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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10

EP.310

낯익으면서도 그리운 풍경에 두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순간 이동한 건가?

     

   아니 그런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그야 아카데미 교실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장면과 완벽히 일치했으니까.

     

   원작이 시작되어 내가 아카데미에 입학하려면 아직 몇 년 정도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니 공간을 이동했다고 해서 지금 같은 광경을 마주할 수 있을 리 없다.

     

   “야. 또 멍 때리고 있냐?”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친숙한 목소리.

     

   그래. 지금 시점에서 이 붉은 머리 소녀 레이첼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부터가 이 공간이 현실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셈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이는 얼굴들 전부가 너무나 친근해서 눈물이 흘러버릴 것만 같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크로? 표정이 어두운데. 괜찮아?”

     

   정면에서 허리를 숙이고 내 안색을 걱정스레 살피는 율리아.

     

   크로 모리스. 너무나도 그리운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버리고 레이븐으로 살아가겠다 다짐했지만 그와 별개로 크로로서 살아가던 아카데미 생활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서글퍼질 수밖에 없었다.

   이 아름다운 장소가 현실이 아니라는 잔혹한 진실을 절절하게 깨달아버렸으니까.

     

   순간 이동 같은 게 아니었다. 운명의 여신은 내게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 거다.

     

   가장 달콤한 꿈을 선사해준 것이다.

     

   어째서···?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답이 나왔으니까.

     

   나를 이 환상에 붙잡아두어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려는 속셈이겠지.

   달콤한 만큼 오랫동안 꾸고 싶은 꿈. 하지만 여기에 깊이 빠질수록 현실과 멀어지는 건 분명했다.

     

   잊어선 안 된다. 내가 머무르던 현실은 마도공학 협회라는 걸.

   엘디나와 함께 신성을 되찾으러 갔다가 운명의 여신과 맞닥뜨려 시험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억지로 귀를 틀어막아 외면했다.

     

   전부 거짓이다. 날 흔들기 위한 악마의 유혹이야!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의문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정말로 확실해?

     

   당연하다고 소리치면서도 동요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방금 내게 질문을 던진 존재는 다름 아닌 내면의 나 자신이었으니까.

     

   나는 지금과 비슷한 현상을 이미 겪어보았었다.

   심지어 영겁에 가까울 만큼 긴 세월 동안 계속해서.

     

   차원의 틈에서 창밖을 통해 보았던 이야기.

   흔히 표현하는 아카식 레코드와 같다. 이 세상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완벽히 관측할 수 있는 전지적 공간. 운명이 존재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창밖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몰입해 기존 운명의 흐름을 모두 보았었다.

   그 관측 무대가 바로 지금처럼 현실로 꾸며진 환상을 통해 이야기를 지켜보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이게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란 것을.

     

   창밖으로 본 이야기는 몰입하면 할수록 자신의 자아를 잃고 등장인물 중 하나에 동화되어 이곳이 차원의 틈새라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되고 만다.

     

   하지만 이 공간은 다르다.

     

   나는 다른 등장인물과 동화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크로 모리스’ 즉 나 자신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게다가 내가 원래 있던 공간이 어딘지도 전혀 잊지 않았다.

   나는 아까 전까지 마도공학 협회에 있었으며 여긴 어디까지나 운명을 시험할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전부 기억하고 있는데도 나는 이곳을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 여기게 되는 걸까?

     

   그토록 교묘하게 잘 꾸며진 가짜라고···?

     

   아니 그럴 리 없다. 나는 창밖을 통해 운명 그 자체의 일면도 엿보았다. 아무리 운명의 여신이 준비한 공간이라 해도 가짜인 이상 내가 속아 넘어갈 리 없다.

     

   그럼 여기가 현실이란 거야? 그건 더더욱 말이 안 되잖아.

     

   시간을 되돌린 건가? 운명의 여신이 시간마저 다스릴 수 있다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차 정신이 무너질 것 같던 와중.

     

   머릿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선명히 울려 퍼졌다.

     

   [많이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처음엔 엘디나인가 싶었지만 이윽고 그녀의 정체를 깨달은 나는 이를 악물며 말을 걸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내게 뭘 원하는 건데!?’

     

   [침착하거라. 난 딱히 뭔가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네가 선택을 내릴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뿐.]

     

   ‘선택을 내리라니 뭐를···?’

     

   [그 전에 먼저 첫 번째 질문부터 대답해주지.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느냐? 이미 깨달았겠지만 이곳은 꿈이나 환상 따위가 아니다. 엄연한 현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또 다른 가능성의 현실이라고 부르는 편이 좋으려나.]

     

   또 다른 가능성의 현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고는 헛숨을 삼켰다.

     

   ‘말 말도 안 돼. 그런 게 가능할 리···.’

     

   [가능하다. 운명의 여신인 나이기에 할 수 있다. 수레바퀴는 하나가 아니니까.]

     

   평행 세계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과거 지구에서 살았던 기억 속에 해당 개념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니까.

     

   [이곳은 그대가 여신 자매를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의 세계선. 크로 모리스가 평범한 아카데미 학생으로서 살아가는 세상이다.]

     

   ‘···평행 세계든 뭐든 달라지는 건 없어. 내게 있어 진짜 세상은 하나뿐이야.’

     

   [진짜와 가짜를 구분 짓는 기준이 뭐지? 어느 쪽이든 객관적인 시선에선 진실한 세상임은 틀림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자의 의지가 어디를 고르느냐일 뿐.]

     

   운명의 여신이 한 말에 조소를 흘리며 반문했다.

     

   ‘그 말대로야. 내가 선택한 세상만이 진짜야. 그러니까 이 세상은 가짜라고!’

     

   [진정해라. 이건 말했듯이 운명을 정하는 시험. 선택의 순간은 지금이 아니라 내일 자정이다.]

     

   ‘···내일 자정까지 기다리라고!? 그럴 시간은 없어!’

     

   [만약 그대가 원래의 세상을 고른다면 시간은 1초도 흐르지 않을 테니 안심하거라.]

     

   그 말을 듣고 마냥 안도하기엔 굉장히 뒤가 찜찜했다.

     

   애초에 상대가 뭘 의도하고 싶은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대략 하루하고도 반나절 가량의 유예 기간.

   고작 그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이 가짜 세상을 체험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정말로 그게 전부야?’

     

   [물론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험일 뿐이니 공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니 속임수는 일절 없다. 그대는 내일 자정에 어느 세상을 진실로 여길지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운명의 여신은 분명 내가 가진 불확정성의 능력을 시험하겠다고 했다.

   즉 시험의 내용은 견고한 운명을 내 의지로 깨부수는 형식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당연히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만큼 무겁고 강고한 운명이 짓누르는 참혹한 무대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내 상상은 완벽히 빗나갔으며 나는 또 하나의 평행 세계 그것도 현실보다 훨씬 평화롭고 좋은 환경처럼 보이는 세상에 떨어진 채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게 대체 운명을 깨부수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데···?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마. 이 시험에 정답 따위는 없다. 그저 선택만이 있을 뿐.]

     

   그 말을 끝으로 운명의 여신은 내면에서 기척을 감추고 사라져버렸다.

     

   다시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냅둬. 쟤 원래 자주 저러잖아.”

     

   멍하니 있는 나를 가운데 두고서 잡담을 떠드는 율리아와 레이첼.

     

   거기에 이어서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했다.

     

   반짝이는 금발에 에메랄드빛 눈동자.

   예상한 대로 마지막 등장인물인 샤론마저 내 자리로 찾아온 것이다.

     

   “좋은 아침! 셋 다 무슨 얘기를 그리 재밌게 하고 있어?”

     

   그런데 어째선지 내가 기억하던 샤론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훨씬 털털하고 활발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내 기억 속의 샤론은 좀 더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을 텐데.

     

   게다가 겉모습도 살짝 달라진 것 같은데 단순한 기분 탓인 걸까?

   치마도 더 짧아졌고 얼굴의 화장기도 약간 진해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를 묶어 올리지 않고 하나로 묶어 내린 포니테일인 것도 처음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 신선한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던 찰나 그녀의 뒤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이 등장했다.

     

   “···혼자 뛰어가지 말라니까.”

   “어허. 내 핑계 대지 말아줄래? 네 발걸음이 굼떠서 그런 것뿐이잖아.”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티격태격하는 광경에 율리아가 흐뭇한 표정으로 쿡쿡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언제 봐도 사이가 좋네! 이럴 때 보면 쌍둥이라는 게 좀 부러울지도.”

     

   그러자 레이첼이 턱을 괸 채 작게 투덜거렸다.

     

   “네가 외동이라 모르는 거야. 막상 자매가 있으면 얼마나 짜증 나는지 알아?”

   “그렇게 말하는 레이첼도 언니랑 사이좋잖아?”

   “좋긴 누가···!”

     

   천천히 그 광경의 의미를 이해하였다.

     

   이 세상에서는 줄리엣이 샤론과 함께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차이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다음에 목격한 장면이야말로 나를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나 참. 오늘도 변함없이 시끄럽구나.”

     

   흑발의 생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매혹적인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반달로 고이 접어 눈웃음을 짓는 여인.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지만 마치 원래부터 쭉 입어온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잘 어울렸다.

     

   항상 내 곁에 있어 주던 나만의 여신.

   엘디나가 아카데미의 동급생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느 쪽이 좋은지 독짜님들도 선택하는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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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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