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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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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답장 좀 해·”

세실이 가볍게 내 허리를 끌어안았고 토닥거렸다· 그 어깨 너머로 트리샤와 눈이 마주쳤다·

“언니이····”

트리샤가 안절부절못하며 세실의 옷깃을 툭툭 잡아당겼다·

그제야 세실이 구속을 풀었다·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 세실에게 뭔 바람이 불었길래 급작스럽게 포옹을 한 건지 의문스러웠고 이 상황에 뭔 말을 해야 할지도 감이 안 왔다·

“리 릴리트!”

그리고 한 남자애가 릴리트 앞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그는 릴리트의 손목을 두 손으로 덥석 잡고는 횡설수설 말을 쏟아냈다·

“릴리트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땐 너무 다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 내가····”

릴리트가 아무 말 없이 완강하게 손을 쳐냈다·

둘 다 친구를 걱정하며 찾아왔는데 정반대의 풍경이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때마침 장신의 여성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칠흑 같은 머리칼· 짙은 속눈썹· 실베린만큼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장신이라 할만한 축에 속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인이었다·

정황을 봐선 그녀가 바로 칸디넬라 교수였다·

초면이지만 그녀는 나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습 기간이 이틀 남았는데 너희들은 계속할 거니?’

모두의 시선이 칸디넬라에게 돌아간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애들은 상황을 참작해서 가점을 부여할 거야· 약탈조한테 시달리고 다람쥐랑 버섯을 뜯어 먹으며 이정도까지 온 것도 충분히 대단한 거지· 상위권 성적을 기대할 만해·”

세실은 자기 조원들과 조용히 눈빛 교환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는 여기까지 할게요·”

빅터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팀원들을 어긋난 길로 이끈 제 잘못이 큽니다· 징계는 달게 받겠습니다·”

칸디넬라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너희 탓이 아니야· 사고 경위 조사를 위해서 너희는 나와 함께 가야겠지만 징계는 없을 거야· 안심해·”

칸디넬라가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가면돌이 친구는 어떡할 거야?”

트리샤가 옆에서 킥킥 웃었다·

“가면돌이래· 귀여워!”

세실이 눈치를 보며 슬쩍 트리샤의 입을 막았다·

더 하냐고? 다른 애들이야 더 나아간다고 해도 순환계에 거부당할 것이다· 우리도 여기서 돌아간다면 굳이 위험지대를 거쳐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은 이유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숲의 정령들에게 호의를 얻었다· 실습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이것까지는 일단 이용해보고 끝내야지·

 나는 루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의중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마저 하겠습니다·”

“자신 있나 보네 좋아·”

칸디넬라는 휙 돌아서서 몇걸음 나아가다 다시 못한 말이 있다는 듯 몸을 몰리며 말했다·

“아 그리고 너도 실습 끝나고 나랑 개인적으로 좀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가면을 쓰고 가야겠지?

그나저나 칸디넬라 교수를 보니 문득 실베린 생각이 났다· 젊고 근사한 외모의 마법 교수이니 실베린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실베린은 어떻게 지내려나· 아직도 성도에 머무르고 있을까·

교수의 등장으로 상황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칸디넬라 교수는 우리 둘을 제외한 스무 명 남짓의 학생들을 인솔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곧이어 어미새를 따르는 새끼오리들처럼 줄지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실이 그 대열에 있다 말고 다시 쪼르르 내 앞으로 달려왔다·

“사탕아!”

얘가 낙오 당하려고 작정했나·

“어서 가· 그러다 미아 되겠어·”

“이러고 헤어졌다가 또 몇 주는 못 볼 것 같아서· 잠적하지 말고 자주 연락해· 알았지?”

나야 가면을 벗고 일상에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겠지만 세실 입장에선 친구 하나가 다시 흔적도 없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겠구나·

조급하게 친밀감을 쌓으려는 듯한 태도가 이제는 이해가 된다· 데리고 다니는 애들을 보면 은근히 정에 약한 타입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보자·”

“넌 참 돌덩이 같아서 좋아·”

“···?”

“갈게 또 봐·”

세실이 손을 흔들며 돌아갔다·

나는 다른 이들을 마저 살폈다· 트리샤는 세실과 다를 게 없었고 시온은 잠시 눈을 뗀 사이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릴리트가 멀찍이 서서 속에 쌓인 게 많은 표정으로 내 쪽을 한 번 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나와 루나는 모두가 가는 방향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따뜻한 이불과 푹신한 침대가 그리웠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숲에 들어서서 한동안 나아가니 우리 주변에 봉제 인형 같은 숲의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나란히 걸었다·

몇몇 녀석들이 내 발치를 톡톡 건드리다 저 혼자 화들짝 놀라서 루나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이 녀석들을 믿어도 괜찮을까·”

“···응·”

이 숲의 정령들은 자기네를 도와준 보답으로 ‘선물’을 주겠다고 나섰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 선물을 확인하고 복귀할 생각이었다·

정령들에게 거듭 부탁을 해봐도 환수를 만나게 해주는 건 못하겠다고 하니 ‘사랑의 묘약’은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저 이 녀석들이 주는 선물이 그 포션에 준하는 가치를 지녔기를 바랄 뿐이다·

정령들이 앞장서서 움직이며 우릴 안내했다·

“얼마나 가면 된대?”

“그건···알려주지 않아·”

가봐야 얼마나 더 가겠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는 실수였다·

네다섯 시간이 지나 해가 완전히 기울고 먹구름 하늘을 가득 메운 상황에서도 우린 계속 걸어가야 했다·

우릴 골탕 먹이는 건가 싶어 한소리 꺼내려다가도 루나가 숲의 정령을 굳게 신뢰하는 탓에 마음을 접었다·

루나가 나를 믿어주는 만큼 나도 그녀를 믿어줘야 했다·

그렇게 루나가 소환한 화염 구체에 시각을 의지한 채로 자정이 몇 안 남은 시각까지 나아가다 마침내 새로운 지형을 맞이했다·

야광 식물들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군데군데 손바닥만큼 큰 이름모를 꽃이 피어있었는데 거기서 호롱불처럼 은은하게 빛이 나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가 넘실대면서 별무리 같은 은빛 가루를 털어냈다· 빛들이 마치 파도를 치는 듯했다·

좀처럼 감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루나조차도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

숲의 정령들이 그 모습을 보곤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더 보여줄 것이 있다는 듯이 발을 굴렀다·

우리는 마저 발걸음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작은 호수가 나타났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달빛이 들지 않았지만 호수 바닥에 자라난 수초들이 발광하여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반짝거렸다·

정령들이 발을 구르며 한 곳을 가리켰다· 

그 호수 중앙에 커다란 바위가 섬처럼 불룩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새하얀 털가죽의 사슴이 누워 있었다·

황금색 뿔이 불쑥 돋아난 채로·

순환계 수업을 들을 당시 배웠던 환수의 외형과 정확히 일치했다·

루나와 나는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호수에 몸을 담그고 루나가 내 손을 잡고 뒤이어 몸을 담갔다·

고작해야 하반신이 잠길 만큼의 얕은 수위였다·

그리고 정령 몇 마리가 우리를 따라 물 위를 헤엄쳤다· 

그렇게 잔잔한 호수에 물살을 일으키며 바위섬으로 향했다·

루나와 나는 그 위에 천천히 올라서서 사슴을 확인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솜 빠진 인형처럼 몸이 푹 꺼져 있었다·

가만 보니 등가죽이 반으로 쩍 갈라졌고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죽은 게 아니었군·”

“···응·”

이건 탈피를 하고 남은 번데기였다·

정령들은 환수를 직접 만나게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정확하게 알고 보답한 것이었다·

“뿔을 가져가도 괜찮을까?”

내 물음에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목검을 뽑고 뿔 한쪽을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남은 한쪽은 우리 후배님들이 찾아가게 두자·”

이번엔 루나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후배들도 기회는 얻어야 하고 정령들도 인간을 상대로 사용할만한 협상카드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환수의 털가죽 아래에 희미하게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숲의 정령들이 폴짝폴짝 뛰며 무슨 신호를 내게 전달했다·

털가죽을 들춰 올리니 그 밑에 깔린 푸른색 약초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푸른영혼초였다· 지금에서야 이걸 찾는 게 무슨 의미일지는 모르겠지만·

루나가 정령의 말을 듣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내게 전달했다·

“이건···지금은 필요 없더라도 다음 여정에 많은 도움이 될 거래·”

“다음 여정···?”

무슨 소리지· 언젠가 소더튼 순환계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있겠지만 조만간은 이곳에 들릴 일은 없을 거다·

어쩌면 루나에게 하는 말일지도 몰랐다·

“루나 너는 여기 다시 들릴 거야?”

“아니···· 데미안 너에게 하는 말 같아·”

내 미래를 보기라도 한 걸까· 야생에서 지내는 건 한동안 사양하고 싶다· 내 다음 여정지는 실베린이 있는 성도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실베린이 요즘 따라 유독 그리워서 말이다·

정령들이 까르르 웃고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지나온 호수 건너편에서도 정령들이 서서 일제히 손을 흔들었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려는 것처럼·

그러다 잠시 가벼운 바람이 불고 정령들의 모습이 스르르 없어졌다·

잠깐 세상이 정지한 것 같았다·

나는 정령들이 서 있던 곳을 가만히 바라보다 푸른영혼초를 챙기고 일어섰다·

그런 뒤 물에 몸을 담그고 루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

그날 밤 야영하면서 나는 꿈을 꿨다·

새싹처럼 작은 뿔을 가진 한 새끼 사슴이 우리의 야영지로 걸어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빛 속으로 사라지는 꿈이었다·

대단한 의미는 없는 꿈이었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루나에게 꿈 이야기를 하니 그녀도 같은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했다·

몽롱한 기분은 잠시 뒤로하고 우리는 순환계 밖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이었다·

긴장이 다 풀린 덕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재밌는 거··· 보여줄게····”

“응?”

잠깐 쉬는 동안에 루나는 환수의 뿔을 늑대 머리에 올리는 장난을 쳤다· 늑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어 헉헉거리는 걸 보고는 그녀는 혼자 숨죽여 웃었다·

그녀의 유머 감각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허물없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더 친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우리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정오가 될 즈음 정찰을 나갔던 루나의 늑대가 다급하게 짖으며 우리 앞으로 달려왔다·

정령과 대화한 루나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쓰러진 사람이 있대·”

“가자·”

우리는 늑대를 따라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길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도달한 숲 어딘가에서 한 소녀가 정신을 잃어 얼굴을 땅에 박고 엎어져 있었다· 가만보니 전날 우리가 남겨둔 발자국 위였다·

하반신이 훤히 드러나는 남사스러운 옷차림· 어디서 본 듯한 새까만 머리카락· 그리고 시퍼런 검 손잡이·

시온이었다·

옷이 아침 이슬을 머금었는지 축축하다·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다행히도 숨은 쉬고 있었다·

정황을 살펴보면··· 우리를 추격하다 혼절한 것이었다·

‘그냥 두고 가자’는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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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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