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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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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나는 검을 잡지 못했다· 무려 열흘 동안·

내가 열흘 동안 한 거라곤 나무를 패고 토막내고 굴리고 한대 쌓아두는 것뿐이다·

마냥 헛수고를 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귀중한 굳은 살을 얻었고 체중이 불었다· 근육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붙지는 않았지만 신체에 균형감이 생기고 이전보다는 확실히 지구력이 늘었다· 

끔찍했던 포션의 공도 상당했다· 일주일은 앓아 누웠어야 할 중노동을 하고도 이튿날 바로 회복하고 더 강한 강도의 부하를 감당할 수 있게 도와주었으니 말이다·

9일째 되는 날에는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에 할당된 일을 모두 끝낼 정도로 숙련되고 지구력도 남아돌았다·

연금술에 관심이 생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연금술과 탕약 제조술은 마법만큼이나 강력한 힘이 있었다· 수련을 마치고 밤이 되면 실베린의 서재에서 연금술 책을 꺼내 자기 전까지 읽었다· 

11일째 되는 날· 실베린은 나무를 깎아 공터에 기둥을 박게 했다· 

그 기둥은 한걸음 간격으로 벌려서 6개씩 그렇게 4줄을 나란히 세워 총 24개의 기둥을 박았다·

애초에 나무 토막을 큼지막하게 자른 게 아니라 기둥들의 높이는 내 허벅지 정도에 그쳤다· 이 용도를 알 수 없는걸 만들고 나서 실베린이 말했다·

“이게 네 훈련장이야·”

나는 실베린을 한번 보고 고개를 돌려 기둥들을 보았다· 그리고 또다시 실베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내가 본 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기둥 위에 올라가·”

“···?”

“밟고 그 위에 서 있어·”

머릿속에 여러 의문이 떠올랐지만 일단은 실베린의 말대로 기둥을 밟고 그 위에 올라섰다· 한 발 올리기엔 넉넉한데 두 발을 다 두기엔 부족한 면적이다·

“검술 수련은 그 위에서 할 거야·”

내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중심 잡기 조차 힘든데 검술 수련이라니? 

스텝 하나만 잘못 밟아도 그대로 고꾸라질텐데· 숨이 턱 막힌다·

기사들은 다 이렇게 수련하나 생각하던 차 실베린이 내 머릿속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네가 평생 기사들과 토너먼트나 돌면서 짝짝꿍 할 거면 이 훈련은 필요 없어· 근데 그런 짓거리나 하면서 트로피를 쓸어모은다 해도 그건 네 목숨을 장담해주지 못할 거야·”

“····”

“적들은 네 사정을 봐서 친절하게 평지에 나와 싸워주지 않아· 발 디딜 곳이 없는 곳에서 적응하는 게 첫번째야·”

나는 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시작은 이 나무 기둥 위에서 스텝 밟기에 익숙해지는 거였다· 전방 이동 뿐만 아니라 사이드스텝 백스텝까지 훈련했다· 

실베린은 내 모습을 지켜보며 자세를 하나씩 교정했다·

“아래를 보지 말고 정면을 봐· 앞에 적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움직여· 칼이 날아와도 땅만 보고 있을 거야?”

“바닥은 감으로 느끼고 있어야 하는 거야· 눈으로 보면서 밟는 게 아니야·”

오직 감각으로만 디딜 곳을 찾아야 했기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넘어지면서 멍 자국이 늘어날 때마다 내 실력은 조금씩 성장했다·

이 훈련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점차 스텝 밟는 훈련에 능숙해지자 실베린은 난이도를 조금 더 올렸다·

실베린이 손짓하자 메이드들이 그녀의 옆에다 바구니를 놓았다· 거기엔 조약돌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간단해· 내가 던지는 돌을 받는 거야·”

말만 들었을 때는 쉬울 것처럼 느껴졌지만 막상 해 보니 이전과는 수준이 다른 걸 체감했다· 

실베린이 조약돌을 포물선으로 떨어지도록 던지면 예상되는 낙하지점으로 스텝을 밟고 이동해 돌을 잡으면 됐다·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디딜곳을 신경쓰면 돌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돌을 신경쓰면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 일쑤였다·

팔과 다리의 협응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훈련이었다·

이 훈련에 돌입하고 넘어지는 횟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첫날엔 열 개를 던지면 세 개를 잡는 수준이었고 사흘 째엔 일곱 개 닷새 째가 되니 던지는 건 모두 가뿐하게 잡을 정도가 되었다·

실베린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제 익숙해졌나보네·”

그렇게 말하곤 기둥 세 개를 무작위로 골라서 뽑아 던져버렸다· 

그녀는 그렇게 익숙함을 지우고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나를 내몰았다·

더 나아가 실베린은 집사들을 시켜서 매일매일 내 훈련장을 변형시켰다·

몇몇 기둥의 높낮이를 바꾼다던가 혹은 얇은 말뚝으로 바꾼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리고 나는 그 변형에도 점차 적응해 나갔다· 언제부턴가 이 나무 기둥 위가 나에겐 땅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실베린이 속도를 내서 돌을 던져도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낼 수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돌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만하면 됐어·”

“됐다뇨···?”

“축하해· 젤단 하트의 시험 1단계를 통과했네·”

그녀는 품 안에서 오래된 양피지 하나를 꺼내고는 내게 받으라는듯 팔을 쭉 내밀었다·

나는 아래로 내려와 그녀가 건넨 종이를 받아 읽었다·

거기엔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것과 같은 훈련 지침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엔 젤단 하트의 서명이 있었다·

“젤단 하트가 말했던 기간보다 빨리 끝냈으니까 넌 이걸 쓴 인간 기준으로는 꽤 쓸만한 놈이야· 아직 1단계긴 하지만 아무튼·”

“···근데 이 사람은 누구죠?”

“····”

“왜 그래요?”

“젤단 하트를 모른다고···?”

“네·”

실베린이 안타깝다는 얼굴로 날 보며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선생님?”

실베린은 날 두고 먼저 자리를 떴다· 

“됐어 먼저 간다·”

***

그날 밤 나는 실베린의 저택 서재에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젤단 하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서 나는 탄식하며 이마를 쳤다·

검을 쓴다면···몰라서는 안되는 이름이었다·

전 세계에 단 10명 밖에 없는 소드마스터·

그 10명 중에서 최정점에 오르고

마침내 검의 절대 경지에 다다른 자·

젤단 하트는 바로 그 전설적인 ‘검신’의 이름이었다·

***

상대의 검이 나가떨어진다· 

대련 상대를 맡아준 2학년 동급생 내쉬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쉬는 전투부 상급반에 있을 정도의 수재였지만 검술에 있어선 플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풋워크부터 완력 센스· 기교까지 흠잡을 것이 없었다 검술 실력은 2학년 수준을 아득히 넘었다· 하기야 오죽하면 제국 황실 기사단에서 플린에게 여러차례 접촉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겠는가·

목검 대련이었기에 이정도까지 버틴 것이지 진검을 들고 했으면 플린의 검기에 눌려 몇합도 못받아내고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검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은 1 2학년 통틀어 플린과 엘리엇 뿐이었다· 이 둘은 천재들의 천재라 불릴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젠장·”

플린이 넘어져있는 내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분할 것도 없다· 나는 걸음마를 떼고서부터 검을 잡았으니까· 경력으로만 따져 봐도 당연한 결과다·”

내쉬가 플린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말했다·

“재수없는 것도 어릴때부터 그랬나?”

플린이 픽 웃고는 돌아섰다· 그런 그를 내쉬가 다시 붙잡았다·

“다시 해· 이번엔 진검으로·”

플린은 고개를 저었다·

“가엘 교수님께서 호출하셨다· 가봐야 해·”

내쉬는 일부러 그를 도발했다·

“나한테 쫄아서 내뺐다고 소문내면 되는 거지?”

“····”

“가엘 교수님은 내가 모셔오마· 넌 이제 곧 여기 나자빠질 테니까·”

플린은 내쉬의 속내가 뻔히 보이는 도발을 듣고는 지겹다는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아내고는 말했다·

“오래는 못 놀아준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내쉬는 플린이 든 검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오캄의 검· 플린 에르미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의 검이었다· 400년 전 전쟁에서 에르미아 가문 초대 가주가 공을 세우고 드워프 왕에게서 하사받았다는 명검· 

매끄러운 검신 위에는 사용자의 마나에 잘 감응하도록 룬문자로 인챈트되어 있었다· 

내쉬는 플린의 상대가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진검승부를 요청한 건 단지 저 검을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내쉬도 대련장 한쪽에 던져두었던 자신의 검을 집고는 칼집에서 빼냈다·

그가 실실 웃으며 허세를 부렸다

“쉽지 않을 거다·”

이 둘은 칼을 서로에게 겨누고 대치했다· 

플린의 검에서 시퍼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검기였다·

순간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검기의 위압감 때문에 내쉬의 등줄기엔 그새 식은땀이 맺혔다·

이 대치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쉬가 먼저 기합을 내지르며 플린에게 덤벼들었다· 

플린은 백스텝을 밟아 가뿐하게 내쉬의 사정권을 벗어났다· 굳이 검을 맞대는 일 없이 가볍게 내쉬의 검을 피한 플린은 바로 내쉬에게 뛰어들었다· 

내쉬가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반동으로 잠깐 머뭇거렸다· 플린이 그 틈을 노려 치고들어갔다·

단 한번의 합으로 승부는 결정나버렷다·

땡그랑·

내쉬가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어올리니 그 위엔 검손잡이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바닥엔 검날이 나뒹굴고 있었다·

플린이 검을 허리춤에 넣고는 말했다·

“그럼 쉬고 있어라· 간다·”

내쉬는 허탈하게 웃으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플린은 복도를 걸어가며 땀을 식혔다· 어질러진 옷자락을 정리하고 숨을 가다듬었다·

플린은 가엘의 집무실 문에 노크했다·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가엘은 창문턱에 앉아 자신의 검을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가엘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어서와·”

가엘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플린은 가엘과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접객용 의자에 앉았다·

“수련을 하고 오느라 땀이 아직 덜 말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언제 그런거 신경썼던가· 아버님은 잘 계시나?”

“네 많이 호전되셨습니다·”

“다행이네·”

“근데 어쩐 일로 부르신 겁니까·”

가엘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개인적으로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가엘은 플린의 스승이었다· 그녀는 플린이 11살일 때부터 가정교사로 들어와 아카데미까지 연을 이어왔다· 플린이 아카데미에 수월하게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가엘 덕분이었다· 플린은 받은 건 꼭 갚아야 하는 우직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고 그때문에 가엘에게 늘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다·

“도움되는 일이면 뭐든 하겠습니다·” 

가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을 보아 그리 힘든 부탁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어렵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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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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