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have javascript enabled! Please enable it! Doggone Academy Chapter 137 - English Novel
Switch Mode

Doggone Academy Chapter 137

To access the list of chapters and reading pages, click the link below.

EP.137

편지의 첫마디엔 간담이 서늘해지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한 번만 더 이런 장난치면 정말 죽일 거야·]

그리고 편지는 그게 끝이다·

그동안 실베린과 함께 지내면서 들은 말중에 가장 위압적이면서 살벌했다·

직접적으로 이렇게 심한 말을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건 그렇고 제 3자인 것처럼 감옥에 구류된 상태라 찾아가지 않으면 연락할 수 없다는 분이 예상보다 빨리 돌변하신 것 같다·

그리고 난 조금 억울하다· 이런 장난을 먼저 친 건 실베린이 아니던가· 이렇게 화를 낼 이유는 없을 텐데· 내 말에 진짜 한 번 크게 속아서 성도를 뒤엎은 게 아니고서야····

“····”

일단은 실베린의 노기를 잠재워야 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민했다· 답장을 뭐라고 보내야 하지?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서둘러 종이와 잉크를 꺼냈다· 입술을 한동안 잘근잘근 씹다가 막연히 떠오른 답문을 휙휙 적어 나갔다·

[제 스승님은 편지의 맺음말 옆에 항상 위조할 수 없는 붉은 마킹을 남기셨습니다· 한데 이번 편지에선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발신인이 스승님이라는 증거를 보내주십시오· 보내지 않는다면 스승님을 찾아 당장 학업을 중단하고 성도로 향하겠습니다·]

속뜻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거다· 스승님이 위험하다는데 다 때려치고 가야지· 제자란 놈이 기숙사에서 뒹굴거리면 쓰나·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다· 실베린은 나를 책임져야하는 입장이니 편지를 띄엄띄엄 보내서 괜한 걱정을 끼친 내 잘못이 크다·

답장을 곱게 접어서 스티치에 물렸다· 이는 곧 말벌처럼 날개를 튕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편지를 보내고 나자 어느틈에 한 무리의 사람이 내 앞으로 걸어왔다· 실베린의 편지에 정신이 팔렸던 탓에 미처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뾰족한 수염에 고급스런 튜닉을 입은  다섯명의 중년인이 가슴을 쭉 펴고 내 앞에 섰다· 다른 건 몰라도 분명 이터니아의 사람은 아니었다·

“데미안 군이 맞습니까?”

“···누구시죠?”

“기숙사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 미리 나와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소개를 하자면 저희는 공국과 공녀님의 초대장을 전달하러 온 사절입니다·”

“이터니아를 통해서 전해주실 수도 있었을 텐데요·”

“대마법사 실베린 님과 저희 자랑스런 율리시아 공국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렇기에 공국은 그분의 명맥을 잇는 제자에게도 충분한 예우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

사절 하나가  품안에서 금박으로 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앞에 내밀었다·

***

제럴드는 노크를 하고 공녀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방안에 들어서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공녀는 제법 바빠 보였다· 시녀 셋이 비비에게 붙어 있다· 하나는 머리를 빗어주고 나머지 둘은 손을 하나씩 맡고 손톱을 다듬어주느라 분주했다·

비비의 뒷모습은 시녀가 가리고 있었기에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얼굴을 확인해야 했다·

“무슨 일이죠?”

“이터니아 수업 참관에 관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아 내 모습은 신경쓰지 말고 말해요·”

“그 소년의 검술 실력은 어중간한 위치에 있습니다· 뛰어나다고도 부족하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싸움을 피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공녀의 한쪽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제가 말 했잖아요· 재주를 감추고 있다고·”

제럴드는 여전히 애매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공녀는 거의 확신을 하고 있었다·

“대외적인 활동에 관해서도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접선 제안과 사교회 초대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유인책이 허술했던 탓이겠죠·”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제럴드로선 좀 억울한 면도 있었다· 

그는 공녀와 한 번 만나보겠다고 침을 질질 흘리고 기회를 노리던 영식들을 떠올렸다· 차라리 여성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제 슬슬 혼기가 차오르는 혈기왕성한 청년이라면 가산을 털어서라도 붙잡고 싶어하는 자리였다·

율리시아 공국 최고 권력자와 연줄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접선 제안 그 자체가 사실 가장 정직하면서 강력한 유인책이었다·

현실감각이 부족한 것인지 데미안은 그 제안에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뭐 예상하고는 있었어요· 괘씸하지만 어쩌겠어요· 그 아이 스승이 그렇게 가르친 거겠죠·”

“····”

공녀는 손을 올리고는 휙휙 저었다· 신호를 받아들인 시녀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침실에서 나갔다·

비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체 라인이 드러나는 블랙 코르셋 드레스 쉬폰으로 된 반투명한 스커트가 발코니에서 들어온 바람을 타고 넘실거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제럴드를 아래로 내려다 보았다·

붉게 칠한 입술과 한쪽 어깨로 흘러내리도록 정돈한 머리· 보석 하나당 저택 한 채의 가치를 지닌 수많은 악세서리들·

과연 비비는 만인이 우러러 볼만한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했다·

그녀는 깃철이 달린 챙이 긴 모자를 비스듬하게 머리에 쓰고는 말했다·

“엄마가 시킨대로만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제가 직접 이터니아로 가죠· 정말 공국을 퇴짜놓을 정도로 잘난 인간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겠어요·”

***

무대 위엔 어색한 연기톤의 독백이 메아리쳤다·

“오 길고도 지겨운 밤· 시간아 짧아져라· 동쪽의 축복이 고개를 내밀면 내 사랑을 맞이하게 되리니·”

곧이어 감독이 지도용 막대기를 탁탁 쳐서 리허설을 중단시키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반쯤 쉰 목소리로 주연을 맡은 남학생에게 면박을 주었다·

“살면서 이딴 쓰레기같은 연기는 처음 본다·”

“죄송합니다····”

“그게 사랑하는 여자의 집 앞에서 밤을 새는 남자의 감정이야? 좀 더 그리움과 애달픔을 담고 그 감정에 몰입을 하란 말이야· 대충 슬퍼보이는 표정 슬퍼보이는 말투를 흉내낸다고 되는 게 아니야!”

“어 어떻게 몰입하는게····”

“어휴 내 팔자야· 누가 시범 좀 보여봐· 아 트리샤! 숨어있지 말고 나와봐·”

그러자 무대 위에 저택처럼 꾸며놓은 세트 문을 열고 트리샤가 쭈뼛거리며 나왔다·

“네 언니?”

“야! 무대 위에선 언니라고 하지 말고 감독님이라 불러· 같은 1학년인 네가 시범 좀 보여봐·” 

“뭘요···?”

“애달픈 사랑을 연기해보라고·”

“네!”

트리샤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세트 위로 올라가 창문을 활짝 열였다·

“크흠! 시작할게요·”

 그리고는 과장된 듯한 포즈를 잡고 대사를 읽기 시작했다·

“아 그이의 마음은 닫힌 문과도 같네· 나비처럼 그의 주위를 항상 맴돌지만 봉오리는 굳게 닫혀 있네· 아 그 야수같은 남자를 사랑하다니· 멍청한 내 운명!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이 감정마저도 허락받지 못하겠지·”

트리샤의 연기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연기에 있어선 무슨 이유에선지 트리샤의 몰입도가 좋았다·

감독이 둥글게 말은 대본을 가지고 트리샤를 가리키며 말했다·

“봐 저 푼수같은 트리샤도 저렇게 잘해· 너네 형은 연기에 출중하다면서 넌 왜 그 모양이야· 과거의 경험이든 뭐든 끄집어 내서 몰입하란 말····”

“푼수 아니에요!”

감독은 트리샤를 무시하고는 남학생에게 말을 이었다·

“누구 좋아해본 적 없어? 네 머릿속에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예쁜 사람 있을 거 아니야· 그 사람을 떠올리란 말이야·”

남학생은 누군가를 떠올리듯 가만 생각하다 대답을 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누구 떠올렸어·”

“제 상상속에····”

“아니 니가 본 적 있는 사람을 떠올려·”

“그럼···어····”

관객석에 앉아서 이를 지켜보던 선배들이 놀리듯 말했다·

“수호목의 유령이 제일 이쁘다더라·”

“수 수호목의 유령을 떠올릴게요·”

“직접 봤어?”

“아뇨····”

감독이 대본집으로 남학생의 정수리를 때렸다·

“직접 보지도 못한 것 가지고 뭘 떠올려· 주변 사람 중에 한 명을 머리에 담으라고·”

그러다 그 남학생은 난감한 듯이 머리를 긁다가 슬쩍 관중석에 앉아 대본을 쓰고 있는 한 소녀를 흘끗 바라보았다·

바로 시나리오 담당인 루나였다·

이를 감지한 루나의 눈빛에 잠시 험악한 기운이 감돌았다·

감독이 안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열이 뻗쳤는지 뒷목을 잡고 휴식을 선언했다·

“아오 이 자식을 언제 사람 만드냐· 내가 죽는 게 더 빠르겠다· 안 되겠어· 10분 휴식!”

곧이어 무대 위의 긴장이 풀렸다· 대기하던 배우들이 장막 밖으로 나오며 어수선해졌다·

그녀는 뒷목을 잡은 채로 무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트리샤가 재빨리 쪼르르 달려서 감독의 옆에 나란히 섰다·

“언니 언니!”

“아오 이 지지배야· 왜·”

“나 나 친구 친구·”

“또 그 친구 이야기야?”

“응!”

“하아 뭘 그렇게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려고 들어· 그러면 너나 걔나 피곤해·”

“그치만 이번 거는 정말 이상했어·”

“아이고 머리야····”

“언니 잘 들어봐· 걔가 기숙사에 늦잠 자고 있는거 내가 깨워줬거든· 근데 갑자기 달력을 보더니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구· 무슨 특별한 실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수도 있지· 나도 쉬는 날이 언제인지 습관처럼 확인하는데·”

“걔는 평일도 주말도 구분 없이 항상 부지런해· 그래서 더 이상했어!”

“뭐 잊고 있었던 누군가의 기일이라던가···아니면 이제는 챙기지 않는 기념일이라던가 뭐 그런 거겠지·”

“···맞아! 정말 그런 느낌이었어!”

“그럼 괜히 들쑤시지 말고 잠잠하게 있어· 괜히 불똥튈라·”

트리샤의 표정이 점점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

몇가지 수업과 개인 수련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나는 땀벅이 된 상태로 트리샤가 있는 소극장으로 향했다· 그녀를 마중하기 위해서였다·

실베린의 편지를 제외하면 변다른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당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소극장의 현관 앞쪽 난간 몸을 살짝 걸치고 땀을 식히며 시간을 죽였다·

그러던 중 어딘가에서 새하얀 개 한마리가 설렁설렁 걸어와 내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였다·

어딘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건 루나의 늑대 정령이었다·

녀석은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생각해보니 루나도 연극부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여기 있으려나·

그러다 갑자기 정령이 일어서서 문쪽에 대고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무슨 신호를 보내는 건가 고민하는 찰나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오고 루나의 정령은 그와 동시에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나온 사람은 트리샤였다·

“···?”

“어? 데미안 와 있었네· 오래 기다렸어?”

“응· 하도 안 나오길래 누가 잡아간 줄 알았다·”

“잡아가도 내 친구가 찾으러 와주겠지?”

이상한 소리는 대충 흘려넘기고 말했다·

“데리고 오긴 해야지· 가자 춥다·”

우리는 노던 빌리지 쪽으로 걸었다· 가시정원으로 옮길 짐 몇개를 챙기기 위해 기숙사에 잠시 들릴 생각이었다·

학생 정원을 지날 때 쯤 트리샤가 문득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데미안 근데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 왜?”

“으음···아니면 말구!”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한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평범한 날이다·

트리샤는 무언가 마음에 걸린다는 듯이 저혼자 쭈뼛거렸다·

그렇게 한동안 나아가 윗드러프관 기숙사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이 앞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잠깐 짐만 챙기고 올 테니까·”

“나도 들어갈래!”

“안 돼·”

“그냥 구경도 못 시켜줘? 나는 내 기숙사 다 빌려주는데·”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건 네가 강제로 끌고온 거고·

“그래 들어와· 대신 요란 피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

트리샤는 폴짝거리며 좋아했다·

“응!”

“근데 방에서 이상한 거 발견해도 놀라지 마· 내가 둔 거 아니니까·”

세 바구니에 달하는 환영식 폐기물들을 아직 처분하지 못하고 방치한 상태였다·

“네가 제일 이상한 사람이니까 안 놀랄거야·”

기숙사에 들어서자 홀 구석에 있던 메이드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못 보던 얼굴이 뒤에 따라 붙어서 의구심 어린 시선이 서려 있었다· 금방 나갈 거라는 수신호를 보내니 메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트리샤와 함께 홀을 지나 계단을 올랐다· 

3층에 도달하자 트리샤가 벌써부터 숨을 헉헉거렸다·

“왜 이렇게 높아·”

“다 왔어·”

복도를 지나 끝방으로 이동했다·

31F호실 앞서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다 문득 방문 앞에 놓인 이상한 물건을 보고는 멈칫했다·

붉은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장식된 주먹만한 크기의 새하얀 상자·

옆에 있던 트리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이 물었다·

“데미안··· 왜 그래?”

나는 그 상자를 집어 들었다· 내 손은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보니 불현듯 심장이 요동치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바닥이 푹 꺼져서 땅 속 깊은 어둠 속으로 누군가가 날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날 거둔 고아원의 수녀도 실베린도 알지 못하고 하나뿐인 내 혈육도 다 잊어버렸을 기념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날· 존재를 부정당한 이들은 마음 깊이 저주하는 날·

무겁게 짓누르는 추억이 해마다 켜켜이 쌓인 탓에 한 번 들춰지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감정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욱 평범한 하루가 되길 바랐던 그 날·

이건 있어선 안 될 물건이다·

리본 아래에 두고 간 사람의 이름도 없는 쪽지가 보인다·

거기엔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생일 축하해·]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