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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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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세실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는 데엔 내가 처신을 잘못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수석만 골라서 만나는 것이냐는 말에 변명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가면을 쓰고서 함께한 인물이 루나 시온과 같은 수석들 뿐이니 충분히 반감을 가질만 했다·

이렇게 감정의 골을 남긴 채로 관계에 선이 그어지면 곤란하다· 일단은 적당히 어르고 달래줘야지·

“좋아 근데 유령이 나온다니 정확히 뭘 이야기하는 거지?”

그리고 수호목에서 유령이 출현한다는 소식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내가 처리하지 못한 사념체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호목의 전설은 알아?”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실베린이 수호목을 설명해줄 때 전설도 언급했던 걸로 아는데·

한 여사제가 이터니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수호목이 되었다· 뭐 그런 동화같은 사연이 얽힌 것으로 기억한다· 

수호목에 고해성사를 하면 가끔씩 답을 들려준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대충은·”

“수호목의 본래 모습은 여사제인거 알지? 그 수호목의 여사제가 가끔씩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닌다나봐· 목격한 애들이 몇명 있어·”

“···어떻게 생겼는데?”

“목격담으로는 긴 백발의 젊은 여자래·”

인상착의를 들으니 의심이 가는 사람이 하나 있긴 한데·

“···유령이 아니라 그냥 사람일 수도 있잖아?”

“교수를 뺴면 우리 학교에 백발인 사람은 없어·”

“비슷한 색은 있을텐데· 사람 눈은 정확한 게 아니니까·”

“음 또 목격자가 증언하길 자기가 본 생물체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그랬어· 꼭 세이렌한테 홀린 듯한 표정이더라· 그 전설의 여사제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 나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그냥 트리샤가 몰래 나왔다가 몇몇이 목격한 게 분명하다· 사념체는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을 세실이 눈을 좁히고 유심히 노려본다·

“아름답다니까 왜 갑자기 반응이 달라져?”

“내 표정이 보이나?”

“응 나한테 투시 능력이 있거든· 가면 뒤에 약간 못생겼지만 정감가는 인상의 사탕이가 보여·”

“같이 카드 놀이는 못 하겠네·”

세실의 기분도 어느정도 풀린 것 같아 나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수호목 둘러보는 걸 도와주고 날개없는 용의 크리스탈의 감정과 가공은 그 뒤에 맡기면 되겠지·

몰래 미궁을 빠져나온 트리샤가 다른 학생들에게 포획되면 그것만큼 대참사도 없을 거다· 내가 나서서 미리 손을 쓰던가 해야겠다·

“그럼 저녁에 보자· 다른 준비물은 없어?”

세실은 책을 슬쩍 들어서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

“몸만 와·”

***

해가 다 저문 저녁 나는 세실과 약속했던 기숙사 정원 앞에 나왔다·

세실은 위장 때문인지 검은 로브를 머리에 푹 눌러쓴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이지만 기숙사 주변은 배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너무 수상한 차림이라 그런지 이목이 쏠린다·

세실이 손을 흔들었다·

“사탕이! 진짜 왔구나· 착해·”

“출입 금지 구역인데 들어갈 방법은 있는 거야?”

“너 거기 잘 안 가봤구나? 얼마 전까지 감시 마법이다 플랜테라다 별거별거 다 있었는데 이제는 해제됐어· 그냥 표면적으로 제한이 안 풀린 것 뿐이지 사실상 들어가도 문제는 없어·”

떠볼 생각으로 물어봤는데 정보가 제법 빠삭하네· 

트리샤에게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 미궁에 다녀왔지만 그녀는 자리를 비우고 없어서 미처 전하지 못했다· 

나는 세실과 수호목 방면으로 이동했다· 한 명은 가면을 쓰고 한 명은 로브를 푹 눌러쓰니 참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이동하는 와중에 세실이 물었다·

“근데···말이야·”

“응”

“시온이랑은 어떻게 친해진 거야?”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안 친해·”

“그럼 리그베드엔 왜 갔어?”

“일이 있어서· 너는?”

“난 점보러 갔지·”

“점괘는 어떻게 나왔는데?”

“너도 그때 리그베드에 있어서 알겠지만 그 돌의 선지자는 결국 못 만났어· 어항점 나도 보고 싶었는데·”

“어항점···?”

“응· 돌이랑 어항으로 점을 본다나 봐· 미래도 잘 보고 과거도 잘 맞춘대·”

“····”

“아쉬워 결혼운 보고 싶었는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 만나려고 점까지 봐?”

“나 눈 별로 안 높아· 다 필요없고 잘생기기만 하면 되는데·”

“····”

“사탕이 넌 이상형이 뭐야?”

성적순으로 좋아한다는 오해를 풀려면 지어내서라도 둘러대는 게 좋으려나

“글쎄 밥 잘 먹으면 다 괜찮아 보이던데·”

“으음···· 뭔가 애늙은이 같아·”

우리는 숲과 공터의 경계 지점에서 멈춰섰다· 세실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면서 말했다·

“이리와서 앉아·”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나는 세실의 옆에 앉아서 그루터기에 몸을 기댔다·

“무슨 계획이 있겠어· 그냥 기다리는 거 뿐이지·”

해가 저물어서 그런지 조금 쌀쌀하다· 수호목 근처에선 불도 못 피울텐데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추위는 어떡하려고?”

세실이 해사하게 웃으며 새카만 병 하나를 로브에서 꺼냈다·

“그럴 줄 알고 몸이 따뜻하지는 포션도 가져왔지·”

포션 치고는 양이 좀 많아 보이는데·

그녀는 코르크 마개를 따고 본인이 먼저 냅다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는 입가에 묻은 새까만 액체를 소매로 슥 닦아내고 나한테 병을 건넸다·

“자 너도 마셔·”

“····”

나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가면을 살짝 들어서 포션을 들이켰다·

푸웁!

그리고 나는 몇모금 들이키다 말고 액체를 허공에 뿜어버렸다· 이건 포션이 아니라 와인이었다·

“그 비싼 걸 그냥 뱉으면 어떡해·”

“이건 술이잖아·”

“너 몸에 독한 포션은 잘도 들이키면서 그 흔한 술에는 왜 예민하게 굴어·”

그렇게 말하니 대꾸를 못 하겠네·

“기숙사에선 반입 금지잖아·”

“나도 술 마시는 건 처음이야· 그냥 폼으로 하나 챙겨왔는데 계속 기숙사에 두긴 뭐해서 이참에 몸도 뎁힐 겸 비워버리려고·”

“····”

나는 한동안 고민하다 눈을 꾹 감고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쓰고 떫은 액체가 목구멍으로 들어간다· 정말 와인은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 모르겠다·

세실은 다시 병을 건네받고 또다시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 여자가 미쳤나·

우리는 그 상태로 잠시 말없이 시간을 죽였다·

나는 술기운이 살짝 올라온 탓에 멍하니 수호목을 바라보다 말했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유령이 우릴 보고 도망칠 것 같은데·”

“안돼· 나 정말 궁금한 게 있어서 꼭 만나봐야 해· 히끅·”

세실은 딸꾹질이 나는지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때렸다·

“사탕아 히끅 나 등 히끅 두드려줘·”

나는 주먹으로 세실의 등을 안마하듯 툭툭 두드렸다· 그제야 딸국질이 멎었다·

“이제 됐어·”

그러곤 그녀는 몸을 슥 돌리더니 슬그머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여기 밤에 오니까 은근 분위기가 좋네· 엄청 조용하고·”

나뭇결이 바람에 쓸리는 소리와 풀벌레 울음만이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세실에게 물었다·

“···여기서 얼마나 버티고 있을 작정이야?”

“자정까지·”

유령을 잡는다기보단···그냥 술먹고 농떙이 치려고 온 거 같은데·

그러던 중 수호목 뒤쪽에서 시커먼 형체가 움직였다· 동물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의 모습이었다·

“잠깐 저거 봤어?”

“···뭐가?”

“수호목 뒤쪽에서 뭔가 움직였는데?”

“음···진짜? 난 안 보이는데· 일단 가보자아·”

세실은 와인병을 무기처럼 꽉 쥐고 일어났다· 벌써부터 약간 취한 듯한 느낌이었다·

세실이 몸을 비틀거리자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그녀도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뭔가 있네?”

하지만 세실이 말하는 그 유령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달빛에 하얀 머리카락이 반사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걸어가는 도중에 병나발을 더 물었다· 정말 술 경험이 없는지 통제를 못하고 있었다·

“적당히 마셔· 만취해서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우리 자랑스런 폰타르 가문의 포도밭에서 나온 거야· 한 방울도 버릴 수 없어·”

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수호목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나무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죽이고 경계태세를 갖췄다·

그러던 중 세실이 큰 소리로 외쳤다·

“거어기 누구야? 히끅·”

그리고 반대편에서 어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실?”

세실은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엘리아스?”

곧이어 수호목 뒤편에서 남녀 한 쌍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세실의 친구인 엘리아스와 순환계에서 대면한 적이 있는 빅터였다·

엘리아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실 네가 왜 여기에···있어? 손에 그건 뭐야?”

세실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갑자기 말투가 멀쩡해졌다·

“아 그냥 포션?”

“···그래? 너희는 여기에 어쩐 일이야?”

“수호목의 유령 찾으러 왔지· 너는?”

“우 우리도 똑같은 이유로 왔어· 너네 차림새가 특이해서 우린 누군가 싶었지· 아이 우리도 들킬거 대비해서 가면 쓰고 올 걸!”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도 수상해 보이긴 마찬가지였기에 굳이 파고 들어가진 않았다·

빅터는 나와 세실을 번갈아 보고는 다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묵묵히 끄덕였다· 뭔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런거 아니다 이 자식아·

그리고 수호목 인근에 죽치고 숨어있던 인물이 하나 더 튀어 나왔다·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내보이면서·

“야 너희들 뭐야!”

포대자루 같은 검은 복면을 얼굴에 뒤집어 쓰고 눈구멍과 숨구멍을 뚫어놓은 수상한 모습으로 누군가가 숲 한쪽에서 걸어나왔다·

목소리와 체격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 또래의 남성이었다·

특징이라 할 점은 한 손에는 호신용 단검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새하얀 캔버스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큰소리를 쳤다·

“니 니들 1학년이냐?”

고압적인 태도로 나왔지만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나는 세실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유령에 대한 소문이 얼마나 퍼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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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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