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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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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언제까지 이 앞에 세워둘 거야?”

내적으로 갈등하는 게 표정으로 다 드러난다· 스승의 초대를 받고 왔으니 내쫓을 수도 없고 들여보내자니 또 마음이 안 내키고·

손님이랍시고 성대한 저녁 식사를 요구하면 아마 식칼을 들고와서라도 싸우려 들겠지·

그녀는 마지못해 나를 들여보냈다·

“···들어와·”

나는 저택에 들어서서 내부를 확인했다· 고급스럽지만 리그베드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서 전원 대저택같은 시원시원하게 큰 느낌은 없었다· 이상하게도 가구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고풍스런 그림이나 장식품들이 있어야 할 것 같은 건물 외관이지만 내부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썰렁하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복도를 따라 날 안내했다·

“검은 왜 챙겨왔지?”

본인이랑 싸워주길 기대하는 것인지 재차 물어본다· 안타깝게도 난 사리분별이 되는 사람이다·

“호신용으로·”

그녀는 식당 방의 6인용 식탁 앞에 나를 앉히고 촛불을 피웠다· 카펫도 없고 화분도 샹들리에도 그 어떤 장식품도 보이지 않는다· 사용인 또한 한 명도 없다· 마치 주인이 이사하고 남은 빈 집을 점거하는 듯한 기분이다·

“····”

“····”

그리고 서로 뭘 해야할지 몰라서 침묵했다· 이 어색함은 어찌해야 할까 나는 소드마스터에게 크게 속아서 아직도 뒤통수가 얼얼했다·

“저녁 식사는 했나?”

그녀는 차갑게 답했다·

“···이제 할거야·”

정말 하기 싫지만 스승님의 손님이니 어쩔수 없이 대접하는 듯한 기색이다· 그냥 날 맞이한 이 상황 자체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양인데·

그녀는 옆방으로 가더니 잠시 뒤 커다란 바구니 하나를 들고 식탁 위에 올렸다·

그 바구니엔 똑같은 모양의 빵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시온이 맨날 기숙사 홀에서 먹던 그 돌덩어리같은 호밀빵이다·

치즈나 스튜같은 건 기대도 안 했지만 심지어 우유도 물도 없다· 보기만 해도 목이 콱콱 막히는 구성이다·

그래 기대도 안 했다·

그러고 시온은 내 맞은편에 앉아서 빵을 하나 집고는 말했다·

“먹어·”

“····”

그녀는 먼저 한입 크게 물고는 다람쥐처럼 볼 한쪽을 부풀리고 우물거렸다·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도 마지못해 빵을 하나 들고 살짝 찢었다· 그리고 가면을 살짝 들추고 입에다 넣었다·

이 적막함· 그리고 끔찍하게 밋밋한 맛· 귀리죽을 먹으며 지내던 고아원을 추억하게 한다· 짠해서 눈물이 다 나오겠다·

얘는 인생의 낙이라는 게 없나· 선배들에게 그렇게 수모를 당하고도 집에 와서 하는 것이라곤 적막 속에서 혼자 맛없는 빵이나 입에 넣는 거라니·

내가 빵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자 그녀는 음식투정을 하는 아이를 대하듯 날 노려보았다·

“왜 안 먹어?”

“입맛이 없어·”

“···귀한 집안에서 자랐나봐? 나약한 입맛이네·”

시온은 검술 하나는 만점이지만 나머지는 전부 낙제 수준이다· 나도 그렇게 사교성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 여자애 만큼 심각하진 않다·

내가 얼마나 천한 집안 출신인지 말해주고 싶었지만 자부심 가질 이력은 아니니 그냥 참았다·

그녀의 스승이 날 여기 보낸 이유도 이젠 완전히 납득했다· 이런 모자란 제자 혼자 두고 가니까 속이 영 불편하셨겠지· 트리샤를 집에 혼자 두고 멀리 떠났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시온을 감당할만한 껀덕지가 보이는 학생들은 달리 없었으니 날 지목했을테고·

이런 우회적인 청탁과 다름없다· 눈치가 있다면 그가 뭘 맡기려는지 모를 수가 없다·

난 그대로 식탁에서 일어섰다· 거금까지 손에 쥐어졌으니 어영부영 넘어갈 수는 없었다·

시온이 빵을 먹다 말고 날 가만 올려다 보았다·

“뭐해?”

“나가려고·”

“잘가·”

그녀는 배웅해줄 생각도 없는지 가만히 앉은 채로 빵을 마저 한입 물었다·

“아니 너도 따라 나와·”

“···내가 왜?”

“넌 스승님이 직접 초대한 손님을 대접해야 할 책임이 있어· 다른 손님이었어도 이렇게 박대했을 거야?”

시온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손님이었으면 집에 들이지도 않고 돌려보냈을 거야·”

“····”

무슨 의미로 꺼낸 말인지 한동안 고민했다· 

나 아니었으면 빵조차도 주지 않았을 거란 뜻이니까 돌같은 빵을 건네주고 겸상까지 해주는 게 시온에겐 특별 대우란 말인 거지?

“소드마스터 님이 왜 날 초대하셨는지 알 것 같으니까 따라와·”

“···네가 어떻게 그걸 단정해?”

“그럼 넌 알아?”

“····”

시온은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얼마나 잘 하나 지켜보겠다는 듯이 말한다·

“안내해· 네가 스승님의 속뜻을 얼마나 잘 헤아리는지 확인해보겠어·”

***

제일 먼저 한 일은 환전소에서 지폐를 금화로 환전하는 일이었다· 금화를 가득 담아온 직원이 침을 꿀꺽 삼키며 창구에다 슥 내민다· 하룻밤의 저녁 식사의 대가라 보기엔 과다하게 많은 금액이다·

내 목표는 이 금액을 오늘 안에 모두 써버리는 거였다· 남겨먹으라고 준 돈은 아닐 태니 굳이 내 사리사욕을 위해 쓸 생각은 없었다·

금화를 가득 챙기고 밖으로 나오자 꿍한 얼굴로 가만 서 있는 시온이 나를 맞이했다·

“여긴 왜 왔어?”

“빚진 거 아니니까 걱정마라·”

그렇게 시온을 이끌고 리그베드 광장을 나섰다·

내가 찾는 곳은 식당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은 사교계처럼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기에 나같이 수상한 차림을 한 인간은 들어갈 수 없었다·

여행객이나 행상인이 머물면서 적당히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에 데려가는 게 첫번째 목표다·

금화를 다 쓰는데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 다음은 배를 채우면서 생각해야지·

시온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돌연 멈춰서서 말했다·

“어딜 가는 건데?”

“좋은 곳·”

“아무래도 안 되겠어·”

“···?”

“그냥 나랑 한판 붙어· 그리고 끝내· 스승님도 그걸 바라실 거야·”

이 여자는 만물이 칼싸움으로 귀결되는 건가· 안 되겠다· 이 싸움에 미친 여자를 그냥 놔둘 수가 없다·

“그래 싸움은 그냥 니가 이겼다고 쳐· 그러니까 헛소리 말고 그냥 따라와·”

“···!”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냐는 듯이 시온의 눈이 동전처럼 동그래진다·

어릴적 체스말 크기의 조각상도 아카테스 여신의 형상을 하고 있다면 함부로 버리거나 만지지 못하는 애들이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건 여신과 관계가 없고 그저 물건일 뿐인데도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시온은 ‘결투’라는 행위에 여신의 조각상과 비슷한 신성한 의미를 부여한 모양이다· 

그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 못 올라왔겠지·

“못 믿겠으면 증명서라도 작성해줄 테니까 일단 가자·”

***

우리는 어느 한 식당을 겸비하는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의 주변엔  항만에서 물건을 나르는 잡부와 선원 그리고 무역상들과 여행객들이 일과를 마치고 맥주를 들이키며 떠들어댔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라곤 리그베드에 찾아온 거물 점성술사에 관한 것들 뿐이었다·

“달튼 가문의 얼간이 장남도 점 보겠다고 냉큼 달려가더군·”

“다 돈지랄이지·”

“망할 것들· 나한테 돈 주면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 줄 수 있는데·”

이따금씩 몇몇이 우리를 흘겨보았지만 그 시선에 악의는 없었기에 크게 경계하지는 않았다· 리그베드에서 이터니아 학생을 건드리는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다· 

시온은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내 맞은편에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이게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 저녁 먹는 거지·”

“음식에 뭘 탔을지 알고 아무렇지 않게 먹어?”

얘는 대체 어디에서 살다 온 걸까· 범죄가 숨쉬듯이 벌어지는 곳에서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았나·

“당하고만 살았니· 빵은 어떻게 먹은 거야?”

“재료가 투명하거든· 물 소금 숙성한 사워도우· 그게 끝이니까· 그리고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야·”

곧이어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척척 올라왔다· 구운 오리 소고기 스튜 삶은감자 신선한 과일 주스와 생선찜까지· 음식을 보자 의구심 가득한 시선은 누그러졌다·

나는 비싼 음식들을 시온의 앞에다 밀었다· 나는 가면 때문에 먹기가 영 번거로웠다·

“난 안먹고 버틸 테니까 먹어· 약을 탔어도 내가 널 지키면 되잖아·”

“····”

내 말에 설득됐는지 시온이 조금씩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남들의 시선을 경계하는지 몸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꼭 생존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야생 동물 같다고 해야하나· 

다행히 먹기는 잘 먹는다· 나는 좀 굶주리지만 맨날 빵쪼가리나 육포만 먹던 애가 이렇게 잘 먹으니 조금은 뿌듯하다· 사실 환영식 이후로 신경을 조금도 안 썼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문득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이런데는 처음 와보는 건가?”

“아니· 그저 믿을 수 없어서 안 오는거지·”

“그렇게 경계심이 많으면서 실습 때 남의 육포를 아무렇지않게 뺏어먹나?”

“육포에 들어간 약재는 냄새로 판별할 수 있으니까·”

“····”

후각까지 예민한가본데· 정말 들짐승이 따로 없다· 

그녀는 나보고 예의상이라도 조금 들라는 말도 않고 혼자 열심히 먹어댔다·

***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선착장 옆에 이어진 강둑을 걸었다·

이제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시온을 붙잡고 나는 서둘러 돈 쓸 방법을 모색했다·

금화가 남아도 너무 남았다·

“날 붙잡는 목적이 뭐야···?”

얘는 잘 먹었다는 인사도 없이 의심부터 했다· 다행히도 이전보다는 날 경계하는 기색은 누그러들었다·

“그냥 따라와·”

나는 그녀를 이끌고 근처에 보이는 장신구점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도망쳐 나왔다·

직업병 때문인지 세공품 가격에 거품이 껴 있는 건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장신구점에 들어가서 시온에게 사줄 악세서리를 살폈다·

나는 가게에 비치된 돋보기를 이용해 재료 배합과 마감을 꼼꼼히 살폈다·

그녀는 날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뭐···하는 거야?”

“기다려봐·”

목걸이 하나를 그녀의 목에다 살짝 갖다 댔다·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는데 목걸이는 추후 인챈트가 된 아티팩트를 착용할 거야· 그리고 이런 걸 사준다고 너한테 무슨····”

“그래?”

나는 그녀의 말을 끊고 곧장 목걸이를 두고 팔찌로 바꿨다·

“팔찌는 검 휘두르는데 방해 돼·”

“····”

또래 여자애들은 자신을 가꾸는 데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건데 얘는 대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길래 이 모양인걸까·

나는 보름달 같은 둥근 은 귀걸이를 들고 돋보기로 오랫동안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 한 번 대보니 장식이 시선을 분산시켜 새침하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적당히 중화시켜주었다·

“음·”

“···???”

거품이 낀 가격이 영 불만스럽긴 했지만 달리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서 결국엔 그 귀걸이를 구매했다·

그런 뒤 가게 밖을 나오니 어느덧 저녁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귀걸이 상자를 시온에게 건넸다· 그녀는 상자를 받고는 내게 물었다·

“뭐하는 거야?”

“네꺼야·”

그녀는 인상을 쓰고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쏘아붙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한 번 껴 봐·”

“싫어· 죽어도 낄 일 없을 거야·”

“아쉽네·”

그 굳게 닫힌 마음이 하루아침에 사르르 풀리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싫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소드마스터가 내게 건넨 부탁은 시온과 열심히 놀아주는 것이고 나는 그저 능력껏 그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내 방식이 미숙하더라도 최선을 다 했으면 그걸로 된 거다·

나는 휙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따라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시온이 내 뒤를 졸졸 따라 붙었다·

“····”

“····”

아직 돈은 넘칠 정도로 많이 남았고 저녁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이랄까·

그리고 불현듯이 한 생각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넌 운명을 믿냐?”

***

그렇게 즉흥적으로 시작된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약은 어디서 합니까?”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간절히 기다리는 거요·”

수소문하길 그 ‘돌의 선지자’라는 점쟁이는 밤에만 점을 볼 수 있었고 리그베드의 광장엔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해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그의 숙소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었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의 금액을 흔쾌히 지불할 사람이 대략 추산해도 과반은 넘는 것 같았다·

“그 돈으론 택도 없수다· 돈으로 볼 수 있었으면 그 잘나신 분들이 문전에서 왜 기다리고 있겠소?”

대기자도 너무 많았다· 

고객들이 대거 밀집한 리그베드 중앙 광장에 낙수를 기대한 영세 점성술사들이 진을 치고 호객을 해대고 있었다·

“씨앗점을 이용하면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소!”

“혼사에 있어선 절 이길 점성술사는 없습니다”

“골상학의 예측력은 이미 학문적으로 증명되었소”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깨달으니 점을 보겠다며 시간을 날린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수소문을 끝내고 돌아가니 시온은 좌판을 깔고 있는 한 점쟁이와 티격태격 언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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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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