험도 지난주에 끝났으니 타이밍도 환상적이네.

     

   예상대로 처음에는 혼란과 의문으로 가득했던 레이첼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며 흙빛으로 변해갔다.

     

   “서 서 설마···.”

     

   왠지 저런 모습을 보면 더 놀려주고 싶단 말이지.

   평소엔 늘 내가 장난을 받아주는 입장이었다 보니 약간 괘씸하다고 해야 하나.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꽤 중요한 얘기라서 말입니다.”

   “아아······.”

     

   이미 자기 혼자서 결론을 내린 듯한 표정.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자세가 무너질 뻔할 정도였다.

     

   “레이? 누구길래 그렇게···. 꺅!”

     

   얘기가 길어지자 호기심을 못 이기고 이쪽으로 다가오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작게 비명을 지르는 언니분.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선 고개를 돌리더니 또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이 이사님께서 어쩐 일로 이런 누추한 곳에···.”

   “누추하다뇨. 이렇게 아리따운 숙녀분들이 있으신 공간인데.”

   “꺅!”

     

   반응이 참 재밌네. 이거 자매가 쌍으로 놀리는 맛이 있단 말이야.

     

   [흠. 아주 훌륭하게 패도의 길을 걷고 있구나.]

     

   ‘오랜만에 나와서 헛소리하지 마세요.’

     

   중요할 때는 쥐 죽은 듯 있다가 꼭 이럴 때만 나와서 툭툭 멘트 던지기만 하는 무능한 여신 같으니라고.

     

   [방금 굉장히 신성 모독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에이. 설마요.’

     

   아무튼 레아의 안내를 받아 무사히 집안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레이첼은 여전히 멘탈이 회복되지 않았는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리에 힘없이 앉아있었다.

     

   “그 그럼 나는 다과 챙겨올 테니까 둘이 얘기 나누고 있어!”

     

   잔뜩 부끄러워하며 허둥지둥 자리를 도망치는 레아. 아무래도 고용 얘기를 나누려면 그녀도 있어야 할 텐데. 그 전에 일단 레이첼부터 되살리는 게 우선으로 보였다.

     

   “레이첼 양. 아카데미 중간시험을 치렀다고 들었습니다.”

   “···네. 성적표를 들고 와야 하나요···.”

   “아니요. 이미 확인했습니다.”

     

   이건 사실이다. 레이첼의 학비를 지원할 때부터 아카데미 측에서 그녀에 대한 기본적인 학력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었으니까. 즉 그녀가 필기시험을 망쳤다는 것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어차피 반응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던 거지만.

     

   “실기 성적이 아주 우수하더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네?”

     

   예상과 다른 대답이었던 걸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던 레이첼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 장학금 안 잘리는 건가요?”

   “그야 물론입니다. 레이첼 양처럼 우수한 학생의 지원을 그만둬야 할 이유는 없죠.”

   “저 정말요? 하지만 저 필기 완전 개같이 망했는데도요?”

     

   개같이 망하다니. 표현 참 저렴하네.

   만약 장학금을 잘린다면 언행 부주의 때문이 아닐까.

     

   “전 개인적으로 모두 적당하게 잘하는 것보다 약점이 있더라도 확실한 강점이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그런 강점을 살려 특별한 인재가 되는 거죠.”

   “오···.”

   “그런 의미에서 레이첼 양은 저희 재단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학생입니다. 그러니 장학 선발에 너무 불안해하진 마십시오.”

     

   그제야 레이첼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 앞으로는 옆에서 장학금으로 자꾸 찡얼대지 않겠지.

     

   “그럼 집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오늘은 레이첼 양이 아니라 언니분께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저희 언니요?”

     

   눈을 크게 뜬 레이첼은 이내 눈가를 가늘게 좁히더니 수상하단 표정으로 되물었다.

     

   “설마···. 저희 언니한테 관심이 있어서?”

   “히끅!”

     

   “······.”

   “······.”

     

   순간 우리 둘 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벽인데 그 너머가 다 보이는 듯한 느낌은 어째서일까.

     

   얘기를 전부 엿듣고 있었구나. 그야 물론 여동생의 장학금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면 궁금한 것도 당연하겠지만 엿들으려면 최소한 들키지 않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크흠.”

     

   헛기침으로 침착을 되찾은 후 본론을 꺼냈다.

     

   “지금 레아 씨께선 실직 상태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일을 해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부엌에서 도도도 달려오는 레아. 그녀는 내 앞에서 냅다 무릎을 꿇으며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영광을 맛보고 싶습니다···!”

     

   음···. 좀 당황스럽긴 했으나 어쨌든 이런 반응이면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다.

   레이첼이야 굳이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히 받아들일 테니 문제없겠지?

     

   “잠깐만요.”

     

   뭔가 싶어 레이첼을 바라보니 막상 나를 불러놓고선 시선을 피하는 레이첼.

   그 오묘한 표정은 뭐랄까. 굉장히 고민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뜻밖의 대답.

     

   그 말에 가장 놀란 건 내가 아니라 옆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던 언니였다.

   가장 믿던 동생에게 배신을 당해 상처 받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모습이 어딘가 불쌍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레아는 충격을 먹은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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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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