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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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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우리 일정이 굉장히 빠듯해· 내일 모레 출발이니까···한 시라도 빨리 준비 하는 게 좋아·”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룹원을 교체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룹장 이리스는 미리 기획해두었던 순환계 공략을 우리에게 공유했다·

그녀의 방법은 정석이라 해도 될만큼 군더더기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해· 순환계 내부 깊숙히 들어가는 거야· 깊게 들어갈수록 저항도 쎄지고 우리가 받을 점수도 높아지지·”

“저항? 그···마수라도 나오는 거야?”

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일대는 환수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수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대· 심지어 알파급 개체도 예외가 없대· 마수가 나오는 곳이었으면 애초 이터니아에서 1학년을 거기로 보내지 않았을 거야·”

칼같은 가르마의 그룹원 라이샌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을 보니 마수가 겁이나서 물어본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단지 지저분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리스가 마저 설명을 더했다·

 “그리고 최종단계에 해당하는 순환계의 중심부에서 환수를 만날 수 있어· 뿔은···나도 잘 몰라· 아무런 정보가 없어· 그때 가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할 거야·”

다른 그룹원 폴슨이 자신있다는 듯이 말했다·

“임기응변 좋네· 그건 내 장기지·”

“하하···자신감 마음에 들어· 아무튼 순환계에 진입하려면 최우선적으로 그 땅의 규칙을 이해하고 존중해야만 해·”

그러던 중 몇몇 그룹이 강의실을 급하게 떠나갔다· 문 밖에선 마차 바퀴와 말굽 소리가 요란했다·

폴슨이 이리스의 말을 끊고 혼자 중얼거렸다·

“마차? 쟤들은 어딜 가려고 저러는 거야?”

“으응···· 내가 이제 설명해줄게· 바로 식량 때문이야·”

“뭔 식량?”

“이렇게 많은 인원이 그 원시림에 한 번에 진입한다고 생각해봐· 먹고 살겠다고 사냥하고 나무베고· 막대한 자원 소모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순환계에 문제가 일어날 거야·”

“····”

“그렇게 되면 우리를 외부 침입자로 간주하게 되겠지· 순환계를 존중한다면 그곳에서 함부로 살생을 벌이면 안 돼· 그걸 피하기 위해 일주일치 식량을 챙기려는 거야· 저 마차들은 리그베드에서 여행식들을 챙기기 위해서 미리 불러둔 거고·”

이는 즉 순환계 보전을 위해 채집이나 사냥같은 행위는 일절 금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외부 자원을 가지고 순환계에서 일주일을 이동해야 돼· 그러기 위해선 가볍고 영양가 있는 식량을 챙겨야 하지· 이 많은 수의 인원이 전부 일주일 치의 육포와 말린 과일을 구한다고 생각해 봐· 순식간에 품절될 거니까 늦기 전에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해·”

그룹원 폴슨과 라이샌더는 이리스의 말에 적극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그베드가 그 정도의 물량을 감당 못할 만큼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단 하루에 그 수요가 쏠리는 상황이면 공급에 다소 차질이 생길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폴슨은 공작가 출신다운 한마디를 던졌다·

“아 입학시험 때처럼 구질구질하게 다니는 건 질색인데· 이리된 거 돈 좀 많이 써서 물자를 더 챙기는 게 어때? 야영 천막 같은 거라던가 조리 도구도 좀 챙기고·”

“아 응···· 그건···천천히 생각해보자·”

이리스의 계획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주류 연금술 학파가 순환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정확히 일치했고 그 이론을 기반으로 적절한 공략을 제시했다· 

문제는 레시피에 적힌 순환계에 대한 즈베레프의 생각은 이리스의 믿음과는 완전히 반대였다는 거다· 

***

순환계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는 전혀 달랐다· 인적이 드문 오래된 숲은 어디에나 있다· 숲은 그냥 숲이고 순환계는 그와는 다른 차별점이 존재했다·

특수한 성분을 담은 비 대지의 마력 자연을 누비는 정령 마력 환경에 적응한 동식물 등등 복잡하게 얽힌 것들이 한대 모여 순환하고 그렇게 사이클 수천 년 동안 누적되면 마법적인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이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도 같았다·

그렇게 형성된 순환계는 외부 압력에도 굉장히 탄력적으로 반응한다· 순환 고리가 몇 개 끊어진다고 무너질 것이었으면 순환계로 거듭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즈베레프의 기록에선 순환계에 서식하는 거대 동물의 엄청난 식사량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풀과 약초 나뭇잎 수십 키로에 달하는 양을 하루에 해치우는 초식 동물과 그와 비슷한 양의 육식을 하는 포식자까지·

순환계 내부에서 인간이 약초를 따고 사냥을 하는 건 야생 동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게 순환계를 교란한다면 동물부터 쫓겨나야 했을 거다·

즈베레프는 오히려 순환계 안에서 서식하는 약초와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순환계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너는 네가 먹는 것이 된다·]

한 원시 부족의 격언 처럼 순환계에서 나온 것들을 배에다 우겨 넣어서 순환 고리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즈베레프의 이론을 적용하면 결국 식량은 아무것도 챙기지 말아야 하며·

자급자족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야 했다·

전투부와 마법부를 이 수업에 포함시킨 이유도 사냥 때문인지도 모른다·

순환계에 마수가 없다는 건 그 영역을 다른 강력한 존재가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니까·

그렇지만 방향이 어긋나더라도 이리스를 쭉 따라갈 생각이었다· 연금부 수석임에도 욕심내지 않고 원래의 그룹원 그대로 가려는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준비기간에 불과하고 육포를 챙겨간다고 해서 돌이키지 못할 짓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었다· 

헌데 출처도 밝힐 수 없는 연금술 이론을 가지고 그룹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작정 계획을 막기보단 나중에 이리스와 따로 대화를 하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그녀라면 내 이야기를 경청할 가능성도 다분히 컸다·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뒤 우리도 서둘러 리그베드로 이동했다· 소더튼 순환계에서 버틸 7일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주요 품목은 보관성이 좋은 음식들인 육포 건과일 염장한 돼지고기와 치즈 정도였다· 다른 그룹에 비해 비교적 빨리 움직인 덕에 비축분 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룹원 폴슨이 욕심을 더해 별별 잡동사니를 다 챙기는 게 영 못미더웠지만 그걸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한 과정이었다·

뒤늦게 다른 그룹이 싹쓸이한 식료품점에 들어갔다 망연자실하며 나오는 학생들을 보며 폴슨은 멍청하다며 비웃어댔다·

우리는 광장에 세워둔 마차 앞에 모여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멀찍이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데미아안!”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트리샤가 날 발견하고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를 다가오자 나보다 이리스가 먼저 반응했다·

“어머 트리샤?!”

“이리스도 있었네!”

그러고는 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연금부 수석이랑 같은 그룹이라니 데미안 재주도 좋네!”

“····”

그룹원 폴슨과 라이샌더는 멍한 표정으로 트리샤에게 눈길을 떼지 못했다·

“너도 육포 사러 왔구나· 자 내가 하나 보탤게!”

그러고는 자신의 이빨 자국이 남은 육포를 내 입에 강제로 물린 뒤 인사를 남겼다·

“바빠서 먼저 간다· 얘들아 우리 데미안 잘 부탁해!”

트리샤는 내 보호자 행세를 하고는 멀찍이 떨어진 세실 무리와 다시 합류했다·

그룹원들 전부 트리샤의 등장이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날 묘하게 아니꼽게 보는 폴슨의 시선이 더욱 강해졌다·

폴슨이 식량과 잡다한 기구들을 마차에 마저 싣고는 말했다·

“아 이거 짐이 너무 복잡한데 꼭 나눠서 들어야 돼? 어깨에 뭐 하나씩 붙들고 있으면 몸 둔해져서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겠어? 그냥 한 사람한테 몰아서 들게 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다가 이리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건··· 누구 한 명한테 몰아주긴 좀 그렇지 않을까·”

폴슨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리스 넌 조장이고 여자니까 당연히 빠져야지· 우리 그룹의 핵심한테 어떻게 짐을 들라고 해·”

라이샌더가 눈치 빠르게 빠져나갈 구멍을 터냈다·

“나는 어깨에 뭐가 얹어져 있으면 집중력 흐트러져서 안 돼· 몸도 허약해서 저걸 혼자 들면 오래 못가서 뻗어버릴 거야· 그 말은 즉 또다른 짐덩이가 생긴다 이말이지·”

“아 씨 근데 내가 그룹 챙기겠다고 이렇게 돈을 썼는데· 내가 들어야 돼?”

돈을 썼다고 해봐야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구입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부피가 크고 쓸데 없이 무거워서 이동하기엔 짐만 되는 것들· 

이리스의 계획에 진정 필요한 건 그저 육포와 건과일 정도였다· 

편의는 챙기고 책임은 은연중에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 하다니·

정확히는 내가 짐꾼이 되어야 한다고 눈치를 주는 거지만·

트리샤가 다녀간 이후로 폴슨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나는 그의 진짜 의도를 생각했다· 단순히 생각없고 무책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속에 있는 악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공작가의 장남이신 분이 무슨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걸까· 은연중에 찍어 눌러서 망신을 주려는 이유는 뭘까·

내 식량은 내 돈으로 샀고 폴슨이 구해온 물품을 나눠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실습 때 어떤 생색을 낼지 머릿속에 다 그려진다·

내가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폴슨이 들으라는 듯이 빈정거렸다·

“아 눈치도 없고 팀워크를 몰라 팀워크를·” 

***

폴슨이 식사 자리에 그룹원들을 초대했지만 데미안만 이를 거절하고 따로 마차를 구해서 리그베드를 떠났다·

송아지 고기를 곁들인 고급스런 만찬회에 그룹원들을 앉히고 폴슨이 말했다·

“데미안 그놈은 우리랑 잘 지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니깐? 내가 선심 써서 야영 물품 챙겨줘도 싫다 협업 좀 하자는데도 싫다· 저녁식사 초대해도 싫다· 오늘 다 확인했잖아·”

“그건··· 조금 더 지켜봐야지 알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데미안은····”

폴슨이 이리스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너에 대해서 좋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좀 답답해지려 한다· 너 수석자리 지키고 싶은 거 아니었어?”

“····”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 너도 잘 알거 아니야· 우리 정령사 없이도 1등 가능해? 이 구성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이리스도 물론 욕심이 있었다· 부모님의 기대를 배신하고 싶지도 않았고 황실과의 관계도 꾸준히 지속하고 싶었다· 그녀는 집안의 유일한 기둥이었으니까·

“그건····”

“팀원들은 그룹장만 믿고 따라가는 건데 네 고집 하나 때문에 팀원들까지 밑바닥에 처박힐 수도 있다는 점 알았으면 좋겠어· 빠르게 결단을 내려서 남은 팀원이나마 지켜야지· 안 그래?”

“····”

이리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폴슨의 말이 맞았다· 그녀의 계획 아래에선 전투부는 크게 활약할 일 없는 잉여 전력이었다· 정말 짐꾼을 시켜도 큰 차질이 없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정령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입학 시험 때 이리스는 능력을 따지지 않고 팀원을 꾸렸지만 최상의 결과를 얻었었다· 이번 합동 수업에서도 낙천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면 다시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다·

폴슨의 말을 들으니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고 팀원들까지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으면 보다 현실적으로 행동해야 했다·

“그룹원 교체는 누구나 했던 거야· 죄책감 가질 것도 없어· 정령사는 내가 부르면 올 애들이 좀 있어· 그리고 아버지랑 레일리스 가문하고 교류도 자주 하니까 잘만 하면 루나도 데려올 수도 있고·”

이리스는 한동안 침묵하다 말했다· 

“알았어· 내일···데미안한테는 내가 직접 전달할게·” 

***

연극부 부장 셰이디가 조용한 소극장 대기실에서 한 금발의 소녀를 마주하고 앉았다·

마지막 입부 지원자를 심사하기 위해서였다· 예술부 신청기간은 어제 끝났지만 그럼에도 입부 심사를 하는 건 이터니아 운영 부처에서 따로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건 파견 임무를 받고 아카데미에서 잠시 자리를 비웠던 루나 레일리스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1학년은 합동 수업 때문에 한창 바쁠 떄 아니야?”

루나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내일 합류하기로 했어요·”

“그래 그건 그렇고 연극부에 들어오고 싶다고?”

루나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셰이디가 그녀의 얼굴과 몸매 비율을 찬찬히 뜯어보고는 말했다·

“연기 그러니까 배우 역할을 하겠다면 그냥 합격이야· 나는 연기를 권장하고 싶은데 다른 걸 원한다고?”

“네· 저는 극작이 하고 싶어요·”

“극작은 쉬운 게 아니야· 연극의 핵심이라 우리도 대충 받을 수가 없어· 꼼꼼한 심사를 거쳐야 할 텐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셰이디는 입술을 몇 번 깨물다 말을 이었다·

“그럼 습작이나 따로 작품 활동을 한 게 있으면 나한테 전해주겠어?”

“이미 챙겨 왔어요·”

루나가 두터운 노트 한 권을 셰이디에게 내밀었다·

그 노트엔 ‘카나리아와 광대’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유명 작품이었다·

“이게 뭐야?”

“제가 원하는 대로 각색한 거예요·”

“지금 읽어봐도 될까?”

“네·”

셰이디는 노트를 펼치고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카나리아와 광대는 실어증을 앓는 공녀와 광대가 함께 여행하며 실어증을 치유하는 이야기였다·

초중반까지는 동화같은 전개가 이어지고 후반부는 점점 현실적인 이야기로 변모한다·

원작의 후반부에선 공녀가 실어증을 완치하고 나선 광대는 떠나고 공녀는 왕자와 결혼한다· 

루나는 ‘카나리아와 광대’의 후반부를 전부 동화같은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각색했다·

셰이디는 읽다가 중간에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아 미안 비웃는 게 아니야· 각색 자체는 굉장히 훌륭해· 근데 왕자님을 완전히 작품에서 지워버렸네? 이렇게 각색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루나는 잠시 기억의 한 장면을 회상하기라도 하듯 눈이 깊어졌다· 

그렇게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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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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