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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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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실베린의 서재에서 약초학 관련 서적들을 하나씩 뒤져보고 있었다·

실베린의 서재는 방을 여러 개 합친 것보다 컸다· 심지어 로레일관에서 지낼 때 보았던 아카테스 신전의 서고보다도 컸다·

한 개인이 이만한 수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마법사의 서재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점에서 나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마법사와 연금술사는 지식에 한해선 베타적이고 독점적이다· 이들이 가진 지식이 곧 힘과 권력에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면 이들의 서재에 드나들 수 없었다·

마법과 연금술에 관한 서적 또한 관계자가 아닌 이상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

내가 나쁜 마음먹고 연구 자료를 반출하거나 악용하면 어쩌려고 날 이리 쉽게 들여보내줬는지 모르겠다·

날 줘도 써먹을 줄 모르는 반푼이로 보는 거면 딱히 할 말이 없다만·

나는 책장 사이를 쭉 걸어나섰다· 약초학과 연금술 서적을 모아둔 곳은 먼지가 자욱했다· 손을 안 댄지 제법 오래됐다·

난 아직 약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했다· 약초의 정제나 포션 제조 레시피 개발같은 고급 단계는 아직 꿈도 못꾸고 있었다·

그렇게 책을 뒤지던 중 유독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탄 책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약초 대백과사전’

나는 책을 펼쳐서 대충 훑어보았다· 약초의 종류와 특징 효능이 적혀있고 삽화도 그려져 있었다· 정확히 내가 필요로 하는 지식이 담겨 있다· 

몇몇 페이지에는 누군가의 필기나 메모같은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실베린의 흔적인가?

책을 대강 휘리릭 넘기다 보니 툭 하고 어느 지점에서 끊긴다· 책 중간에 책갈피처럼 무언가가 꽂혀 있었다·

작은 양피지다· 나는 이를 집어들고 뒤집어보았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누군가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누구지?

얼핏 봐서는 나보다 조금 더 어린 것 같은 소년의 얼굴이다· 그 소년의 머리카락이 내 눈길을 끌었다· 실베린의 머리카락과 같은 검붉은색이었다·

그리고 양피지 오른쪽 아래엔 작게 글자가 쓰여 있었다· 

‘야누스’

초상화에 담긴 소년의 이름인 것 같았다·

주마등처럼 실베린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그녀의 동생· 

이건 실베린이 말했던 죽은 동생의 초상화일 가능성이 높았다·

건드려선 안 될 부분을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초상화가 왜 약초학 백과사전에 꽂혀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림이 꽂혀 있던 페이지를 확인해 보았다· 혹시 무슨 연관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

그림이 꽂혔던 페이지엔 베네마릴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나와 리자가 함께 찾으려 했던 미래를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그 약초· 나는 무심코 넘겼던 이 책의 저자를 다시 확인했다· 

루타비스 데 마르달로스·

이건 과거 베네마릴을 찾을 때 리자가 봤다던 대현자 루타비스의 책이었다·

묘한 기분이다· 이게 이렇게 내 손에도 쥐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데 실베린도 베네마릴에 관심을 가졌던 건가?

나는 그 책에 적힌 베네마릴에 관한 설명을 읽기 시작했다·

[ ···시간과 공간을 관장하는 우주의 혼돈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 이 같은 유기물은 오직 베네마릴 단 하나뿐이다 우리는 베네마릴의 혼돈에너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이면을 잠시 엿볼 수 있다· 다만····]

다음 내용은 없었다· 베네마릴에 관한 나머지 설명은 전부 찢겨나가 있었다· 

나는 페이지가 뜯겨나간 이유를 잠시 생각했다· 책의 다른 페이지를 살펴보니 뜯겨나간 건 베네마릴 항목이 유일했다· 

그 페이지만 챙겨서 두고두고 읽으려고 그랬던 걸까·

실베린도 베네마릴을 통해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혹시 그게 그림 속 동생이랑 관련되어 있는 걸까?

의문이 커졌지만 그 이상 캐고 나갈 수 없었다· 이건 예민해질 수 있는 문제다· 실베린 개인의 사정이고 그녀의 의지로 내게 직접 말해주는 것이 아니면 내가 알아선 안되는 문제였다·

나는 그림을 원래 있던 페이지에다 꽂아두었다· 이 책은 내게 당장 필요한 지식이 담겨 있어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다 읽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원위치 시켜 놓으면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나는 처음 보는 마을에 있었다· 위젤에 처음 왔을 때 봤던 만년설산이 배경처럼 깔려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다·

난 영혼만 빠져나온 것처럼 벽을 통과해 다녔다·  나는 붉은 벽돌로 된 2층짜리 저택 앞에서 멈췄다· 담쟁이 덩굴이 벽면 대부분을 덮었다· 그집은 버려진 모양인지 철제 대문은 녹슬었고  창문엔 먼지가 수북해서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안으로 빨려가듯 들어간다· 통제할 수 없었다· 문을 통과해 복도를 지나간다· 내부엔 먼지가 가득하고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있다· 나는 서재로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그곳에도 실베린의 서재만큼은 아니지만 책들이 상당히 많다·

창문 쪽에 책상이 있다·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책상 한가운데엔 양피지를 노끈으로 엮어둔 종이 뭉치가 있다· 이 종이 뭉치는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저 혼자 강풍을 맞은 것처럼 펄럭이며 페이지가 휘리릭 넘어간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

훈련에 맞춰 매일 똑같은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창밖을 보니 항상 그렇든 해가 온전히 뜨지도 않았다·

아무 의미 없는 꿈이라기엔 이미지가 너무 뚜렷하고 생생하다· 이전에 이런 꿈을 꾸면 실베린이 메모해두라 했었지·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창문 너머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소리다·

실베린은 방문객을 원체 좋아하지 않아 이 저택은 언제나 고요했다· 이 시간에 방문객의 소리가 들린다니 이례적인 일이다·

나는 발코니로 나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했다·

저택 앞에는 다섯 명의 낯선 방문객이 있었다· 실베린과 몇 명의 메이드 그리고 집사가 이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문객 한 명의 품 안에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안겨 있었다·

실베린의 표정도 심각하게 굳어 있다· 방문객들에게 무어라 이야기 하지만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방에서 나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저택 중앙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어 그곳에선 소리를 대충은 엿들을 수 있겠다·

“어서 이쪽으로·”

메이드가 바쁜 걸음으로 누군가를 안내한다· 피투성이 여자를 안은 남자가 다급하게 메이드를 따라간다· 피투성이 여자는 지나치면서 보니 내 또래의 어린 소녀였다· 

현관에 서 있는 실베린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 잔뜩 찡그린 인상이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엿들었다·

실베린이 말했다·

“어디서 기어나온 건지는 전혀 모르고?”

“간밤에 눈 깜짝할 새에 왔다 갔습니다· 깜깜해서 채 뵈지도 않았구요· 그 뒤로 어디로 도망갔는지 마을 사람들이 암만 뒤져도 안보였습죠·”

실베린은 부스스한 머릿결을 거칠게 쓸어내고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 오늘 중으로 확인해 볼 테니까 일단은 가 봐· 여자애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아서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야· 일단 안정될 때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을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방문객들이 실베린에게 거듭 조아리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떠났다· 

실베린은 한숨을 푹 쉬고 돌아서서 저택을 들어오다 나와 마주쳤다·

“뭐야 일어났어?”

“네·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소란이죠?”

“마을에 구울이 나왔어· 밤중에 가정집에 들어가서 난리를 피웠나봐·”

구울이라니?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실베린이 일전에 일 년에 한두번씩 마수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근데 그게 구울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도 구울이 나와요···?”

“아니· 구울이 나온 적은 처음이야· 얘들은 무조건 떼를 지어 다녀서 한 마리가 있으면 근방에 수십 마리가 있다는 말이거든· 엄청 귀찮아졌어·” 

위치 파악이 안 되는 구울이 수십 마리라니· 그정도 머릿수면 마을 하나를 피바다로 만드는데 채 하룻밤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이 평화로운 위젤에 구울이라니 머리가 다 아프다· 일단 오늘 훈련은 취소야· 난 오늘 바로 마을에 가야겠어·”

내게는 실전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구울을 경험해 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아예 없는 것보다야 도움이 되겠지·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안돼·”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단호하게 잘라내서 나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그녀는 바쁜 걸음으로 다시 나아갔다·

“저도 구울은 상대해본 적 있습니다·”

그녀가 내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근데 사람들 보는 앞에서 그 검은 꺼내지 마· 정말 죽겠다 싶을때만 꺼내고·”

“알겠습니다·”

“당장 나갈 준비 해· 재수없으면 아침부터 피볼수도 있으니까 단단히 각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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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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