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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03

EP.303

디트리히의 중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과거 아카데미 습격 사태나 드라칸의 근거지 소탕 작전 둘 다 맞부딪칠 일 없이 스쳐 지나갔기에 깨닫지 못했지만 파괴 전차라 불리는 디트리히의 순수 무력은 드라칸 내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을 자랑했다.

     

   지크프리트나 베로니카처럼 쉽게 이길 수 있을까···?

     

   침착하자. 쓸데없이 겁에 질려봤자 판단력만 흐려질 뿐이야.

     

   “찾았다. 목표물.”

     

   녀석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공기를 가로지르며 거대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경계심을 끌어올리고 있었기에 간발의 차로 피해내는 데 성공했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그대로 안면이 함몰되었을 것만 같은 위력.

     

   지금의 몸 상태로는 쉽사리 이길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조커를 써야 하나?

     

   잠깐 고민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커는 최후의 상황에 써야 할 비장의 카드다. 지금 섣불리 조커를 써버리면 디트리히는 쓰러트릴 수 있어도 나 역시 탈진해 뻗어버리고 말 것이다.

     

   드라칸이 차례로 날 공격해오는 지금의 상황에서 조커는 리더와의 결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아껴놓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디트리히를 조커 없이 순수 마술로만 잡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눈앞에서 호기롭게 웃고 있는 야수 같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그야말로 머릿속에 죽고 죽이는 싸움만을 갈망하는 미친 전투광.

     

   드라칸의 조직원들이 드래곤을 재림시키려는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이 녀석의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이 땅에서 최강의 초월자라 불리는 드래곤과 직접 일대일로 맞붙고 싶단 황당한 이유에서였으니까.

     

   그런 녀석이니 나와의 전투를 단념시키는 건 불가능하겠지. 어떻게서든 승부의 결말이 날 때까지 싸우고 싶어 하리라.

     

   “흐흐. 비겁한 수를 써서 날 이기더니 꼴좋다! 디트리히! 빨리 날 풀어줘! 어서!”

     

   여전히 밧줄에 꽁꽁 묶여있던 베로니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저자세를 집어치운 채 우리를 비웃어대기 시작했다.

     

   그 얄미운 모습에 엘디나가 손날을 들어 올려 경고해도 디트리히와 대치 중이라 막상 섣불리 움직이진 못했다.

     

   “베로니카? 왜 그쪽에 서 있는 거냐. 빨리 이리로 와라.”

   “보면 몰라!? 붙잡혀 있는 거잖아! 이 밧줄 좀 어떻게 해봐!!”

   “쯧. 나약하기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순히 베로니카를 풀어주려는 디트리히.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녀석에게 대놓고 말을 걸었다.

     

   “잠깐. 싸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흠. 뭐냐?”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싸우자.”

     

   뭔 헛소리냐고 쫑알쫑알 떠드는 베로니카와 달리 디트리히는 내 제안에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 옆에 있는 여자가 빠질 테니 이쪽도 나 혼자 덤비라는 건가?”

   “정확해. 남자끼리 일대일 승부로 결판을 내자는 거지.”

   “하하!! 좋군. 아주 마음에 들어!!”

     

   결국 내 말을 흔쾌히 받아들인 녀석은 베로니카의 밧줄을 풀어주지도 않고 성큼성큼 다시 앞으로 다가왔다.

     

   “야! 이 무식한 돌대가리야! 일대일 승부고 나발이고 일단 날 먼저 풀어달라고!”

   “시끄러우니까 뒤에서 조용히 구경이나 해라. 패배한 주제에 말이 많군.”

   “으으···!!”

     

   열불이 뻗쳐 답답해 죽을 것 같다는 듯 제자리에서 쿵쾅대는 베로니카.

   어느 틈에 엘디나가 가까이 다가가선 손날로 이마를 내려찍었다.

     

   “으악! 야! 이 여자가 나 때리잖아!”

     

   물론 디트리히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가뿐히 무시해버렸다.

     

   콩! 콩! 콩!

     

   몇 번이나 손날치기가 반복되자 그제야 베로니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건방진 태도에 대해 사죄를 반복했다.

     

   좋다. 이걸로 제일 까다로운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만약 물리계 최강인 디트리히와 정신계 최강인 베로니카가 합공했다면 어떻게 손 써볼 틈도 없이 무참하게 패배하고 말았겠지.

     

   반면 우리 쪽에서 전투에 빠지기로 한 엘디나는 현재 아무 힘도 없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어떤 의미로는 불공정 거래였으나 디트리히는 이 거래에 더없이 만족한 듯했다.

     

   “지크프리트에 이어 베로니카까지. 내 동료를 벌써 둘이나 쓰러트리다니. 넌 강자다. 여태 내가 봐왔던 그 어떤 녀석보다 강할 테지. 그러니 나도 진심으로 싸워주마!”

     

   꽤나 살벌한 선언에 마냥 여유롭게 웃을 수는 없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주먹을 치켜드는 디트리히.

   이윽고 초음속의 주먹이 굉음을 동반한 채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힘뿐만 아니라 속도도 엄청나다. 피하는데 급급한 나와 달리 녀석은 아직도 여유가 있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카드를 주변에 뿌리고 순간 이동을 통해 적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카드 속에서 검과 창 화살들이 사방에서 쏟아지도록 유도했다.

     

   “이런 애들 장난에 당할 거 같으냐!?”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무쇠처럼 단단한 녀석의 신체는 어쭙잖은 견제 따윈 우습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막아냈다. 그야말로 무식하게 체급으로 밀어붙이는 전차와도 같은 전투 스타일에 질려버릴 정도였다.

     

   상성이 좋지 않다. 순수 전투력이 떨어지는 대신 유틸성이 발달한 내 마술로는 디트리히에게 흠집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차라리 이 녀석에게 탈출 마술을 썼어야 하는 건데. 뒤늦게 후회해봐도 지크프리트가 아직 탈출하지 못해 마술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쾅! 쾅!

     

   상대가 한번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열차 내부가 엉망이 되어버리고 있다.

   엘디나는 이미 베로니카와 함께 옆 칸으로 이동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옆 칸이라.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해나갔다.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구나! 사나이라면 당당하게 맞붙어라!!”

     

   최대한 여유로운 척하며 시간을 끌고 있었지만 이미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이대로 디트리히와 정면에서 맞부딪친다면 100% 내가 패배하고 말 것이다.

     

   이 도박수에 모든 걸 거는 수밖에···!!

     

   결단을 내림과 동시에 즉시 마법을 발동했다.

   내 몸이 수많은 까마귀로 나누어져 상대방을 무시하고 건너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도망치는 것이냐!? 용납하지 않는다!”

     

   까마귀들을 하나씩 주먹으로 짓이겨가며 내 도주를 막으려 드는 디트리히.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까마귀들은 검은 먹물처럼 변해 조금씩 상대의 시야를 방해해갔다.

     

   빠르게 줄어드는 까마귀 수.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한 마리마저 먹물로 변해버렸을 때.

     

   어느샌가 디트리히는 열차의 끝자락까지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까마귀로 변한 척하며 제자리에 기척을 감춘 채 숨어있던 나는 재빨리 열차의 건너 칸으로 옮겨탔다.

     

   뒤늦게 내 모습을 발견하고 포효를 터뜨리며 쿵쾅쿵쾅 돌진하기 시작하는 디트리히.

   그 성난 황소 같은 모습은 누구라도 오금이 저릴 만큼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땅에 달라붙은 먹물은 끈적끈적하게 엉겨 붙어 돌진을 방해했다.

     

   그 틈에 나는 카드로 쓱싹하고 열차의 칸을 연결하던 고리를 끊어버렸다.

     

   “놓칠 거 같으냐!?”

     

   동력을 잃고 속도가 느려지는 건너편의 열차 칸.

   그러나 디트리히는 단념하지 않고 이쪽으로 뛰어들려 했다.

     

   그 순간 때에 맞춰 열차에 남아있던 카드를 일제히 폭발시켰다. 고작 저 정도 위력으로 상대를 쓰러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일순간의 행동을 저지하는 정도로야 충분했다.

     

   결국 두 열차 사이에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의 간격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으윽! 디트리히 저 멍청한 돌대가리!! 나랑 여자가 이쪽에 있는데 반대편으로 유인당하면 어쩌자는 거야!?”

     

   베로니카의 말대로 녀석이 이쪽을 지키고 서 있었다면 나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엘디나를 놔두고서 혼자 도망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걸로 무사히 한고비를 넘겼다.

     

   물론 적을 쓰러트린 게 아니니 금방 다시 쫓아오겠지만 어차피 그 전에 협회에 도착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끝날 일이다. 그때는 엘디나가 여신의 힘을 되찾을 테니까.

     

   앞쪽 칸은 갑작스러운 전투의 여파로 승객들이 전부 대피하면서 아비규환이 벌어진 것 같지만 어쨌든 간에 열차는 런던까지 달릴 수밖에 없으리라. 이 상황에선 철로 한가운데 멈추는 거야말로 가장 위험한 자살 행위니까.

     

   런던에 도착하는 약 1시간 동안 나는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는 데 전념했다.

   옆에 있던 베로니카가 내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듯했지만 지금으로선 계속 숨긴 채 멀쩡한 척 연기할 수도 없으니 그냥 포기했다.

     

   “레이븐. 이 여자를 계속 데리고 다니는 건 위험해. 당장 밧줄만 풀리면 세뇌당해버리고 말 거야.”

     

   엘디나의 말대로다.

   방금 상대가 싸움에 고지식한 디트리히라 넘어갈 수 있었던 거지 만약 다른 적이었다면 그대로 베로니카를 풀어주면서 끔찍한 구도가 펼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는 열차 밖으로 떨궈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녀석이 디트리히처럼 강철 신체를 가진 것도 아니고 몸은 연약한 여자이니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겠지.

     

   그렇다고 런던 정거장에 내린 다음 풀어주면 곧바로 따라올 테고. 그냥 리버풀 정거장에 놔두고 오는 편이 제일 나았다. 정보를 얻어내려 했던 건데 리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실책이었다.

     

   속으로 후회하고 있던 와중 엘디나가 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나한테 생각이 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뮹! 뮹뮹!! 뮹뮹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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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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