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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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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괴수는 죽음을 맞이한 듯이 움직임이 그대로 멎었다· 

머리가 벽에 단단히 박힌 덕에 몸이 축 늘어져도 한동안 그곳에 고정되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대롱대롱 걸려 있다가 잠시 뒤 목이 분리되어 추락해 지축을 흔들었다·

쿵!

그리고 마침내 모든 전투가 끝났다·

베르탕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 하하·”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던 탓에 손이 얼얼했다·

세실과 마르타도 연이어 긴장이 풀려 땅에 엉덩이를 붙였다·

마르타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믿어지지가 않네·”

세실은 후련하다는 듯이 말을 던졌다·

“봐 배팅하길 잘 했지?”

“···현명한 판단이네·”

베르탕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그냥 성공 정도가 아니라 유례없는 대성공이다· 지금만큼은 세실의 안목을 적극 칭송하고 싶었다· 그녀의 도박이 그룹을 살렸으니까·

시온을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가졌단 소문은 진실이었다·

그 잘난 시온이 사탕이를 죽어라 찾으려는 이유도 이젠 단번에 납득할 수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모든 학생을 통틀어 시온과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사탕이 말곤 없었다·

베르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팔방이 온통 죽은 도마뱀들로 가득했다·

“불살을 목표로 들어왔는데···이거 멸종시키겠네· 우리 순환계에서 쫓겨나는 거 아니야?”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을 겪으니 성적 따위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실습은 아직 진행 중이니 어찌되었든 남은 기간을 채워야 했다·

세실은 실습을 준비할 때와는 생각이 달라졌는지 그의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아니 이제서야 먹고 먹히는 순환계의 질서에 편입한 거지·”

주류 연금술과는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 나름 일리가 있는 해석이었다·

“···그것도 설마 저 친구 계획이야?”

“직접 말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비슷할 걸?”

“····”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사탕이에게로 향했다· 

이제는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그를 볼 수 없었다· 

사탕이의 손에서 신비한 광채를 뿜는 검이 소멸했다· 

소환하는 검이라니· 베르탕은 그런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 정체가 뭘지 궁금해서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꼬리에 맞아서 크게 다친 줄 알았는데 몸이 흠뻑 젖은 걸 제외하면 의외로 멀쩡하고 태연한 그 몸짓에서 여유까지 느껴졌다·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흠뻑 젖은 그의 옷이 서서히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세실은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놀라서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잇달아 루나도 황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

데미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몸의 긴장을 풀었다· 부득이하게 마검을 발현시켰기에 목격자들의 입막음 문제가 남았지만 사냥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점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꼬리에 직격으로 맞는 덕에 몸이 욱신거렸음에도 그는 신경쓰지 않고 바로 전투를 복기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루나와 합이 예상외로 잘 맞았다는 점이었다· 데미안은 누군가와 협응하여 전투를 치른 건 처음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어긋나는 부분이 조금도 없었다·

루나는 순발력도 대응력도 모두 훌륭하다· 정반대의 성향과 능력이 만나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복기를 마치고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진이 빠졌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트리샤만이 덩그러니 서서 토끼눈을 뜨고 홀린듯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속에 물음표가 가득해 보였지만 당장 대화를 나눌 순 없었다·

잠시뒤 세실과 루나가 벌떡 일어나 데미안에게 달려왔다·

“사탕아 피!”

데미안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어느새 옆구리와 팔뚝에 선홍색 피가 번지고 있었다· 

전투에 몰입하면 흥분 때문에 다쳐도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한다· 긴장이 풀리니 그제서야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죽을 정도는 아니니 포션을 들이키면 될 일이었다·

“괜찮아 안 죽어·”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자 세실은 당황했다·

“···뭐?”

데미안은 자신의 몸은 제쳐두고 루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루나 마력을 너무 사용한 건 아니야?”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괜찮아·”

그렇게 말해도 습관처럼 가지런히 모은 손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데미안이 이를 가만히 바라보자 루나는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내색을 잘 안하는 성향이기에 힘들어도 거짓말로 덮어버릴 가능성이 컸다·

겉모습만 봐도 루나가 지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녀는 허리까지 일자로 내려오는 정돈된 머리카락과 옆머리 한 쪽을 귀 뒤로 넘기는 한결같은 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지금은 잔머리가 삐죽 나와있고 결이 흐트러져 있다·

이마와 목 부근에는 이슬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고 지금도 숨을 조금 헐떡거렸다· 안색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의 상태도 썩 좋지 않으니 이 상황에 시온이 급습하면 속수무책이었다· 

위험지대의 지배자를 사냥했다고 마냥 즐거워 할 수는 없었다· 쉬는 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다음에 해야했다·

“고기만 조금 챙기고 어서 이동하자·”

세실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크흠 아니 일단···옷부터 벗어·”

“···?”

세실이 주머니에서 포션병을 꺼내서 눈앞에 흔들며 타박했다·

“제정신이야? 이동이고 나발이고 치료는 해야할 거 아니야·”

“나중에 하자·”

“안 돼·”

복부에 난 관통상의 흔적은 본 얼굴만큼이나 꺼내기 싫은 것이었다·

이걸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어떤 루트로든 실베린의 귀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치료를 조금 미루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트리샤와 루나 그리고 사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마르타까지 슬그머니 다가와 앞을 막았다·

독사눈을 뜨고 앞을 가로막는 여학우들을 보며 데미안은 한숨을 쉬었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는 단추를 풀었다· 상체를 드러내고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서두르자·”

다들 데미안의 몸을 가까이서 보고는 숙연해졌다· 한 번 목격한 적 있던 세실도 자세히 확인하고는 눈꺼풀이 흔들렸다·

새로 생긴 부상도 제법 컸지만 복부와 등에 이어진 과거의 흉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데미안이 괴수를 눈앞에 두고서도 침착할 수 있었던 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흉터를 보는 이들은 데미안이 입을 열지 않아도 그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다들 그 자리에서 굳어 있자 데미안이 재촉했다·

“치료 안 할거야? 점점 추워지는데·”

트리샤의 표정이 제일 좋지 않았다· 데미안의 오래된 흉터가 무슨 일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얼굴을 했다·

트리샤는 데미안의 옷을 낚아채고 말했다·

“옷은 내가 빨아올게····”

그러곤 감정이 터지기 전에 서둘러 폭포 쪽으로 도망쳤다·

세실은 포션 도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루나는 데미안의 목검에 손을 뻗었다·

“이것 좀 빌릴게·”

그러자 데미안은 황급히 목검을 뒤로 빼냈다·

“이건 마력 없을 때 만지면 위험해·”

“아 응····”

그러자 루나가 옆에 있던 늑대 정령과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늑대가 치마를 물고 으르렁대며 잡아당겼다·

그렇게 밑단을 북북 찢어내고는 천조각을 붕대 대용으로 데미안의 팔뚝에 감았다·

리본을 묶는 루나의 손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남자의 몸과 접촉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지쳐서 그런건지 알 수 없었다·

“····”

화사한 옷이 엉망이 되자 데미안의 속이 쓰려왔다·

그리고 실습이 끝나면 루나에게 식사 대접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치료는 빠르게 마무리 됐다·

데미안은 목검을 다시 뽑고는 ‘날개없는 용’의 사체를 향해 움직였다·

“사탕아 어디가?”

“고기 챙겨야 돼·”

세실이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진짜 독종이 따로 없네·”

그는 괴수의 사체에 다가갔다· 

징그러운 작업을 요구하지만 꼭 가져가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심장이었다·

순환계에 뿌리내린 원시 부족들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심장 고기는 언제나 산모와 전사들 같은 많은 양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었다·

그들은 심장에 순환계의 에너지가 밀집한다고 믿었다·

데미안은 괴수의 가슴부 살점을 거침없이 갈라냈다· 그리고 온기가 남아있는 심장에 칼을 꽂았다·

괴수의 몸뚱이가 동료들을 등지고 있었기에 다행히 심장 고기를 갈무리하는 징그러운 작업은 드러나지 않았다· 루나는 자신과 같은 걸 먹여야 했기에 비위가 상할 만한 모습은 가급적 감춰야했다·

심장육을 분리하던 와중에 칼끝에 단단한 무언가가 걸렸다·

처음엔 뼈를 건드린 것으로 여겼지만 계속 작업하다 이상한 걸 느끼고 손을 심장을 크게 갈라 확인했다·

심장 중앙에 주먹 크기의 크리스탈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신경 가닥같은 것들이 거미줄처럼 엉겨붙어 있었다·

마치 심장 속에 또 다른 심장이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보석을 오랜 기간 다룬 경험이 있는 데미안은 보통 물건이 아님을 직감하고는 크리스탈을 조용히 챙겼다·

갈무리를 끝낸 뒤 폭포수에 손과 검을 씻고 일행들과 합류했다·

모두들 떠날 채비를 마치고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는 눈빛이 다들 반짝거렸다· 한 번 위기를 겪고 나니 동료 의식 비스무레한 것이 형성된 모양이었다· 

안타깝게도 데미안은 도움이 안 되는 이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출발하자·”

그들은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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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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