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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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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제니아는 짜증이 잔뜩 돋아난 얼굴로 그 속옷을 침대 위에다 패대기쳤다·

“뭐지 뭘 놓친 거지? 열쇠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잖아· 그럼 누구야?”

헤일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몰래 온 게 아니면··· 후배님이 직접 데려온 건가?”

제니아가 저혼자 그 말을 받아들이곤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순진한 줄 알았는데···· 열받네·”

제니아는 치마에 손을 집어넣고 속옷을 발 아래로 슥 내렸다·

그러고는 입고 있던 속옷을 베개 위에 있는 힘껏 던졌다· 

착 하는 소리와 함께 속옷은 새하얀 침구에 달라붙었다·

헤일리가 소리쳤다·

“야이 미친년아! 입던 걸 던지면 어떡해!!”

“어쩐지 순진한 척을 하는 게 이상하다 싶더니· 재수없어서 안되겠어·”

“그래도 그렇지· 너 그 상태로 수업 들으려고?”

“어· 뭐 어때 나말고 이러는 년들이 어디 하나겠냐·” 

“····”

“너도 하나 남겨야지·”

헤일리는 잠시 미간을 좁히고 속으로 갈등했다·

제국 명문가 자제인 탓에 이런 행위를 걸렸다간 그대로 자택 연금 처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아···씨···난 몰라·”

결국 그녀도 속옷을 벗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침대에 던져버렸다·

제니아가 미술부 부장의 천박한 일탈 행위를 보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 생각에 올해는···우리 신입이 가장 많이 모을 것 같은데·”

신입생이라고 다 동등하게 환영식을 치르는 게 아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가장 눈에 띄고 입에 오르내린 사람이 당연하게도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헤일리가 제니아의 말에 적당히 수긍했다·

“···휴버트니 조르디니 뭐니 해도 우리 신입이 젤 낫긴 해·”

그리고 직속 선배로서 후배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었다· 신경 안 쓰는 것 같아도 누가 많은 관심을 받았냐 하는 것도 동급생 간의 비교 요소가 된다· 

“가자· 수업시간 됐다·”

볼일을 마친 그들은 31F호실을 떠났다· 

문은 활짝 열어둔 채로·

***

다들 이터니아 선착장에 도착하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캠퍼스행 마차에 갈아탔다· 

나와 트리샤는 행선지를 달리해 실베린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한번에 몰려왔는지 몸이 축 처졌다· 

나와 루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실습의 막바지까지 임했고 남들보다 더욱 격렬한 전투를 치렀다· 그 덕에 남들보다 더 피곤할 수밖에 없다·

몰골도 말이 아니다· 일주일간 제대로 씻지도 못해 흙냄새와 땀내가 진동을 한다· 

마차에서 트리샤는 꾸벅꾸벅 졸다가 그대로 좌석에 드러누워 버렸다·

저택에 도착한 뒤 나는 세상 모르고 잠든 트리샤를 업고 안으로 들어갔다· 

트리샤에겐 이 저택에서 머무는 건 마지막이다· 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올 수 있었지·

그녀는 나보다야 상태는 좋았지만 몰골이 엉망인 건 같았다· 침대에다 눕힐 수는 없어서 잠시 내 방 벽난로 앞에다 뉘이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목욕을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몸을 담그고 묵은 때를 벗기는 도중 내 어깨에 남은 이빨자국을 발견했다· 

며칠 지난 건데 방금 물린 것처럼 선명했다·

손으로 꾹꾹 눌러서 마사지를 해봐도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트리샤는 실은 뱀파이어가 아닐까·

목욕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니 트리샤가 허물처럼 벗어던진 옷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허물은 벽난로에서 침대로 이어져 있었다·

이불을 들추니 내 침대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트리샤의 정수리가 보였다· 새하얀 머리카락· 심지어 아티팩트까지 전부 벗었다·

“씻고 누워·”

그녀는 반수면 상태로 옹알이를 해댔다·

“으으응 몰라···잘래·”

지 침대 아니라고 그냥 막 써대는구나· 입던 옷을 마구잡이로 벗어 던진  탓에 이불을 들춰낼 수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시온의 편지를 꺼냈다· 

참 읽기 망설여지는 편지다·

‘사탕이에게’

분명 나에게 보내는 것이 맞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봉인을 뜯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편지지를 펼쳤다·

“역시····”

그건 시온이 쓴 편지가 아니었다· 내가 예상했던대로 그녀의 스승 게신 그리그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대륙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소드마스터가 내게 관심을 보이다니·

고아원에 지낼 당시엔 귀족에게 차마 말도 못 걸었는데 일평생 연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드마스터의 편지를 받는 날도 오는구나·

잠시 숨을 죽이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레이스산 정상에서의 일전에 대해선 시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진짜 전체 수석은 자네라고 시온이 그러더군· 독특한 검과 본적 없는 검법을 구사한다고 들었네·]

[···자네를 저녁 만찬 자리에 초대하겠네· 가면을 쓰고 와도 개의치 않으니 부담없이 찾아왔으면 좋겠어·]

리그베드의 한 자택 주소와 날짜 시간이 적혀 있다· 날짜를 보니···이거  순환계 실습이 끝나고 이틀 뒤 바로 내일 모레다· 고민할 시간조차 거의 없었다· 실베린한테 자문을 구하려 그랬는데 이거 참 좀 곤란하게 됐다·

추가로 거기엔 금화로 환전할 수 있는 지폐가 들어 있었다· 세공사로 지낼 당시 서너달 봉급에 맞먹는 상당한 거금이다·

뭐야 이건· 무슨 의도로 넣어 놓은 건지 모르겠다· 마차 비용으로 쓰라는 건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많은데·

부담없이 오라고 했지만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어쩌겠냐 소드마스터의 초대인데 발을 뺄 수도 없었다·

···가보긴 해야겠지·

***

다음날 나는 순환계 마지막 수업을 위해 강의실 끝자리에서 대기했다· 실습 때 쌓인 여독이 미처 다 풀리지 않아 반쯤 죽을 것 같았다· 학생들이 속속들이 들어서며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여학생 대여섯 명의 무리가 내가 있는 윗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쪽을 바라보며 무리중 몇 명이 인사를 했다·

“안녕~”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애들이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이겠거니 싶어 나는 영혼없는 눈으로 그 모습을 구경했다·

그러니 반 장난식으로 하소연을 했다·

“왜 인사 안 해줘~”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툭툭 치며 까르르 웃고는 아랫줄로 내려가 앉았다·

나한테 한 건가? 그렇다면 불길한 징조다· 일면식도 없는 것들이 날 어떻게 알고 인사를 한단 말인가·

곧이어 두꺼운 책을 가슴에 껴안은 한 이름모를 여학생이 내가 있는 줄로 올라와서는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니까 조금 당황한 듯이 책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말했다·

“아 미안해·”

그러고는 쪼르르 내려갔다·

낯선 애들이 친한척을 해대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겨야만 했다· 내 기억에 실습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난 이중신분을 하고 있었으니까· 좋든 나쁘든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가장 유력한 건 순환계 성적과 관련한 문제다· 나와 루나가 한 그룹이었다는 게 알려졌다거나 뿔을 가져온 인물이 학교 측의 실수로 있는 그대로 공개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몇몇 학생들은 내 쪽을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사고를 쳤다거나 구설수에 오른 듯한 분위기였다·

때마침 루나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내게 눈길도 하나 안 주고 중간 열 쯤에 자리를 잡았다·

루나를 향한 시선은 나에 비해선 그리 심하지 않다· 대체 뭘까· 루나는 뭔가 알고 있으려나·

그리고 칸디넬라 교수가 와서 교단에 올라서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정리되었다·

그녀는 회중시계를 한 번 보고는 지각생들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뒤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그녀는 별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칸디넬라는 마침내 자리가 가득 채워진 강의실을 슥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소더튼 순환계 2차 실습 일정을 고지하기 위해서다·”

강의실의 분위기가 무섭게 가라앉는다·

“농담이고 성적 산출 방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표정 풀어·”

그녀는 모두의 마음을 들었다 내려놓고는 이번 실습의 가점과 감점 기준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진입하면 몇 점이고 어디까지 진입하지 못하면 감점인지 평이한 말이 이어졌다·

다들 실습 때의 기억을 되돌리면서 자신의 점수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느라 얼굴이 굳어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자 서른 명 가량의 학생이 일제히 손을 번쩍 들었다·

칸디넬라가 말했다·

“본인 성적과 관련된 거면 내려· 수업 끝나고 따로 찾아와·”

다섯 명이 팔을 내리고 나머지는 빳빳하게 고정했다·

그녀가 한 명을 지목하자 어느 남학생이 큰 소리로 물었다·

“이번 실습에서 환수의 뿔을 가져온 사람이 있습니까?”

선배들을 포함해 뿔을 가져온 사람은 단 두 명· 

이 주제는 그동안 1학년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였다· 사랑의 비약 덕에 수석과 무관한 이들도 관심을 떼지 못했다·

칸디넬라가 옅은 미소를 띠고 강의실을 둘러본다· 

“같은 질문을 하려고 했으면 손 내려·”

그러자 전원이 손을 내렸다·

강의실이 일순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우선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을 거야· 포션을 탐내고 수석을 죽어라 쫓아다니면서 괴롭힐 게 뻔히 보이니까· 절도의 우려도 있고·”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뿔을 가져온 학생은 있어· 그 학생은 영리하고 용감하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했지· 너희들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지 못해 아쉽구나·”

아무도 함부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수석이 누군지는 알려주지 못 하더라도 사랑의 비약은 정신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이니까 혹시나 무슨 일로 내가 그 약을 먹은 것 같다 싶은 애들은 개인적으로 찾아오도록· 해독을 도와줄 테니까· 자 다른 질문 없지?”

모두들 침묵을 고수했다· 누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는지 함부로 짐작가는 이름을 꺼내지도 못했다·

그녀는 수업 종료를 선언하고는 몇몇 학생의 이름을 호명했다·

“아 휴버트 시온 데미안은 기숙사 문제로 따로 상의할 게 있으니 나한테 오도록!”

그러자 몇몇 여학생들이 몸을 돌리고 날 올려다보며 키득거리며 웃었다·

“···?”

곧이어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밀듯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호명된 이들은 교단에 서 있는 칸디넬라의 앞에 섰다·

그녀는 나를 포함한 셋의 얼굴을 한 번씩 유심히 훑어보고는 말했다·

“일단 보니까 밉상이라 찍힌 것 같지는 않구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봐야지· 에휴 환영식은 적당히 하라고 해도 꼭 이렇게 사고를 친다니깐· 휴버트랑 시온 너희 둘은 기숙사 파손 정도를 봐서 임시 기숙사로 거처를 옮기게 될 거야· 윗드러프관 메이드나 사감을 찾아가렴·”

휴버트라는 녀석이 절도있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파손 정도라니 한동안 자리를 비운 기숙사에 무슨 기이한 일이 벌어진 걸까·

칸디넬라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데미안 넌···아직 기숙사 확인 안 해본 모양이구나·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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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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