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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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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지도상에 표시해 두었던 지점까지 가는 데엔 시간이 제법 걸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푸르른 초원 낮은 언덕 위로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 간간이 솟아 있는 코르크나무· 이 셋뿐이다·

이곳은 소더튼 순환계의 접경지였다· 제대로 진입하면은 녹음이 짙다 못해 검게 보일 정도의 대수림과 기암절벽이 펼쳐진다고 했다·

한참을 걸어 저녁 어스름 즈음에서야 약속 지점에 도착했다·

동그란 초지 위에 홀로 솟은 나무· 거기에 등을 기대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루나가 보였다·

나는 그녀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던 중 루나에게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루나의 손등에 푸른 새가 앉아서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녀는 팔을 들어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을 맞췄다· 마치 오랫동안 기르던 것처럼 서로 교감했다·

나는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그림에서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야생의 새가 자의로 사람에게 날아와 교감하는 건 살면서 본 적이 없었다·

노력과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특별한 재능이란 이런 게 아닐까·

루나가 교감하다 말고 내 시선을 감지하고는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새는 푸드덕거리며 멀리 날아갔다·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새랑···대화한 거야?”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새는 말을 못 해·”

아 그렇지· 바보 같은 질문이네· 교감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따로 의사소통이라도 한 줄 알았다· 그냥 본능적인 거구나·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오래 기다렸어?”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트리샤는 그냥 두면 말을 쏟아내는 타입이지만 루나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어쩌겠나· 내가 열심히 말을 걸어야지·

“배에서 식사는 안 했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아침부터 지금까지 쭉 굶었다는 말이 된다· 아이고야· 이건 식량을 챙기지 말라고 한 내 잘못인데 불평불만도 힘든 내색도 없다·

“잠깐만 기다려·”

야생 체험은 내일로 미루고 일단은 속세의 음식으로 루나의 배부터 채워야겠다· 가뜩이나 침대에 누워만 있어서 기운도 없는 애를 굶겨놨으니 죄책감이 들 지경이다·

나는 나뭇가지를 몇 개 쳐내서 적당한 터에다 땔감을 한데 모았다· 그러자 루나는 내 의중을 알아채고는 그 앞에 앉아서 마법으로 모아둔 장작더미에 불을 지폈다·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팀워크가 척척 맞는다·

그리고 언덕 너머에서 황소만 한 몸집의 은빛 늑대 무리가 나를 경계하며 슬그머니 다가온다· 일전에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바로 루나가 다루는 정령들이다· 

그 중 한 마리가 입에 납작한 돌을 입에 물고 있었는데 내 옆에 슬그머니 와서 내려놓고는 멀리 달아났다·

왜 가져다 둔 건지 의도를 파악하다 루나가 비슷한 모양의 돌 위에 조신하게 앉아있는 걸 보고서야 깨달았다· 맨바닥에 앉지 말라고 배려한 거구나·

“아이들한테 미리 이야기는 해놨지만 아직은 널 무서워해· 이해해줘·” 

당연히 이해해야지· 저들은 고마운 존재다· 루나의 정령 덕에 우리는 밤을 지새우며 불침번을 설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정령들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보다 더 넓은 영역을 감시하고 있었다·

루나 한 명이 팀원 두세 명 분의 역할을 거뜬히 수행해내는 것이니··· 실로 놀라운 능력이다·

나는 트리샤가 준 소시지를 꼬챙이에다 끼워 불 위에 바짝 구워냈다· 모닥불과 음식은 적막한 분위기를 지우는 데엔 탁월했다·

적당히 익힌 소시지를 루나에게 건넸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너 먼저·”

“난 먹었어· 내일 많이 움직여야 하니까 지금 먹어 둬·”

“····”

루나가 두 손으로 꼬챙이를 꼭 쥔다· 평생 포크와 나이프만 써와서 이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지 후후 불다가 고기 끝부분을 손톱만큼 어설프게 베어 문다·

가만 지켜보면 몸가짐 하나하나에 귀족적인 정숙함이 묻어 나온달까· 나랑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

이런 여리고 귀한 소녀를 데리고 일주일간 원시 부족처럼 살 계획이라니· 화사한 옷은 지저분해질 거고 몸은 혹사당해서 안 쑤시는 곳이 없을 텐데·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점차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루나의 표정에는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소시지를 한 입 더 베어 물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맛있다·”

그리고 작게 타오르는 모닥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캠프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지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내일은 조금 힘들 거야·”

분위기를 깨는 말이지만 꺼내야만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남들과는 달랐고 여정길도 몇 배로 험난할 테니까·

“괜찮아·”

그럼에도 루나의 미소가 흐려지는 일은 없었다· 

***

내가 눈을 떴을 땐 루나는 이미 일어나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머리를 빗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그녀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이번엔 새하얀 원피스다· 그리고 먼저 입던 옷은 땅에 묻기라도 한 건지 보이지 않는다· 짐가방도 안 챙겨왔으면서 어디서 난 걸까· 정령한테 심부름이라도 시켰나·

“···잘 잤어?”

인사를 건네자 루나가 나를 돌아보고는 대답했다·

“응· 덕분에·”

“···?”

덕분에? 내가 밤사이 뭘 했나···?

잡설은 뒤로하고 우선 나도 벌떡 일어나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루나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가면을 쓰기 전에 입던 옷은 버리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가면을 쓴 후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준비를 어느 정도 끝마치자 루나는 머리 빗던 걸 멈추고 일어났다· 

이전과 똑같이 그녀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의중을 알아차리고 행동할 준비를 했다· 

너무 잘 맞춰줘서 미안할 정도다·

나는 잠들기 전 땅에 심어두었던 말라디루트를 회수하고 이실드리엔의 묘목을 목검으로 변환해 허리춤에 꽂았다·

“슬슬 출발할까·”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뒤를 따라붙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순환계에서 나오는 동식물을 섭취해서 순환계의 일원이 되어야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고작 식재료를 며칠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일주일이면 순환계의 초중반까지는 어찌어찌 진입할 수도 있겠지만 심장부까지 진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적어도 이곳에 몇 달은 살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적응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개체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즈베레프에 따르면 순환계의 에너지는 작은 동물에서 먹이사슬을 타고 축적돼서 최상위 포식자에게 가장 많이 응축되고 다시 대지로 환원된다·

가장 강력한 짐승을 사냥해서 순환계의 에너지를 강탈하는 것이 내 계획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의 목적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곳· 바로 최상위 포식자가 서식하는 위험지대였다·

***

카앙!

손에 쥔 검이 멀리 날아가 땅에 박힌다·

마지막 남은 이도 그녀의 검을 받아내지 못하고 힘에 밀려 바닥을 뒹굴었다·

“젠장 젠장·”

그룹원 전원이 대놓고 들어온 기습 공격에 맥을 못 추고 나가떨어졌다·

전투부 상위권 학생 3명과 연금부 한명으로 구성된 약탈조가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해보고 초토화되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 중앙에 태연하게 우뚝 서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녀· 바로 시온 이자렐에게·

듣던 대로 역시 괴물 같은 실력이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마검과 아티팩트를 꺼내지도 않고 땀 한 방울 안 흘리며 그들을 격퇴했다· 이런 그녀가 본 실력을 발휘하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약탈조를 약탈하는 존재· 시온은 남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인물이었다·

쓰러진 그룹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느 팀과 맞붙어도 뒤지지 않을 만한 강력한 전력이었다· 이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검을 맞댔던 남자가 말했다·

“빌어먹을··· 원하는 게 뭐냐· 다른 죄 없는 그룹을 털어서 복수하러 온 거냐?”

시온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검을 집어넣고 말했다·

“아니· 육포·”

“···뭐?”

그녀는 두 번 말하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던 그룹장이 그녀에게 넌지시 말했다·

“육포라면···저기 짐가방에····”

그러자 시온이 짐을 모아둔 곳에 가서 마구잡이로 뒤지기 시작했다· 건과일 수통 빵 등등 다른 식량을 흙바닥에 휙휙 던져버렸다· 그러다 육포 뭉치를 집어서 한장 입에 물고 나머지는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잘 먹을게·”

“····”

“아 혹시 가면 쓴 남자 못 봤어?”

“···아니· 못 봤다·”

“그래·”

시온은 그들을 뒤로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

약탈조 그룹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해진 나머지 입이 벌어졌다·

“뭐야· 육포 때문에 우릴 습격한 거야?”

“글쎄 그것보단 우린 그냥 재수 없게 걸린 거고 육포는 겸사겸사 챙긴 거 아닐까·”

급습을 대비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다 했는데 시온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맞아 우린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지· 합동 수업 3대 재앙은 만나면 답이 없다 그랬잖아·”

강자 축에 속하는 약탈조 학생들마저 특별히 경계해야 했던 자들이 있다· 시온 이자렐 게일 바리안느 그리고 가면 쓴 괴한· 

한 명이 멀어지는 시온을 보고는 말했다·

“쟤 북서쪽으로 가는데? 혹시 위험지대라도 가는 건가?”

마력이 지나치게 많아서 미쳐버린 대괴수가 서식하는 곳· 교수들이 그곳의 위험성을 특별히 강조했었다·

곧이어 한 명씩 돌아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글쎄 그 가면 쓴 놈 찾으러 가는 거 아니야?”

시온이 입학시험에서 특정 사건을 계기로 가면 쓴 괴한을 쫓는다는 이야기는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아마도· 난 그 가면 쓴 변태 안 만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온이랑 게일은 알겠는데 가면 쓴 변태는 왜 위험한 거냐?”

“누가 전투부 교수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입학시험 때 정상에서 골렘을 상대하던 시온을 기습했다네· 그리고 부상당한 시온의 허벅지를 더듬고 튀었다더라· 걘 진짜 미친놈이야·”

“뭐? 같이 골렘이랑 싸우다 다리 다친 걸 치료해준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던데?”

“야 생각 좀 해봐라· 치료해줬는데 저렇게 독기 품고 찾아다니겠냐? 변태가 아니면 가면을 쓸 이유도 없지·”

다들 생각이 통했는지 멀어져가는 시온의 하반신에 일제히 눈길을 고정했다· 그녀는 발목에 장착한 가속 아티팩트 운용을 위해 중간 허벅지 아래로는 맨살인 쇼트 팬츠를 항상 입고 다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소문은 언제나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니 어느 게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위험지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가선 안 될 곳이라는 것만은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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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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