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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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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정적이 한 순간에 깨진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죄송해요·”

파벨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엎질러진 도구와 물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주변 여학생들이 다가와 그녀를 돕기 시작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파벨라 괜찮아?”

파벨라는 이목이 집중되는 게 불편한 모양이었다·

“미안해· 내가 알아서 할게·”

파벨라는 물감 때문에 옷이 엉망이 되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도구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안았다· 그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조르지아의 지시에 몇몇 여학생들이 그녀를 뒤따라 갔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트리샤가 멍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머 물었다·

“저분 괜찮으신거 맞아?”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자·”

“넌 가끔 보면 엄청 냉정해· 꼭 성격이 두 개 같아·”

“····”

“그건 그렇고···데미안 조금 춥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이상해· 공기가 서늘해진 것 같아·”

온실 내부로 따사롭게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도무지 추워질 수가 없는 환경이다·

“옷을 너무 얇게 입은 거 아니야? 좀 걸쳐 입지 그랬어·”

트리샤의 표정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큰맘먹고 이쁘게 꾸미고 왔는데 내가 타박한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

“타박하는 게 아니라 걱정한 거였어·”

“멍충이·”

곧이어 온실 문이 덜컥 열리고 옷이 물감들로 지저분해진 파벨라가 들어섰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이 늘어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조르지아 교수에게 가서 뭐라 말을 나눴다· 조르지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파벨라는 짐을 챙기고 온실에서 나갔다· 몸상태가 안 좋은 건지 수업을 빠져버렸다·

트리샤는 말없이 그 모습을 곁눈질 하다가 말했다·

“저 분 뭔가 안쓰러워·”

“네가 걱정 안 해도 돼· 친구도 약혼자도 따로 있고 충분히 잘 사시는 분이야·”

트리샤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저분 약혼자가 있어서 네가 그렇게 남일처럼 구는 거야?”

“괜히 접근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더군다나 파벨라 본인이 그리 선을 긋지 않았나· 내가 신경써줄 이유는 없다· 

트리샤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내게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데미안 너는 나한테 약혼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

트리샤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리고 멋쩍은 듯이 쿠키를 사각사각 갉아먹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 역시··· 엄청 아쉽겠지!”

“약혼한다고 친구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

“그림 친구를 버리고 약혼자한테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약혼자한테 보내고 연 끊어야지·”

트리샤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질문을 이었다· 

“치 냉정하네···· 그럼 집안에서 강제로 혼약을 맺게 한 거라면?”

“····”

“왜 그래?”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집중에 방해된다·”

“난 듣고싶어!”

“하 네 의지가 더 중요한 거지· 그냥 친구를 내치고 떠나고 싶은데 나쁜년이 되긴 싫어서 ‘가문이 시킨거야’라는 핑계를 대는 걸수도 있잖아· 난 알 수 없어· 넌 그 상황이 되면 어쩌고 싶은데?”

트리샤는 살짝 풀이 죽은 상태로 말했다·

“···나는 다 버리고 너랑 놀건데·”

“말은 잘해요·”

트리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철없던 시절의 맹세는 믿지 않는다· 특히나 색빠진 머리칼을 한 여자들의 말은 더더욱·

“진짜야· 그리고 정략결혼을 피할 수 없으면 난 혀깨물고 죽어버릴 거야·”

“····”

이건 믿을 수 있다· 트리샤는 정략 결혼은 못 버틸 것 같은 인간이긴 하다·

“그리고 영혼이 되어서 날 버린 친구를 죽을 때까지 저주할거야·”

트리샤의 반협박성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붓질을 마저 이어갔다·

“마음대로 하시고 표정 좀 풀어· 그림에 일관성이 없어지고 있는 거 아니·”

“···재미없어·”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트리샤는 더욱 풀이 죽었다· 쿠키도 잘 먹히지 않자 나는 서둘러 다른 보상책을 던졌다·

“내 미술 과제를 도와줬으니까 보상으로 네 부탁도 들어줄게· 뭐 필요한 거 있어?”

“있어 있어 있어! 나 대본 연습 도와줘!”

“알았으니까 가만히 있어· 몸 앞으로 기울이지 말고·”

***

수업시간이 끝나고 몇몇 학생들은 남아서 작업을 이었다·

나와 트리샤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작업에 집중한 사이 먹구름이 몰려들고 곧이어 가느다란 빗방울들이 온실의 천장을 두드렸다·

트리샤가 투명한 천장에 흐르는 빗물들을 올려다보고는 말했다·

“우산도 없는데····”

아끼는 옷을 입고 왔는데 비가 쏟아지면 낭패긴 하지· 내가 비를 맞아서라도 우산을 챙겨오는 게 나을 거다·

비가 더 쏟아지기 전에 몇몇 학생들이 급하게 온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트리샤가 허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나 허리에 쥐날 것 같아!”

“잠깐 쉬었다 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트리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나 이제 곧 수업 있어서 가야 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어차피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더 이어서 그렸다간 배경의 일관성만 깨질 것이었다·

“응· 나 데려다 줘!”

“기다려·”

나는 도구들을 마저 정리했다· 그동안 트리샤는 남은 쿠키 하나를 입에 물고 주인 없이 남겨진 빈 이젤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트리샤는 파벨라의 그림 앞에서 멈춰서서는 가만히 감상했다·

나는 짐을 챙기고 트리샤의 옆으로 다가갔다·

트리샤는 그림을 보며 안타까워 했다·

“너무 아까워····”

그녀는 바다를 그렸다· 아직 채색이 안 된 모래사장에 두 명의 남녀로 보이는 인물이 앉아서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 중간에 단색으로 사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덕에 그림은 망가진 상태다· 홧김에 그었다기보단 실수로 붓을 놓쳐서 생긴 것 같았다·

덧칠을 해서 복구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큰 실수였다· 그림은 그대로 폐기하는 게 나아 보였다·

트리샤가 그림을 보며 말했다· 

“애틋해 보이는데· 너무 아까워·”

“···다 봤으면 가자·”

“나 네가 그린 그림도 볼래!”

나는 손으로 실베린을 그린 그림을 가리켰다·

“저기 있어· 보고 와·”

트리샤는 가리킨 방향으로 젠걸음으로 이동하다 중간에 한 그림을 보고선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시선을 떼지 못했다·

“딴짓하면 그냥 두고 간다?”

내가 제촉하자 그녀는 그제서야 움직였다·

트리샤가 그림을 구경하는 동안 나는 우산으로 쓸 만한 것들을 찾았다· 부채처럼 잎이 큰 식물이 온길에 있었지만 우산으로 쓰겠다고 함부로 떼갈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외투를 벗었다·

트리샤는 그림을 구경한 뒤 내 옆으로 달려와서 감상평을 말했다·

“둘이 느낌이 비슷해·”

“뭐가?”

“좀 전에 그 선배 그림하고 네 그림하고·”

“···이상한 소리 말고 가만 있어 봐·”

나는 외투를 트리샤의 머리 위에 씌웠다· 그리고 소매로 선물포장하듯 매듭을 지었다·

이정도면 건물을 이동할 동안은 비를 막아줄 것이다·

내가 꼼꼼하게 포장하고 옷을 여며주자 트리샤의 얼굴에 보조개가 피었다·

“너는 어쩌려구!”

“괜찮아 가자·”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다 변덕을 부리듯 가랑비가 되었다· 트리샤의 손목을 붙잡고 온실 밖으로 나왔다· 

이동하면서 트리샤는 걱정스럽게 날 올려다 보고는 말했다·

“젖으면 안 돼!”

그러곤 자기 손바닥을 내 정수리에다 얹었다· 비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 발상이 묘하게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사이좋게 비를 맞으며 나아가다 트리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근데···나 이상한 그림 봤어·”

“말해봐”

“수호목에 나랑 비슷한 머리카락의 여자가 앉아있는 그림이었어·”

오늘 한 남자 선배가 수업시간 내내 그리고 있던 것이었다· 전날 복면을 썼던 괴한이 확실했는데 그는 딱히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너한테 조심하라고 한 이유야· 그 선배는 아무래도 네 모습을 어쩌다 본 모양이더라·”

“어떻게···?”

“네가 몰래 나왔을 때 봤겠지· 널 수호목의 여사제로 착각하던데·”

트리샤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뭔가 이상한데· 그걸 어떻게?”

“너나 나나 조심해야 돼· 나도 가끔씩 정체를 들킬까 싶어서 아찔할 때가 있어·”

“아니 난 변장을 풀고 수호목까지 나간 적이 없어·”

“···무슨 소리야?”

“몰래 나가더라도 변장을 풀고 나간 적이 없다구!”

“····”

“그리고 그림 속 여자는 은발이었어· 난 순백색이고· 엄청 큰 차이야·”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트리샤가 뒤늦게 멈춰서 의아한 듯이 내쪽을 돌아보았다·

“비 오잖아 뭐 해!”

섬광처럼 또 다른 존재가 내 머릿속에 스쳐갔다·

트리사갸 아니라면·

정말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또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 사람도 이터니아에 멀쩡히 다니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다·

단지 그 날이 아주 먼 미래로 미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통을 앓는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서서히 욱씬거렸다·

난 스스로 생각을 부정했다· 트리샤가 아니라면 정말로 수호목의 여사제가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싶다·

트리샤가 추운지 두 팔로 몸을 감쌌다·

“왜 이렇게 춥지? 어서 가자!”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잇다가 마법부 강의동 현관 포치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트리샤는 이곳에서 수업을 받기로 한 모양이었다·

트리샤가 내 외투를 풀어서 내게 건넸다· 그러고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손을 내 뺨에 대고 조물거렸다·

나는 눈을 좁히고 물었다·

“뭐해?”

“데미안 안색이 안 좋아· 너도 추운데 안 추운 척 한거야? 바보구나!”

“아니 괜찮아· 수업 끝나는 시간 알려줘· 우산 챙기고 데리러 올 테니까·”

“세시간 뒤에 끝나· 너는 뭐 하고 있으려구?”

“수련해야지·”

“···비 오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몸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생각에 잡아먹힌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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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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