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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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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기숙사 메이드 한 명이 내 방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그녀는 잠시 나와 민망한 시선 교환을 하고는 말했다·

“초록색 점액질은 환기를 시키면 천천히 증발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예요· 그래도 찝찝하시다면···제가 마저 청소할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사라진 물건은 없나요? 서랍장 확인해보셨어요?”

아차· 불특정 다수가 내 방을 공공장소처럼 머물다 갔는데 내 물건들이 멀쩡히 남아있을 리가 없겠지·

나는 서랍장을 열어보며 사라진 물건을 확인했다·

“속옷이 전부 사라졌네요·”

“선배들이 자신의 속옷을 놔두며 교환식으로 하나씩 챙겨갔을 거예요· 그게 인기있는 사람의 숙명이니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가장 슬퍼할 사람은 방이 난장판이 된 사람이 아니라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관심은 참 감사하지만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그만큼 내 결점이나 허물에도 더 집중할 것이란 말이니까· 처신 한 번 잘못하면 남들보다 훨씬 가혹한 뭇매를 맞을 것이다·

메이드는 바구니를 가져와 속옷들을 주섬주섬 담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옷장 밑 침구 밑 구석구석을 뒤지며 속옷을 수거했다· 그렇게 세 바구니 가량의 속옷이 모였다·

메이드는 지저분해진 침구를 들고 나는 바구니를 챙긴 뒤에 아랫층 현관 밖으로 나섰다· 플랜테라 세 구가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플랜테라에게 맡기면 잘 세탁해서 돌려줄 거예요·”

오늘도 에르제베트의 은혜를 입는구나· 플랜테라가 최고다·

“그냥 불에 태우면 안 됩니까?”

메이드는 그러면 밉상으로 찍힐 거라며 식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입지도 못하는 걸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막막하다· 실베린의 저택에 보관하면 리리아가 날 어떻게 보려나· 그냥 몰래 태워버릴까·

그 휴버트란 녀석이나 시온도 나랑 비슷한 처지일까· 시온은 여자애인데 설마 똑같이 속옷을 건들지는 않았겠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자애들은 괜찮은 겁니까?”

“대체로 여학생들은 안 건드리는데··· 때때로 환영회를 핑계로 악의적인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징계를 받나요?”

“···네·”

플랜테라에게 빨래를 맡기고 기숙사로 들어가니 벽난로 앞에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 앉아있는 시온이 눈에 들어온다·

괜찮은 거 맞나·

좀 전에 분풀이 이야기를 들으니 이상하게 더 신경쓰인다·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는데 왜인지 모르게 쓸쓸해보인다· 기분탓인가·

그녀는 밋밋한 수련복을 입고 혼자서 돌덩어리 같은 빵을 한입씩 베어 먹는다· 물도 없이 먹는데 답답하지도 않나·

그러고 보면 같이 먹는 친구는 항상 없었다·

가끔 보면 묵언수행하는 수녀님같다·

계단을 오르다 2층에서 잠시 멈춰섰다· 내 방처럼 문이 활짝 열린 호실이 내 눈길을 끌었다· 

난 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시온의 방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마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 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 앞에 서서 그 내부를 확인하고는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악의적이고 불쾌한 메시지가 가득하다· 내 방에 쓰여진 방명록과는 결이 너무도 달라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이건 일방적인 괴롭힘이랑 다를 게 없었다·

입학 당시에 선배들에게도 찾아가 대련을 신청하고 무참히 박살을 내서 그런 것일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선배가 그렇게 만만해?]

그녀의 인성을 비아냥대고 조롱하는 말이 한가득이다· 

[언제까지 수석 유지하나 보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공격적인 메시지 뒤에 숨겨진 열등감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수석이라는 자리가 부러움을 사는 동시에 얼마나 많은 질투를 받는지 실감이 된다·

어쩌면 내가 받았을지도 모르는 악담들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해진다·

평범한 십대 소녀라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문을 며칠을 울며 고생할 만한 것인데 괜찮을까·

홀로 빵을 우걱우걱 삼키던 시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스승은 이런 수모를 당할 걸 알고 있었을까· 시온이 누구한테 하소연 쏟아낼 성격도 아니라 혼자 묻어갈 수도 있었다·

내일 저녁 식사에서 시온의 스승님을 만나면 상황을 봐서 이 이야기를 조심히 언급해봐야겠다·

“나라면 거기 안 들어가겠어·”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세실이 어느틈에 팔짱을 끼고 내 뒤에 서 있었다·

맞다 얘도 나랑 같은 윗드러프관이었지·

그녀는 심드렁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 트리샤 친구 맞지? 거긴 여선배 몇명이 시온의 방에 악질적인 테러를 해서 조사중이야· 괜히 발 들였다가 증거를 남기면 너도 엮이는 거야·”

“무슨 짓을 했는데?”

“봐도 알잖아· 남자애한테 구구절절 다 말해주는 건 시온한테 실례니까 못하는데 보이는 거 외에도 이것저것 해서 선을 넘었지·”

“속옷 불태우는 거 말고 뭐 다른 게 있어?”

전에 실베린이 말하길 그것도 나름의 환영 의식이라고 들었는데· 

“그건 옛날 이터니아고 요즘은 그냥 말이 뗄감이지 자기꺼랑 하나씩 교환해가거나 광장 정원수에 걸어서 전시하는 게 다야·”

세실이 뭔가 아상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잠깐 너 실베린 교수님 제자라면서 그런 것도 몰라?”

“무슨 소리야?”

그게 실베린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실베린 교수님이 학부생 시절에 상급생들 지내는 서던 빌리지를 반파시키고 바뀐 거잖아· 그 역사를 네가 모르면 어떡해?”

“····”

순간 실베린이 내 기숙사에 방문하던 기억이 스친다· 

실베린은 굉장히 나쁜짓을 저질러서 기숙사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거구나· 역시 스승님답다·

세실이 사기꾼을 보는 것마냥 눈을 좁혔다·

“은근 속없는 강낭콩 같단 말이지· 아무튼 너 요즘 많이 수상해· 특히 우리 트리샤한테 이상한····”

세실이 말하던 중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세실 이 지지배야!” 

목소리가 들린 방향에 마르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했다·

“리그베드에 가서 같이 점보기로 해놓고 여기서 뭐 해? 애들 다 기다리잖아·”

세실이 난감한 듯이 머리카락을 빙빙 꼬았다·

“아 그냥· 잠깐 볼일이 있어서·”

“넌 그 위대한 ‘돌의 선지자’ 점성술사 갈리아르를 우리만 찾아갈 거라 생각해? 이런 기회는 앞으로 십년이 지나도 안 올거야· 여유부릴 때가 아니니까 당장 준비해· 당장! 지금 리그베드에 사람들 몰려서 난리났어·”

그러던 마르타가 내 얼굴을 보고는 잠깐 화들짝 놀란다·

“아 까 깜짝야·”

그러고는 겁먹은듯이 날 피해 거리를 두며 이동해 세실 뒤에 섰다·

“가 가 가자·”

“갑자기 왜 그래? 너 약했어?”

“시 시끄러· 가자고 늦어·”

마르타는 그렇게 세실을 등을 떠밀며 멀어졌다·

세실이 밀려나며 내게 소리쳤다·

“너 너 나중에 따로 얘기해!”

***

다음날 나는 소드마스터의 초대에 응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리그베드로 향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리그베드는 마차가 비빌 틈도 없이 길이 꽉 막혀 정체되어 있었다·

사람이 북적한데다 마차를 끌고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닌 탓에 중앙 광장은 온통 마차로 가득 차 있었다·

“좀 비켜보쇼!”

“하 참 그 점쟁이가 뭐라고· 퉤!”

“제국에서 왔소이다· 나와주시오· 아내의 생명이 걸린 일이오!”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 고급스런 숙소 앞에서 어지럽게 뭉쳐 있었다· 하나같이 절박한 모습이다· 세실이 만나러 간다던 그 점쟁이 때문이려나· 나는 어수선한 틈에 가면을 쓰고 마차에서 내렸다·

마부에게 리그베드 후문 쪽으로 빠지란 말을 남기고 초대장에 적힌 주소를 따라 이동했다· 리그베드의 혼란스런 분위기에도 내 마음은 붕뜬 기분이었다·

점쟁이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좋을대로 하시라· 나는 그보다 훨씬 대단한 소드마스터를 만나니까·

기대를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살면서 이런 기회가 얼마나 오겠는가· 내 검술 실력을 시험할 수도 있으니 특별히 목검도 챙겨왔다· 

대련을 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패배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난 혼자 플랜테라를 때려잡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인파의 흐름을 거슬러 힘겹게 나아갔다·

마침내 서신에 적힌 주소지에 다다랐다· 예상대로 그곳은 리그베드 중심지에 위치해 있었다· 길쭉한 창문과 제국풍의 고급스런 외관을 한 주택이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옷을 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리고 초인종을 울렸다·

땡땡!

삼십 초는 기다렸을까· 반응이 없다·

다시 한번 울려던 차에 곧장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구시···?”

“저는 초대를 받···?”

문을 연 사람은 시온이었다· 그녀는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단정하고 정돈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 또한 이런 식으로 재회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는지 섣물리 입을 열기 못했다·

시온은 분명 기숙사에 머무는 거 아니었나· 얘도 설마 점보러 온 건가·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마주하가 그녀가 공격적인 눈매를 하고 내게 물었다·

“···내 집은 어떻게 알고 왔어?”

“네 스승님의 편지를 받고 온 거야·”

“···역시 네가 훔쳐간 게 맞았네·”

“아 그래 네 목숨을 살리고 얻은 전리품이지·”

“살려? 웃기지 마 그냥 뒀어도 난 살았을 거야·”

“순환계 들짐승들은 생각이 다르다는데·”

“그래서 나랑 결판을 지으러 온 거야? 검을 가져올 테니 기다려·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까·”

목검을 챙겨온 게 큰 실수였다· 나는 황급히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 난 네 스승님의 초대를 받고 온 거야·”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치지 마·”

나는 게신 그리그의 초대장을 그녀의 눈 앞에 내밀었다·

“봐·”

“····”

시온이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날 너희 스승님께 안내해·”

“···없어·”

“언제 오시는데?”

“스승님은 지금 성도에 계시고 한동안 돌아올 계획이 없으셔·”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마음대로 초대장을 챙겨서 우리 집을 찾아왔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지?”

“넌 여기 왜 왔는데?”

이거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데·

시온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흔들리는 눈빛으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스승님이 오늘은 저택에 머무르라 하셨어·”

“····”

아무래도 소드마스터에게 크게 속은 것 같다·

초대장에 왜 그렇게 큰 거금을 동봉해놨는지 이제 좀 실마리가 잡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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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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