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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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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리그베드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수업 전에 이리스가 나를 따로 불렀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복도에서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섰다· 표정이나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게 확실했다· 

조장이 조용히 불러서 안 좋은 소리를 한다면 그게 뭐겠나· 나는 일찍이 마음 정리를 마쳤다·

이런 일이 익숙지 않은 걸까· 이리스는 한동안 우물거렸다·

“무슨 말이든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

“아 응···· 어제 저녁 식사에서 폴슨과 라이샌더와 논의했어· 아무래도 우리 그룹에는 정령사가 필요할 것 같아서·”

“계속 이야기해봐·”

“전투부가 두 명이니까 한 명은 정리하고···정령사를 들이기로 했어·”

“나를 내보내고 자리를 만들겠다는 거지?”

“응·”

“····”

정령사가 필요하단 걸 이리스가 몰랐을 리가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다 이끌고 갈 것처럼 굴더니만 하루아침에 돌변한 걸 보니 폴슨인지 뭔지가 구워삶은 게 확실했다·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있다· 그룹원을 들이고 내보내는 것 또한 수업의 일부일 뿐· 거기에 도의적인 책임 같은 건 없다· 나 또한 그것을 원망하거나 비난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이리스에 대한 인상은 조금 변했다· 나는 믿고 의지할만한 동료를 차차 만들어야 했고 이리스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헌데 쉽게 쉽게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알려줬던 계획을 그대로 따라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래 용건 끝났으면 가봐도 될까?”

“아 응! 자 잘 가·”

나는 자리를 떴다·

어제 추방했다면 차라리 그룹 참여가 수월했을 텐데 지금은 그룹 대부분 정원이 채워진 상태라 난 애매한 처지가 됐다·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른다· 그룹에 들어가서 복잡한 의견 조율 과정을 밟는 건 사양하고 싶다· 실습에 즈베레프의 이론을 적용하는 건 일종의 도박이다· 누가 불확실한 길을 따라 힘들게 사냥하고 입에 안 맞는 것들을 위장에 구겨 넣고 싶어 할까·

실습 준비 기간이 이제 하루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책을 뒤져서 순환계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특성을 외워둘 생각이었다· 혼자 준비하는 것이니 두 배 더 열심히 해야지·

***

두 번째 순환계 수업은 오전에 예정되어 있었다· 강의실에는 네명씩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덕에 누가 누구와 그룹인지 한눈에 파악하기 쉬웠다· 

곧이어 트리샤가 무리와 함께 들어와서는 나와 이리스 그룹을 번갈아 본다· 나만 뒤쪽에 따로 앉아 있는 걸 보고는 무슨 상황인지 직감했는지 말없이 착석했다·

잠시 뒤 라캄 교수가 강의실로 들어오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대번에 잠잠해졌다·

헌데 교수와 조교만 온 게 아니다· 교수의 뒤를 한 여학생이 졸졸 따라붙었고 이를 본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바로 이번 수업에서 빠지는 줄 알았던 루나였으니까· 

다행히도 몸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라캄이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설명을 붙였다·

“아 이 친구는 외부 파견 임무 때문에 합류가 늦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 구성이 덜 된 그룹이 있으면 이 친구도 신경 써주도록· 뭐 마법부 수석이라니까 알아서 잘 할 거라 믿는다· 가서 앉게나·”

그냥 신경을 써주는 정도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이 루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루나가 라캄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서 인사하고는 계단형으로 된 강의실 중앙을 가로질렀다·

몇몇이 그녀를 보며 자기들끼리 귓속말로 수군거린다· 루나와 안면이 있는 몇몇 여자애들이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건넨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친구들을 피해 내가 있는 맨 뒷줄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착각이겠지’ 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다 루나가 내가 있는 열에 우뚝 멈춰서자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루나는 그 많은 자리를 제치고 내 옆으로 세 칸 떨어진 곳에 착석했다· 

나와 루나는 눈치껏 아무런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내 착각일 수도 있겠는데 내 근처에 앉은 게 그녀로서는 반가움의 표시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주변 인물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다행히 내가 아니라 시온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혹시 시온이랑 같이····”

“역시 수석끼리····”

“게일이 유력하지 않나····”

같은 열 반대쪽 끝자리에 혼자 있는 시온이나 다른 그룹이 없는 학생들 덕에 루나와 나 사이에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만 트리샤만은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다른 학생들이 교탁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와중에 혼자만 몸을 뒤로 하고 줄곧 나를 올려다 보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눈에 불이라도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여지껏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루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애가 왜 저리 화가 난 지는···전혀 감이 안 잡힌다·

세실이 눈치를 주자 트리샤는 그제야 몸을 앞으로 돌렸다·

곧이어 어수선함을 뒤로하고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번 수업에서는 소더튼 순환계의 지리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몇 가지 주의사항· 그리고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단서 몇가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단서의 첫 번째는 정령이었고 두 번째는 ‘푸른영혼초’라는 약초의 활용이었다·

“순환계의 야생 동물은 영역을 침범당하면 적대적으로 나올 거다· 하지만 모든 존재가 적대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이 점 참고하도록· 그곳의 정령들은 인간들에게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정령사 루나의 몸값을 더 높여주는 말임은 확실했다·

두 번째 단서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푸른영혼초는 죽은 동물의 사체에서 피는 기이한 약초다· 그 약초라면 진입로를 찾는 데 제법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령사가 없는 그룹을 위한 선택지였다·

어디서 구하는지 정확한 용법은 어떤 건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과제인 듯하다·

라캄 교수는 추가로 그룹 편성에 관해서 간단하게 첨언했다·

“아 그리고 변경된 그룹표는 비공개처리 되니 그리 알도록· 아직 서로 얼굴이 익지 않아서 경계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만 전력이 약한 그룹을 노리고 물자를 약탈하는 부류는 매 해 있었다네· 그룹 구성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길 당부하지·”

주의를 주는 것이지 약탈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앞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학생들이 그 말을 듣고 움찔했다·

그룹이 없이 혼자 앉아 있는 학생들은 예순이 조금 넘었다· 이상하게 수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일부는 위장이라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이제 보니 시온은 다른 이들을 사냥감 대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봐도 참 섬뜩하다· 시선을 눈치챈 일부는 시온이 식량 수급을 전부 약탈로 해결할 거라며 수군거렸다·

수업 전에는 이쪽을 그룹이 없는 낙오자 대열로 여기는 시선이 없잖아 있었는데 지금은 시온 바리안느 루나까지 뒷자리에 합류한 탓에 속에 흉계를 품은 위험 인물 정도로 격상된 감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루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교수를 따라 강의실을 나갔다· 

몇몇이 팬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를 뒤따랐다· 거기엔 이리스 그룹도 포함되어 있었다·

남은 그룹들은 푸른영혼초에 관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각각 그룹장들은 리그베드에서 재배 중인 품목이라 늦기 전에 구해야 한다고 재촉해댔다· 

한 그룹이 먼저 떠나자 군중심리라도 발동했는지 우르르 몰려 강의실을 떠나갔다·

나는 리그베드로 갈 생각이 없었지만 그룹이 있는 척 위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왔다·

푸른영혼초의 정확한 용법을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던 와중에 익숙한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나와 계약했던 유체 정령이었다· 소환한 적도 없는데 이놈은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정령은 얼굴 앞에서 와서 날개를 퍼득거렸다· 어찌된 일인지 부리엔 쪽지가 물려 있다·

“····”

얘는 내 정령인데 왜 남의 전서구 노릇을 하는 걸까·

뭐 누구의 소행인지 예상가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역시 쪽지를 펴고 내용을 확인하니 거기엔 루나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수호목 앞에서 기다릴게·]

***

이터니아의 수호목은 이전에 왔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게 죽어가던 나뭇잎은 전부 낙엽이 되어 바닥에 떨어지고 그 자리엔 회색빛의 새순이 가지에서 돋아났다·

나무 그늘 아래에 금발머리의 소녀가 나를 등지고 서 있었다·

루나는 수호목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지만 기척만으로도 내가 온 것을 감지해내고는 말을 걸었다·

“···이제는 저주가 다 풀렸어· 수호목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그 목소리에서 경쾌함이 느껴졌다·

“좋아졌다니 다행이네·”

나 또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지만···아직은 남은 게 있어·”

“···아직도 사념체들이 괴롭혀?”

“응····”

순간 피가 확 솟아 올랐다· 나는 노기를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실습이고 뭐고 오늘 완전히 뿌리를 뽑아버려야····”

내가 검을 뽑으려 하자 루나가 서둘러 말을 정정했다·

“아니 사념체가 아니야· 음···그거랑 비슷한 것들이 자꾸 그룹 하자고 따라붙어서·”

“····”

“그래서··· 네 도움이 아직 필요해· 아직 그룹 안 정해졌지···?”

몸짓은 긴장하고 경직된 것 같으면서도 말투에선 능청스러움이 느껴진다· 준비한 멘트인 듯한 느낌도 든다·

“오늘 아침에 추방당했어·”

루나가 용기가 생긴 것처럼 갑자기 몸을 휙 돌려서 내게 악수를 내민다· 그리고는 쥐어짜듯이 말했다·

“그럼 같이 그룹 해줄래?”

루나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굴은 태연하지만 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손끝이 희미하게 떨린다· 주위에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나랑 하면 성적은 반쯤 포기해야 할 텐데 괜찮겠어?”

“상관없어·”

“야영도 불편할 거야·”

“괜찮아·”

그거면 됐다· 장난식으로 한 번 거절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랬다간 남자를 영원히 싫어할 것 같으니 참았다·

최고의 정령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제안한 것 또한 배려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나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그런데 루나는 나와 손이 닿자 눈을 꾹 감고 오만상을 짓는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눈을 좁혔다·

이 표정 어릴 때 제법 많이 봤었는데· 여자애들이 내기에서 져서 개구리를 억지로 만질 때 딱 이랬다·

루나가 못 견디겠는지 악수를 하다 말고 휙 빼고는 내게 등을 돌렸다·

“····”

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물었다·

“혹시 위에서 나랑 그룹하라고 시켰다거나····”

루나가 딱 잘라 말했다·

“절대 아니야·”

미심쩍긴 하지만 아직 남자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그냥 그렇게 믿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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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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