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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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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시온은 돗자리 좌판을 깔고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내려다보며 언쟁하고 있었다·

잠깐 손 놓았다고 엄한 사람 물고 늘어지다니· 그녀의 스승이 어떤 고충이 있을지 물어보지 않아도 잘 알겠다·

놀러 나온 건데 기분 좋게 즐기다 갈 수는 없는 거냐· 굳이 얼굴 붉힐 필요는 없잖아·

나는 재빨리 다가가서 그 둘을 중재했다·

“무슨 일이야?”

“····”

시온은 주먹을 꽉 쥐고 노인을 노려볼 뿐 내게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행인 것을 알아본 노인이 허탈하게 웃으며 내게 이야기했다·

“여보게나 운이 범상치 않아 내 가볍게 한 번 조언했더니 화를 내지 않던가· 참내 쯧쯧·”

“···무슨 조언이었습니까?”

길거리 점쟁이에게 무슨 큰 기대를 하겠는가·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남이 던진 말을 기여코 주워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 것도 문제다·

“스승이랑 멀어지면 더 잘 될 거라고 했지·”

나는 시온에게 물었다·

“네가 돈을 주고 점을 본 거야?”

“아니 난 점 같은 거 안 믿어·”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어르신·”

돈을 쓴 것도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지만 시온이 물고 늘어졌다·

“아니 난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했는지 들어야겠어·”

“····”

“똑바로 답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노인이 황당하다는 듯이 수염을 쓸며 웃었다· 머리카락은 황야의 잡초처럼 듬성듬성하고 한쪽 눈동자는 기능을 못 하는지 하얗게 변색되어 있다· 팔다리는 단식수행을 하는 수도승처럼 삐쩍 말라 있다·

외양은 두말할 것도 없이 노숙자의 행색이다· 이건 시온이 어려운 사람 붙잡고 괴롭히는 모양세다·

그는 손바닥으로 좌판을 탁탁 치며 말했다·

“아니 그건 돈을 줘야 말하지! 날로 점괘를 타 먹겠다 그러면 어쩌자는겐가? 어? 난 굶어 죽으라고?”

소드마스터 스승이랑 멀어지면 더 잘 될 거라는 데 당연히 기분 나쁘겠다만··· 장사 수법이 뻔한데 너무 쉽게 말려드는 거 아니야?

“어르신 점 보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내 리그베드 광장에서 삼십 년을 이 짓거리로 먹고 살았어· 저 선지자니 뭐니 하는 사기꾼과는 달라· 난 나쁜 점괘가 나와도 가감없이 다 말해· 할 말은 똑바로 한다고· 그래서 돈은 뭐 못 벌었지만 명성은 있어· 여기 가게 사장들 잡고 물어봐· 다 알아볼 거야·”

주정뱅이의 인생 한탄을 들어주는 기분이다·

“그러시군요· 무엇을 기반으로 점을 보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별자리· 무조건 별자리야· 내가 왕년에 별의 제단 사제였어· 인간의 운명은 별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야· 카드 뼈 뽑기 골상학 주사위 다 사기꾼 입노름이야·”

시온이 그의 이력에 딴지를 걸었다·

“헛소리· 세상에 별의 제단이란 곳은 존재하지 않아·”

나도 사실 그런 곳은 들어본 적이 없다· 뭐 어딘가에 존재할 수는 있겠다만 그리 대단한 곳 같지는 않다· 

그렇긴 해도 길바닥 점쟁이의 이력을 일일이 따져대는 건 그냥 기운 낭비다·

“한 명의 점괘를 보는 데 얼마나 듭니까?”

“원래는 은화 하나를 받았는데 오늘을 특별히 동화 다섯으로 해주겠네·”

금화도 아니고 그 정도면 감자 서너개 가격인데 나쁘지 않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시온이 이를 보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왜 헛소리에 돈을 투자하려고 해?”

“내가 궁금한데?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귀한 집에 자라서 돈 귀한 줄 모르나 보네·”

“너도 궁금하잖아· 앉아봐·”

“아니 안 궁금해· 난 내 스승님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수상하게 여겼을 뿐이야·”

그야 당연히 이터니아 학생 같으니까 찔러봤겠지·

나는 그 노인네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시온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팔짱을 끼고 섰다·

흙의 선지자인지 뭔지 하는 리드베드를 떠들썩하게 만든 점성술사의 점괘를 듣기엔 가망이 없었다· 즉흥적인 계획이었던지라 크게 미련은 없다· 용한 점쟁이의 말이라고 좋을 것도 없다· 행여나 나쁜 소리를 들으면 어쩌겠는가· 그것만큼 불쾌한 것도 없을 거다·

돌팔이의 점괘에도 장점이 있다· 들어서 좋은 이야기면 그냥 기분 좋게 가면 되고 나쁜 이야기면 돌팔이라 생각하고 그냥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나는 동전 다섯 닢을 좌판 위에 올리고 추가로 한 장 더 얹으며 말했다·

“제 친구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좋은 이야기로만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허허 저 친구 성미와는 안 맞게 똑똑하고 참을성 있는 남자를 연인으로 뒀구만·”

나는 서둘러 정정했다·

“그런 사이 아닙니다·”

시온이 이를 꽉 문다· 이 영감님 성질 돋구려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너무 당당하게 오답을 뱉어내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아니면 말고 자네 친구 생일이 어떻게 되는가·”

나는 시온을 올려다 보았다·

시온은 자존심 때문인지 입을 닫고 꿋꿋히 버텼다·

점쟁이가 한탄했다·

“참내 저런 속이 꽉 막힌 사람이 어찌 큰 일을 도모할꼬·”

“빨리 확인하고 가자·”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7월 7일·”

“이랍니다·”

“어디 보세나· 끄응차·”

점쟁이가 등 뒤에서 수박만한 유리 항아리를 들어 옮겼다· 그 안에는 물이 반쯤 채워져 있었다·

그는 룬문자가 새겨진 조약돌 십수개를 집어서 어항 안에다 풍덩 빠트렸다·

“아크라 마하 수바쿰·”

그가 급조한 듯한 주문을 외자 가라앉았던 돌 몇개가 물 위에 붕 떠올랐다· 그리고 어항 가운데에 돌 두 개가 딱 붙어서 수면에서 빙빙 회전했다·

“자 보게나· 저 친구의 스승은 큰 별이야· 큰 별에는 강한 인력이 있어· 그것들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끌어당긴다네· 자네도 그 인력에 당겨져서 주변을 맴도는 작은 별이고·”

“····”

“그런데 자네도 스승만큼 큰 별이 될 운명일세· 작은 별과 작은 별은 서로의 인력이 약해서 균형을 유지하지만 큰 별과 큰 별은 인력이 커서 천체의 질서가 망가지고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네· 그렇게 되면 어찌 되겠나· 모든 게 산산히 부서지고 먼지와 연기만 남지· 자네가 스승 곁을 떠나야 할 가장 큰 이유야·”

스승이 소드마스터란 이야기를 시온이 먼저 언급했었나· 들어보니 나름 그럴듯한 점괘다·

시온은 점괘를 부정했다·

“안 믿어·”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간 그리 해야 될 걸세·”

여전히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그래 그 마음 이해한다· 나도 실베린 곁을 떠나야 한다는 점괘를 들으면 기분이 몹시 나쁠 거다·

시온은 그 유명한 이터니아의 전체 수석이니까 소문을 짜깁기한 점괘일 수도 있다· 그러니 마냥 맹신할 수는 없었다· 그냥 재미로 듣고 넘겨야지·

노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한테까지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자네도 봐야하지 않겠나· 연인끼리 와서 한 명만 보고 가면 재수가 한 쪽으로 옮겨붙어·”

“연인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몸을 탁탁 털며 일어섰다· 

“어허 그러지 말고 한 번 보게나·”

그는 손가락 세 개를 펴서 내 앞에 내밀었다·

”자네는 세 개만 주면 봐주겠네· 거저야 거저·”

“저는 현재 삶에 만족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날 붙잡으려 들었다·

“에헤이! 아니다 둘! 아니 그냥 봐주겠네· 앉게나 빨리!”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궁금해서 그러네· 그냥 해 줄 테니까 앉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무료로 그냥 해준다니까 너무 수상한데·

시온이야 나름 유명하니까 건드렸다 치더라도 나는 아닐텐데· 

잠시 가면을 똑바로 쓰고 있나 확인차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실베린과는 무관하다·

또 다른 장사 수법이려나· 일단은 속는셈 치고 다시 앉았다·

“생일을 말해보게나·”

“꼭 필요한 겁니까?”

“알면 좋지·”

나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12월 1일 입니다·”

“어디 보자····”

그는 어항속 조약돌을 전부 건져서 깨끗하게 비우고 물이 잠잠해지자 다시 풍덩 빠트렸다·

그것들은 여느 평범한 조약돌과 같이 맥없이 바닥에 가라앉았다·

“···이상하다· 뭔가 잘못됐어· 자네 생일이 진짜 그때가 맞나? 나를 속이고 있구만·”

“주문을 안 외우셨습니다·”

“주문은 아무 상관 없다 이놈아! 감히 날 시험하려 들다니 이 간사한 녀석을 봤나·”

“사실 8월 4일 입니다·”

“그래 어험 어디 보자····”

다시금 돌들을 던졌지만 이전처럼 맥없이 밑바닥에 가라앉는다·

“어허····”

그는 왜 거짓말을 하냐 호통을 치지 않았다· 그는 길거리 점쟁이답지 않게 본질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이것도 아니야· 자네···고아로구만?”

돌연 심장에 무게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았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

“····”

반박하지 않고 침묵을 고수하자 옆에 서 있던 시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진짜냐는 듯이 날 바라본다·

생일이 왜 없겠는가· 이땅에 태어나면 누구나 생일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들이 생일은 알 방법은 없었다·

설령 알고 있다 한들 고아들이 어떻게 삶이 시작된 날을 축복하겠는가· 

그래서 아카테스 신전에서 자란 아이들에겐 생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머릿속에서 지웠고 축복하지도 않았다·

우리들은 그저 세례를 받은 날 한자리에 모여 아카테스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을 뿐이다· 그게 우리에겐 생일이었다·

점쟁이가 이걸 맞출 줄은 몰랐다· 생일을 지어내면 그에 맞게 적당히 답해줄 거라 생각했건만·

그의 말투가 순간 주정뱅이 같은 억양에서 대사제처럼 진중해졌다·

“생일을 몰라도 괜찮네· 대신 자네가 던져야 하네·”

그는 어항에서 돌을 건져서 내게 건넸다· 이를 받아드니 쇳덩이처럼 상당히 묵직했다·

“···어항에 던지면 됩니까?”

“해보게·”

나는 돌을 어항 위에다 던졌다·

물에 빠진 돌들은 이전과 달리 가라앉지 않고 저마다 각각 한 지점에서 멈춰서 물속을 부유했다· 마치 별자리를 이루는 것 같았다·

노인의 미간에 주름이 가득 잡혔다·

꼿꼿이 서 있던 시온이 호기심이 동했는지 은근슬쩍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는 가만히 어항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 운은 내가 볼 수 없구만·”

“생일을 꼭 알아야 합니까?”

“상관없어· 그냥 볼 수 없는 거지· 인간이 신의 뜻을 다 알 수는 없는 게야·”

“그럼 이건 뭡니까?”

그렇다면 어항에 둥둥 떠있는 돌들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노인은 초점 없는 눈으로 어항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눈은 돌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주시하는 듯했다·

“이건 자네 과거일세· 산 사람의 별자리는 미래를 보여주고 죽은 사람의 별자리는 과거를 보여주지· 자넨 꼭 죽은 사람 같구만·”

“····”

노인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그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픈 과거가 있군· 자넨 목숨과도 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걸 잃었어· 그래서····”

“안 들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어항 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돌들을 헤집어놓았다· 헌데 그 노인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자네는 과거 속에서 살고 있어· 가슴 속에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지·”

“그만하십시오· 듣고싶지 않습니다·”

“아니 자네는 이 말을 꼭 들어야 하네·”

나는 목검에 손을 올렸다· 이 노인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 피도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칼을 빼내기 전에 시온이 내 팔을 붙잡고 제지했다· 심상치 않은 내 낌새를 감지해낸 것이었다· 나는 시온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커져 있었다·

시온이 도리어 날 진정시킨다· 본래 그녀를 진정시키러 온 것인데 어느새 상황이 역전되어 있었다· 

노인은 말을 이었다·

“자네는 계속 싸울 거야· 신기루라도 잡기 위해서 과거의 유령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그게 자네의 저주이자 등불이네· 아무것도 없는 자네 운명에서 강렬하게 불타는 하나뿐인 안내자일세·”

“····”

“잊지 말고 나아가게나·”

주변이 너무도 조용해졌다· 아니 광장은 떠들썩했지만 난 이것들을 소음으로 감지하지 못했다·

내 머릿속은 진공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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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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