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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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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칸디넬라 교수는 휴버트와 시온을 먼저 돌려보냈다· 그 둘은 가볍게 인사를 꾸벅 하고는 강의실을 떠났다·

“데미안 너는 날 따라와·”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조용히 이동했다· 강의실을 나와 캠퍼스에 조성된 정원의 작은 오솔길을 나아가면서 침묵이 이어졌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기숙사로 향하고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개인적으로 따로 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가던 중에 칸디넬라가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가이낙스 공녀에 대해서 알고 있니?”

오랜만에 들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이번 이터니아 입학식에 참석한 거물이란 건 기억하고 있었다·

“들어는 봤습니다·”

“그 여자가 네게 관심을 보이더구나·”

“···예?”

“네 스승 때문이겠지· 그냥 알아만 두렴· 일단 한동안 지켜봐야 하니까·”

그 뒤로 다시 말이 없었다·

교수동으로 향한 뒤 그녀는 나를 교수실로 인도했다·

교수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엔 제목조차 읽을 수 없는 고서들이 가득했고 창가 쪽에는 접대용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앉아·”

그녀는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키고는 집무실 책상에 놓인 바구니를 뒤적거렸다· 

“쿠키 좋아해?”

“···있으면 먹습니다·”

“사탕도 있으면 먹지?”

“네·”

“건살구는?”

“다 좋습니다·”

그릇에 간식을 가득 담고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청포도까지 한 송이 챙겨왔다·

그러곤 테이블에 두고 내 앞으로 슥 밀었다· 다 먹으면 저녁밥은 걸러도 될 정도로 양이 많았다·

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서 다리를 꼰 상태로 턱을 괴고 부담스럽게 바라보았다·

“먹어 먹어·”

그냥 잠깐 이야기하고 돌려보내는 거 아니었나·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는데· 내게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걸까?

“별로 안 좋아해? 잠깐만 내가 퐁투루아산 염소 치즈랑 빵을 가져다····”

“괜찮습니다· 이거로도 충분합니다·”

나는 서둘러 쿠키를 하나 입에 넣었다·

“부담갖지 마· 실습 때 교수의 일을 솔선수범 도와줘서 고마우니까 그래·”

“그렇다면····”

“응 네 정체도 다 알지· 낮에는 조용한 귀공자님· 밤에는 가면돌이· 맞지?”

뭔가 이상한 표현이 있지만 뭐 두 개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이렇게 부르신 건 가이낙스 공녀··· 때문입니까?”

“아 보상을 주려고 부른건데 일단 그 이야기도 해줘야겠지·”

그녀는 검은색 편지지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엔 금박으로 된 공국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이터니아 측에 날아온 거야· 가이낙스 공녀가 널 호위 임무에 데려가고 싶어하는구나·”

전투부엔 때때로 외부 임무에 학생들을 차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걸 말하는 듯했다·

“···왜죠?”

날 지목할 이유가 있나? 난 중위권 석차로 기록되었을 텐데·

“동토가 녹고 겨울이 끝나가니까· 추위를 피해 리그베드에 휴양 온 귀족들은 이맘때쯤 고향으로 돌아가지·”

“····”

“이미 쟁쟁한 호위대를 끼고서 학생 하나 붙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실베린의 제자라는 것 때문에 눈여겨 봤겠지· 접점을 만들어 두려는 모양인데 이터니아에선 흔한 일이야· 외부 임무도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기도 하고·”

공녀라고 하면 이미 고위 기사와 마법사들이 함께할 거다· 그럼에도 일면식조차 없는 날 부른다는 건 분명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이겠지·

“해야 합니까?”

“고위 귀족과 접점을 만드는 건데 분명 명예로운 일이지· 웬만해선 우리도 권장하는 편이지만···네 경우는 달라·”

“····”

“이터니아는 거절할 거야· 네게 부족한 건 인맥이 아니니까·”

이터니아에선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한 걸까· 

나도 생각이 비슷하다· 난 귀족 예법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처지다· 공국의 후계자와 엮인 판은 지금의 내겐 감당이 안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순전히 내 능력이 아닌 실베린의 위명을 눈여겨 본 것이라면 더더욱 사려야 한다·

“알겠습니다·”

칸디넬라는 눈을 좁히고 잠시 내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다 말했다·

“싫은 소리 하나도 안 하는구나· 그래 이제 순환계 실습 보상을 이야기해야겠지?”

그녀는 품안에서 중지 손가락만 한 크기의 포션병을 꺼냈다·

일전에 라캄 교수가 교단에서 보여줬던 그 사랑의 비약이었다·

칸디넬라가 날 보며 싱긋 웃었다·

“누가 가르쳤는지는 몰라도 정말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더구나· 넌 환수의 호의를 얻은 몇 안되는 학생 중 하나야·”

“···감사합니다만 환수를 직접 마주하지는 못 했습니다·”

“알아· 그 영역에 들어선 것 자체가 인정을 받았다는 거야· 뭐 나름대로 욕심이 있었나보네?”

욕심이 있었던 건 맞다· 순환계의 결정체에 가까운 환수를 눈 앞에서 보고싶었다·

“네 기대했던 성과는 얻지 못 해 아쉽습니다·”

“환수를 본다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야· 순환계에 적응했다는 건 환수의 영향아래 놓였다는 거야· 소더튼이야 괜찮지만 다른 지역의 환수가 항상 인간에게 호의적일 거라 기대하진 마렴·”

“접촉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겁니까?”

“그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위험하지· 소더튼 순환계의 환수같이 정순하고 맑은 기운을 가진 놈은 드물어· 다른 환수들은 인간을 마력이 풍부한 먹잇감으로 여기기도 하고 떄로는 그 지역의 신으로 군림하려 들기도 하지·”

즈베레프가 말했던 토착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칸디넬라는 그것들을 좋게 보지 않는 모양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아무튼 수고했어·”

그녀가 포션을 내밀었다·

내가 이를 받아내려 하자 그녀는 뭔가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건네다 말고 팔을 빼냈다·

“···?”

칸디넬라가 콧대 높을 것 같은 차가운 인상과는 안 어울리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한다·

“연극부에 들어오기에 지금도 늦지 않았어· 지금 들어오면 이거보다 더 좋은 선물····”

“····”

난감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다시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야 자·”

마침내 그렇게 내 손에 포션이 쥐어졌다· 성취감에 온 몸이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짜릿했다· 직접 쓸 생각은 없지만 가치가 있는 것임은 확실했으니 속이 든든하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냥 보내기는 아쉽다는 듯이 대화를 이었다·

“그래 음 아카데미 생활하는 데 불편한 건 없고?”

“···딱히 꼽을 만한 건 없습니다·”

“실베린이랑은 같이 지내면서 서운했던 건 없어?”

“···없었습니다·”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으으음···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여자 성격이 그리 다정한 편이 아닌데·”

“····”

그녀는 팔을 휙휙 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괜한 소리를 했네· 어쨌든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상담하러 와· 잘 해줄게·”

“감사합니다·”

“이제 기숙사 확인하러 가 봐·”

자리에서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는 내 옷깃을 잡고 다시 앉혔다·

“아 잠깐 이 간식들 가져가· 내가 따로 담아 줄게·”

이 교수는 왜 이렇게 챙겨주려 하는 걸까· 참 감사하다만 이렇게 해도 연극부는 생각 없는데·

***

그렇게 마침내 도달한 오후의 노던 빌리지의 기숙사는 대체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한 팔에 일주일을 먹어도 남을 분량의 쿠키 상자를 껴안고 지나가던 차에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고 달려간다·

지나친 여자는 무척 바쁜 모양인지 머리가 땀에 젖어있고 두 팔에는 물 양동이를 이고 있었다· 미안하다 인사할 겨를도 없어 보였다·

상위권 학생들의 기숙사인 메리골드관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

창문 몇 개는 부서져 있고 몇몇은 녹색 점액질이 유리창에 범벅이 되어 있다· 어떤 방에선 곡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온다·

그제야 막연히 생각했던 환영식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젠장 휴버트랑 시온이랑 나는 호명을 할 정도였는데 저런 것보다 심하다는 말이잖아·

이거 조금 초조해진다·

나는 서둘러 내 기숙사인 윗드러프관으로 향했다· 

윗드러프관 현관을 들어서고서 조금 안도했다· 다행히도 이곳은 다른 곳들과 다르게 잔잔한 분위기다· 

시온도 늘 그랬듯 홀 벽난로 앞에 앉아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중이고·

계단을 올라 3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가 향하는 왼쪽 복도 맞은편에서 두 소녀가 걸어오다 눈이 마주쳤다·

“···?”

기숙사에서는 못 보던 얼굴이다· 애당초 3층 복도 끝은 나 말고 입실한 사람이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이지·

그 소녀들이 날 보고 움찔하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잰걸음으로 옆을 지나쳤다·

복도 끝 내 호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느낌이 안 좋다·

문고리에 새하얀 무언가가 걸려 있다· 가까이서 보니 그건 누군가의 속옷이었다·

복도에서 뭔가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냄새가 났다· 설마 내 방에서 나는 건가?

서둘러 달려가 방 앞에 섰다· 마침내 내부를 확인하고선 나는 쿠키상자를 떨어트렸다·

“이런····”

속옷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건 난 처음 알았다·  바닥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창문까지 속옷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침대는 가관이었다· 새하얀 침구가 다 가려질 정도로 속옷이 빽빽했다·

그리고 벽에는 침입자들이 초록색 점액질로 방명록을 기록해놨다·

어지럽게 나는 적힌 글귀들을 천천히 살폈다·

[배상이 필요하면 무용부로 와·]

[아니 문예부로 와!!]

[그러지 말고 우리 가문 시동으로 들어와· 평생 놀고 먹게 해줄게·]

[속옷 다시 찾으러 온다· 잘 보관해라·]

[도도한 척 굴지마 재수없어·]

[나는 네 비밀에 대해 알고 있다·]

[누나랑 같이 야반도주하자·]

[네가 왜 실베린님 제자야 열받게 확 주둥이에 팬티 넣어버릴라·]

[침대 밑에 사람 있어요·]

나는 곧바로 침대 밑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거기에 사람은 없고 반듯하게 놓인 속옷이 몇 장 보였다·

방명록은 말 그대로 무의식의 향연이다· 고아원에서 보던 낙서와 결이 비슷하다·

귀족 영애는 품위와 예법을 중시하고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 정숙한 몸가짐을 목숨처럼 중하게 여긴다고 들었는데 오늘 그 환상이 와르르 무너졌다·

트리샤처럼 지나치게 엄격한 통제를 받아 이터니아에서 억압된 욕구를 마구 분출하는 걸까·

의자에 걸린 속옷들을 툭툭 쳐내고 그 위에 힘없이 앉았다· 

그나저나 이걸 언제 다 치우지· 몇 바구니는 나올 것 같은데·

***

1층 홀에서 쉬고 있던 시온에게 메이드가 다가왔다·

“문을 고쳐서 이제는 들어가실 수 있어요·”

시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시온은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방은 누군가가 침입하고 무슨 짓을 했는지 문고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 덕에 하룻동안 옷을 제대로 갈아입지도 못했다·

친구가 없었던 탓에 옷을 빌려주는 이는 없었고 메이드가 가져다 준 기본 수련복을 입어야만 했다·

3층에 올라선 그녀는 자신의 방 앞에 섰다· 문고리를 돌리니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후각이 예민한 탓에 순식간에 악취가 훅 밀려왔다·

방안은 초록 점액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침구 커튼 옷장까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검은 잉크로 바닥에 경멸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선배가 그렇게 만만해?]

[넌 남들이 다 우습지]

[그렇게 살지 마라]

[정숙하게 입고 다녀라 관심 필요해?]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에겐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시온은 모욕에 가까운 메시지들을 무감각한 시선으로 잠깐 흘기고는 곧장 서랍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랍을 열고선 그대로 멈춰버렸다·

“···없네·”

속옷이 단 하나도 남김 없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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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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