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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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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평소와 똑같은 아카데미 교실.

     

   언제나 그랬듯 점심시간이 되자 넷이 뭉쳐 시답잖은 잡담을 떠들었다.

     

   “야. 근데 너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냐?”

     

   레이첼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내가 아니라 율리아 쪽이었다.

   그 말대로 밝은 표정 속에서 숨겨지지 않는 피로함이 눈에 보였다. 설마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율리아를 보게 될 줄이야.

     

   “응? 아하하···. 그런가?”

     

   어색하게 말을 얼버무리는 그녀. 수상쩍은 반응에 레이첼의 눈가가 가늘어졌으나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나는 율리아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

   최근 반강제로 괴도 추종자를 떠맡게 되면서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닌 듯하니까.

     

   뒤에서 블랑카가 최대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그녀도 앞에 나서주긴 힘든 상황이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는 율리아가 혼자 처리해야만 했다.

     

   조금 미안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 통제를 안 하고 방생해버리자니 무슨 짓을 벌일지 불안한 데다 율리아 본인도 괴도 추종자를 좋아하니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 아닌가.

     

   “흠···. 요즘 우리 언니도 집에 돌아올 때마다 녹초가 돼 있던데.”

     

   뜨끔. 율리아에 이어 이번에는 레아다.

     

   “언니분? 저번에 취업했다고 하지 않았어?”

   “엉. 요즘 사무실도 옮기고 직원도 뽑으면서 일이 겁나 빡세졌나 봐. 근데 본인은 좋아하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확실히 사무실에서 일할 때의 레아를 생각하면 지나칠 만큼 열성적이긴 하다.

     

   아마도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후임들 때문이 아닐까?

     

   레아에게는 총무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겨주었다. 이름은 그럴싸해도 당장 하는 일은 청소를 비롯한 각종 잡무 처리. 즉 업무 자체는 이전과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면 총무부의 필요성도 당연히 올라가겠지만 지금 당장은 중요도에서 뒷순위로 밀려있다 보니 배정한 직원들도 엘리트가 아닌 사원들로만 이루어져 버렸다.

     

   즉 엘리트가 넘쳐나는 우리 재단에서 유일하게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부서라고 할까.

   다들 레아처럼 열정만 앞서는 모습이 보고 있으면 참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무튼 율리아도 그렇고 레아도 그렇고 피곤한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이상하네.

     

   물론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단연 줄리엣이다.

   직원들을 한꺼번에 뽑았다 보니 안정기에 접어들기 전까진 죽어라 고생하겠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좀 신기할 만큼 엘리트 직원들이 고분고분하게 줄리엣의 말을 잘 따른다는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사이인 것처럼.

     

   “아 맞다. 다음 주에 체육 대회 한다는 거 알았냐?”

   “넌 그걸 모르고 있었어? 중등부 때도 매년 해왔잖아.”

   “아니 이상하지 않냐? 마법 아카데미인 주제에 체육 대회는 왜 하는 건데?”

     

   흠.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하네.

   할 거면 차라리 마법 대회를 열지 왜 굳이 마법도 쓰지 못하는 체육 대회를 여는 걸까.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이유를 고민하던 찰나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난 갈색 머리의 여학생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마법사들은 하루종일 앉아서 책만 들여다보느라 체력이 조루니까!”

   “어 달리아···?”

     

   예전에 한번 말을 걸었을 때 이후로 은근히 친근하게 다가오는 활달한 성격의 소녀였다.

     

   그렇다고 나한테 관심이 있다던가 식의 헛된 착각은 품지 않았다.

   그야 달리아는 반 모두와 친한 소위 인싸 스타일이고 무엇보다 율리아와 단짝처럼 붙어 다닐 만큼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그럴듯해. 근데 그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어? 아니면 혼자 생각한 거야?”

   “예전에 체육 선생님께 궁금해서 여쭤봤어. 자기가 활약할 수 있는 유일한 행사라나?”

     

   뭔가 안쓰럽네. 하긴 마법 아카데미에서 체육 과목은 별로 쓸모가 없긴 하지.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는 만큼 마법사에게도 체력은 어느 정도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현실적으로는 운동할 시간에 마법 주문 하나 더 외우기 바쁘니까.

     

   아무튼 그런 복잡한 이유로 체육 대회는 학생들에게 큰 기대감 없는 시큰둥한 행사로 여겨진다.

   수학여행이야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지만 체육 대회는 그냥 땀만 뻘뻘 흘리며 개고생하는 날이라는 이미지랄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딱히 기대하지는 않는다. 원작에서도 별사건 없이 조용히 넘어갔던 걸로 알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겠지.

     

   “그보다 있잖아. 레이븐이 다음에는 어떤 보물을 노릴까?”

     

   율리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괴도에 대한 주제를 던졌다.

   그러자 레이첼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거 또 시작이네. 너 진짜 추종자지. 솔직하게 말해.”

   “···헤헤.”

     

   예전에는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을 텐데 이제 그녀는 단순 추종자를 넘어 추종자의 대장이 되어버렸다.

     

   “샤론.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샤론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그래? 샤론이라면 뭐든 잘 알 것 같았는데. 아쉽다.”

   “평소에 하던 것처럼 추리해 봐. 탐정처럼 막 잘했잖아.”

     

   레이첼의 요구에도 고개를 내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샤론.

     

   “그건 추리가 아니라 예지의 영역이야. 괴도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걸.”

     

   좀 의외였다. 이 녀석이 이렇게 순순히 포기하는 모습은 거의 못 봤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생각하던 순간.

     

   “아니면 크로는 알지도.”

     

   뜬금없이 내게 돌아오는 화살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다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모리스 군이 뭐가 있어? 설마 예언자야?”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

     

   갑자기 이게 무슨 의미지. 이제 대놓고 정체를 숨기는 걸 그만두겠다는 건가?

   또 급작스럽게 시작된 눈치 싸움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만약 내가 괴도라면···. 가장 훔치기 힘든 보석을 노리지 않을까?”

   “왜? 훔치기 쉬운 걸 노리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여태 레이븐이 털었던 장소를 생각해 봐. 중앙은행에 궁전까지. 일부러 어려운 곳만 골라서 터는 느낌이잖아.”

     

   내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샤론에게 태평스럽게 말했다.

     

   “어때? 내 추리는?”

   “구체적으로 한 장소를 뽑으면?”

   “음. 그레이스 본 저택이라던가.”

     

   화들짝 놀라며 크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율리아.

   다른 이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기야 그레이스 가문의 아가씨가 바로 앞에 있는데 도둑이 들 거라고 얘기하는 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네.

     

   그런데 막상 본인은 좋아하는 표정인데. 한껏 들떠서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율리아. 제발 자기네 집에 도둑이 들기를 바라고 있는 부잣집 아가씨라니.

     

   내 추리를 듣고 나서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샤론.

   그 모습에 레이첼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이놈은 알 거란 말은 뭔 뜻이었는데. 얘가 뭐 괴도라도 된다는 거야?”

     

   아무렇지 않게 위험한 발언을 내뱉어버리는 레이첼.

   그러자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리는 율리아와 어딘가 수상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샤론.

     

   매우 불편하다. 그냥 휙 떠나버리고 싶다.

   누가 거칠게 뒷문을 열고 등장해서 나를 데려가 주지 않으려나.

     

   쾅!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쏠렸다.

   내가 상상했던 장면이 그대로 현실에 펼쳐지고 있었다.

     

   활짝 열린 뒷문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한 인물.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 따위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여자라고 착각할 만큼의 중성적인 외모를 지닌 싸가지.

     

   ···이 녀석을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제발 나한테 말을 걸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지만 그런 간절한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레인저는 정확히 내 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어이. 뺀질이.”

     

   대체 어쩌다 이 녀석과 엮이게 된 걸까?

   지금이라도 처음 만났던 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만나지 못하도록 뜯어말릴 것이다.

     

   다른 것보다도 이쪽으로 쏠리는 반 아이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럽다.

     

   “그 일단 밖에 나가서 얘기할까?”

   “흠. 그러던가.”

     

   의외로 순순히 복도로 먼저 걸어 나가는 그레인저.

   그나저나 이번에는 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또 취조 때문인 건 아닐 테고.

     

   “너 쟤한테 뭐 약점 잡혔냐?”

   “그런 거 아니야. 잠깐 나갔다 올게.”

     

   아이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복도로 나가자 벽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생긴 건 진짜 예쁘게 생겼네. 농담이 아니라 웬만한 여자애들과 비교해도 훨씬 여리여리하고 곱상한 외모였다.

     

   뭐 어차피 여자도 아니고 같은 남자인 이상 생긴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잡생각을 접어두고 그레인저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녀석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 대뜸 말했다.

     

   “야. 나 좀 도와주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뮹뮹을 도와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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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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